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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타이거 앤 버니 [TIGER & BUNNY] (2011)


일본, 2011

선라이즈, 반다이 비주얼, 마이니치 방송. 총 25화x25분. 화면비 1.78:1

감독: 사토 케이이치さとうけいいち
시리즈 구성/각본: 니시다 마사후미西田征史
캐릭터 원안/히어로 디자인: 카츠라 마사카즈桂正和 
캐릭터 디자인: 하야마 켄지羽山賢二/야마다 마사키山田正樹 
메카 디자인: 안도 켄지安藤賢司 
음향감독: 키무라 에리코木村絵理子 
음악: 이케 요시히로池頼広 

캐스트: 히라타 히로아키平田広明 (와일드 타이거 / 카부라기 T. 코테츠) 모리타 마사카즈 森田成一 (버나비 브룩스 Jr.) , 코토부키 미나코寿美菜子 (블루 로즈 / 카리나 라일), 오카모토 노부히코岡本信彦 (오리가미 사이클론 / 이반 카레린), 쿠스노키 타이텐楠大典 (록 바이슨 / 안토니오 로페즈), 이세 마리야伊瀬茉莉也 (드래곤 키드 / 황 파오링), 이노우에 고우井上剛 (스카이 하이/ 키스 굿맨), 츠다 켄지로津田健次郎 (파이어 엠블렘 / 네이선 시모어) 카이다 유코甲斐田裕子 (아니에스 쥬베르), 후쿠다 노부아키福田信昭 (앨버트 매버릭), 히다카 리나日高里菜 (카부라기 카에데)


[TIGER & BUNNY]는 요새 '보기 드문' 일본제 아니메이긴 하지만, 장르 전체 역사에서 보자면 흔해 빠진 축에 속합니다. 당장 가까운데서 찾아보자면 커머셜/셀레브레티 히어로라는 같은 소재를 공유하고 있는 [초인동맹에 어서오세요!] 같은 한국제 라이트 노벨도 있으며, 멀리 가면 마블이나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화두화시킨 앨런 무어의 [왓치맨], 2000년대 들어 헐리우드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현실의 무게에 고뇌하는 히어로물’-2000년대 들어서 진행된 실사판 [스파이더맨], [배트맨] 시리즈, 이보다 조금 말랑한 느낌의 [인크레더블] (개인적으로 초인동맹보다는 이쪽하고 훨씬 가깝다고 생각합니다.)의 영역에 속해 있는 애니입니다. 이런 경우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과대평가하고 가능성은 파지도 않는 작품들이 꽤 있는데 [TIGER & BUNNY]는 그런 몰상식한 작품은 아닙니다.

[TIGER & BUNNY]가 이 장르를 이용하는 방식은 정석적이지만 상당히 영리합니다. 이야기 자체는 장르 원형을 따르긴 하지만, 사토 케이이치 감독과 각본가 니시다 마사후미가 그려내는 주인공 히어로들은 평범한 회사원들입니다. 다소 셀러브레티 면모가 있는 회사원들이죠. 이 부분에서 타이거 앤 버니는 [오피스]나 [IT 크라우드] 같은 풍자적인 직장 코메디 장르를 끌어옵니다.

애니가 주로 코메디로 삼는 것은 커머셜 히어로와 거기에 관계된 업계인들의 캐리커처, 코테츠로 대표되는 그 나이 또래 아저씨들의 너절한 태도 (거기엔 오지랖과 다소간의 허세도 포함됩니다.), 버나비로 대표되는 뻣뻣할정도로 ‘히어로물 주인공’ 특유의 진지한 태도입니다. 이런 전략은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각자의 장르에선 익숙한 이야기들이 다른 장르의 화법을 통하니 전혀 다른 느낌으로 화학 작용이 일어나게 된겁니다. [인크레더블] 수준의 풍성한 텍스트까진 아니지만 히어로 장르에 대한 흥미로운 주석이라 할 부분도 존재합니다. 애초에 사토 케이이치 감독도 특촬물/히어로 덕후인데다, [시티 헌터], [빅오], [얏타맨], [마징카이저], [슈퍼 레인저] 시리즈 같은 특촬물이나 액션 장르 애니들을 만든 사람이니깐요. 적임자라 할수 있는 사람입니다.
 


사토 케이이치와 각본가 니시다 마사후미가 이를 위해 동원하는 다양한 소품들과 슬랩스틱 코메디들은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특히 2쿨 후반에 등장하는 코테츠의 커피 장면은 유머가 풍부한데다 서스펜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토 케이이치의 전작들이 한없이 무겁고 시리어스했던 걸 생각해보면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검은색 덕후를 가지고 개그를 치던 [빅오]가 있긴 하지만 직접 감독한 것은 아니니 제외합니다.)

하지만 타이거 앤 버니의 유머는 풍자적이긴 하지만 블랙 유머이거나 매섭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패기많고 날카로운 20대를 보내고 사회에 안착한 성숙한 30-40대 장르 예술가가 자신과 자신의 환경들을 관찰하고 훗훗하며 웃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애니는 코테츠처럼 허당이지만 성실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일과 가치관에 임하는 로맨틱한 이상주의자들에게 동정적인 편입니다. 이 애니의 악당들은 그 이상주의자들을 비웃는 사람들이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니시다 씨가 캐릭터 메이킹과 그것을 굴리는 과정, 써내려가는 대사가 상당히 능숙합니다. 우선 단순한 섹시 어필 캐릭터로 끝났을 법한 블루 로즈가 자신의 만들어진 캐릭터에 불만을 표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상사와 계약 문제로 다투거나 찝쩍대는 오카마 캐릭터로 끝났을법한 파이어 엠블렘도 코믹 릴리프가 다소 과도하긴 하지만 꽤 유능한 경영인이자 조력자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성실한 어른으로 묘사됩니다. 아니에스도 단순한 훼방놓는 여성 상사 캐릭터를 넘어서 '자기 관리에 신경쓰는 프로 방송인'의 모습을 적지만 알차게 보여주고 있고요.
 


주인공 코테츠도 상당히 입체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단순히 오지랖이 넓고 고지식한 캐릭터 에서 머무르지 않고 오지랖이 깨알같은 코메디로 치환되기도 하고, 자신이 던진 오지랖이 역으로 돌아와 상처받고 고민하기도 하며 반대로 자신에게 닥친 문제 때문에 자괴감에 빠져 있지만 남들을 위해 애써 숨기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코테츠가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이 진리인줄 알며 턱에 힘만 주는데도 다들 어맛! 멋져! 하고 따르는 평면적이고 재수 없는 돌대가리 꼰대 캐릭터가 아니라 유머 감각이 있으며 나이스한 인물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점이 코테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높이고 있거든요. 게다가 그에 대해 별로 알리바이를 주지 않고, 필요하다면 주저없이 여러 고난에 빠트리고 유머꺼리로 만드는 각본의 태도도 그 나이스함을 배가하고 있습니다.

담당 성우인 히라타 히로아키도 그 점에서 꽤 좋은 캐스팅입니다. 그 나이대에 있을법한 아저씨의 모습과 허세, 고민을 잡아내 그 속에 슬랩스틱 코메디부터 진지함 모두 담아내고 있거든요. 연륜에서 나오는 느긋하지만 성실한 목소리엔 어른의 매력이 묻어나옵니다. 연기할 건덕지가 많은 캐릭터라 녹음하면서 굉장히 즐기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다른 주인공인 버나비는 덜 재미있습니다. 사실 얘는 무척이나 정통적인 '히어로물 주인공' 타입의 캐릭터거든요. 하지만 이 캐릭터의 고민은 상당한 당위성과 무게를 가지고 있으며 그 점에서 코테츠의 좋은 상대이기도 합니다. 코메디 상대역으로도 좋고요. 특히 각본이 저 ‘히어로물 주인공’이 으레 보이는 진지한 태도를 가지고 코메디를 만드는 부분이 상당히 뛰어납니다. (유명한 ‘네놈 반격인가!’이나 너무나 뻔뻔하게 그라비아 아이돌 촬영에 임하는 장면들은 정말 본인은 진지하지만 빵 터지는 부분이죠.) 모리타 마사카즈는 이 역을 맡을 수 있었던 또래 다른 남자 성우들보다 딱히 특출나게 잘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최소한 캐릭터를 잘못 해석해 뻣뻣하게 캐릭터와 겉돌거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무게를 허세로 추락시키거나 반대로 너무 무겁게 만들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아마 모리타 마사카즈 커리어에서 얼마 안 되는 빛나는 역일겁니다.

전반적으로 ‘늙다리’ 스러운 캐스팅이 돋보이는 애니인데, 다들 연륜답게 안정적으로 극의 연기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 사이사이에 배치된 신인들도 기능적으로 알맞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요. 성우 간의 화학 작용도 좋습니다. 아마 이런 훌륭한 앙상블 연기는 작년 가장 인상적인 성우 연기를 들려줬던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의 음향감독의 공이 클 것입니다. 물론 장르 특성상 코테츠를 제외하면 주인공 일행보다는 악역 쪽이 훨씬 인상적인 연기들을 들려주긴 합니다.
배경이 되는 슈테른빌트도 재미있는 곳입니다. 빅오의 패러다임 시티처럼 구식 미국 아니메의 모노톤의 묵직함과 전작 [카라스]와 [C]의 불야성의 대도시,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다양한 인종들과 사람들 묘사, 축음기나 [메트로폴리스] 같은 구식 SF의 향취와 스마트폰이나 화상통화 같은 현실 세계에 깊숙히 침투한 문명의 이기들이 공존하는 슈테른빌트 시의 묘사 는 매력적입니다.


아무래도 히어로물인지라 액션 액팅을 이야기해야 될 듯 합니다. 기본적으로 타이거 앤 버니의 액션은 서로 치고 받는 타격감과 무게감, 땀냄새를 강조하는 편입니다. (굿 럭 모드 연출만 봐도 알 수 있죠.) 전작 [카라스]에서 보았던 카라스장갑이 만들어내는 육중한 느낌과 타격, 그것과 대조되는 빠른 속도와 합이 만들어내는 장중한 느낌의 액션 연출에서 속도의 비중이 줄어든 느낌입니다. (예외라면 버나비 VS. 루나틱과 25화 막판 액션인데 이 장면들은 상당히 속도감이 있습니다. 스카이 하이도 예외에 속하는데 이 캐릭터도 상당히 빠른 액션을 선보입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심심하다 할 수 있는 액션 연출으로 느껴질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무와 액션의 합을 자세히 뜯어보면 상당히 리드미컬하게 잘 짜여져 있으며, 이를 통해 꽤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13화 연막 작전, 16화 시스 전의 처절하게 퍽퍽 치고 받는 부분이라던가, 23화에서 버나비와 코테츠가 도개교에서 싸우는 부분, 25화 마지막 전투 씬은 아날로그 액션 특유의 육중함과 장중함이 배어 있습니다. 이런 느낌의 느릿하고 합의 리듬과 타격감을 중시하는 연출은 솔직히 요새 ‘아니메’ 액션 연출에서 보기 드문 연출이라 신기하기까지 해요. (*요새 아니메의 액션 연출들은 타격감 보다는 작화를 왜곡하면서까지 과장되고 현란한 액션 연출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심지어 아날로그 향취의 땀내나는 액션과 타격감을 아니메로 가장 잘 재현해내기로 유명한 제작사 본즈조차도 여러 가지 작화 기교를 이용해 양념을 뿌리고 있죠.) 다만 히어로 간의 연계 작전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는 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아무래도 이야기 전개상 서로 연계할 기회가 적었던 게 큰 이유겠죠.

가끔 너무 정석적인 전개를 한다던가- 조금 더 영악하게 굴어도 괜찮지 않았나 싶네요.-능력자물 특유의 매력이 적다는 등 소소한 단점들 때문에 소위 괴물같은 걸작은 못되지만 [TIGER & BUNNY]는 요새 본 활극 활동사진 중에서는 최고급이라 할만합니다. 정말 이만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애니는 오래간만이여서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나 [그 날 본 꽃의 이름을... (아노하나)]도 이 경지까진 못 갔습니다.) 단점이 있더라도 전 관대하게 보고 싶습니다. 재기발랄하고 유머가 넘치고 아이디어도 잘 써먹는 장르 애니입니다.

P.S.1 리뷰 시스템을 바꿔봤습니다. 캐스트/크레딧을 추가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왠지 귀찮아서 다시 원래대로 복귀할것 같기도 하고 음 (...)
P.S.2 그런데 솔직히 좋은 애니라 생각하지만 이 엄청난 인기는 팬인 저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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