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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201601 도쿄 여행기 2: 이케부쿠로, 하라주쿠, 시부야, 시모키타자와, 오다이바

1. 이케부쿠로

자명종 소리에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자명종이 6시에 맞춰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대충 아무도 없는 호텔 로비 겸 카페에서 조식을 먹고 일어나 이케부쿠로로 갔습니다.

사실 처음 계획을 짤땐 이케부쿠로를 갈 예정은 없었습니다만, 모종의 이유로 여행 며칠전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모종의 이유는 나중에 적도록 하고 여튼 출발한 시간이 출근 시간대랑 겹쳤는데…

헬게이트가 따로 없더라고요.

원래 타려고 했던 열차는 그냥 보내버렸고 다음 열차에 간신히 낑겨 탔습니다. 신주쿠역에서 내렸을땐 기나긴 인파에 휩쓸려 다녔습니다. 시적인 표현을 쓰자면 마치 펄떡이는 심장 속 혈관에 있는 느낌? 여튼 도쿠나이 패스를 끊은 뒤 JR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타고 (진짜노선 선정이 신의 한수…) 이케부쿠로로 향했습니다. 신주쿠에서 이케부쿠로까진 얼마 안 걸렸습니다. 12분 정도?1. 이케부쿠로

이케부쿠로는 신주쿠나 나중에 간 시부야 정도는 아니였지만 꽤나 번화한 곳이였습니다. 근데 이른 아침이여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고, 매장 개장 시간까지 할일도 없었기에 릿쿄 대학으로 향했습니다.

릿쿄 대학에 간 이유는 뭐 별건 없었습니다. 사실 이케부쿠로 관광 자체가 좀 급하게 결정된 거여서 주변에 뭐 볼만한거 없나 싶어서 찾아봤는데 릿쿄 대학이 있더라라는 느낌이여서. 그래도 윤동주, 소카베 케이이치, 쿠로사와 키요시, 아오야마 신지가 다녔던 명문 대학이고 [도쿄 구울]에 나올 정도로 캠퍼스도 예쁘다고 하니 좀 구경이나 해보자라고 들어가봤습니다.

역사관이나 관람하려고 했는데, 좀 늦게 열어서 결국 산책했습니다. 캠퍼스 자체는 확실히 고즈녁한 분위기가 있는 곳이였습니다. 연세대학교라던가 해방 이전에 세워진 기독교 계열 대학 건물들 특유의 벽돌 위주의 서구식 대학 있지 않습니까. 딱 그런 느낌이에요. 제가 2차 세계 대전 이전 구티 팍팍 나는 건물들 (동서양 모두.)을 좋아해서인지라 건물 구경은 잘 했습니다. 물론 신식 건물들도 꽤나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만.

그렇게 시간이 되서 역사관에 들어섰는데, 매우 조촐하더라고요. 전시층도 하나고 방 크기도 비디오 틀어주는 곳 제외하면 작아서 30분만 투자하면 대충 볼 건 다볼 수 있는 정도? 대신 건물 자체가 릿쿄 대학이 그렇듯이 좀 오래된 곳이라 분위기는 좋습니다. 게다가 대학 수험 때문인지 아니면 제가 일찍 들어와서 그런지 그것도 아니면 역사관 자체의 성격 때문인지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꽤나 느긋하게 감상했습니다.

참고로 전시 자료들은 플래시 안 터트리고 찍었습니다. 여기나 저기나 제1세계 선교사들이 들어와 대학을 세운다라는 흐름은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을 좀 했습니다. 알고보니 원래는 츠키지에 캠퍼스가 있다가 이케부쿠로로 옮겼다고. 관동 대지진 참사를 알리는 선교사들을 위한 잡지…인데 보고 있으니 다소 시니컬한 기분이 드는게 어쩔수 없는 김치맨인듯.

제가 흥미를 끌었던 부분은 일본 제국 시절 릿쿄 대학이 겪었던 수난 파트였습니다. 뭐 그 당시 대학 중에서 일제의 광기에 휩쓸리지 않은 대학이 어디 없겠습니다만, 릿쿄 대학 자체가 기독교 색채가 있는 대학이여서 신사 참배 문제로 꽤나 심하게 충돌한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쭉 흟어보다가 와타나베 타이헤이의 유품 전시를 보게 되었습니다.

참 뭐랄까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시물을 보면서 먼저 생각난 사람은 윤동주였습니다. 비록 교토 도시샤 대학으로 옮겨갔고 관련 시비도 그쪽에 있지만 어찌되었든 여기 와타나베 타이헤이랑 거의 비슷한 시기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인데다 학업도 제대로 못 잇고 (전시물 설명에 따르면 경제학과 진학후 2개월 만에 필리핀 세부 섬으로 징병되었다고 합니다.) 종전 직전에 죽었다는 사실에 절로 숙연해졌습니다. 분명 그도 윤동주처럼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어하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사람 — 전장에서 보낸 편지가 전시되어있는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잔뜩 담겨 있었습니다. — 이였을거라는 생각이 들자 더더욱 기분이 복잡해졌습니다.

동시에 유품인 일장기에 새겨진 저 글자들을 보면서 아 나는 이 곳에서는 ‘이방인’이며 그것도 저들과 불편한 과거에 엮여있는 ‘타자’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사람도 그런 프레임에 갇혀 있었을거고 끝내 벗어나지 못했겠죠. 아마 제가 죽을때까지 이 관계는 어정쩡하고 불편한 상태로 남겨져 있을겁니다.

해외여행을 하다가 종종 제 자신과 이 나라 간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하는 곳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릿쿄 대학 역사관이 그 곳이였던 것 같습니다.

종종 저는 제가 어쩔 수 없는 굴러가는 바퀴 속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인종, 국가, 성별, 사상, 편견… 제가 할 수 있는건 오직 그 바퀴살이 다시 부러져 튕겨나가지지 않도록 기도하면서도 불안해하며 살아가는 것 뿐인것 같아서 무력감을 느낍니다.

2. 애니메이트 이케부쿠로 etc. / 디멘션 W 전시회

다소 울적한 기분으로 전시관을 나왔습니다. 나오던 도중 이 주변에 에도가와 란포 생가 및 기념관이 있다고 해서 신나서 찾아가봤는데 CLOSED…. 그냥 사진만 찍고 왔습니다.

중간에 극장도 발견. 스위니 토드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대학 근처에 음반점이 있었는데 여기가 매우 늦게 여는 곳이여서 결국 다른 음반점과 애니메이트를 가고 다시 음반점으로 돌아오기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음반 가게도 문이 잠겨져 있어서 못 들어가고 결국 애니메이트 이케부쿠로점으로 갔습니다.

제가 길 찾는게 서툰 편이여서 애니메이트 이케부쿠로까지 가는데 좀 헤맸습니다. 막상 찾고 나서도 정말 여기 맞는건가? 라는 생각에 나가서 확인하고 다시 들어갔을 정도. 철혈이라던가 혈계전선 같이 여덕들에게 인기 좋은 애니들이 열심히 홍보하고 있더라고요.

이케부쿠로 오타쿠 샵들은 기본적으로 여성향이 강하다던데 확실히 그렇더라고요. 오소마츠 상 부스부터 시작해 향토 아니메 듀라라라!! 홍보, BL 코너까지 뭐 여성향이 강하더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오덕들이 오가는데니깐 무난하게 쇼핑할 수 있는 정도.

사실 제가 애니메이트에 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디멘션 W]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만화책 정발때부터 사온 팬인데, 마침 애니메이션도 방영중이겠다 싶어서 찾아봤더니 홍보 전시회를 하고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원래는 아키하바라 전시관만 가려고 했는데 (이건 4일차 일지 보시면 될 겁니다.), 이케부쿠로 전시관에서 마부치 위주의 전시를 한다고 해서 엉겁결에 이케부쿠로도 가게 되었습니다.

1화 원고라던가 원화 원본을 전시해놓아서 자료적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원고 같은 경우 한 페이지씩 찍긴 했는데 너무 많아서 패스. 그나저나 오노 나츠메가 축전 그려준건 다시 봐도 좀 의외. 마부치가 뭔가 납치사 고요에 나올법한 느낌?

그래서 사진 열심히 찍고 나서 가기 전에 뱃지 사려고 했는데…

뽑기였습니다.

마침 노리고 있던 한정 배지가 있었는데 뽑기라니 어흐헐흐엏 하면서 가챠를 뽑았는데…

한정 배지가 떡하고 나왔습니다.

응캬캬캬컄라캬캭캬캬캭캬캬캬컄ㄱ

당시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지 안 되는 그림 솜씨로 게시판에다 이와하라 선생님에게 ~~아리가또…!~~ 축하 메시지를 남기고 왔습니다. 나중에 다시 보니 트레이드마크인 꽁지 머리를 안 그렸어…! 하면서 몸 비튼건 안 자랑.

…나중 얘기지만 실은 저 배지 인천공항에서 잃어버렸습니다. 핀 부분 내구도가 약하더라고요. 그래서 툭 하고 떨어진듯 합니다.

가기 전에 팬북을 살까 했는데 혹시나 해서 아키하바라 가면 구할 수 있을건데 나중에 사지 뭐, 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핑퐁 설정자료집 찾아봤는데 구하지 못했습니다. 2년전 애니라고!

그렇게 애니메이트 이케부쿠로점을 떠나서 코코넛 디스크 가기 전에 적당히 먹을만한 곳을 물색해봤습니다. 결국 우동 체인점을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예전에 강남에서 들른 적 있던 셀프 서빙 스타일이더라고요. 맛은 그럭저럭. 새우튀김이 갓 튀긴거여서 맛있었습니다.

12시 쯤에 느지막하게 열더라고요.

3. 코코넛 디스크

그렇게 다시 릿쿄 대학 근처로 돌아와 코코넛 디스크를 들렀습니다. 사실 소규모 음반점 가고 싶은데가 많았는데 결론적으로 시간에 쫓기다 보니 다 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들른 곳이 여기.

오른쪽에 버팔로 스프링필드 싱글 있습니다. 물론 허락받고 찍은겁니다.

Plush의 [More You Becomes You] 보고 반가워서 한 컷. 정말 좋은 앨범이니 다들 들어보세요.

전반적인 분위기는 김밥레코드랑 비슷한데 크기는 퍼플레코드 정도 되는 조금 큰 소형 중고 음반점이였습니다. 사람들은 한 두명 정도 느긋하게 디깅하고 있는 분위기더라고요.

디스크유니온 신주쿠에 비하면 눈 돌아갈 수준은 아니지만 왠지 친숙함이 묻어나오는 가게였습니다. 대학 앞이여서 그런지 신주쿠랑 달리 좀 더 ‘힙’한 느낌도 있었달까, 소위 힙스터들에게 인기 있을법한 음반들도 꽤나 산적해 있는 느낌? 저도 느긋하게 디깅이나 하고 싶었습니다만, 하라주쿠랑 시부야를 가야 했었기 때문에 결국 두 장 챙겨들고 나왔습니다.Galileo Galilei — [パレード] (2011)

Cosmic Rough Riders — [Enjoy the Melodic Sunshine] (2000)

갈릴레오 갈릴레이 앨범은 살 생각은 없었는데 비매품을 300엔 정도에 팔아서 집어들었고 코스믹 러프 라이더도 중고를 꽤나 싸게 팔아서 집어들었습니다.

4. 하라주쿠/메이지 신궁

왠지 리얼충의 냄새가 나는 하라주쿠 입구

이케부쿠로를 떠나 야마노테선을 타고 하라주쿠 역을 내려서 메이지 신궁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여담으로 야마노테선 짱 좋았습니다. 이케부쿠로, 하라주쿠, 신주쿠, 시부야 등 중심지로 바로바로 데려다주니 편하더라고요.

하라주쿠는 제가 패션에 관심이 있는건 아니여서 눈에만 담고 도쿄 관광지로 손꼽히는 메이지 신궁으로 향했습니다. 메이지 신궁 입구 자체는 역에서 가깝더라고요. 쭉쭉 걸어올라갔습니다.

가는 길은 평탄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짧지도 길지도 않아서 산책로로 딱 좋다는 느낌. 이게 메이지 신궁 만들 당시부터 보관하던 와인 오크통. 근데 속은 비었다고 하더라고요.

신사까지는 짧긴 하도 메이지 신궁 정원 자체는 꽤 넓은 편입니다. 우선 입구부터 울창한 숲에 한번 놀랐습니다. 그나마 한국으로 비교하자면 남산 입구 같은 느낌인데 콘크리트 도시 속에 이런 숲이 딱하고 있으니깐 놀랍더라고요. 하마리큐 정원랑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뭔가 ‘던전 입구’라는 느낌이 팍팍 들 정도였습니다.

여튼 그렇게 던전 크롤링하는 동안 봤는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참 많더라고요.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 서양인 등등… 도쿄 관광 명소답게 많다고 할까요.

그렇게 걸어걸어 도착한 메이지 신궁은… 건물 자체는 특이할건 없었지만 (전형적인 신토 양식의 건축물입니다.) 분위기 하나는 좋았습니다. 마치 경복궁이나 그런 고궁에 들른 느낌? 처음으로 방문한 신사이다 보니, 에마라던가 참배하는 일본인들을 보게 되었는데 저 사람들에게는 신사나 메이지 천황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걸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뭐 한국인인 저하고는 빈 말로도 좋은 관계라고 할 수 없는 장소지만, 영광이라는 것도 어찌보면 매우 주관적인 것이지 않겠습니까. 일본의 메이지 시대에 대한 향수를 무턱대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남에게는 치욕이 될 수 있는 한국의 영광에 대해 성찰해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네.

아 그리고 신궁 내에서 일본 학생들의 서예 전시를 하더라고요. 덕분에 공짜로 서예작품 구경도 했습니다.

그렇게 메이지 신궁을 나와서 시부야를 가려고 했는데 제가 길을 잘못 들어서 요요기 공원 (주변) 산책을 실컷 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겨울이여서 앙상했지만 하늘이 쨍하고 맑은데다 공원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정줄 놓아버린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길이 아니라는걸 알아버리고 돌아나와 요요기 경기장을 관통해 시부야로 들어갔는데….

생각해보니 요요기 공원은 엘리펀트 카시마시 2집 앨범 아트 사진 찍은 곳인데 말이죠. 정작 엘리펀트 카시마시 앨범이 없어서 성지 순례는 못했지만…

그 유명한 요요기 경기장도 보고 지나갔으니 뭐 손해는 아니였던걸로…

5. 시부야

계획과 달리 시부야 남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목적지 찾느라 꽤나 고생햇습니다. 게다가 지금 말하는건데 제 전화기 배터리는 매우 저질 체력이여서 그냥 쭉쭉 뻗는데다 위치 파악도 잘 못해서 결국 아이패드를 꺼내들고 길을 찾는데 이것도 썩 위치파악이 안 되서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좌충우돌해서 찾아간 곳은 바로 레코판이라는 중고 음반점이였습니다. 

사실 레코판이 그렇게 큰 곳인줄 몰랐습니다. 디스크유니온 신주쿠점 정도로 에상했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반겨주는 할인 음반들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장관이였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레코판을 인수하고 싶었으나 남은 일정이 있는 고로 그냥 포기했습니다.

진짜 건물 한 층을 음반으로 도배를 해놨더라고요. 각잡고 디깅을 하려면 하루종일 해도 모자를-사지 않을 LP 같은거 제외하면 시간이 줄겠지만- 정도로 다양한 CD와 LP, 싱글 레코드를 구비를 해놓았습니다. 그야말로 제가 여행하는 동안 방문한 일본 레코드점에서는 제일 큰 곳 아니였나 싶을 정도. 사람들도 제법 많은 편이였습니다.

코코넛 디스크는 말할 것도 없고 디스크유니온도 층별로 나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매장 자체는 큰 편은 아닌데, 레코판은 음반 시장 불황도 우스울 정도로 큰 사이즈를 자랑하는 곳이였습니다. 너무 좋은 나머지 ‘집에 못 가는거 아니야?’ 더럭 겁이 날 정도였으니깐요.

결국 제가 집중적으로 공략한 곳은 일본 음반 코너였습니다. 해외 음반이야 나중에 살 수 있다고 해도 일본 음반은 그렇지 않으니깐 결국 꽤 오랜 시간동안 음반을 골라골라 가져갔는데…

10만원을 사면 무관세라고 점원이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10만원을 다 채워서 사려고 했는데, 제 일본어 실력이 뽀록나서 점원들 앞에서 저능아 인증을 거하게 해버렸습니다. 당시 제 모습: 에베..에베베베…에벱베베ㅔ…

Perfume — [GAME], [⊿]

Supercar — [Highvision]

くるり-[さよならストレンジャー], [図鑑]

大貫妙子-[Mignonne]

井上陽水-[断絶]

はちみつぱい — [センチメンタル通り]

Towa Tei — [Sound Museme]

サニーデイ・サービス — [若者たち]

막상 사고 보니 정말로 사고 싶었던 것들이랑 묘하게 빗겨간 구매가 되버려서 아쉬웠습니다. 문라이더즈나 70년대 일본 록 밴드들, 피치카토 파이브는 전멸 혹은 신품 밖에 없는 상태였고, 코사카 츄나 타카다 와타루는 신품으로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예산이 너무 초과되는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노나 리브스나 시럽16g, 오리지널 러브 같은건 아예 까먹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산 것도 묘하게 대타로 산 느낌이여서 이노우에 요스이는 [氷の世界]는 씨를 찾아볼수 없었고 토와 테이는 최근에 꽃힌 근작은 중고 매물이 읎더라고요. 오누키 타에코도 아프리카 동물 퍼즐 피스 이 앨범 구매하려다가 예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습니다.

게다가 당시 제 체력이 묘하게 오링나기 직전이였고 다음 목적지도 날 저물기 전에 가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결국 차분히 디깅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네요. 아쉽습니다.

나오자마자 HMV가 보이는 바람에 내 지갑을 거덜낼수는 없어!!!라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

그 유명한 공연장 로프트도 있더라고요.

마침 [환영이문록]을 하던 도중에 온지라 거기 나오는 장소들의 모델을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이 시점부터 제 발이 슬슬 맛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가방 자체는 짐 자체가 별로 없다보니 (CD도 그렇게 무겁지 않고) 여유로웠는데 신발 자체가 좀 꽉 끼는 느낌여서 걷는게 불편한 편이였는데 슬슬 발이 아프더라고요. 그래도 아직까진 버틸만해서 시부야 역 쪽으로 슬슬 걸어내려왔습니다.

일본 도쿄 오면 다들 가본다는 시부야 109 대로. 정말 일본의 심장이라는 느낌이 팍팍 들더라고요.

겸사겸사 하치공님도 영접. 근데 진짜 사진 찍는 사람이 많아서 사진 찍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제대로 나온게 이거.

정말 사람이 많더라고요. 인파가 너무 많아서 인파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에 쓸려다니는 느낌. 신주쿠역의 인파가 직장인들로 구성되어있다면 시부야는 그야말로 일본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종들이 바글바글했습니다. 다들 일본, 특히 도쿄의 ‘지금’을 느끼려고 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물론 저도 그 중 일부였지만.

솔직히 계속 있다보니깐 뭔가 리얼충 냄새가 나서 저같은 파오후 오타쿠는 도망가고 싶더라고요. 체력도 오링나고 결국 케이오선을 타고 시모키타자와로 도망쳤습니다.

7. 시모키타자와

홍대입구랑 비슷하기도 한데 약간 옛날 느낌도 난다고 할까요. 특히 상점들이 많았습니다.

시모키타자와는 일본의 홍대입구로 불리는 젊은 거리…라고 하고 1990년대 일본 로큰롤의 부흥을 알리기도 한 장소인데, 그 말처럼 무명 밴드 멤버들이 역 앞에서 공연 보러 오라고 호객 행위를 하더라고요.

다만 요샌 일본 힙스터들은 코엔지 쪽으로 (넵. 제가 첫 날 소카베 케이이치 공연 보러 간 곳.) 옮겨가는 추세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말처럼 좀 상업화되었다는 느낌도 좀 있었습니다. 당연한거겠지만.

제가 시모키타자와에 들른 건 다름이 아니고 이하토보에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실은 음반점도 겸사겸사 들를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음반점은 못 갔습니다.

진짜 크기가 작습니다. 과장 안하고 제 방보다 약간 작은 정도.

별건 아니고 카페입니다. 매우 작고 역사가 오래된 (주인장 할아버지 왈 38년된 카페라고.) 카페. 왜 여길 뜬금없이 가게 되었나면…

서니 데이 서비스의 ‘あじさい’ 뮤직 비디오에 나오는 카페라고 해서… 

진짜 파오후 맞나봅니다.

근데 카페 분위기가 매우 좋았습니다. 사람도 별로 없고 (나중에 한 명 들어오긴 했고) 주인장 할아버지도 친절하게 대해주셨고 무엇보다도 풍류를 아는 카페더라고요. 연륜이 쌓인 멋이 느껴지는 인테리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흘러나오는 음악 선곡이 진짜 GOOD JOB.

소다수 처음엔 먹을만 했는데 나중에 갈수록 맛이 사라져서 후회했던… 술을 시킬까 했지만 제가 돈 쓰는데 소심해서 결국 소다수로 했던. 다수 홀짝이면서 피로한 몸을 축이고 있다가 주인장 할아버지랑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음악 얘기 나와서 여기 음반도 파는데 살래? 했던지라 파산하기 싫었던지라 (…) 정중히 거절했고 — 나중 얘기지만 막날에 잔돈이 8만원 밖에 안 남았습니다… 집에 못 돌아가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정도. — 대신 카페 역사라던가 여행은 어떠냐, 쓸때없는 얘기나 나눴습니다. 얘기 도중에 방명록을 가져다주길래 남겨놨습니다.

얘길 들어보니 여행객 손님도 많이 찾아온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인 손님도 꽤나 왔다고 합니다. 38년이나 된 카페라고 하니 여행객도 많이 알겠죠.

사실 조금만 앉아있으려고 했는데 타이밍 좋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조앙 질베르토의 ‘Águas de Março’ (3월의 달) 나오고 분위기도 고즈녁해서 좀 오래 앉아있게 되었습니다.

아 참고로 끝내 서니 데이 서비스 뮤비 때문에 왔다는 얘기는 안 했습니다. …좀 덕밍아웃하는 느낌이여서 부끄럽다고 할까.

역으로 돌아갈때 또 헤맸습니다.

8. 오다이바

사실 이쯤 되니깐 오다이바 가는게 허탕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건담상 제대로 볼수나 있을지도 모르고 코미케 볼 것도 아닌데 빅사이트는 가서 뭐하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못먹어도 고라고, 걍 밤산책하는거 치고 가기로 결정. 발을 혹사시키더라도 뽕은 뽑아야 되겠다라는 심보에 가까웠겠지만.

그래서 시모키타자와에서 시부야로 온 뒤, 사이쿄선으로 갈아타고 직결로 린카이선으로 오다이바에 도착했습니다. 문제는 사이쿄선까지는 어찌 도쿠나이 패스가 통했지만 린카이선은 패스가 안 통해서 비싼 차비를 내고 말았습니다. 린카이선 졸라 비싸…

내리자마자 타이밍 좋게 배가 꼬르륵꼬르륵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다이바 음식점 정말 비쌀건데… 하면서 1. 일단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출금을 한 뒤, 2. 밥 먹을데를 찾아보자라고 생각하고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1. 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1일차에도 적었지만 일본은 ATM 카드 출금이 되는 곳이 세븐일레븐와 우체국밖에 없는데 너무 늦게 도착해서 근처 우체국이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이걸 찾느라 경찰서가서 물어보는 삽질 끝에 문이 닫힌걸 확인하고 터덜터덜 걸어나왔습니다. 명색이 오다이바라면서! 와중에 단체 여행온 한국 여고생들 만나니깐 뭔가 반가웠습니다. 물론 말을 건 건 아니였지만…

여튼 다리를 건넌 뒤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라면과 삼각김밥으로 저녁을 떼우고 빅사이트를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만만치 않더라고요. 시부야나 이케부쿠로는 그래도 사람이 다니는 도심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안심이 되던데 오다이바는 정말 휑~하더라고요. 밤이 되서 그런지 사람도 없고 차량도 씽씽 다니고 주변은 고층 건물… 게다가 마냥 상업지구도 아니여서 그런지 창고나 화물차량도 보이니 좀 무섭더라고요.

설상가상으로 린카이선 차비가 너무 들어 설마 숙소 못 돌아가고 노숙하는거 아닌가라는 걱정으로 가득+ATM을 끝내 못 찾아서 걱정이 더욱 가중됨+어떻게 가야하는지 파악이 안됨 등등으로… 꽤나 삽질했습니다.

역시 밤엔 사진 찍는게 매우 힘들어요. 크긴 큰데 입장할 일이 없으니 걍 눈에 담은걸로 만족.

여튼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을 막 하면서 걷던 도중에 빅사이트가 딱하고 나오니 뭔가 반갑더라고요. 살았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던. 빅사이트는 정말 큰데… 정말 큰데… ‘(코미케도 아니니) 들어갈 일도 없고 시간도 늦었네, 응 그냥 본 걸로 만족하자’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오다이바 결론을 내리자면 밤이여서 야경을 실컷 본 거 제외한거 제외하고는 뭔가 좀 아쉬웠습니다. 고생은 열심히 했는데 얻은건 별로 없다는 느낌? 결국 낮에 다시 가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애시당초 이번 여행 자체가 일정이 촉박해서 단기 속성이라는 느낌이 강했기도 했지만….

건담상 보고 싶었지만 너무 늦은 것 같고 결국 그렇게 신주쿠를 거쳐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스이카 잔액이 딱 맞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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