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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살인의 낙인 [殺しの烙印 / Branded to Kill] (1967)



살인의 낙인

Branded To Kill 
10
감독
스즈키 세이준
출연
시시도 조, 난바라 코지, 타마가와 이사오, 마리 안느, 오가와 마리코
정보
범죄, 액션 | 일본 | 91 분 | -


오즈 야스지로가 서민들의 삶과 어떤 찰나적인 깨달음을 하나의 정물화를 추구하고 오시마 나기사와 이마무라 쇼헤이가 그에 반대해 정치와 욕망을 스크린에 끌어들일때 스즈키 세이준은 싸고 빠르게 패스트푸드 같은 영화를 찍고 있었다. 이 말이 심하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사실이다. 1960년대 스즈키 세이준은 닛카츠 고용 감독으로 액션 오락 영화들을 찍고 있었다. 조감독 입사 시험으로 영화계에 들어왔다는 이력처럼 그는 도제식으로 감독의 자리에 올라선 사람이다.


스즈키 세이준이 한때 무시받았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위대한 감독들이 그렇듯이 생각없이 찍기엔 '생각과 아이디어가 많았다'는 점이다. 그는 영화를 찍으면 찍을수록 영화 문법들을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거기에 단순히 각본대로 찍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좀 더 기발하게 찍을수 있을까'라는 상상력을 동원해 뜯어고쳤다. 그 결과 괴상망측한 피조물들이 하나씩 탄생하기 시작했고 [살인의 낙인]은 그 정점에 서 있다.


[살인의 낙인]은 스토리만 놓고 보면 넘버원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며 동시에 넘버원이 되길 원하는 킬러 주인공 하나다 고로가 겪는 모험을 다루는 킬러 액션물이다. 더도 덜도 말고 평범한 B급 영화 이야기인것이다. 하지만 스즈키 세이준은 이를 완벽하게 비틀어버리고 있다. 하나다의 집착과 기벽 (밥냄새 페티쉬라는 전후무후한 페티쉬라니!)은 2.35대 1 흑백 스크린에서 마음껏 부풀어오르며 작중 상황은 황당하다 못해 종종 초현실주의로 나아간다. 이 와중에 저예산이라는 한계를 기상천외하게 뒤집어버린 미장센들과 전통적인 '정합성 중시'은 개무시해버리고 제멋대로 요리저리 튀는 컷과 사운드는 기괴한 유머를 흩뿌려댄다. 그 절정은 시공간을 완전히 뭉개버리고 종이 이미지와 하나다, 여러 소리들을 한 화면 위에 병치해 하나다의 강박관념을 드러낸 장면이다. 정말이지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우선 액션 영화의 흐름을 기대하고 본다면 이 영화는 '뭐냐 이거?!'일수도 있다. 실제로 액션 영화를 기대했던 닛카츠는 격분해 세이준을 잘라버리는 것으로 이 영화에 대한 비평을 대신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이상심리물로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깊이 있는건 아니지만 영화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기괴한 비주얼로 하나다의 '넘버원이 되고자 하는 강박관념'를 마구 찔러대고 있으며 그것은 상당히 효과적이다. 게다가 기본적이지만 강박관념의 밑바탕도 충실히 깔아두고 있어서 제법 설득력도 있다. ("짐승이에요! 우리는 짐승처럼 죽을거에요!" 같은 대사는 유치하지만 제법 강렬하다.) 그렇기에 시시할정도로 황당한 결말은 더욱더 강렬한 블랙 코메디로 남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너무 시대를 앞서 나갔고 (솔직히 지금봐도 이건 막나간다 싶을 정도다.) 그 결과 스즈키 세이준은 10년동안 감독을 하지 못하게 된다. 세이준 해고 다음해 닛카츠에서 영화를 만들던 이마무라 쇼헤이 역시 대작 [신들의 깊은 욕망]이 실패해 동시에 닛카츠에 찾아온 뉴웨이브는 그렇게 막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계속 남아 그 미친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스타일의 집착에 푹빠져버린 간지의, 간지를 위한 이상심리 액션물! 정말이지 이 정도로 여전히 장르 안에 머무르고 있으면서도 미쳐버린 영화는 다시 나오기도 힘들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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