100번째 창문
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Aesop Rock - Daylight


Life’s not a bitch life is a beautiful woman. 

Your only call her a bitch because she won’t let you get that pussy.

별개로 이 앨범 꽤 괜찮습니다. 풍성한 악기라던가 전원적 비트에 사색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독특한 힙합 앨범 찾으신다면 추천드립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Headphone Music >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Aesop Rock - Daylight  (0) 2017.05.19
Pete Rock - Play Dis Only At Night  (0) 2017.05.01
Van Morrison - Cyprus Avenue  (0) 2017.04.21
Fishmans - ずっと前  (0) 2017.04.13
Venus Peter - Every Planets Son  (0) 2017.04.05
Ben Sidran - Get It Yourself  (0) 2017.03.31
0  Comments,   0  Trackbacks
도살자 [Le Boucher] (1970)

[도살자]의 시작은 평온한 마을 전경 쇼트 직후 사소한 실수를 배치한다. 행복한 결혼식을 위해 준비하던 일꾼들 중 한 사람이 실수로 음식을 엎지른다. 이윽고 바삐 일하는 주방에 들어가면서 샤브롤은 삼각형으로 세워진 케이크 위의 신랑 신부와 진짜 신랑 신부를 매치 컷으로 이어붙인다. 고기에 대한 수다가 이어진 뒤, 관객들은 고기를 준비한 포폴이라는 남자를 소개받는다. 그런데 이 남자 앞으로 오는 건 따로 준비된 식칼과 포크에 푹 찔린 고기다. 심지어 그 다음 샷에서 샤브롤은 잘려지는 고기의 질감이 보일 정도로 클로즈업한다. 사전 정보 없이 들어온 관객이더라도 이 장면에서 뭔가 기묘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 샷에서 고기는 맛있다기 보다는 피가 뚝뚝 떨어질 것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샤브롤은 아무렇지 않게 그 식칼과 고기를 치워두고 행복한 순간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 장면들은 작지만 불길한 메아리처럼 남는다.

그래도 주인공 엘렌에게는 별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시골로 내려와 초등학교 교장으로 일하고 있는 엘렌 앞에 등장한 정육점 주인 포폴은 수줍고 친절한 남자다. 결혼에 관심없고, 군대 시절이 즐겁지 않다고 회상하지만 그래도 연애하기엔 무리없는 배려심을 지니고 있다. 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난 둘은 이내 가까워진다. 서스펜스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도살자]의 초반 전개는 심심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샤브롤은 초중반를 트뤼포나 로메르의 영화에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을법한 중산층 커플의 이야기로 끌어간다. 놀랍게도 그는 그들의 사랑을 이죽거리지 않는다. 엘렌이나 포폴은 많은걸 드러내지 않지만 감정 이입하기엔 무리 없는 캐릭터고, 샤브롤 역시 그들의 사랑를 그릴때 어떤 블랙 유머 따윈 집어넣지 않는다.

하지만 엘렌과 포폴의 수줍은 사랑이 진행되는 동안 [도살자]는 도입부에서 제시되었던 이물적인 샷을 스멀스멀 퍼트린다. 처음은 비가시적인 소문이다. 엘렌은 학생들에게서 우체부가 시체를 발견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엘렌은 무심하게 넘기려고 하지만, 동시에 피해자가 저번주까지 멀쩡하게 춤추던 여자라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낀다. 대도시였다면 피해자는 익명의 존재로 남았겠지만 [도살자]의 배경은 얼굴 정도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시골이다. 이 영화의 불안은 당연히 있어야 할 일상의 순간이 사라지거나 흐트러지면서 발생한다. 샤브롤은 그 불안을 점점 키워나가면서 미심쩍은 단서와 쇼트들을 엘렌 주변에 흩뿌린다. 

여기서 흥미로운 시퀀스가 등장한다. 포폴을 학교로 데려온 엘렌은 학생들에게 왈츠를 가르치는데, 이때 학생들과 포폴은 프랑스 귀족 전통 의상을 입고 있다. 그런데 샤브롤은 여기서 다시 이상한 쇼트를 집어넣는다. 포폴이 잠시 벽에 기대서 엘렌과 학생들을 보는 도중, 포폴의 시점에서 엘렌의 뒷머리를 줌 인하는 쇼트가 갑자기 끼어든다.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관객들은 재고를 할수 밖에 없다. 대체 샤브롤은 왜 엘렌의 뒷머리를 극단적으로 클로즈업 해서 담아냈을까? 만약 포폴이 엘렌에 대한 상념을 지울 수 없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면 엘렌의 뒷 모습을 중간 크기의 쇼트에서 보여주는 것으로도 충분했을건데 말이다. 게다가 직후 이어지는 포폴의 반응 쇼트 역시 어딘가 불편해보인다.
 
대체 '무엇이' 포폴을 불편하게 했던 것일까? 어디까지나 추론이지만 이 쇼트에 담긴 엘렌의 붉은 뒷머리가 포폴이 다루던 생고기랑 비슷하게 보여서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  물론 머리카락과 생고기는 완전히 다른 물체지만, 적어도 이 쇼트에서 붉은 뒷머리는 지나치게 확대된 나머지, 본 의미를 쉽게 알아차릴수 없을 정도다. 마치 조지아 오키프의 대상을 확대시켜 추상적으로 찍은 사진들처럼 말이다. 극단적으로 확대된 이미지는 본 의미를 잃고 생경하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추상화된 붉은 이미지는 고기의 색감을 떠올리기 충분하다. 샤브롤은 우아함을 중시했던 프랑스 귀족을 분장한 인물들 사이에 극단적으로 확대된 뒷머리 쇼트를 집어넣으면서 이물감을 발생시킨다.

[도살자]의 오프닝 크레딧은 동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샤브롤은 그 오프닝을 잊지 않았다듯이 영화 속에서 동굴을 등장시킨다. 체험학습을 위해 아이들을 데려간 엘렌은 이 동굴이 원시인이 살던 동굴이라 설명하고, 이에 아이들은 잠들어있던 원시인이 깨어난다면 분명 착할거라고,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 직후 엘렌과 아이들은 시체를 발견한다. 살인 현장의 피가 하얀 샌드위치 위로 떨어지는 장면은 그 점에서 상징적이다. 문명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샌드위치의 깔끔한 하얀 이미지 위에 원시적인 피가 떨어지면서 얼룩지기 때문이다. 동굴과 식빵은 서로 화해할 수 없어보인다.

사실 살인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는 중후반부터 명백해진다. 바로 끊임없이 야만과 폭력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포폴이 범인이었다. [도살자]가 흥미로운 점은 엘렌의 일상에 비일상적인 살인과 폭력이 끼어들면서도, 엘렌과 살인마 포폴의 연애담을 장르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관객은 이 사실을 눈치채는 순간 포폴이 엘렌을 죽일지 모른다고 긴장하게 된다. 서스펜스의 공식에서 남성 연쇄살인마와 여성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연쇄살인마가 여성을 착취하면서 끝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샤브롤이 두 캐릭터를 존중하면서 신중하게 감정을 쌓아올렸기 때문에 [도살자]는 쉽게 착취적인 태도로 빠지지 않는다.

모든 진상이 밝혀지는 후반부는 그 점에서 [도살자]의 섬뜩하면서도 애절한 매력이 잘 드러나고 있다. 하늘거리는 커튼을 보여준 다음, 어둠 속 교실에 홀로 있는 엘렌 앞에 불쑥 나타나는 포폴의 샷은 히치콕에 대한 존경심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순간 포폴은 부정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살인마다. 샤브롤은 포폴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더욱더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진상이 밝혀지기 전에도 포폴과 엘렌의 로맨스는 일상이 끝난 오후에서 밤에 이뤄졌지만, 살인이 등장한 순간 샤브롤은 포폴과 엘렌의 로맨스는 빛 아래에서 이뤄질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 같다. 

하지만 포폴은 쉽게 단죄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도 샤브롤은 명백히한다. 때문에 [도살자]의 멜로 드라마는 도피적인 면모가 강하다. 이런 도피적인 멜로 드라마는 자해한 뒤 죽어가는 포폴을 싣고 엘렌이 밤의 도로를 질주할때 극한에 달한다. 이 순간 관객은 포폴을 두려워하면서도 진심으로 동정하고 그가 엘렌과 함께 행복하길 바란다. 포폴은 깨어났지만 환대받지 못하는 착한 원시인이며, PTSD를 앓는 군인이다. 구체적인 정치 메시지를 담은 영화는 아니지만, 포폴의 캐릭터는 알제리 전쟁의 맥락과 연계될 수 있을 것이다. 병원에 들어갔을때 샤브롤은 병원 의사들이나 병원 풍경을 보여주지 않고 포폴과 엘렌의 샷-리버스 샷만을 고집하면서 둘만의 감정을 기어이 완성시킨다.

하지만 그 완성은 동시에 죽음을 의미한다. 결국 두 사람은 이 세상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관계였고, 엘렌의 마음을 간직한 채 포폴은 쓸쓸히 죽는다. 샤브롤은 이제 홀로 남은 엘렌의 모습을 보여준다. 엘렌을 보여주는 마지막 쇼트야말로 [도살자]의 무표정한 쓸쓸함을 집약하고 있다. 다시 찾아온 사랑이 비극으로 끝난 뒤, 엘렌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이때 샤브롤은 엘렌 뒤에 물안개와 불이 켜진 차 전조등을 보여준다. 엘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남겨진 엘렌이 이어갈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샤브롤은 그저 물안개라는 흐릿한 상황 속에 등대처럼 켜진 전조등을 통해 엘렌과 포폴의 사랑을 집약한다. 파국으로 끝났지만 그래도 무의미하지 않았다듯이. [도살자]가 만약 샤브롤의 대표작으로 불릴 수 있다면 샤브롤의 무표정함이 상당히 절절하게 메아리치고 있는 영화기 때문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0  Comments,   0  Trackbacks
20170507

얼마 안 있으면 19대 대통령 선거... 죽기 전까지 탄핵당해 선거일이 바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Long Season > 일상/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0507  (0) 2017.05.07
20170427  (0) 2017.04.27
20170328  (0) 2017.03.28
27번째 생일  (2) 2017.03.09
20170223  (0) 2017.02.23
20170131  (0) 2017.01.31
0  Comments,   0  Trackbacks
Pete Rock - Play Dis Only At Night

제가 힙알못 (힙스터 알못, 힙합 알못 뭐든 간에)이긴 하지만 이 앨범이 상당히 좋은 연주 힙합 앨범이라는건 알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야밤중 도시의 정경을 제대로 잡아내고 있는 비트와 소울과 펑크의 고전을 인용하는 샘플링, 그루브가 담겨있는 찰진 앨범입니다. 한밤중에 듣고 있으면 밤의 정경에 절로 녹아든다고 할까요. 곡 하나하나의 완성도도 높고, 앨범을 쭉 놓고 들어도 집중력이 높은 앨범입니다.

제이 딜라의 유작 앨범과 함께 흑인들의 관점에서 턴테이블리즘이나 DJing, 비트메이킹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행해지는지, (세대적으로 보면 이 분은 드 라 소울이나 ATCQ, 딜라 같은 얼터너티브 힙합 세대인 사람입니다.) 잘 알 수 있는 앨범입니다. 그 점에서 힙합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강력 추천드립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Headphone Music >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Aesop Rock - Daylight  (0) 2017.05.19
Pete Rock - Play Dis Only At Night  (0) 2017.05.01
Van Morrison - Cyprus Avenue  (0) 2017.04.21
Fishmans - ずっと前  (0) 2017.04.13
Venus Peter - Every Planets Son  (0) 2017.04.05
Ben Sidran - Get It Yourself  (0) 2017.03.31
0  Comments,   0  Trackbacks
20170427

대통령 선거가 얼마 안 남았는데... 정말 좋은 대통령이 뽑혀야 될건데 말이죠.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Long Season > 일상/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0507  (0) 2017.05.07
20170427  (0) 2017.04.27
20170328  (0) 2017.03.28
27번째 생일  (2) 2017.03.09
20170223  (0) 2017.02.23
20170131  (0) 2017.01.31
0  Comments,   0  Trackbacks
숏 컷 [Short Cuts] (1993)

2017/04/19 - [Deeper Into Movie/리뷰] -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 [McCabe & Mrs. Miller] (1971)

로버트 알트만의 [숏 컷]의 시작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살충제 헬리콥터다. 중요한 점은 이 헬리콥터에 대한 정보가 보이스 오버 형식을 통해 인물들이 보는 뉴스로 전해진다는 점이다. 도입부의 의도는 명백하다. 알트만은 불특정 다수의 개인적인 영역에서 일어나는 파편화된 사건들을 조합해서 그릴 예정이다. 몇몇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도중에 만나겠지만 몇몇은 영화가 끝날때까지 만나지 못할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같은 LA 하늘 아래에서 살고 있다. 알트만은 이렇게 분절된 개별 캐릭터들을 하나의 영화로 묶는 과정을 헬리콥터-살충제-뉴스를 거쳐 도식화하고 암시한다.

조각나고 분절된 상황처럼 보이지만 하나로 엮어지는 [숏 컷]의 서사 구조 자체는 알트만 영화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익숙할 것이다. 알트만은 이미 [내시빌]에서 이 도식을 완성시킨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소 느슨하게 구성되어있던 [내시빌]과 달리, [숏 컷]은 훨씬 치밀하게 직조되어 있다. 레이먼드 카버가 쓴 단편 소설들을 엮어낸 [숏 컷]의 캐릭터들과 상황들은 하나하나가 인상적이기에 도입부의 교통정리가 끝나면 그들이 누군지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웨이트리스가 일으킨 교통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부, 돌아다니며 불륜을 저지르는 경찰, 시체를 발견하고도 신고하지 않고 낚시에 집중하는 사내들, 어릿광대 일을 하는 여자....

레이먼드 카버가 제공하는 세계는 그야말로 질척하기 그지 없다. 원작 소설도 그렇지만, 카버의 세계는 침이나 땀으로 범벅이 된 원초적인 본능이 구질구질한 감정들과 계급 양태랑 얽혀있는 리얼리즘의 세계다. 시체가 잠긴 강에서 남편이 건져올린 생선을 먹었다가 역겨워하는 아내, 술과 담배로 쩌든 집에 앉아 기계적인 폰섹스를 나누는 여자, 아들을 잃은 슬픔을 생일 케이크를 먹으면서 해결하는 부부... 카버의 세계에서 욕망과 감정은 날것으로 내던져지고, 인물들은 그 폭풍 속에서 끙끙 머리를 앓으며 욕설을 내뱉는다. 알트만은 그 영역에 발을 내딯으며 생생하게 그 폭풍을 잡아낸다. 그 점에서 [숏 컷]은 존 카사베티스의 세계에 가까운 알트만 영화일것이다. 비슷한 알트만 군상극이였던 [내시빌]이 기본적으로 학자의 시점을 견지했던 것과는 대조된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관객은 알지만, 작중 인물들은 모르는 정보의 차이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개별 시퀀스 내에서도 꾸준히 등장인물들을 마주치게 하고 심지어 중대한 사건까지 일으키지만, 그 인과관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웨이트리스 도린은 자신이 친 아이가 죽어버린걸 끝내 알지 못한채 괜찮을거라고 믿으며, 메리안과 랄프가 꼴불견으로 싸웠던 것을 클레어와 스튜어트는 알지 못한다. 이렇듯 [숏 컷]은 인물들은 단선으로 이해하고 있는 상황을 관객이 입체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면서 감정적인 긴장을 만들어낸다. 그 긴장은 안타까움이기도 하고, 블랙 코미디적 조소이기도 하고 허무함이기도 하다.

어떤 점에서는 얄밉고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숏 컷]은 독립적이었던 카버의 단편들이 하나의 세계에서 서로 얽히고 섥히게 한 뒤, 조감하면서 생기는 거리감이 있다. 주인공들의 고민과 감정은 묵직하고 진지하지만 영화가 취하고 있는 헬리콥터의 시점에서는 일부에 불과하다. 단일 구조에서는 진지했을 감정들과 행동이 각각의 상이한 구조가 얽히고 파편화되면서 전체적인 인상은 가벼워지는 것이다. 알트만의 이런 태도는 상이한 음표들을 모아서 통일된 곡으로 만들어내는 작곡 과정을 연상케 하는 구석이 있다. 실제로 [내시빌]이 그렇듯이 [숏 컷] 역시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샷을 집어넣어 영화의 전체적인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다.

[숏 컷]의 마지막은 카버의 리얼리즘을 흔드는듯 하면서, 동시에 카버가 추구했던 인생의 깨달음를 동시에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의 결말에 등장하는 지진과 살해는 뜬금없고 당황스럽다. 노골적으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표방하는 이 영화의 결말은 그러나 상당히 일관된 이해의 결과물이다. 먼저 지진은 도입부에 등장한 살충제와 수미상관적 댓구를 이루는 도구다. 살충제가 모기를 죽이는 유독한 물질로,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시점을 제시했다면 지진은 그 시점의 존재감과 죽음의 존재를 다시 확인시키며 파편화되어있던 사건들을 일시적으로 하나로 묶는다. 지진 앞에서 느끼는 공포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며, 동시에 살충제의 유독성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 지진은 궁극적으로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알트만은 끝없이 지리하게 이어질것만 같은 개별 일상의 리듬에 격렬한 충격을 가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는 인물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아이러니를 끌어낸다. 극단적인 욕망이 살해라는 행위로 폭발하지만, 그 극단 역시 자연스럽게 일상의 리듬으로 회귀하는 아이러니. 심지어 알트만은 짜증나서 유기했던 개를 다시 찾아와 데려오는 서브플롯을 집어넣으면서 그 아이러니를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이 아이러니는 도덕적으로 쉽게 판별될 수 없는,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숏 컷]은 군상극 이외의 알트만적 인장인 '아이러니'를 발견할 수 있는 영화기도 하다.

[숏 컷]은 그런 아이러니에서 긍정과 부정 어느 쪽으로 떨어지지 않는 독특한 영화다. [내시빌]에서 있었던 얄밉고 냉소적인 태도는 여전하지만, 알트만은 카버가 담아냈던 '인생에서 일어나는 긍정과 부정, 그리고 기이한 깨달음'이라는 테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성공했다. 이 영화의 무지막지한 길이는 그 파편화된 긍정과 부정을 하나의 영화로써 조각모음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라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숏 컷]은 후기 알트만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영화이며, 단편의 흐름을 공시성을 가지고 조직했다는 점에서 서사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밀어붙인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0  Comments,   0  Trackbacks
Van Morrison - Cyprus Avenue

여성 편력이 쩌는 북아일랜드 영감님이지만, 그래도 좋은건 좋다고 해야죠. 도입부부터 꾸준히 하프시코드와 은은하고 목가적인 재즈 임프로바이제션, 남성미 넘치는 블루아이드 소울풍 모리슨의 보컬이 포크와 재즈를 오가면서 독특한 곡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신비로운 목가성이 넘치는, 레전설로 남을만 곡입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Headphone Music >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Aesop Rock - Daylight  (0) 2017.05.19
Pete Rock - Play Dis Only At Night  (0) 2017.05.01
Van Morrison - Cyprus Avenue  (0) 2017.04.21
Fishmans - ずっと前  (0) 2017.04.13
Venus Peter - Every Planets Son  (0) 2017.04.05
Ben Sidran - Get It Yourself  (0) 2017.03.31
0  Comments,   0  Trackbacks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 [McCabe & Mrs. Miller] (1971)

(누설이 있습니다.)

로버트 알트만의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의 시작은 그래도 익숙한 서부극 도입부다. 떠돌아다니던 한 남자가 개척 마을에 당도하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전형적인 서부극의 도입부를 예상할 것이다. 하지만 알트만은 심술궃게도 서부극에서 기대할법한 상황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주인공 존 맥케이브는 총을 꺼내거나 악당과 대치하는게 아니라 카드를 꺼내들어 포커판을 벌인다. 그 광경을 보면서 사람들은 맥케이브에 대한 소문 (아이러니하게도 "악당을 잔혹하게 죽인 악랄한 총잡이"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서부식 소문이다.)을 수군거린다. 다음 시퀀스. 맥케이브는 어느새 이 마을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 요컨데 도입부 시퀀스와 다음 시퀀스 간의 격차가 느껴진다.

맥케이브가 어느 정도 기틀을 닦아놓은 마을에 영국인 포주 콘스탄스 밀러가 당도한다. 밀러 부인으로 불리는 이 여자는 냉정하고 현실적인 사업가다. 그는 맥케이브에게 마을을 문명화할수 있는 사업을 제안하고, 그들은 계약을 맺는다. 마을 창녀의 구질구질함을 지적하며 투자 비용을 요구하는 밀러 부인의 대사는 알트만이 서부의 야만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하는지 잘 알려주는 대사다. 영국인인 밀러 부인이 보기엔 미국 서부는 문명의 손길이 못한 낙후된 지역에 불과하다. 

사실 고전 서부극에서도 야만성은 미화되지 않고 오히려 거리감을 두고 섬뜩하게 그려졌지만,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의 접근 방식은 기본 전제부터가 다르다. 이 영화의 관점은 존 포드를 비롯한 서부극 감독들보다는, 경제학의 논리에 가깝다. 자연히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 속 서부는 다른 모습을 띌 수 밖에 없다.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의 관계는 사업 투자와 개발 계획에 대한 얘기로 가득하며, 인물들 역시 우아함을 찾아볼 수 없다. 섹스 조차도 일종의 상거래적인 행위로 묘사된다. 보타이 정장, 털코트를 입은 채 트름을 하며 돌아다니는 맥케이브는 우아하고 고독한 무법자가 아니라 약삭빠른 도박가이자 지방 유지에 가깝다.

자연히 배경이 되는 공간 역시 완전히 다르다.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의 배경이 되는 마을은 일반적인 서부극에게서 기대할 쨍한 햇빛 아래의 사막이 아니다. 오히려 깊숙한 산 속 눈내리는 마을의 질척한 진흙과 더러운 눈더미로 가득한, 척박한 동네다. '눈'과 '비'는 그 점에서 일종의 장벽과 같은 역할을 함과 동시에, 영화의 분위기를 결정하고 있다. 여기다 산으로 둘러쌓여 평원조차 찾아볼 수 없는 주변 환경은 유폐된듯한 느낌마저 주게 한다.

여기서 촬영 기법에 대해 언급해야 되겠다. 이 영화의 촬영감독인 빌모스 지그몬드는 렌즈에 뿌연 느낌을 강조하는 디퓨전 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디퓨전 필터는 극도로 로맨틱한 질감을 강조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반대다. 이 영화의 질감은 (고감도 필름을 썼는지) 필름 입자가 강조된, 탁하고 희뿌연 질감이다. 이 거칠거칠한 화면에다가 상술한 눈과 비가 상시 내리는 작중 배경이 겹쳐지면 영화 속 한기는 단순히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은 한기의 영화다. 그리고 그 한기 속 서부의 정경은 로맨티시즘이 깃들 여지조차 없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은 서서히 꽁꽁 싸맸던 현실주의자의 갑옷을 벗어던지는 영화기도 하다. 알트만이 선택한 '탈의'의 방식은 아이러니다. 그리고 그 아이러니는 반-서부극으로써 자본주의와 서부극으로써 전통적인 공동체를 오가면서 생긴다. 발단은 지방 유지들의 재산을 탐식하는 기업의 등장이다. 번창하는 맥케이브의 마을에 눈독들이는 해리슨 쇼네시 광산 회사가 맥케이브에게 접근했을때, 맥케이브는 거만을 떨면서 그들의 제안을 거부한다. 자본가로써 자신의 가치를 확신하기에 가능했던 행동이다. 여기까지는 이전 장면들처럼 철저히 자본주의적 가치에 기반해 있다.

맥케이브가 뒤늦게 마음을 돌려서 제안을 받아들이려고 했을때, 실책은 돌이킬수 없는 파국으로 돌아온다. 회사에서 고용한 킬러 삼인조 (버틀러, 브리드, 키드)을 문명의 방식으로 방어하려고 했던 맥케이브의 시도는 철저히 실패로 돌아간다. 이 삼인조는 상당히 흥미로운 캐릭터들이다. 그들은 서부극의 사악한 악당들이지만, 동시에 거대 기업의 하수인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묘한 포지션을 점하고 있다. 이들이 등장하면서 갑자기 맥케이브의 토착 자본주의는 자본주의는 현대화된 기업 앞에서는 사라져야 하는 서부와 동일시된다. 알트만은 여기다 맥케이브가 무법자는 커녕 총조차 제대로 쏘지 못하는 건달이라는걸 폭로하면서, 맥케이브를 강제적으로 서부의 사나이가 되도록 몰아붙인다.

이 지점부터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은 지금까지 폐기했던 고전 서부극의 가치로 은근슬쩍 돌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일면 자본주의에 찌든 것처럼 보였던 캐릭터들의 인상이 달라지는 부분도 이 지점부터다. 맥케이브는 자신의 본성이 건달이라는걸 잘 알고 있으며, 자신에게 꼬이는 여자는 창녀 밖에 없다고 자조한다. 그의 자조는 그가 왜 밀러 부인이 제시한 매각/이주 제안을 거부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그는 마을 경영 시뮬레이션을 플레이하는 게이머처럼 공동체의 정 따윈 관심없고 이득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마을을 떠나지 못한다. 답은 간단하다. 이 마을에서 그는 선구자로 존경받기 때문이다.

아마 별 의미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하루하루 살아온 맥케이브에게는 처음으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있었을 것이다. 킬러 삼인조에게 거부 당하고 맥케이브가 화를 내는 장면에서 비티와 알트만은 자신의 성취감이 부정당해서 화가 났다는걸 명백히 한다. 이 지점부터 맥케이브는 고전적인 서부 사나이의 모습로 돌아간다. 밀러 부인과 다툰 뒤, 사과하면서 자신의 심경을 고백하는 장면은 정말 통속적이지만 제대로 핵심을 찌르고 있다. 맥케이브는 고결함 따윈 없는 이기적이고 약삭빠른 사업가지만, 그 이상의 탐욕을 바라지 않고 만족해하는 터무니없는 이상주의자이며, 거칠고 투박한 로맨티스트다. 이 너저분한 이상주의자가 마침내 모든 외피를 벗어던졌을때, 밀러 부인은 그 진심을 인정하게 된다. 일견 서부극과 어울리지 않는, 내성적이고 수줍은 레너드 코헨의 포크곡들이 진가를 발휘하는 때도 이때다.

하지만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은 자본주의를 다루는 영화다. 이 말은, 맥케이브의 이상주의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밀러 부인은 그걸 잘 알고 있던게 분명하다.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의 결말은 차갑지만 비장미가 느껴지는 서부 사나이의 비극과 살아남을 자들의 단결, 한 개인의 모호한 동선을 통한 애도가 겹쳐져 있다. 같이 섹스를 하고 난 뒤 밀러 부인은 맥케이브를 떠나 쓸쓸히 사라진다. 알트만이 밀러 부인이 어디로 갔는지 미스터리로 남겨두는 동안, 맥케이브는 총을 꺼내들고 킬러 삼인조와 어설프게 싸우다가 눈 속에 파묻혀 죽는다. 맥케이브가 역사 속으로 냉동되는 동안 알트만은 불타오르는 교회를 끄려고 하는 마을 사람들을 중간중간 보여주면서 아이러니를 강화한다. 그리고 알트만은 맥케이브가 줬던 보석을 바라보는 밀러 부인의 눈을 클로즈업 하는걸로 끝난다.

밀러 부인의 심경이 제대로 표현되진 않지만, 적어도 밀러 부인은 맥케이브와 킬러 삼인조간의 대결, 나아가 해리슨 쇼네시의 탐욕을 막을 수 없는 위치다. 그렇기에 밀러 부인은 그저 개인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도주를 제안하지만 맥케이브는 거절하고 죽는다. 밀러 부인이 어떻게 살지는 미지수지만, 해리슨 쇼네시 손아귀에 들어간 마을에서 밀러 부인의 입지가 좁아질 것은 분명하다. 이제 맥케이브로 대표되던 지방 유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는 끝났고 도시에서 온 자본주의의 시대가 도래했다. 밀러 부인 역시 자신 역시 사라질 것을 예감한다. 알트만은 그런 밀러 부인의 우울하고 허탈한 심정을 줄리 크리스티의 조용한 침묵이 담긴 얼굴과 눈을 통해 모호하지만 근사하게 표현해낸다.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은 반서부극/수정주의 서부극의 대표작으로 불리지만, 역설적으로 이 영화가 보여주는 안티테제는 서부극의 원형을 이해해야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알트만은 반서부적 가치와 서부적 가치 사이를 오가며 아이러니와 쓸쓸함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단순히 서부극을 반대하기 위해서 이 영화를 본다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소멸의 안타까움과 애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알트만은 중간중간 서사에 복속되지 않거나, 추상적인 샷을 통해 (상술한 결말이 그렇다.) 영화의 주제를 꼬아서 표현하는데 이게 효과적이였는지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영화는 차가운 한기의 아름다움으로 한 시대의 종언을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은 뉴 아메리칸 시네마 시절에만 나올 수 있는 독특한 서부극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0  Comments,   0  Trackbacks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 [새벽을 부르는 루의 노래] 예고편

갓아사 갓사아키 존경합니다. 그러니 한국 개봉도 하야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0  Comments,   0  Trackbacks
Fishmans - ずっと前

드디어 [空中キャンプ] 리마스터반을 구했습니다. 내친 김에 기존에 있던 [宇宙 日本 世田谷]도 리마스터반으로 바꿨고요. 제대로 듣는건 이번이 처음인데 일렉트로닉보다는 생각보다 밴드 중심의 변종 레게에 중심이더라고요. 그래도 피시만즈의 경박한듯 하면서 쓸쓸한 감수성을 만끽하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 곡은 처음 들었을때 꽃혔던 곡입니다. 맑게 울리는 스틸 기타와 드럼머신, 현악이 인상적이죠. 'SLOW DAYS'의 쿨한 휘청임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Headphone Music >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Pete Rock - Play Dis Only At Night  (0) 2017.05.01
Van Morrison - Cyprus Avenue  (0) 2017.04.21
Fishmans - ずっと前  (0) 2017.04.13
Venus Peter - Every Planets Son  (0) 2017.04.05
Ben Sidran - Get It Yourself  (0) 2017.03.31
馬の骨 - 燃え殻  (2) 2017.03.23
0  Comments,   0  Trackback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