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창문
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Brian Wilson - [Smile] (2004)

이런 스마일이라면 유료라도 좋습니다

예정된 기간을 한창 넘어서도 발매가 되지 않는 물건들을 사람들은 베이퍼웨어라 부릅니다. 베이퍼웨어의 끝은 굉장히 극단적인데, 포티쉐드의 [Third]나 황보령의 [Shines in the Dark]처럼 왕대박이 터지거나 듀크 뉴켐 포에버처럼 막장으로 끝나버리던가 둘 중 하나로 결판납니다. 문제는 전자의 확률은 극히 낮다는거죠.

비치 보이즈의 음악적 두뇌였던 브라이언 윌슨의 [Smile]도 그 악명 높은 베이퍼웨어 중 하나였습니다. 무려 37년이나 걸렸으니깐 이쯤되면 듀크 뉴켐 포에버조차 넙죽 엎드리고 절할만한 경지입니다. (허나 성 가족 대성당나 대한민국의 통일에 비하면...) 원래 1966년의 걸작 [Pet Sounds] 차기작으로 기획됬던 이 작품은 엄청난 스트레스로 머리가 휙 돌아버린 브라이언 윌슨이 스튜디오 불 지르고 동료들하고 싸우고 잠적해버리는 바람에, 원래 구상은 영원히 묻혀버렸습니다. [Smiley Smile]라는 앨범이 대타로 나왔지만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나봅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슬슬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니 기어이 2003년 시동이 걸려 2004년 나오고 말았습니다. 비치 보이즈라는 이름 대신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요. (이 때문에 음악계 최고 베이퍼웨어는 건즈 앤 로지스로 넘겨졌고, 지금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 이 앨범은 왕대박인가 아니면 막장인가? 물론 전자입니다. 이 앨범은 40년전, 비틀즈의 후추 상사에게 밀린 그 한을 풀려는듯이 황금비를 이루고 있는 기가 막힌 팝 멜로디와 기이한 음향 효과로 청자를 앨범 속으로 끌고 들어갑니다.

전반적으로 음향 작법 노선은 [Pet Sounds]하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60년대와 2000년대 사이에 일어났던 엄청난 음향 기술의 성과를 흡수하려는듯, 소리의 층이 꽤 높아진데다 대담해졌습니다. 아카펠라, 보컬 하모니, 하프시코드, 하와이 풍부터 시작해 다양한 스타일을 섭렵하는 기타, 신시사이저, 현악기, 관악기... 심지어 브라이언 윌슨 슨샘은 전자 드릴까지 동원합니다! 이 때문에 이 앨범의 소리들은 굉장히 풍성합니다. [Pet Sounds]조차 검소해 보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라면 역시 노래입니다. 여러분 [Pet Sounds]의 매력이 뭔지 기억하십니까? 바로 브라이언 윌슨의 탁월한 송라이팅입니다. 첫 구상때도 참여한 반 다이크 팍스Van Dyke Parks와 공동 작업한 앨범의 노래들은 정말로 감동적입니다. 'Heroes And Villains' 같이 떼창을 유도하게 하는 흥겨운 곡부터 'Cabin Essence'나 'Wonderful'처럼 덧없는 슬픔과 상념 그리고 신비함을 안겨주는 곡, 'Mrs. O'Leary's Cow'같은 악몽같은 사이키델릭 곡까지 브라이언 윌슨은 다양한 곡들을 다루지만, 거의 황홀할 정도의 일관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가히 다시 태어난 미니 오페라입니다. 가사 역시 1급이라고 하는데 이 쪽은 현지인이 아니여서 포기했습니다.

다만 시대가 지나면서 달라진 점이라면 윌슨 할배의 보컬입니다. 물론 팔세토도 능숙하게 소화해내시고 하모니도 기가 막히게 넣으시지만 들으면서 펫 사운드와 스마일 사이에 엄청나게 긴 시간이 흘렀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비치 보이즈 시절의 혈기방성함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세월의 무게와 인생의 상처가 느껴지는 목소리라 할까요. 하지만 이 목소리 때문에 'Cabin Essence' 같은 곡이 더욱 완전해진걸지도 모르죠.

브라이언 윌슨의 [Smile]은 2000년대 가장 감동스러운 재발굴의 현장 중 하나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바시티 버넌.) 게다가 이 재발굴의 현장에서 나온 유산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애니멀 콜렉티브과 그리즐리 베어는 이에 비하면 밥상에 겨우 반찬만 차지했을 뿐입니다. (싫어하는거 아님. 오히려 반대입니다.) 여튼 여러분, 고전적 팝의 유산들이 깨어나 새 옷을 입고 신명나는 굿판을 벌이는 이 자리를 포기하고 싶습니까? 전 아닙니다.

P.S. 2000년대의 음반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건... 제가 미련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 이젠 슬슬 준비해야죠. 정 안 되면 1~2월 쯤에 따로 특집을 준비하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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