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창문
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Teenage Fanclub - [Shadows] (2010)


Secret Sunshine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 밴드 틴에이지 팬클럽의 새 앨범의 제목 [Shadows]은 아이러니하기 그지 없다. 이 제목 아래 담겨있는 곡들은 그림자라기 보다 차라리 햇살에 가까운 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앨범을 조금만 들어보면 이 앨범 제목이 나름대로 시적인 은유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강렬한 햇살이라기 보다 어느 정도 음영 (멜랑콜리)을 포함한 햇살이라고 할까.

이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틴에이지 팬클럽은 처음부터 멜랑콜리를 노래했기 때문이다. 초기 대표작 [Bandwegonesque]도 고전적이면서도 쟁글쟁글한 팝 멜로디를 그런지의 역동적인 힘과 노이즈 피드백으로 담아낸, (듣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사랑과 청춘에 관한 슬픈 송가였다. 그리고 이런 스타일은 한 시대를 살아가던 젊은이들의 송가를 넘어서 내성적인 인디 팝을 추구하던 뮤지션들의 교과서가 되었다. (대한민국에선 줄리아 하트가 대표적일 것이다.)

하지만 [Shadows]가 담아내는 멜랑콜리는 [Bandwagonesque]하고는 다르다. 당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둘 사이엔 근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지 않는다고 했는가. 데뷔 2년차의 풋풋한 신인였던 멤버들은 모두 40대 중년 뮤지션이 되었으며, 그들을 칭송했던 커트 코베인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심지어 그들을 "세계에서 두번째로 위대한 밴드 (물론 첫번째는 오아시스)"라 칭송했던 리엄 갤러거마저 오아시스를 떠났다. 틴에이지 팬클럽 본인들도 크리에이션과 소니 레코드를 떠나 자신들의 레이블을 만들어 머지 레코드를 통해 자신들의 앨범을 알리고 있다. 한마디로 [Shadows]의 멜랑콜리는 나이를 먹었다.

이런 변화 혹은 성숙은 10년전에 나왔던 [Howdy!]에서 시작됬을지도 모른다. 가슴 에일 정도로 달달했던 노이즈 피드백과 멜로디의 시너지가 사라졌고, 대신 부드러운 멜로디와 보컬 화음, 쟁글거리는 기타가 그것들을 대체했다. 사실 초기에도 빅 스타 (그리고 그 전신인 박스 탑스), 버즈, 라즈베리스, XTC 같은 7-80년대 파워 팝 밴드와 포크 팝 뮤지션들에게 경의를 표했지만 이 앨범은 경의를 넘어서 오마쥬의 경지 (특히 빅 스타)에 이르고 있다. 한편 <Near You>, <Dumb Dumb Dumb>, <The Town and the City>처럼 소리의 층위에 대해 관심이 보이는 곡들도 있었는데, 이는 브라이언 윌슨와 필 스펙터의 업적을 자기 식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도는 결국 2005년 [Man-Made]에서 토어터즈 멤버였던 존 맥킨타이어를 프로듀서로 끌어들이는 파격적인 선택으로 다시 드러난다.

나쁘진 않았지만 서로 조금씩 손해본다는 느낌이 강했던 (*) [Man-Made]와 달리, [Shadows]는 화사하면서도 자유롭다. 다시 말하자면 [Shadows]는 전작보다 멜로디 지향적이며 꽤나 인상적이다. 맑은 스트러밍 기타로 시작해 현악 연주를 타고 날아오르는 첫 트랙 <Sometimes I Don't Need to Believe in Anything>, 고르키스 자이고틱 민치 멤버 유로스 차일드가 참여한 목가적인 멜로디의 첫 싱글 <Baby Lee>, 드라이빙 강한 전자 기타로 초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Shock and Awe>, 캣 스티븐스 풍의 피아노와 살짝 컨트리 풍의 현악이 곁들어진 포크 팝 넘버 <Dark Clouds>, 카우보이 정키스 풍의 느릿한 루츠 발라드인 <Sweet Days Waiting>까지 익숙하지만 좀 더 성숙해진 멜랑콜리가 담겨져 있다. 위에서 언급한 소리의 층위에 대한 관심도 어느 정도 결실을 맺는데, 만돌린 풍의 아르페지오 기타가 인상적인 <The Past>와 살짝 앰비언트한 신시사이저 피아노로 곡을 시작하는 <Into the City> 같은 곡이 그렇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이 앨범은 혁신적인 앨범이 아니다. 팝의 궤도를 지키면서도 살짝 꼬인 변칙과 개성을 더하는 이들의 작곡 스타일은 이들이 버즈와 빅 스타, XTC의 후손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으며, 이런 스타일에서 만들어진 앨범의 수록곡들은 팝에 충실하다. 가사 역시 일상의 희노애락을 잡아내는 정도다. 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이 앨범이 고루하다고 무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늙는 것도 만만치 않게 어려운 이 세상에서 이들이 늙어가는 방식은 정말이지 멋있다. [Shadows]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한 중견 밴드의 신실한 수작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첫 내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
모 분의 말을 빌리자면, 틴에이지 팬클럽은 세밀한 음촉으로 승부를 보는 케이스다. 반대로 존 맥킨타이어는 분위기와 공간감으로 승부를 보는 케이스다. 그래서 손해 볼 수 밖에 없었던 거 아닐까 싶다. 이는 Man-Made와 맥킨타이어의 또다른 프로듀서 대표작인 스테레오랩의 Emperor Tomato Ketchup과 비교해보면 감을 잡을수 있을 것이다

3  Comments,   0  Trackback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