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창문
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Herbie Hancock - [Head Hunters] (1973)

재즈는 간신히 기초만 뗀 수준이지만 그 중 허비 행콕과 마일즈 데이비스는 무척 좋아합니다. 마일즈야 뭐 신이니 말이 필요없고, 허비 행콕은 어찌보면 마일신보다 더 자주 들었는데 블루 노트 시절 쿨 재즈의 영향권에 있으면서도 그루비한 감각이 느껴져 뭣도 모르던 아새였던 저에게 상당히 쿨하게 들렸습니다. (비록 블루 노트 era 베스트 들은게 전부지만;) 그러다가 2011년부터 재즈를 좀 들어보자, 라는 생각에 존 콜트레인의 [Blue Train]과 함께 사왔습니다.

왜 이 앨범이냐면, 제가 전통적인 재즈 영역에 속해있었던 블루 노트 이후 era의 허병국에 대해선 일천해서 궁금했습니다. 허비 행콕은 이 앨범을 내기 전까지 블루 노트 - 워너 - 컬럼비아 순으로 이적을 했는데, 워너 시절에도 [Mwandishi], [Crossings], [Sextant] (이건 컬럼비아 시절)이라는 문제작들을 줄줄이 내놨다고 하는데 일단 가장 잘 알려진 이 앨범에서 출발을 하는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앨범을 사 왔습니다.

듣고 제대로 놀랬습니다. 허병국 흉이 클라비넷과 휀더 로즈, ARP 신스를 떡 주무르듯이 마구 주물러대고 폴 잭슨의 베이스와 베니 머핀의 관악기가 은은히 깔리는 와중에 하비 메이슨과 빌 섬머스의 드럼 세션이 뒤에서 탄탄히 받쳐주면서 만들어내는 최면적인 그루브가 막 잡은 생선처럼 마구 생생하게 펄떡펄떡 뛰어다니는게 충격이였습니다. 

특히 <Chameleon>에서 절도 있는 휭키함으로 시작해 미친듯이 충만한 임프로바이제이션을 갈겨대다가 어느 순간 날카로운 포텐이 딱 터져버리는 연주를 펼치는 허병국 흉의 건반은 지금 들어도 신선하다는 느낌입니다. 첫 프레이즈만 들어도 오르가즘을 느끼며 그냥 씡난다!를 외치며 듣게 됩니다. 블루 노트 시절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Watermelon Man>을 컷 앤 페이스트적인 관점으로 해체하고 재조립한 리메이크도 원곡과 다른 맛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론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사이키델릭 퓨전 휭크에 영감을 받아 신명나는 프리 재즈 굿판을 벌이는 <Sly>, 잔잔히 앨범을 정리하는 <Vein Master>도 훌륭하고요.

사실 퓨전 재즈에 대한 제 인상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였습니다. 팻 메스니를 듣고 '심심하다. 재미없네.'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서 말이죠. 그런데 이걸 듣는 순간 그 안 좋은 인상이 확 씻겨져 나갔습니다. 블루 노트 era때 느껴졌던 천재적인 건반 연주가 이런 미친 방법론을 타고 폭발하는데 어찌 안 좋아하겠습니까.  이것은 당대의 스튜디오 기술과 후배들의 댄스 음악을 긍정한 천재 재즈 뮤지션의 불경한 일렉트릭 휭키 재즈 세션입니다.

결국 다음달에 [Crossings]을 사기로 했습니다. (버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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