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피, 저주받은 피, 이상한 피 (그리고 이상한 앨범 커버!)

2010/01/30 - [headphone music/잡담] - [싱글단평] Soldier of Love Cry

(글 제목은 시에라에서 나왔던 어드벤처 게임 가브리엘 나이트 3편 부제 패러디입니다.)

관련 링크에 있던 P.S에서 간략하게 다뤘던 미국 인디 밴드 예이세이어 신보 [Odd Blood]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싱글 'Ambling Alp'을 우연히 듣고 이거 괜찮군! 라는 생각을 한 뒤 잠시 까먹고 있다가 부랴부랴 서치를 해봤더니 2010년 2월 9일에 나온다고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서치 중에 나온 앨범 커버가...

한밤중에 보면 좀 무서울지도 모르니 숨겨놓습니다.


아 쉬밤 꿈에 나올까 두렵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 H.R.기거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면 데이빗 크로넨버그? ㅠㅠㅠㅠ 혹은 릭 베이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여러모로 비범한 앨범 커버입니다. 사실 작년 12월에 공개됬다고 하니 좀 뒷북 포스팅

P.S. 도도도 서칭한 결과 앨범 디자이너 존함이 벤자민 페란라는 분이군요. 홈페이지를 보니 디자이너가 본업이 아니고 플라스틱 튜브 같은 형태를 이용해 독특한 작품을 만드는 조각/공예 미술가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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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phone music/잡담 2010/01/31 23:51

[싱글단평] Soldier of Love Cry


Sade - 'Soldier of Love' (from [Soldier of Love] (2010, Epic))

Four Tet - 'Love Cry' (from [There is Love in You] (2010, Domino))

2010년 1,2월 신보 중에서 가장 탁월한 싱글이라면 이 두 곡을 뽑을 것 같습니다. 뽑아놓고 보니 드럼 비트가 곡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네요. 게다가 솔로 프로젝트라는 공통점이 있군요. (그리고-사소한거지만-이번 싱글로 처음 접하게 된 뮤지션이기도 합니다.)

포 텟은 이미 공개가 되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가장 평이 좋았던 [Rounds] 다음이더라고요) 샤데이는 곧 공개될 예정인데, 이 싱글 정도 퀄리티로 앨범이 나온다면 올해의 앨범은 떼놓은 당상일듯 싶습니다.

P.S. 아 2월 9일에 나오는 예이세이어Yeasayer 신보 ([Odd Blood]) 싱글('Ambling Alp')도 괘안았습니다. 작년 12월에 공개되긴 했지만. 앨범 커버가 좀많이 사신상 못코스 수준으로 괴랄한 퀄리티긴 하지만. http://stereogum.com/archives/mp3/new_yeasayer__ambling_alp_098431.html (어 다소 조도로프스키 풍인데다 확실히 애들용은 아니여서 링크로 대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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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phone music/잡담 2010/01/30 23:56

[PV] The xx - VCR


키보드와 기타를 맡은 바리아 양이 최근 탈퇴해서 너무 아쉬운 The xx가 네번째 싱글 'VCR' 뮤비를 발표했습니다.

음... 역시 명성은 좋은 것이군요. (첫 싱글 'Crystalised' 뮤비와 비교해보길.)

그리고 뮤비에 등장하는 여배우 분, 묘하게 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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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phone music/잡담 2010/01/29 23:14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최근 며칠 사이에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끄럽게도 떠나신 분들 중에서 부고 소식 때문에 겨우 그 존재를 알게 된 분들도 있었습니다. 지금이나마 알게 된 제 무식함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하워드 진 Howard Zinn (1922. 08. 24 ~ 2010. 01. 27)


다니엘 벤사이드 Daniel Bensaid (1946. 03. 25 ~ 2010. 01. 12)


J. D. 샐린저 J. D. Salinger (1919. 01. 01 ~2010. 01. 27)


이남이 (1948 ~ 2010. 01. 28)



그곳에서는 모두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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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Not There 2010/01/28 23:03

201001 음반일기 Part 1

1월엔 음반을 엄청나게 많이 질렀습니다. 한 15장 정도 질렀나요? 그 중에서 힙합 음반은 따로 포스팅할 예정이고 가장 할 말이 많았던 로스 캄페시노스! 1집은 이미 리뷰를 올렸습니다.

....그렇게 따지더라도 음반이 한 9장 정도 남았는데, 이 중에서 먼저 가장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던 다섯 장의 음반에 대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머지 4장은 Part 2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1. Ramones - [Ramones] (1976, Sire)

이것이 펑크다. 1~2분안에 쇼부보는 그 근성에 경의를 표할 따름입니다.


2. The Brunettes - [Sturcture & Cosmetics] (2007, Sub Pop)

귀여운 60년대 걸 팝과 개러지 록의 직진성이 예쁘장하게 결합된 인디 팝 앨범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Brunettes Against Bubblegum Youth'는 2000년대의 싱글로 꼽을만큼 걸출합니다. 별나지만 귀여운 혈기왕성한 팝송이에요. 물론 다른 곡들도 센스가 좋습니다. 명반이 되기엔 지나치게 귀엽지만, 여전히 좋은 인디 팝 앨범입니다.

그런데 2009년에 신보가 나왔는데 다들 무관심인거야 ORZ

3. The Libertines - [The Libertines] (2003, Rough Trade)

트위터에도 적었지만 이 앨범, 솔직히 음반 완성도는 좀 떨어집니다. 덜컹거린다고 할까요. 'What Katie Did' 같은 곡은 의도와 상관없이 좀 웃기고요. (악쓰며 달려들다가 갑자기 '슛~ 슛 두비두비두 밤밤' 푸하하하... 아무리 진지하게 봐도 좀 웃깁니다.) 하긴 둘이 대판 싸우고 나온 앨범이니 완성도가 좋은 건 기적이겠습니다만. (그런 점에서 와장창 싸우면서 걸작 내놓은 비틀즈나 XTC는 좀 짱인듯요.) 여러모로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는 1집이 듣고 싶어지게 하는 앨범입니다.

하지만 이 앨범은 그 모든 단점들을 뛰어넘을 장점이 있는데, 바로 청춘을 보내고 있는 남자라면 동감할 수 밖에 없는 그 어떤 게 오롯이 담겨있다는 점입니다. 그게 정확히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앨범에 매혹되버리더라고요. 그리고 악을 쓰며 질주하면서도 절대로 고고함을 잃지 않겠다는 저 위풍당당함(라고 적고 오만함 혹은 거만함으로 읽는다)! 이게 영국 록이죠. 미국 애들은 못하는 부분이랄까.

재결합 가능성이 꽤 높다는데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 Autechre - [Tri Repetae] (1995, Warp)

아 내가 글리치/IDM 듣고 감동할 줄이야... 'Leterel'의 신시사이저 오케스트레이션 듣고 눈물...까지는 말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장르가 좀 난해하다고 생각했는데 (포스탈 서비스는 글리치-팝이니.) 생각을 고쳐먹게 되네요. 아무튼 'Leterel' 정말 멋집니다.

비평적으로 설명하자면 지금 글리치 하면 다들 으레 생각하는 요소들이 이 앨범이 대부분 집약되어 있습니다. 파직거리는 정전기 같은 비트가 날아다니면서 원자 단위로 리듬을 쪼개는데, 프레퓨즈 73 1집과 더불어 비트와 리듬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런데 미국에선 제목에 ++를 붙이고 Second Bad Vibel를 포함하고 발매했나 보네요? (뭐 이젠 절판됬다고 하니 아무래도 상관없게 됬지만 말입니다.)

5. Gang of four - [Entertainment!] (1979, EMI)

음악적으로나 미학적으로나 메세지적으로나 급진 좌파였던 갱 오브 포의 기념비적인 첫 앨범입니다. 생톤의 노이즈 기타를 연주한다보다 쥐어뜯는듯한 스트로크와 댄스 리듬, 그리고 좌빨 가사가 신경질적으로 귀에다 쏘아대는게 투쟁심을 자극합니다.

전반적으로 쥐박 가카가 요구하는 사고 방식이나 미학의 대척점에 있는 음반입니다. 'Natural's Not In It'라던가 'Damaged Goods'이 그렇죠. 특히 '5:45'에 담긴 선각성은 가히 묵시룩적이여서 무섭습니다. '게릴라 전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모워2의 공항 학살 논란을 한번 거친 지금 이 시대와 너무 잘 어울리는 메세지라고 할까요. 아 이러다 코렁탕 먹는거 아닌지 몰라. (...)

듣다보면 (대략 [주말]을 기점으로 한) 중기 정치 성향의 장 뤽 고다르 영화의 청각화라는 느낌도 좀 듭니다. 단 고다르보다 대중 예술이라는 명제에 충실합니다. 덜 먹물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게다가 댄스 펑크가 갑자기 탄생한 장르가 아니라는 증거물 1호로 제시할만한 획기적인 실험 정신도 돋보입니다.

...사실대로 고백하죠. 이 앨범 아주 예전에 어둠의다크로 들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땐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어느정도 내공이 쌓이니깐 이 앨범이 왜 좋은지 알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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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phone music/잡담 2010/01/27 00:17

김트리오 1,2집 재발매


사실 김트리오는 1년전에 모 블로그의 포스팅을 통해 알게 된 (...정말 외국 음악은 잘 찾아들으며 이런 한국 음악을 모르다니 전 반성해야 합니다.) 전부이지만 이렇게 한국의 고전 음반들이 재발굴 되는건 기쁜 일입니다.

발매 기념으로 가장 유명한 곡 '연안부두'를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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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phone music/잡담 2010/01/25 23:56

[짧은 글] Do Make Say Think가 한국에 오는군요.

http://www.last.fm/event/1383557+DO-MAKE-SAY-THINK

2월 21일 브이 홀에서 한다는군요.

한국어 보도 자료까지 나온걸 보면 확정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밴드를 좋아한 적은 커녕 듣지도 않아서 그리 땡기지 않네요;; 예전에 밴드 이름만 듣고 오 댄스 펑크 밴드인가?!라는 생각에 정보를 찾아봤는데 포스트 록 밴드라는 사실에 급실망한 기억만 납니다.

아마도 내한 기념으로 파스텔에서 라이센스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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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phone music/잡담 2010/01/23 23:28

[PV] Hurts - Blood, Tears & Gold

 

요새 한창 화제가 되는 영국 일렉트로닉 듀오 Hurts의 두번째 싱글입니다.

처음 들었을 땐 잘 안 다가왔는데 다시 들으니 와 정말 죽이는군요. 반짝반짝거리는 복고풍 일렉트로 팝 소울라고 해야 할까요? 살짝 빅 핑크 생각도 나지만, 그래도 감각과 휠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어서 데뷔 앨범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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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Hurts, PV, 감상, 음악, 잡담
headphone music/잡담 2010/01/22 23:07

Los Campesinos! - [Hold On Now, Youngster...] (2008)


Hey! Ho! Boy! Hey! Ho! Girl! Here We Go!

이름부터 어딘가 얄딱꾸리한 로스 캄페시노스! (번역하자면 농부들! 정도로 될까요? 이렇게 적고 보면 굉장히 구수한 이름이군요(...))는 사실 2006년 웨일즈 수도인 카디프에서 결성된 7인조 인디 록 밴드입니다. 밴드 성원명을 캄페시노스!라는 성으로 개명했다는 점과 수록곡 제목들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라몬즈처럼 꽤나 유쾌한 센스를 지닌 밴드입니다. 첫 앨범 [Hold On Now, Youngster...]은 그들의 유쾌한 음악을 꽉꽉 눌러담은 선포입니다.

얼핏 들어보면 리버틴즈 이후 크게 흥했던 UK 개러지 록 유행들을 답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로스 캄페시노스!는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라몬즈나 버즈콕스 같은 무자비한 속도와 훅이 담겨있는 펑크 팝를 고! 팀이나 아케이드 파이어 같은 흥겨운 떼창과 인디 록의 경제적인 구성에 곁들여 신명나는 로큰롤의 세계를 펼쳐보입니다. 이런 음악들은 싱글로도 발표한 'Death to Los Campesinos!'나 'My Year in Lists'에 잘 담겨 있습니다. 로스 캄페시노스!는 여기서 무자비한 에너지와 아찔한 멜로디를 흥겨운 떼창과 연주에 얹어서 담아냅니다. 듣는 사람조차 신명나다가 지쳐 나가 떨어질 정도로요.

이 와중에 로스 캄페시노스!는 단순히 질주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런 질주를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 내려는 노력을 합니다. 'Broken Heartbeats Sound Like Breakbeats'에서 중간에 광희에 찬 질주를 멈추고 멜랑콜리로 접어드는 곡의 구조나 'This Is How You Spell, "HAHAHA, We Destroyed the Hopes and Dreams of a Generation of Faux-Romantics"'나 'Knee Deep at ATP'의 착실히 쌓아가는 에너지들은 그들이 단순한 일직선적인 파워를 어떻게 발전시키려고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곡은 따로 있는데 바로 여기저기 화제가 되었던 'You! Me! Dancing!'입니다. 이 곡은 전형적인 포스트 록 중좡중좡 연주처럼 층위를 꽉꽉 잡아먹는 기타 노이즈로 점진적으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간결하고 날렵한 펑크 팝으로 변신합니다. 꽤 효과적입니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충돌로 긴장감과 재미를 부여한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이 점이 포스트 록에 대한 뼈 있는 농담처럼 들리더라고요.

여전히 신인 밴드다운 치기가 중요한 뼈대를 차지하고 있는 앨범이긴 하지만, 로스 캄페시노스!의 데뷔작은 여전히 근사합니다. '광속의 질주와 놀라운 훅'라는 명제에 충실한 데뷔 앨범이라고 할까요. 그러면서도 그것을 세련되게 다듬어낼줄 아는 똘똘함도 겸비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후속작이 기대되는 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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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phone music/리뷰 2010/01/21 22:40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Il y a longtemps que je t'aime / I've Loved You So Long] (2008)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감독 필립 클로델 (2008 / 프랑스, 독일)
출연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엘자 질버스타인, 세주르 하자나비시우스, 로랑 그레빌
상세보기

회색 영혼, 마침내 색깔을 찾다

프랑스 자국 내에서는 인기 작가라지만, 필립 클로델는 영화 감독으로써는 낯선 이름입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그는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로 첫 감독 입봉을 했습니다. 한 분야에서 인정 받은 사람의 새로운 시도는 종종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다행히도 그의 시도는 성공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두 자매의 만남에서 시작합니다. 오래간만에 동생 레아를 만나 회포를 푼 주인공 줄리엣. 그녀는 곧 레아의 주변 사람들을 소개받고, 레아가 사는 소도시에 살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을 대하는 줄리엣의 방어적인 태도와 그녀를 둘러싼 레아 부부의 말다툼은 줄리엣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걸 넌저시 암시하게 합니다. 사실 줄리엣은 살인죄로 15년 동안 감옥 생활을 하고 왔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15년 동안 그 날 무슨 일이 진짜 있었는지 말을 하지 않습니다.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요.

이를 보듯 줄리엣은 누구이며, 15년 전 과연 그 참사에서 진정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이 영화의 중요한 미스테리이며 진행 도구입니다. 영화는 줄리엣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던져나가며 천천히 과거의 수수께끼를 벗겨냅니다. 그 와중에 줄리엣의 미스테리함은 종종 은근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모든 것이 밝혀지는 마지막은 예상보다 강한 충격은 없습니다. 이 점은 장점일수도 단점일수도 있는데, 영화의 전반적인 구조와 디테일들을 보면 장점 쪽에 가깝습니다.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서스펜스의 쾌감보다 평온한 일상 속에서 고통받는 인간이 어떻게 사회와 소통하고 아픔을 이겨나가는지를 다루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초반부, 줄리엣은 '까칠합니다'. 심지어 사심없이 다가오는 입양된 사촌 양딸에게도 신경질을 낼 정도니깐요. 그리고 신경질을 내지 않는 대부분은 무표정한 얼굴로 사람들을 대합니다. 물론 이런 태도는 과거에 있었던 모종의 사건하고 연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사회에 자리잡아가면서 그녀의 까칠함은 점점 둥글어지기 시작합니다. 클로델 감독은 이 와중에 줄리엣의 속마음과 감정을 슬금슬금 열어보이기 시작합니다. 진상이 밝혀지기 직전, 새로운 집을 둘려보며 동생을 향해 환하게 웃던 줄리엣의 모습은 더 이상 초중반부의 황량하고 자신을 숨기려고 애쓰던 줄리엣이 아닙니다. 비록 그 다음 줄리엣은 비극적인 사건이 있던 당시 고통스럽던 마음을 토해내지만, 레아의 따스한 손길을 피하지 않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정신적인 외상하고 이제 맞설수 있는 겁니다.

사실 클로델 감독의 연출은 유별나진 않습니다. 일상의 디테일과 심리를 중시하는 안정적이고 섬세한 연출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그는 영상 언어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성공적으로 첫 작품을 완성해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고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주연을 맡은 크리스틴 스콧-토머스라는 배우입니다. 영국인이지만 프랑스에서 경력을 쌓은 이 독특한 여배우의 얼굴은 그야말로 미니멀한 대하 드라마입니다. 비록 [잉글리시 페이션트] 시절의 미모는 사라지고 주름살이 많이 늘었지만, 영국적이다라고 할만한 냉정함과 차분함, 그 사이에서 언뜻 드러나 보이는 복합적인 감정들은 이 영화의 드라마와 독특한 서스펜스하고 잘 부합합니다. 그야말로 배우의 이미지를 잘 활용했다고 할까요. 클로델 감독의 안목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비록 작품 자체가 소품인데다 인물들이 좀 순둥이-교양 있고, 예의 바르고, 안정적인 삶을 누리는 중산층 지식인들-고, (영화 특징이 그렇다고 쳐도) 조금 결말에 힘이 약하긴 하지만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소설가 출신 감독의 좋은 데뷔작입니다. 크리스틴 스콧-토머스라는 좋은 배우를 인상적으로 썼다는 점도 플러스고요. 이 정도라면 감독으로써 필립 클로델의 앞날은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P.S. 적어도 저번 [시네도키, 뉴욕] 리뷰보다는 읽기 편하고 쉬운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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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er Into Movie/리뷰 2010/01/1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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