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창문
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투 러버스 앤 베어 [Two Lovers and a Bear] (2016)

킴 누옌의 [투 러버스 앤 베어]의 도입부는 광활한 설원이다. 두 남녀가 제트스키를 타면서 나아가는 장면에서 설원이 가져다 주는 원초적인 쾌감이 느껴진다. 그 다음 쇼트에서 그들은 얼음을 뚫어 낚시를 한다. 아 이 도입부는, [투 러버스 앤 베어]의 감수성이 얼음에 기반해 있으며 내용과 구조가 어떻게 흘러갈지 암시하고 있다. '부모의 구속력은 지대하다'는 대사는 그들이 부모와 관련된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는 걸 보여주며, 단단한 얼음을 뚫는 행위는 영화 내내 이어질 두 사람의 사투를 예감케 한다.

그걸 증명하듯이 [투 러버스 앤 베어]는 차가운 영화적 공기 속에서 끊임없는 하강 곡선을 그리는 영화다. 킴 누옌은 벡터의 충돌을 통해 전제를 세운다. 주인공 로만은 남쪽에서 북쪽 알래스카로 도주해왔다. 로만에게 남쪽은 부모로 대표되는 고통이며, 오직 설원에서만 자신의 고통을 삭일 수 있다. 하지만 로만의 연인인 루시는 알래스카는 끊임없는 고통이며 남쪽 이야말로 도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랑하는 두 남녀의 벡터는 어긋나 있으며, 이는 영화 내내 끊임없는 충돌과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섹스는 도무지 '들어가지지' 않고, 로만은 술에 취해 자신을 집 안에 유폐 시킨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욕망은 번번히 좌절되며, 떠날 날이 다가올수록 사랑은 어쩔수 없는 하강 곡선을 그린다. 이 고전적인 전제는 [투 러버스 앤 베어]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투 러버스 앤 베어]가 이 고전적인 멜로드라마 전제를 풀어내는 방식은 비 전형적인 구석이 있다. [투 러버스 앤 베어]는 차가운 영화적 공기로 성큼성큼 들어가는 두 사람의 사투를 서서히 추상화 한다. 두 연인과 곰에 대한 사변조의 농담은 그렇다 쳐도, 로만과 루시의 눈에만 보이는 불쑥 내습하는 루시 아버지는 영화의 멜로드라마에 또다른 층위를 형성한다. 킴 누옌은 멜로 드라마를 유령, 판타지적 존재와 결합시킨다. 그리고 그것을 통합하는 누옌의 연출은 공간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전후 현대 영화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 

어느 지점에서는 [투 러버스 앤 베어]는 상처받은 연인들의 사랑 얘기가 아닌, 전장에서 살아남은 소년병들의 트라우마를 형상화 하는 영화처럼 보인다. 로만과 루시는 과거에 부모와 지독한 전쟁을 치뤘으며,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전쟁의 후유증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 상처는 공유되지 않으며, 사랑으로 버티는 것도 두 연인에게는 버겁다. 이 막다른 골목에서 두 연인의 선택은 자살에 가까운 무모한 여정이다.

킴 누옌은 지극히 추상적인 액션이나 무드를 지속시키면서 심리적 불안을 구축한 뒤, 일거에 해소하는 방식으로 쾌감을 구축하기도 한다. 로만이 얼음 틈에 끼어서 탈출하는 신을 보자. 이 신은 서사와 무관하게 길게 찍혀 있기에, 해소되지 않은 불안함을 안고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로만이 힘겹게 탈출에 성공했을 때 누옌은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Seven Nation Army'를 설원 화면과 함께 틀어주면서 그 쾌감을 관객과 공유케 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차지하는 벙커 폭파 장면도 그렇다. 혹한에 유일한 피난처를 부수고 나간다는, 상당히 개연성 없고 답답한 장면이지만, 막상 영화 속에서는 루시의 공포와 로만의 결단에 압도되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물론 이는 데인 드한과 타티아나 마슬라니라는 훌륭한 두 배우의 호연 때문에 가능한 마법이기도 한다.

[투 러버스 앤 베어]의 모든 장면들이 킴 누옌의 의도대로 통제되는 것은 아니다. 두 연인과 곰에 대한 농담은 문학적 상징과 영상 언어와 충돌해 어색하며, 곰이 등장해 로만과 얘기를 나누는 장면은 생뚱 맞은 유머에도 불구하고 전개하고 잘 엮여 있지 않다. [투 러버스 앤 베어]의 단점은 관념적인 주제 의식이 로맨스가 디디고 있는 현실과 충돌하는 부분에 있다. 누옌은 지속적으로 멜로 드라마의 통속성에서 탈출해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려고 시도하지만, 아직 그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종종 통제를 잃고 관념적으로 흘러가더라도 하더라도 [투 러버스 앤 베어]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귀중한 가치가 있다. 캐릭터의 어리석음 마저 받아들이는 성숙함이다. 킴 누옌은 전작 [르벨]처럼 매정한 세상에 상처받고 미숙한 미성년들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한다. 특히 잊기 힘든 엔딩은 더욱 그렇다. 로만과 루시는 처음부터 이뤄질 수 없는 커플이었고,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 하지만 킴 누옌은 저 멀리 날아가는 헬리콥터와 두 연인이 잠든 얼음 덩어리 쇼트를 통해 로만과 루시의 지난한 사랑과 투쟁이 의미 없지 않았다고 말하며, 그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길 기원한다. 적어도 이 순간 누옌이 지닌 간절함과 아름다움은 그 누구보다도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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