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창문
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스플린터 셀: 혼돈 이론 [Tom Clancy's Splinter Cell: Chaos Theory] (2005)


스플린터 셀 시리즈 3번째 게임입니다. 북한 문제 때문에 출시가 되지 않았다는데 확실히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깝습니다. 이 3편으로 스셀은 정점에 달했거든요. 기본적으로 게임 디자인은 1,2편에 두고 있지만 그래픽 뿐만이 아니라 미션 구조 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습니다. 이걸 판도라 투모로우 1년 뒤에 냈다고...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니깐요.


우선 기본적인 게임 디자인은 전작들하고 같습니다. 여전히 샘은 전면전보다는 잠입과 농락으로 위태로운 상황을 돌파해야 하죠. 하지만 전작들과 다르게 이번엔 스텔스 점수라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사소한 변화 같지만 전등을 픽픽 깨트리거나 사람을 죽여도 그냥 넘어갔던 전작들과 달리 상당히 제한을 두고 있어서 민감한 플레이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부가 미션과 캠페인 시작전 장비셋을 선택할 수 있는 부분(근데 이건 좀 레인보우 식스스럽습니다)이 생겨서 플레이어의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습니다. 


새로 추가된 요소로는 먼저 해킹이 있습니다. 해킹 자체는 단순하지만 게임 진행 이상으로 스셀 세계관의 단편들을 엿볼수 있다는게 가장 매력적입니다. 또 칼로 찌른다던가 거꾸로 매달려 목을 비튼다던가 문을 꽝하고 열기, 이중 점프를 이용한 벽에 매달리기 등 다양한 행동들이 추가되고 에어 포일의 성능이 올라가는등 전작을 확실히 계승 발전 시킨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저 편의에서도 많이 발전해서 지도가 전작에 비해 훨씬 좋아졌고, 소리 바가 생겨서 상당히 편해졌습니다.


레벨 디자인도 파워업됬습니다. 치밀한 오브젝트/환경/잠입 포인트 배치와 그에 맞춘 AI 동선 설계, 각 스테이지마다 돌파해야 할 난제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미션이라면 서울 미션의 돌아다니는 감시 카메라, 도쿄 온천 미션에 등장했던 증기를 이용한 잠입 플레이를 꼽고 싶네요. AI들도 전작에 비해 파워업을 해서 노멀 난이도에서도 비닐을 찢는다던가 키패드를 해킹하면 알아차리는 등 제법 괜찮은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시나리오도 좋습니다. 갈등이 훨씬 복잡하게 꼬여 돌아간다고 할까요. 남북한이 전쟁 나는 부분이라던가 관련 스테이지가 꽁기하긴 하지만-만약 저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전 고기방패가 됬겠지요-그래도 동아시아의 역사/정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플롯에 영리하게 녹여내고 있습니다. ...슬프게도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한 시나리오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조금 단선적이였던 전작들과 달리 반전과 복선을 영리하게 써먹고 있어요. 현지 고증도 생각외로 훌륭합니다. (...어디까지나 생각외지만. 특히 서울 부분은 좀 오락가락;)


또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던 전작들의 악역과 달리 더글라스 셔틀랜드와 오토모 토시히로는 제법 좋은 악역입니다. (후자는 찌질하긴 하지만...) 특히 셔틀랜드는 제법 강렬해요. 피셔에게 걸맞는 무게와 일관된 사상을 지닌 숙적입니다. 스셀 시리즈 악당 중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려 너무 일찍 퇴장한거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저라면 한 두 편 더 써먹었을겁니다. 전반적으로 유머와 캐릭터의 디테일이 상당히 늘었다는 것도 플러스입니다. 피셔라는 캐릭터를 확고하게 만들고 잔재미를 더해주고 있다고 할까요.


단점이라면 초보에겐 여전히 불편하다는 것... 튜토리얼을 메뉴에 때려박고 시작하자마자 그냥 던져버려서 기존 스셀 팬들이 아닌 사람이라면 조금 난감할지도 모릅니다. 저도 사실 이걸 처음 잡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으니깐요. 여전히 초보들에게 친절한 작품은 아닙니다.


혼돈 이론은 확실히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더욱 촘촘하고 치밀하게 엮은 걸작이라고 할까요. 다소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1,2편들과 달리 3편은 낡지 않는 단단함이 느껴집니다. 이후 더블 에이전트가 시리즈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과격한 시도를 했다는걸 생각해보면 혼돈 이론은 스셀 시리즈의 정체성을 정립함과 동시에 정점에 도달했다고 볼수 있을겁니다. 동시에 이런 하드코어함 때문에 외려 컨빅션에서는 다른 방향을 취했구나 라는 생각도 드네요.

4  Comments,   0  Trackback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