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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Fight Test (119)
닌텐도 스위치 생김

사실 스위치 생길거라고 생각도 안 했는데 형이 선물로 사왔더라고요. (뻘이지만 저희 형도 스위치 있습니다.) 여튼 괜시리 미안해지네요. 부담주는 것 같아서...

여튼 잠깐 DS 있었던거 제외하면 온전하게 제 첫 휴대용 게임기입니다.... 일단 [마인크래프트]를 깔긴 했는데 딱히 할건 같진 않고, 곧 발매될 [암즈]나 같이 하자고 한 상태입니다. [마리오 카트 8 딜럭스]도 할것 같긴 한데....

...생각해보니 [스플래툰 2] 곧 나오잖아? 이거 같이 해야지 잇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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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예고편

발매일이 얼마 안 남았네요. 이번엔 진짜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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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 코스터!

요새 제가 [디스아너드 2]랑 더불어 제일 기대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제가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를 엄청 좋아하서 말이죠. 놀이공원은 자주 안 가면서 이런건 좋아한단 말이죠. 

롤러코스터 타이쿤 월드가 대차게 망한 지금, 파키텍트와 더불어 유일한 희망입니다. 다음달에 프리오더 걸면 알파 잡아볼 기회가 있을 것 같은데 하필이면 그 기간에 부산영화제 가는지라... 으으... 잠깐 잡을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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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차티드 4: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 [Uncharted 4: A Thief's End] (2016)

전편의 성공에 빠르게 나왔던 [언차티드 3]와 달리 우리가 [언차티드 4]를 보게 된 건 5년이라는 시간이 걸러셔였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 너티독은 [언차티드] 시리즈에서 벗어나 좀비 아포칼립스 [라스트 오브 어스]라는 게임을 내놓았으며, 이 게임은 많은 상을 휩쓸며 PS3 말기를 장식하는 게임이 되었다. 그리고 시대는 PS4로 넘어왔고, 너티독은 [라스트 오브 어스: 리마스터]와 [언차티드: 네이선 드레이크 콜렉션]으로 본격적으로 PS4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지금 여러분들 손에는 [언차티드 4: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가 쥐여져 있다. 우선 간략하게 살펴보자. [언차티드 4]는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임이 되었으며, 리마스터링을 제외하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PS4 언차티드 게임이 되었다. 제작진도 대폭 변경되어 지금까지 언차티드 시리즈를 담당해왔던 에이미 헤닉이 아니라 [라스트 오브 어스]의 성공을 이끌었던 닐 드럭먼이 제작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래봤자 얼마나 차이가 있겠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언차티드 4]는 전작들과 비슷한 점을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인상이 다른 게임이다.

사실 게임 디자인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언차티드 4]는 너티독 나아가 [언차티드] 시리즈에게 기대할법한 콘솔 "시네마틱" TPS의 전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엄청난 디테일과 물량, 편집증적으로 계산된 자유도 제로의 스크립트 연출로 승부하는 3인칭 슈터 게임 말이다. 그래픽이나 사운드 같은 기술의 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뤄져 연출이 훨씬 자연스러웠졌다는걸 제외한다면 [언차티드 4]는 전작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언차티드 4]는 [언차티드 3]가 다소 급하게 내놓은 아이디어들을 깔끔하게 정리한 뒤, 갈고리 밧줄과 거기서 파생된 아크로바틱한 파쿠르 액션, 잠입 요소를 추가했다. 갈고리 밧줄 자체는 속도감이 살아있는 훌륭한 선택이였지만, 잠입은 [라스트 오브 어스]보다도 더욱 양념에 가까운지라 인상은 약한 편이다. 또한 증거물 살펴보기와 수집 요소가 대폭 비중이 늘었지만 이 역시 부차적인 수준이다.

여기서 질문. 여러분들은 [언차티드] 시리즈에게서 기대하는게 무엇인가? 아마도 땡땡의 모험에서 시작해 [리오에서 온 사나이]를 거쳐 [레이더스]로 이어지는 보물 사냥 영화들에게서 기대할법한 가볍고 날렵한 활극을 기반으로 무지막지한 디테일과 스케일로 무장한 블록버스트 TPS일 것이다. 심지어 [언차티드]는 보물 사냥하는 TPS를 시도한 최초의 게임도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언차티드] 시리즈는 [툼 레이더] 시리즈의 벤치마킹에서 시작한 게임이다

그렇다면 [언차티드]가 [툼레이더] 벤치마킹에 그치지 않고 인기 게임의 반열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언차티드 시리즈의 방향을 쥐고 있던 에이미 헤닉은 세 편의 언차티드 게임을 통해 활극의 문법을 완벽하게 꿰고 있었다. 에이미 헤닉은 [언차티드] 시리즈를 통해 뱀파이어로 대표되는 오컬트 고딕 판타지와 타락과 분노, 복수라는 어두운 감정들에 천착했던 [레거시 오브 케인]의 작가라 생각할수 없을 정도로 활극적 재미에 치중해왔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황당한 오컬트 반전 요소, 능글맞은 유머와 대담한 생략이 돋보이면서도 동시에 세심하게 조율된 캐릭터 메이킹, 선악의 구분이 명백하지만 동시에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던 착취적으로 다뤄진 살육과 타 문화 묘사... 이 모든 것들은 때마침 열린 PS3의 하드웨어 혁명과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하지만 [언차티드 4]는 그런 불경스러울 정도로 뻔뻔하고 말초적인 재미가 많이 줄어든 편이다. 4를 시작하자마자 [언차티드] 시리즈가 제공하던 모험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 난 플레이어들은 초반부에서 뭔가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언차티드 4]의 도입부는 전작들과 달리 분량이 상당한데다 은근히 꼬여있는 편이다. 그리고 컷신 연출 역시 상황 설명이 아니라, 인물 간의 미묘한 공기라던가 복선, 성격 설명 같은 부분에 치중해있다. 엘레나와 네이트가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봐라. 여기서 닐 드럭만은 '일상의 권태와 모험의 매료'라는 주제를 기조로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선을 잡아내려고 애쓴다.

단순히 연출 뿐만이 아니라 [언차티드 4]가 내세우는 서사의 모든 방향은 '일상의 권태'와 '비일상의 어두운 이면'이라는 주제 위에 세워져 있다. 이야기의 중핵을 이루는 형 새뮤얼 드레이크와 에이버리의 보물이 그렇다. 그들은 일상에 반대쪽에 서서 네이트를 유혹하고 끝내 유혹하는데 성공하지만 정작 그 유혹은 신기루 위에 세워져 있는 존재라는게 드러난다. 

문제는 이게 너무 '닐 드럭만'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드럭만은 [언차티드 4]에서 전작들이 가지고 있던 허풍스럽지만 예스러웠던 화술의 매력을 모조리 제거해버린다. 대신 드럭만은 [언차티드 4]를 인간들의 욕망을 이야기의 동력으로 최대한 "리얼리스틱"하게 전개했던 [라스트 오브 어스]처럼 만든다. 오컬트는 등장하지 않으며, 레이프와 에이버리 해적단의 파멸은 욕망과 오만의 산물로 묘사되고, 갈등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배태된다. 보물에 신경쓰지 않고 하드보일드한 태도를 견지하며 빠져나가는 나딘은 그 점에서 [언차티드 4]의 방향 전환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전작의 악당들의 최중요 목표가 보물이였던걸 생각해보라. 이건 매우 중요한 변화다. 심지어 폐허나 유적을 묘사하기 위해 동원된 장치들도 [언차티드]스럽지 않고 [라스트 오브 어스]스럽다. 이끼와 물, 식물들로 채워진 쇠락한 문명의 흔적은 오파츠적이라기 보다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가깝다.

이러다보다 캐릭터나 배경 연출들도 꽤나 이질적으로 변했다. 전작들에 비해 상당히 수다스러워졌다고 할까. [언차티드 4]의 등장인물들은 게임 내에서도 [라스트 오브 어스]식으로 쉴새없이 잡담하며 네이트는 와중에 유적을 보며 메모를 한다. 이런 부분들은 인물 간의 드라마는 이입할수 있는 정도로만 남겨두고 액션에만 치중했던 전작들과 대조되는데, 썩 좋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서사가 지나치게 비대해져 게임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할까. [언차티드 4]는 이전까지 생략되어왔던 감정 묘사를 위해 [라스트 오브 어스]식으로 많은 대사를 게임 플레이 도중에 집어넣는데 이게 꽤나 산만하다.

새로이 추가된 네이트의 과거도 꽤나 사족스럽다. 네이트가 매력적이였던 이유는, 온전히 밝혀지지 않고 조금씩 드러나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미스터리함이 캐릭터의 노련함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1편의 도입부를 보라. 시작부터 네이트는 이미 능숙한 모험가였고 그 이상의 정보는 필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엘레나를 통해 그를 소개받은 뒤, 네이트를 따라 모험을 하면서 그의 능글맞은 캐릭터에 흠뻑 젖어들었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언차티드 3]와 기타 미디어 믹스 전개를 통해 이미 알만큼 알았다. 한마디로 이번편의 네이트의 과거는 순전히 이야기 전개를 위해 급조된 느낌이다.   

드럭만이 개입해 추가한 부분들이 내적인 논리를 갖추고 있다는건 인정한다. 어차피 이야기가 완벽하게 막을 내려야 한다면 급조스러운 설정 추가는 필요했을 것이다. [언차티드 3]에서 네이트는 겨우 얻은 안정감을 잃을까 두려워하던 상처받은 소년에서 과거를 인정하고 나아가는 어른으로 정신적으로 성숙을 마친 상태였고 네이트와 엘레나의 결혼은 그런 성장의 증거로 제시되었다. 따라서 새로이 이야기를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이런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거면 굳이 [언차티드 4]를 만들지 않고 [언차티드 3]의 결말을 그대로 놔두는게 낫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결말에 이르면 더 그렇다. 네이트와 주변 사람들이 비일상을 떠나 평범한 삶을 살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은 시리즈를 따라온 팬으로써 보기 좋지만, 순전히 결말을 내기 위한 결말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납득은 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있었을까? [언차티드] 시리즈가 대단한 메세지를 전파하는게 아닌, 활극의 재미에 치중했던 시리즈라는걸 생각해보면 그렇다.

무엇보다 [라스트 오브 어스]와 [언차티드 4]에 이르러서 너티독이 내놓는 고도의 스크립트 연출에 기댄 시네마틱 TPS라는 디자인 전략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걸 지적해야 되겠다. 답보 상태에 머문 게임 디자인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해 어떤 근사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평자들과 게이머들을 여럿 홀렸다는 점에서 너티독은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드라이브]에 대한 오독된 칭찬들을 떠올리게 한다. 즉슨, 너티독은 큐브릭이나 레픈이 그랬던 것처럼 마치 자신이 수백개의 시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속이며 게임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건 창작자에겐 매우 좋지 않은 버릇이다.

[언차티드 4]는 분명 [언차티드 3]이 급하게 내놓은 비전을 좀 더 차근히 다듬고 너티독의 물오른 기술력을 한껏 맛 볼수 있는 "잘 만든" AAA 게임이긴 하다. 하지만 잘 만든 게임인것과, 그들의 비전에 동의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언차티드 4]는 전 멤버가 만든 명곡을 노련하지만 자기 멋대로 편곡해 연주하고, 이에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그건 그렇고 우리가 앞으로 새로 내놓을 앨범이 개쩌니깐 기대해도 좋아."라고 멘트하는, 매너리즘에 젖은 록 밴드 리더를 보는듯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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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이후 밀리터리 게임 미디어에서 소모하고 있는 ‘미국 본토 침공’이라는 외설적 환상에 대해

(과제용으로 제출한 걸 그대로 올립니다. 따라서 오류가 많습니다.)

2001년 9월 11일, 뉴욕에서 터진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향한 테러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정신 체계를 바꾸어놓았다. 9.11 테러는 멕시코 혁명 도중 판초 비야가 이끌었던 멕시코 혁명군의 뉴멕시코 주 침공과 2차 세계 대전 때 있었던 일본의 진주만 침공 이후로 이뤄진 미국 본토가 공격받은 사태라 그 충격은 컸다. 곧 2000년에 갓 집권한 조지 W. 부시가 이끄는 정부 시책들하고 연결되어 국가주의적인 상상력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부시는 이 시류에 힘입어 패트리어트 액트Patriot Act라는 법령을 발휘해 국가 위기 사태에 대해 대비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국토안보부라는 초법률적인 기관이 만들어졌다. 곧이어 미국은 테러 집단의 배후로 지목된 알 카에다를 없애기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공격해 전쟁이 일어났고 순식간에 두 나라는 미군의 새로운 장비의 시험대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면 9.11 테러 직후 펜타곤에서 헐리우드 작가들을 데려와 가능한 모든 본토 침공 시나리오를 작성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동시에 9.11과 비슷한 상황의 침공 시나리오를 다뤘던 미국 군사 소설가 톰 클랜시의 [적과 동지]TV 시리즈 [론건맨]의 한 에피소드가이 뒤늦게 주목받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영상 매체의 엔터테인먼트와 스펙타클을 위한 상황 조작을 위해 만들어지며 침공 시나리오가 갑자기 실재할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이 된 것이다. 이런 실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만들어내는 공포는 지금까지 클린턴 시대를 거치면서 행복감에 젖어들었던 미국을 갑작스러운 테러에 허둥대며 괴로워하게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의 붕괴라는 실재하게 된 위기에 대한 공포와 그에 대한 상상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곧 지젝이 지적했던 것처럼 이데올로기적 국가 기구를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그 와중에 최근 영상 문화에서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컴퓨터 게임업계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바로 밀리터리 게임의 유행의 시작이였다. 물론 이전부터 [윙커맨더][레인보우 식스] 같은 게임들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유행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게임은 [하프 라이프]라는 게임의 모드로 시작했던 2000[카운터 스트라이크]라는 게임이였는데 초기엔 기술적 문제 때문에 스토리라인 없이 단순히 테러리스트와 경찰특공대 간의 대결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게임계의 판도를 뒤집은 이 게임은 곧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고 곧 미국의 게임회사들인 일렉트로닉 아츠의 [배틀필드] 시리즈와 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라는 게임이 2002-2003년에 발매되었다. 허나 이들이 본격적으로 9.11 이후 미국을 상상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서 2007[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 (이하 [모던 워페어])라는 게임을 내놓으면서 부터였다. 물론 9.11 이후의 국제적인 신경전을 다룬 현대전은 [모던 워페어]가 최초는 아니다. 이미 2005년엔 [배틀필드] 시리즈가 내놓은 [배틀필드 2]는 미국과 중국, 가상의 연합인 중동연합과 싸운다는 설정을, [배틀필드 2142]에선 영국을 주축으로 한 EU와 러시아와 중국과 인도를 주축으로 한 PAC 간의 대립이라는 설정은 내놓은 바가 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톰 클랜시의 이름을 달고 나온 [고스트 리콘] 시리즈도 들 수 있다.

하지만 [배틀필드 2][배틀필드 2142]에서 이 대립은 애매한 상황과 캐릭터와 플롯의 부재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기에 어떤 영상매체적으로 해석하기엔 미묘한 부분이 있었다. 이런 추상적이고 모호한 묘사는 [모던 워페어] 이전 밀리터리 게임은 테러리스트와 경찰 집단이라는 상황을 다루면서도 모호하게 처리했던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패러다임에 비롯되고 있다는걸 보여주는 예기도 하다. [고스트 리콘] 시리즈 자체는 그렇게 인기 있는 시리즈가 아닌데다 초기작에선 기술적인 문제로 영상적인 연출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결정적으로 [고스트 리콘] 시리즈 초기작의 스토리들은 미국의 붕괴에 대한 공포보다는 9.11 이전 다국적성을 가장한 미국적 패권주의에 가까웠다. 외려 미국 붕괴에 대한 공포는 오히려 톰 클랜시 이름을 단 게임인 [스플린터 셀] 시리즈가 강한 편이다.

[모던 워페어]에 들어서면서 이런 대립 상상은 본격적으로 영상과 몰입의 힘에 입게 된다. 우선 분명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하게 되었고 게임 연출 면에서도 수동적으로 감상해야 하는 기존 영화 형식의 컷씬 대신 플레이어가 전장 속에서 직접 조작하면서 쫓아가는 스크립트 형식의 게임 진행을 통해 플레이가 실제적이고 구체적인전쟁 속에 플레이어들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그런 연출을 통해 풀어나가는 이야기 전개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이 상대해야 하는 주요한 적들은 미국을 치려고 하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체제 이후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러시아 극우주의자들이다. 이런 설정들은 뒤이어 나온 [배틀필드] 시리즈나 [메달 오브 아너] 뿐만 아니라, 이런 밀리터리 게임을 만드는 큰 기여를 한 톰 클랜시의 게임 시리즈에도 역으로 수입 되었다. 즉슨 [모던 워페어]의 전쟁 묘사와 연출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모던 워페어]에 등장한 전장의 영상적 연출은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이였다. 게이머들이 무기를 가지고 전쟁놀이를 즐기기 위해 특정한 상황만 가정하고 플레이하게 한 모래상자Sandbox’를 만든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패러다임이 실제와 거기서 발생할 가상적 위기와 공포들을 상상하고 거기에 플레이어를 영웅적으로 동참하게 만드는 [모던 워페어]적 체제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런 체제 성립은 지젝이 지적했던 9.11 이후 일어났던 공포에 대한 탈현실화와 동일하게, 전장의 공포와 잔혹함이 탈현실화되어 안전한상품으로써 판매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사실 [모던 워페어]의 이런 실재적인 이미지와 상황 설정은 게임의 본질하고는 거의 무관계한 것이다. 라프 코스터가 [라프 코스터의 재미 이론]에서 내린 게임의 정의에 따르면 비디오 게임을 위시한 게임은 기본적으로 패턴을 해독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런 해독과 해독 방법을 즐기는 학습이 게임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고 보고 있다. [모던 워페어]의 게임 디자인은 전작 [콜 오브 듀티]1인칭 시점으로 총을 쏴서 적을 없애고 점수를 얻는다는 기본적인 디자인을 발전 계승하는 쪽으로 이뤄졌으며 본질적으로는 게임 플레이 자체는 [하프 라이프]에서 시작된, 스토리를 따라가는 1인칭 시점 슈터 게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영화적 연출이라는 당의정을 벗기고 보면 [모던 워페어][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구조는 그리 다르지 않다. 이는 [모던 워페어]로 대표되는 FPS 장르 뿐만이 아니라 영화적 연출로 대표되는 영상적인 스펙타클을 제공하는 타 장르의 게임에도 거의 비슷하게 적용된다.

요컨대 제작진이 의도한 [모던 워페어]의 영상적 스펙타클 연출은, 게임의 본질에 더욱 쉽게 접근하고 몰입할 수 있기 위해 동원된 당의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연출 때문에 (PC를 제외한) 게임용 콘솔쪽 누적 합계만 해도 1335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올리면서 게임 문외한조차 [콜 오브 듀티]의 이름을 알고 게임을 살 수 있게 하였다. 하지만 그런 밀리터리 게임에 도입된 영상적 연출이 궁극적으로는 슬라보예 지젝이 지적했던 이미지의 현실적 침입이라는 9.11 테러의 실재적인 문제점과 그것이 가져올 공포마저 소재로 착취하면서 탈현실화해 외설적인 가상의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이 외설적 쾌락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은 수동적인 관람에 그쳤던 기존 전쟁 영화를 지닌 영상 이미지들보다 (3D 폴리곤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성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플레이어/수용자를 그 외설적인 환상에 실재적으로 동참하게 한다는 점에서 훨씬 위협적이다. 이는 단순히 시점상의 문제가 아니며 궁극적으로는 게임 속에 등장하는 전쟁 이미지를 바라보는 플레이어의 위치를 영웅적인 위치에 놓기에 발생하는 문제다. 그렇기에 이런 영화적 연출을 가진 밀리터리 소재 게임의 선구주자로 1인칭 슈팅 게임인 [모던 워페어]를 그 시조로 놓긴 했지만 앞으로 다룰 밀리터리 소재 게임들은 단순히 [콜 오브 듀티]와 그 아류들이 속해있는 1인칭 슈팅 게임 뿐만이 아닌, [스플린터 셀] 같은 3인칭 슈팅 게임과 [비욘드: 투 소울즈] 같은 밀리터리 소재는 차용만 했을 뿐더러 슈터하고는 큰 관계가 없는 장르도 포함할 것이다.

먼저 [모던 워페어]의 게임 구성은 [하프 라이프] 스타일의 내러티브가 깔린 1인칭 시점 슈터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고 적었지만, 이들과 달리 한 가지 명백하게 달라진 점이 있다. 스펙타클을 바로바로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자유도가 극도로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 [모던 워페어]는 특정 지역에서 플레이어가 전진하지 않으면 적을 마구 쏟아내는 AI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플레이어의 심리적으로 자극하는 피가 1인칭 시점 화면 튀는 연출, 폭파음, 총 효과음, 고함 소리가 가세한다. 거기에 플레이어가 움직이는 캐릭터 대부분은 현대 병기의 최첨단을 달리는 미군과 영국군이기 때문에 몰려나오는 적들은 난이도가 높지 않으면 적당히 피하면서 총을 쏘면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기에 플레이어는 궁극적으로 전지전능한 위치에 서서 전진하며 기어나오는 적들을 하나씩 파괴되는 건물과 엄청나게 쏟아지는 현대 병기들의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영상에 담긴 외설적인 쾌락에 빠지게 된다.

이런 [모던 워페어]가 가지고 있는 일직선적인 영화적 연출속에 담긴 외설적 환상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을 조장한다는 문제는 후속작이 나오면 갈수록 더욱 복잡하게 심화된다. 후속작인 [모던 워페어 2]‘No Russian’ 미션을 보자. 이 미션은 무고한 민간인들을 학살한다는 점에서 악명을 떨쳤지만 사실 이 미션은 미국인들을 상대하는 미션은 아니다. 오히려 [모던 워페어 2]의 악역인 러시아 극우주의자와 그들 사이에 잠입한 미국인 CIA 요원이 공항에서 무고한 러시아 민간인을 학살하는 내용이다. 여기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나가면서 전진하면서 자신들을 향해 공격하는 FSB 알파 팀들과 민간인에게 총을 쏠 수 있는 것 뿐이다. 플레이어는 여기서 무수히 죽어가는 민간인들과 FSB 알파 팀을 학살하는 영상적 이미지의 향연에 빠지게 된다. 전작 [모던 워페어]에서는 전장이라는 현상에 대한 탈현실화를 통한 외설적 환상 생산과 수동적인 섭취 강요는 군인과 전장에 국한 되었다면 [모던 워페어 2]는 직접적인 테러 현장마저 그 탈현실화에 대한 대상으로 삼아버렸다. 이런 연출은 명백히 문제적이였기에 발매 당시에도 무수한 비판을 받았고 제작진들도 스킵하도록 가능하게 했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 나온 버전에서는 민간인을 쏠 수 없게 설정해놓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No Russian’의 진정한 문제점은 9.11 테러의 직접적인 트라우마를 건드리지 않고도 충격적인 이미지와 몰입을 제공함과 폭력의 대상과 실행자를 러시아인으로 설정한 뒤 궁극적으로는 타국의 미국 침략이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전장의 현실을 착취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방법은 다르지만 소수의 테러리스트들이 다수의 민간인을 학살하고 궁극적으로 국가 시스템에 충격을 유도한다는 점 (이 미션은 서사로 보자면 후일 악역들에게 미국인(=주인공인 CIA 요원)의 테러로 포장되어 러시아가 미국을 침공할 빌미를 주게 된다.)에서 ‘No Russian’의 구도는 9.11 테러하고 유사점을 공유하고 있다. [모던 워페어2] 제작진은 이 미션에서 9.11 테러가 미국인들에게 안긴 공포를 가져와 그 대상을 타자들을 향해 돌리면서 테러가 가지고 있는 잔혹한 실재를 탈현실화한 뒤 외설적인 환상으로 만든다. 그리고 동시에 이 외설적인 환상은 러시아가 미국의 주권에 대한 위협을 가하고 애국적인 미군과 그 우방의 군인들이 그걸 막는다라는 국수주의적 태도에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문제적이다.

이런 [모던 워페어 2]‘No Russian’처럼 9.11 테러와 타국의 미국 본토 침공이라는 위협을 탈현실화해 외설적인 환상을 만들어 소비를 하는 현상은 곧 단순히 영상적인 연출 이외에도 서사와 캐릭터 만들기에도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예로는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자극적인 영상 연출에 힘입은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또다른 파생 시리즈인 [블랙 옵스 2]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얼핏 보기엔 이 [블랙 옵스 2]는 비슷하게 근미래의 국가 간의 충돌을 다루고 있지만 기존 [모던 워페어] 시리즈에 등장하는 타국인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찬 미국을 노리는 적들과 다른,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사연과 원한을 지니니 남미인 캐릭터와 미국을 싫어하는 타국의 대중들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블랙 옵스 2]은 일견 전작들에 비해 진보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정작 게임 속에서 그들이 미국을 싫어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유는 그렇게 크게 부각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블랙 옵스 2]는 그런 복잡하게 설정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키고도 여전히 그들이 왜 분노했는가에 대한 대답을 회피한다는 점에서 결국 미국 침공이라는 외설적인 환상을 위해 동원된 기능적인 캐릭터들과 상황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분노와 원한은 결국 선량하고 나라를 지키려는 애국적인 미군 주인공에게서 "헛소리하는 가여운 늙은이"라는 평을 듣고 다시 실패에 빠지게 된다.

[모던 워페어 2][블랙 옵스 2]에서 보이고 있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는 다른 작품으로는 [스플린터 셀: 블랙리스트]이 있다. 이 게임은 1인칭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3인칭으로 진행되는 미국 첩보원 주인공이 미국의 붕괴를 막기 위해 전 세계를 왔다갔다 하면서 미션을 수행하는 밀리터리 게임인 [스플린터 셀: 블랙리스트]는 먼저 미국을 공격하는 세력을 영국계 파키스탄인으로 설정한 뒤, 그에 협력하는 인물들을 미국인이 아닌 타자로 설정한다. 이 중 이란 특수부대 건물에 침투하게 되는 미션이 있는데, 호메이니 혁명 이후에 미 대사관을 특수부대 건물로 쓰고 있는데 미션을 하기 위해 지나가던 특수부대원들이 미국 침공을 시뮬레이션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No Russian’과 달리 플레이어의 직접적인 공격에 동참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서사와 영상 연출을 통해 은연중에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란과 이란의 특수부대를 미국=주인공=플레이어의 주적으로 설정하게 하는 서브리미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이 두 게임에 담긴 메시지 속에는 9.11 테러 이후 전세계가 미국을 싫어하며 그렇기에 언젠가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는 타인에 대한 몰이해가 담긴 히스테리적이고 비이성적인 공포를 영상적인 연출로 자극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 비판받을 수 있다.

이런 밀리터리 소재 게임들을 통해 게임이 영화의 영상적 연출를 가능할 수 있게 되면서 발생한 자극적인 영상적 언어와 해독과 학습, 몰입이라는 게임의 특성을 통한 9.11 테러의 충격과 거기서 파생된 미국 붕괴에 대한 두려움을 외설적인 환상으로 재상품화라는 문제는 비단 언급한 사례 말고도 상당하다. 아예 [모던 워페어] 시리즈의 이야기 구조와 진행 방식을 카피하다시피한 2007년 이후 [배틀필드] 시리즈, 북한의 미국 침공이라는 소재로 애국적인 미국인들의 저항을 다룬 [홈프론트], 비슷하게 북한과 미국의 대립이라는 소재를 다룬 [크라이시스], 미국에 반대하고 나아가 추월해 선도국의 지위를 얻기 위해 연구를 하는 가상의 동양적성 국가 (황화론으로 가득찬 시선으로 묘사된)의 계획을 막는 전개가 나오는 [비욘드: 투 소울즈] 등이 그렇다. 하지만 얼핏 이런 밀리터리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연출을 그대로 쓰고 있으면서도 이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 게임이 하나 있다. 바로 [스펙 옵스 : 더 라인]이라는 게임이다.

[스펙 옵스: 더 라인]은 두바이에 고립된 사람들을 찾아가는 미군들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과 1인칭 슈터 게임이라는 점에서 [콜 오브 듀티] 같은 평범한 밀리터리 게임으로 보이지만 설정부터 차별화하고 있다. 우선 주인공들이 상대해야 하는 적들은 옛 전우들이며 게임이 진행될수록 주인공들이 하는 행위는 절대적인 진리나 선한 가치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학살에 가까운 행위로 변해간다. 특히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주인공 일행들이 전선을 넘기 위해 백린탄을 쏟아붓지만 되려 아무런 죄없는 피난민들이 처참하게 학살되는 장면은 ‘No Russian’하고 비슷한 충격을 안겨주지만 그 주체가 주인공 일행이라는 점에서 플레이어 자신의 행동과 결정에 대한 죄책감과 우울함을 안겨주고 있다. 같은 학살과 폭력의 의미라도 전혀 다르게 외설적 환상 그 자체를 비판하기 위해 쓰인 것이다. 이 때문에 [스펙 옵스: 더 라인]은 플레이어를 전쟁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최악의 학살범으로 만들어버림으로 지금까지의 밀리터리 소재 게임이 무비판적으로 소모했던 외설적인 환상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을 가능케 한다.

물론 [스펙 옵스: 더 라인]이 모든 밀리터리 소재 게임들의 이상향이 되야 된 다는 것도 아니며 궁극적으로는 1인칭 슈팅 게임의 장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점도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스펙 옵스: 더 라인]은 전장과 폭력을 외설적인 환상으로 포장하는 현 게임업계의 안이함을 플레이어의 주도권과 주인공 캐릭터들의 윤리적 모호함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성공적이였으며 향후 대안적이고 비판적인 밀리터리 소재 게임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 분명하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고찰하면서 끝낼까 한다. 현재 E3 등 유명 미국 게임 행사는 미군이 상시 주목하고 있으며 심지어 아메리카스 아미라는 홍보용 1인칭 슈팅 게임을 개발해 완전 무료로 배포하거나 Pro vs GI joe 같은 행사를 통해 미군이 소유한 병기와 군인들의 실력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이벤트를 펼치며 모병 홍보를 한다고 한다. 이런 사실들은 미군을 비롯한 각 나라 군대들이 밀리터리 게임이 가지고 있는 외설적 환상과 이미지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을 이미 빠르게 눈치채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쓰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현장이라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게임 개발자와 영상 문화 비평가들이 이런 우려스러운 현상에 대해 심도있는 새로운 고찰과 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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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린터 셀: 블랙리스트 [Tom Clancy's Splinter Cell: Blacklist] (2013)

폴라곰: 호러 영화 리뷰는 결국 안 하고 가을이 됬네요. 

큰뿌리: 뭐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폴: 어쩔 수 없다뇨. 좀만 부지런했다면 개학전에 하나 했을지도 모르는데. 뭐 님이 게으르다는 증거죠 ^^ 한두번도 아니고.

큰: 에이 너무 그러지 마세요. 오늘 리뷰 끝나면 [스플라이스] 리뷰 같이 하실래요? 아니면 [악마의 등뼈]라던가... 정 안 되면 컨저링 보고 리뷰할수도 있고요. 

폴: 뭐 좋습니다. 에 오늘 리뷰할 건 [스플린터 셀: 블랙리스트]라.... 

큰: 근 3년만에 돌아온 잠입게임계에서 유명한 스셀 시리즈죠. 폴라곰씨는 컨빅션 해보셨겠죠. 

폴: 물론이죠. 

큰: 어떠셨나요?

폴: 너무 본 시리즈에 경도된 한 편 아니였나 생각합니다. 내용도 액션도.... 한마디로 샘이 잠입을 안 하고 총질 해대고 패는것에만 집중해 있어요. 시체 숨기는 것도 사라졌고 그림자와 소리의 메리트도 확 사라져서 하는 동안 딴 겜 하는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이라크 미션은 왜 1인칭인겁니까? 이게 무슨 [고스트 리콘 백 투 더 퓨처]도 아니고.... 악역도 재미없었고.

큰: 흠 물론 컨빅션이 기존 스셀 세계에서 이질적인 게임이라는건 틀림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일반적인 액션 게임과 동일시하기엔 곤란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단 전작들처럼 샘 피셔가 총기 난사하는 "먼치킨" 플레이를 하기엔 화력적으로 열세이며 이를 돌파하는 '잠입 판타지'의 쾌감을 분명하게 짚어주고 있고 벽과 창문, 거꾸로 매달리기 같은 세트 피스들이 여전히 중요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 지정 사격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전작들의 피셔가 교묘하게 흘러가는 뱀 같았다면 (스네이크?) 컨빅션의 피셔는 고양이과 육식 동물을 연상케하는 날렵한 사냥꾼을 연상케하는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물론 근접 공격 성공만 하면 게이지가 자동으로 채워지는등 디자인이 지나치게 단순하게 설계되는 바람에 좀 과도하게 사기적인 능력이 된건 실패였고 1인칭 시점은 확실히 쓸모가 없었죠.

다만 더블 에이전트와 밥상 뒤짚어엎기 때문에 일종의 모라토리엄 상태에 빠졌던 걸 생각하면 게임 자체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있었고, 그런 고민이 어느정도 결과물을 낳았다는건 부정할 수 없을겁니다. 물론 잠입 요소와 액션 요소가 정말 절묘하게 배합된 아캄 시티와 다르게 잠입 요소 자체는 거의 없다시피 해졌다는건 동의합니다만. 그리고 들켰을때 최후 위치를 알려주는 디자인은 써먹을만한 부분이였죠.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배트맨 아캄 시리즈]처럼 잠입 게임의 감각으로 만든 액션 게임이라 생각하고 나름 해볼만한 도전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첨언하자면 잠입 게임과 액션 게임은 같은 장르에 속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잠입 장르는 어드벤처 게임에 가깝죠. 자세한건 엑스트라 크레딧의 "닌자처럼" 영상을 참조해주세요.)

이야기도 그 정도면 괜찮지 않았나요? 악역은 시시하고 스케일은 작지만 샘의 캐릭터는 훨씬 깊이가 있어졌고 신 캐릭터 빅터나 코빈도 잘 녹아들어가서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전 서부극 결말을 변주한 결말이 참 좋았어요. 적어도 지금까지 이어져 온 샘 캐릭터를 생각하면 일관성이 있죠.

폴: 아 그 결말은 확실히 냉소적이여서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죠. 원래 냉소적인게 잘 어울리는 캐릭터이기도 했고요. [어새신 크리드] 하니 원래 컨빅션은 어크풍 샌드박스 게임으로 만들려고 했다면서요?

큰: 그건 맞습니다만 나중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죠.

폴: 이번 블랙리스트로 넘어가보죠. 전 컨빅션의 잠입이 불만이였기에 잠입 요소가 대거 복귀해서 반갑더라고요. 저번에 큰뿌리 씨가 컨빅션을 절충주의적이라 지칭했는데 이 말은 블랙리스트에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큰: 그렇긴 하죠. 사실 전작의 잠입은 어디까지나 공격을 하기 위한 부차적인 요소였다면 이번 작의 잠입은 진짜 제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블랙리스트는 세가지 타입으로 플레이 유형을 나누고 거기에 따른 점수와 미션들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고스트, 팬서, 어설트... 각각 기존 스셀, 컨빅션, 일반적인 TPS 스타일로 플레이 유형을 나누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폴: 점수 개념은 혼돈 이론 시절 점수 개념을 업그레이드한거에 가깝더라고요. 많이 단순화되긴 했지만.... 그림 미션은 옛날 향취가 나는게 좋더라고요.

큰: 단적으로 소리 개념 같은게 상당히 축소됬죠. 우르르 꽝꽝 돌아다니지 않는 이상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냄새라는 개념이 추가된것 같지만.... "킁킁 이건 낯선 냄새? 주인님께 알려야징 컹컹..." ^ ^ 

폴: 가장 좋은건 그렇게 분류를 해놓고 고스트 플레이에 많은 이점을 주면서도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조절했다는 점이였어요. 이런건 자칫 잘못하면 엄청난 노가다와 짜증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큰데 블랙리스트는 다행히 그 함정은 피해가고 있습니다.

큰: 가젯들도 007 필 나게 새로 리뉴얼 됬더라고요. 기존작에서 있었던 것을 복귀한 것도 있고, 새로 추가된 것도 있는데 수면 가스라던지 트라이로터 같은건 제법 참신한 가젯이였다고 봅니다. 가젯 말고도 에어 포일의 다기능 진화형인 석궁이라던가 전파 재밍 같은 요소도 굴곡을 더해주고 있었죠.

폴: 트라이로터는 확실히 재미있는 아이디어더라고요. 어쩌면 접착 카메라 발전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사실 초기작들도 상당히 밀리터리 007스럽지 않았나요? 특히 "위윙 칙~"하면서 플레이어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소나 고글 ^ ^ 이번작에 돌아와 반갑더라고요. 야시경은 컨빅션에도 있었지만요.

큰: 소나 고글의 복귀도 일종의 선언이죠. 나는 잠입 게임을 만들겠다는. 하지만 동시에 이런 잠입 액션에 어떻게 '스피디한 액션'하고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 그것도 상당히 고심해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강화복 병사 같은 경우엔 아주 신컨을 보이지 않는 이상 이외엔 결국엔 재빠른 액션을 동원해야 하죠. 반대로 지정 사격 목표 지정 같은건 플레이 스타일에 따른 차등적인 보너스 같은 느낌으로 변했는데 이건 좋은 선택이였다고 봅니다. 화려한 액션을 하고 싶다면, 다른 플레이도 익숙해져야 한다라는 좋은 논리가 확고하게 세워져 있어요.

다만 그림자 요소가 그렇게까지 유용하지 않다는건 좀 감점이라고 할까요... 그냥 가까이 오면 보이게 되는 위장 그런 느낌으로 디자인됬더라고요. 전작의 그림자 속에 숨어서 천천히 사냥하거나 지나치는 플레이를 선호했던 저로써는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폴: 근데 그 쪽이 말이 되지 않아요? 솔직히 전작 애들이 야맹증 걸렸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띨띨머절하게 놀았던 걸 생각해보면 이쪽이 자연스럽죠.

큰: 그렇다고 보기엔 이번작 AI들도 머절띨띨한거 같은데요. 조명 부서져도 "그게 무에 상관?"라는 반응이니. 얘들은 순금 상들리에라도 부서져야지 반응하려나?

폴: 하하^ ^

큰: 그리고 시체 숨기기도 등장했습니다만... 그렇게 쓸모가 있었던것 같진 않습니다. 반대로 비살상 제압은 확실히 돌아온게 반갑습니다. 전반적으로 전작 컨빅션의 절충주의를 확고하게 뿌리내렸고 상당한 재미를 보장합니다. 그렇게 까일만한 디자인은 아니에요.

폴: 이런 변화 말고 게임 전체적인 구조도 확 바뀌었죠? 어새신 크리드 제작진이 담당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어크 요소가 굉장히 많이 투입됬습니다. 중심이 되는 공간(여기서는 팔라딘이겠죠.)에서 팔라딘/장비 강화가 가능하다던지, 미션의 세부화, 비살상/살상 모드, 동료들의 비중이 제법 강해졌다는게 그렇습니다. 이런 변혁은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큰: 컨빅션이 어크 스타일로 만들어질 뻔했다는걸 생각해보면 재미있죠. 

폴: 정작 개별 미션 디자인 자체는 샌드박스가 아닌 전형적인 스셀 스타일입니다.

큰: 같았다면 좀 그랬을겁니다. 물론 어크 스타일로 만들어진 스셀도 재미있었겠지만 이건 망상으로 접어두죠. 여튼 팔라딘 자체는 제법 매력적인 공간이더라고요. 모 분 말씀대로 남자의 로망이 모조리 실현된 공간이라고 할까요. 미국이기에 가능한 그런 돈지랄적인 매력도 있고요. SMI 시스템을 가지고 유비쿼터스와 증강현실이 섞인듯한, 뉴미디어적인 영상 연출도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부티나는건 좋은데 특유의 고립감, 그런게 없어져서 그런게 별로였습니다. 역시 이런 잠입 장르는 동료하고 떨어져 있다는게 가장 매력적이긴 한데 너무 여유롭게 부티난다는 느낌이에요.

폴: 사실 누구나 마음 속엔 비밀기지 하나 쯤은 있는거에요.

큰: 하하^^ 근데 사실 제가 이 공간이 별로라 느낀 것은 캐릭터나 거기서 펼쳐지는 드라마가 문제가 있어서일지도 모릅니다. 한마디로 블랙리스트는 이야기는 후집니다. 이게 그 스셀 시리즈 맞나 의심할 정도로요.

폴: 아니 후지다고 할꺼까지야... 이야기 자체는 상당히 흥미진진하지 않습니까?

큰: 물론 그런 장르적인 이야기를 테크니컬하게 끌고 가는건 별 무리없습니다. 응전과 반격 같은것도 리듬감이 좋고 탐색과 추리 같은것도 잘 이뤄져 있고요. 제가 지적하고 싶은건 연출이나 캐릭터 쪽입니다. 한마디로 닌자 가이덴 3 급으로 존나 엉망이에요!

폴: 아니 닌가3는 인간이 만들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니 비교는 좀 그렇죠. 안나와 샘이 팽팽하게 아가리 파이트를 펼친다던가 어리버리 코빈과 찰리의 개그는 괜찮지 않았어요?

큰: 확실히 "일 잘하고 남자 동료들과 한댓갈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지극히 미국적인 여성상인 안나는 이런 장르에서 보기 드물게 주체적인데다 매력 있고 (게다가 모델링 상향으로 [바쇽 인피니트]의 엘리자베스를 닮은 눈부신 미모까지! 사랑합니다!) 감초같은 코빈도 있지만 그거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블랙리스트는 앙상블이나 캐릭터 설계가 엉망이에요. 이 캐릭터들이 어떤 매력과 사상적 기반이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도 못하고 막 주물럭주물럭 대충 만들어다 던져놓은 그런 캐릭터들이 즐비합니다.

특히 아이작 브리지스는 최악입니다. 이 캐릭터는 자기 주장도 없고 맹맹하기 그지 없는 동기부여용 코옵 캐릭터입니다. 나중에야 소극적으로 반항하기를 시도하지만 그 정도론 택도 없습니다. 샘에겐 이보다 더 성깔 강하고 서로 머리채 휘어잡고 쌍욕해대며 싸울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이 캐릭터 파트 게임 디자인도 좀 짜증 나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최소한 가젯을 어디로 던질지 설정 정도는 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찰리는 그나마 낫긴 하지만 하위호환 [스카이폴]의 Q 그런 느낌이에요. 당연히 Q에 비하면 매력이 태부족입니다.  

그리고 안나와 샘의 대결 같은것도 자세히 보면 인공적으로 밀당한다는 티가 팍팍 납니다. "아~ 얘가 양보했으니 쟤도 양보해야지." 뭐 그런 식으로 갈등을 짠 것 같은 느낌이에요.

폴: 확실히 아이작은 대체 얜 왜 여기서 이러고 있담 그런 느낌이긴 하죠. 역재4의 오도로키 같은 재고 떨이 같은 느낌이랄까요. 아이작이 오도로키처럼 자기 자리를 찾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큰: 샘이야말로 이 문제의 총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각본진은 이 캐릭터에 대한 발전이나 아무런 열의가 없어요. 에릭 존슨이 열심히 구르고 뛰지만 이번 샘은 그냥 액션 장르 히어로 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폴: 노리 심문할때 거만하게 팔 쫙 펼치고 꼬나보는 연출은 좋던데요?

큰: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니깐요. 샘 캐릭터의 매력은 하드보일드 소설의 대가인 대실 해밋의 콘티넨털 탐정에서 훔쳐왔다고 창조주가 고백할 정도로 더러운 세상사에-심지어 미국 그 자체에도-냉소적이고 오로지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그게 정치적으로 반드시 옳은가는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프로페셔널하지만 배배꼬인, 그러면서도 약간의 따스한 면을 보여주는 놈탱이라는점인데 이번 샘은 그런 나쁜 놈스러운 대사나 행동도 별로 안하고 고민도 안 합니다! 이번 편에선 오로지 미션과 섹스하려고 환장했어요! 런던 미션 보세요. 세상에! 주여!

폴: 흠 그래도 초반에 빅터가 다쳤으니 그렇게 엔지니어들을 때려잡는 미션에 환장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심지어 안나도 그 부분을 지적하잖아요.

큰: 작중에서 보면 전혀 그런 감정이 안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런 샘의 빅터에 대한 브로맨스급 집착-사라와 함께 유일하게 사적으로 의지할만한 친구-이라던지 (이 부분은 프리퀄 만화 에코스가 연출을 훨씬 더 잘했습니다. 반성 좀 해라!) 사적인 감정과 공적인 의무 간의 대결 같은 그런 내적 갈등이 필요했는데 굉장히 밍밍하게 처리됬습니다. 전작의 감동적인 엔딩 ("지금 샘은 사라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어.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더군. 남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 샘은 그걸 가족이라고 봤지. 그리고 샘은 가족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돌아왔어. 샘이 사라와 함께 떠나기 전에 나한테 한 말이 뭔지 아나? 빅터, 모든게 고맙네. 전부 자네 덕분이네. 난 자네를 친형제처럼 사랑하네 라고 했지. 친형제… 그것은 가족이지? 그렇지 않나?")을 알고 있는데도 이렇게 느낄 정도에요. 전화를 하지 말고 얼굴을 좀 보여달라고!

폴: 확실히 컨빅션 엔딩 대사는 상당히 통속적이기도 하지만 감동적이죠. 저도 블랙리스트의 빅터를 말려들게 한건 좋았으나 그 후 연출들은 밍밍했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악역은 어떤지요?

큰: 악역으로 가면 더욱 엉망이죠. 슬픈 것은 여기 등장하는 악역들은 정말 근사한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메인 악역인 마지드 사디크 같은 경우엔 [스카이폴]의 라울 실바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의 문트 같은, 주인공의 끔찍한 면모를 드러내는 굉장한 괴물 악역이 될 뻔했습니다. 실제로 처참한 지금 결과물 속에서도 별다른 과장 없이 자기 일만 해도 위험하게 느껴지는 인물입니다. 샘의 상대는 이 정도는 되야죠.

설정이나 각본도 알고 있는지 의도적으로 샘과 사디크의 유사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이를 대응하는 샘의 캐릭터가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옛 친구와 비장하게 세상의 지저분함과 그럼에도 이러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댔던 사람이 "닥쳐 넌 사람 죽였으니 나쁜 놈이야!" 이런 대사만 내뱉고 있으니 참 슬픕니다. 이란의 특수부대 장군 같은 캐릭터도 단순한 타자가 아닌 재미있는 캐릭터였는데 종국엔 1회성 악역으로 소모되고요. 

폴: 이란 장군 캐릭터 같은 경우엔 미국의 반대쪽에 선 나라의 사람이라도 나름대로 자기 철학과 인간미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서구열강의 시선이 반영될수 밖에 없으니깐요. 그게 한계였을겁니다. 게임 디자인상으로나 아니면 세일즈 문제라던가... 

그리고 밀덕우익꼴통인 톰 클랜시답게 전작들도 그런 불편함이 없었던 건 아니잖아요? 전 2편의 사도노 같은 경우엔 체 게바라 비꼬는것 같아서 상당히 불편했는데 말입니다. 니들이 게바라 아무리 비웃어도 그가 이뤄놨던 그 이상주의를 무너트릴수 없을걸?

큰: 그건 인정합니다. 솔직히 전작들도 컨빅션 제외하면 미국 중심적인 시선이 드러났죠. 하지만 전작들은 냉소주의와 그에 대응되는 강렬한 캐릭터 연출로 처리했다면 이번 작은 반대로 멍청한 연출들과 형편없는 대사들로 그 문제들을 다 까발리고 있어요. 제작진들은 늬들이 좋아하는 샘 피셔와 그 동지들은 원래 이런 자기들 밖에 생각 안 하는 쌍놈들이란다~ 식의 아이러니 성립을 하고 싶었다면 피이~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이건 메탈 기어 솔리드 피스워커가 훨씬 더 잘했죠.) 

이런 멍청함은 곧 작품의 내적 논리와 철학의 부재로 이어집니다. 하이고... 결말 정말 가관이에요. 누설이 될까봐 자세히 적진 않겠지만 "한 입에 두 말하네 니들이 독재를 겪어본적이 없어서 자기가 하는게 왜 무시무시한지 모르는거지"라는 비웃음도 절로 나오고요. 마지막 미션 직전에 나오는 연출은 "이걸 멋있다고 넣냐?!"라고 까고 싶어집니다. 스셀 블랙리스트는 자기가 엄청난 폭탄을 다루고 있는줄 모르고 제멋대로 가지고 노는 무뇌한 헐리웃 블럭버스터나 다름없어요. 지옥에서 셔틀랜드가 보면 배잡고 웃겠다.

폴: 뭐 서양 게임 하면서 무리한걸 바라는거 아닌가요.

큰: 좀 바라면 어때요. 그네들도 좀 함께 사는 법 좀 배워야 합니다. 뭐 다섯번째 자유? 그 다섯번째 자유가 퍽이나 살바도르 아옌데 같은 케이스 만들었다. 이런 생각없는 대사와 시츄에이션 쓴 사람들은 칠레 아티카마 사막 가서 반성 좀 해야 해요. 이 점에선 [어새신 크리드]가 훨씬 성숙합니다. 적어도 거기 주인공들은 자신이 정당한지 고민하고 번민하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셀 시리즈 각본은 국가보다는 개인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며 살짝 서부극 필도 났던 컨빅션이 제일인거 같습니다. 그 다음은 혼돈 이론이나 더블 에이전트 정도?

폴: [어새신 크리드]는 내적 논리가 확실하게 전개되긴 하는데 이야기 구조가 덜컥거리죠....

큰: 그래도 어크 3편은 제법 감동적이였는데 말이죠. 그래서 결론을 내리자면 게임 디자인은 전작들의 장점을 모으는데 성공한 수작이라 할만하나 이야기는 개판이다라 할 수 있습니다. 게임 자체는 무리없이 추천할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정치적 둔감함에 민감한 분이라면 좀 조심하셔야 할듯 싶습니다.

폴: 솔직히 저런 정치적 멍청함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생각을 많이 해야 할것 같습니다. 어렵네요... 우리야 외부자/타자이니 이렇게 쉽게 비판할 수 있겠지만 막상 당사자들이 되면 그 함정에서 벗어나기 힘들죠.

큰: 항상 자기 자신과 싸우고 경계해야 합니다... 그럼 다음엔 약속한대로 호러 영화 리뷰나 같이 하죠.

폴: 네. 그럼 학교 생활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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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린터 셀: 혼돈 이론 [Tom Clancy's Splinter Cell: Chaos Theory] (2005)


스플린터 셀 시리즈 3번째 게임입니다. 북한 문제 때문에 출시가 되지 않았다는데 확실히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깝습니다. 이 3편으로 스셀은 정점에 달했거든요. 기본적으로 게임 디자인은 1,2편에 두고 있지만 그래픽 뿐만이 아니라 미션 구조 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습니다. 이걸 판도라 투모로우 1년 뒤에 냈다고...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니깐요.


우선 기본적인 게임 디자인은 전작들하고 같습니다. 여전히 샘은 전면전보다는 잠입과 농락으로 위태로운 상황을 돌파해야 하죠. 하지만 전작들과 다르게 이번엔 스텔스 점수라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사소한 변화 같지만 전등을 픽픽 깨트리거나 사람을 죽여도 그냥 넘어갔던 전작들과 달리 상당히 제한을 두고 있어서 민감한 플레이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부가 미션과 캠페인 시작전 장비셋을 선택할 수 있는 부분(근데 이건 좀 레인보우 식스스럽습니다)이 생겨서 플레이어의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습니다. 


새로 추가된 요소로는 먼저 해킹이 있습니다. 해킹 자체는 단순하지만 게임 진행 이상으로 스셀 세계관의 단편들을 엿볼수 있다는게 가장 매력적입니다. 또 칼로 찌른다던가 거꾸로 매달려 목을 비튼다던가 문을 꽝하고 열기, 이중 점프를 이용한 벽에 매달리기 등 다양한 행동들이 추가되고 에어 포일의 성능이 올라가는등 전작을 확실히 계승 발전 시킨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저 편의에서도 많이 발전해서 지도가 전작에 비해 훨씬 좋아졌고, 소리 바가 생겨서 상당히 편해졌습니다.


레벨 디자인도 파워업됬습니다. 치밀한 오브젝트/환경/잠입 포인트 배치와 그에 맞춘 AI 동선 설계, 각 스테이지마다 돌파해야 할 난제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미션이라면 서울 미션의 돌아다니는 감시 카메라, 도쿄 온천 미션에 등장했던 증기를 이용한 잠입 플레이를 꼽고 싶네요. AI들도 전작에 비해 파워업을 해서 노멀 난이도에서도 비닐을 찢는다던가 키패드를 해킹하면 알아차리는 등 제법 괜찮은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시나리오도 좋습니다. 갈등이 훨씬 복잡하게 꼬여 돌아간다고 할까요. 남북한이 전쟁 나는 부분이라던가 관련 스테이지가 꽁기하긴 하지만-만약 저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전 고기방패가 됬겠지요-그래도 동아시아의 역사/정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플롯에 영리하게 녹여내고 있습니다. ...슬프게도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한 시나리오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조금 단선적이였던 전작들과 달리 반전과 복선을 영리하게 써먹고 있어요. 현지 고증도 생각외로 훌륭합니다. (...어디까지나 생각외지만. 특히 서울 부분은 좀 오락가락;)


또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던 전작들의 악역과 달리 더글라스 셔틀랜드와 오토모 토시히로는 제법 좋은 악역입니다. (후자는 찌질하긴 하지만...) 특히 셔틀랜드는 제법 강렬해요. 피셔에게 걸맞는 무게와 일관된 사상을 지닌 숙적입니다. 스셀 시리즈 악당 중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려 너무 일찍 퇴장한거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저라면 한 두 편 더 써먹었을겁니다. 전반적으로 유머와 캐릭터의 디테일이 상당히 늘었다는 것도 플러스입니다. 피셔라는 캐릭터를 확고하게 만들고 잔재미를 더해주고 있다고 할까요.


단점이라면 초보에겐 여전히 불편하다는 것... 튜토리얼을 메뉴에 때려박고 시작하자마자 그냥 던져버려서 기존 스셀 팬들이 아닌 사람이라면 조금 난감할지도 모릅니다. 저도 사실 이걸 처음 잡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으니깐요. 여전히 초보들에게 친절한 작품은 아닙니다.


혼돈 이론은 확실히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더욱 촘촘하고 치밀하게 엮은 걸작이라고 할까요. 다소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1,2편들과 달리 3편은 낡지 않는 단단함이 느껴집니다. 이후 더블 에이전트가 시리즈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과격한 시도를 했다는걸 생각해보면 혼돈 이론은 스셀 시리즈의 정체성을 정립함과 동시에 정점에 도달했다고 볼수 있을겁니다. 동시에 이런 하드코어함 때문에 외려 컨빅션에서는 다른 방향을 취했구나 라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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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린터 셀 / 스플린터 셀: 판도라 투모로우 [Tom Clancy's Splinter Cell / Tom Clancy's Splinter Cell: Pandora Tommorow] (2002; 2004)


(사실 1,2편은 그렇게까지 많이 차이나는 게임은 아니여서 1을 위주로 서술했습니다.)


스플린터 셀이 처음 나왔을때 여러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래도 '군바리 잠입 게임'엔 메탈 기어 솔리드가 먼저 선발 주자로 있었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겠죠. 하지만 이번에 직접 플레이 해본 결과 뭐 소재의 비슷함이나 후발주자로 의식한건 있겠지만 서로 다른 게임이다...라는게 느껴지더라고요.


우선 레벨 디자인에서 스플린터 셀은 메탈 기어 솔리드하고 많이 다릅니다. 메탈 기어 솔리드의 레벨 디자인은  패미컴 게임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탑뷰 형식의 느낌이 강합니다. 조작 캐릭터보다 어느 정도 스테이지를 조감을 해서 보여주는 형식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아이템이나 조작가능한 버튼 역시 그 시절 게임들처럼 조금 눈에 튀는, 인공적인 느낌으로 배치되어 있는게 많아요. 

반대로 스플린터 셀은 주인공 샘 피셔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카메라워크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시야가 한정적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아이템이나 적 배치도 스테이지에 철저히 녹아든 형식을 취하고 있고요. 그 결과 탁 트인듯한 메기솔과 달리 스셀은 조금 폐쇄적인 느낌을 띄고 있습니다. 보통 메기솔보다 스셀이 어렵다고 하는데 그 폐쇄적인 분위기가 기여하는 바가 클듯 싶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스플린터 셀의 뿌리는 워렌 스펙터가 만든 [시프]라는 게임입니다. 주인공 캐릭터가 적에 비해 약해 정면 대결이 불가능하고 되도록 피해서 진행해야 하고 어둠과 빛, 소리의 개념이 잠입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은 [시프] 시리즈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죠. 1편은 상당히 그 공유 부분이 많은 편입니다. 물론 다른 부분도 있는데 우선 3인칭 시점에 워렌 스펙터 특유의 '읽을 거리'가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아예 없는건 아닙니다.) 상대를 죽이거나 농락할 수 있는 방법이 늘었다는 점? 시프에 비해 액션 함량이 제법 높아졌습니다.

혼돈 이론과 달리 스텔스 점수가 없는지라 게임 디자인은 지금 보면 다소 단순하다는 인상입니다. 경고 제한이 걸려있긴 하지만 그 제약의 폭이 상당히 적어서 대충 다 때려잡아 숨겨놓고 진행해도 무방합니다. 이렇게 적으면 왠지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디자인 자체가 착 달라붙는 매력이 있습니다. 정말 잠입만으로 다 해결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밀도 높은 디자인 위에서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게 매력이라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감탄했던 부분은 1편에서 CIA 미션 전체, '온도'로 키패드 암호를 알아내는 부분과 2편에서 빛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부분였습니다. 혼돈 이론에서 이런 매력이 극에 달하긴 했지만 이런 밑바탕이 있어서 다 가능했던 거겠죠.


유저 편의 부분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레벨 디자인이 잘 짜여져 있긴 하지만 목표 지점이 어디 있는지 잘 감이 안 잡히고 지도는 그렇게 도움이 안 되는데다 빛과 달리 소리 측정 바가 없어서 감으로 알아야 하고요. 이벤트 스킵이 안 되는 부분 판도라 투모로우에서는 휘파람 추가와 벽에 붙어 이동 등 사소하게 개선된 정도.


스토리는 둘 다 잘 흘러가는 편입니다. 물론 '미국의 평화를 지키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영웅'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게 (애시당초 톰 클랜시 이름 달고 있으니 뭐.... 개인적으로 컨빅션을 선호하는 이유도 그 틀에서 벗어났다는 점 때문입니다.) 꽁기하긴 하지만-사실 제일 식겁했던 부분이 1편에 남의 나라 대통령궁에서 전 대통령에게 저격 날리는 부분... 미국의 내정 간섭을 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써는 편하게 받아들일수 없더라고요.-뭐 어쩔수 없죠. 이건 북미 애들 시각에 맞춰져서 게임이 만들어졌으니. 첨언하자면 1편 시나리오가 지금 보면 좀 돋는게 실제로 조지아는 게임 발매 몇 년 후 분쟁이 일어났습니다. (...)


다만 2편의 노먼 소스 캐릭터가 낭비된데가 결말이 썰렁하다는게 아쉽더라고요. 좀 잘 쓸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건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 파트로만 보면 2편 마지막이 훨씬 박력감이 있습니다만 스토리로 보면 오늘도 평화로운 미국에게 다소 냉소적인 조크를 날리는 샘을 보여주며 보여주는 1편 결말이 훨씬 좋습니다. 주인공인 샘 피셔는 이 시절에도 확실하게 컨셉이 잡혀있더라고요. 시니컬하고 현실적인 간지 중년... 아무튼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조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확고한 노선과 재미를 가지고 있는 게임들이고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이거 안 하고 혼돈 이론 하려면 빡셉니다.


P.S. 2편 PC판은 빛과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서 게임의 재미를 온전하게 즐기기가 어렵습니다. 패치도 없고 유비 쪽에서도 별 말이 없는걸 보면 제대로 즐기려면 HD리마스터판 밖에 답이 없는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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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새신 크리드 3 [Assasin's Creed III] (2012)



(누설이 한가득 있습니다.)


폴라곰: 2년동안 찾지 않다가 다시 부르는 이유가 뭐에요.

큰뿌리: 뭐긴 뭐에요... 동어 반복 하다가 지쳐서 좀 색다르게 써볼려고 하는거지.

폴: 쯧쯧. 글쟁이 자격상실이네요. 하긴 최신 댓글 보면 알 수 있죠^^ 게다가 [덤불 속의 검은 고양이]라던가 [제 3의 사나이] 같은 걸작 영화들은 제쳐두고 고작 어크3 리뷰 쓸려고 날 불렀나요? 별로 마음에 안드는 게임 가지고 떠드는거 귀찮단 말이에요. 됬고 겨울잠 좀 자게 좀 해줘요. (자리 펴고 눕는다.)

큰: 님 제발... 이 리뷰 못 쓰면 사람들이 절 뭘로 생각하겠어요. (대답 없음. 곧 비굴한 표정으로.) 미안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럴께요 ㅜㅜ


폴: (한숨을 푹 쉬고) 다음엔 나 좀 잊지 말아요. 아무리 그래도 2년은 좀 심하지 않습니까. (사이) 모름지기 끝맺음은 항상 중요하다고 선현들이 그러지 않았습니까. [어새신 크리드 3] 결말은 그 선현들이 보면 에이그 쯧쯧쯧 거릴 결말이에요. 우선 그렇게 '3부작 완결! 데스몬드 이야기의 종결!' 뻥카를 줄창 쳐넣고는 결말이 뭐에요. 결말이.... 까놓고 말하죠. 큰뿌리님은 결말이 만족스러우셨나요?

큰: 아뇨.

폴: 거봐요. 이런 결말을 그냥 통과시켜준 제작진들은 무슨 생각을 한거래요?

큰: 아 그건 불만족스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어크 시리즈에서 뭔가 짜임새 있는 결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에지오 이야기와 알테어 이야기가 끝나고 데스몬드가 다짐을 한 레벨레이션 밖에 없었죠. 그리고 막상 플레이 해보면 그렇게 말이 안 되는 결말은 아닙니다. 과거편하고 의외로 연동되어 있기도 하고 게임이 추구했던 사상적인 일관성이 있다고 할까요. 데스몬드가 서 있는 '진영'이라면 선택할수 있는 결말이죠.


폴: 그건 그렇다고 쳐요. 뭐 다들 높게 평가하는 2편도 결말은 짜임새 있는 결말은 아니였으니깐요. 하지만 데스몬드의 마지막 선택이 정말 뜬금 없어요. 뭔가 심각하게 중간 과정을 빼먹은듯한 느낌이에요.

큰: 흠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만약 어새신 크리드가 선택을 중시하는 게임이였다면 이렇게 까이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결말의 문제점은 데스몬드의 선택이 중점인데도 정작 데스몬드의 주체는 존재하지 않고 그렇다고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이렇게 진행하니깐 받아들여라 강요하는 거죠.

폴: 하긴 어새신 크리드는 단선적인 플롯을 따라 영화적인 연출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임이니깐요. [매스 이펙트]나 [헤비 레인] 같은 게임이 아니니 선택을 넣을 수 없었겠죠. 그러니 좀 데스몬드 캐릭터 개발 좀 하지 그랬어.


큰: 그래도 아주 노력하지 않았던건 아닙니다. 데스몬드는 이번 편에서 열심히 뛰어주고 나름의 드라마도 있습니다.

폴: 이번 편에서 데스몬드와 아버지 윌리엄 마일즈의 관계가 인스턴트식으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리버럴이여서 그런지 윌리엄의 주장에 데스몬드가 아버지 (=어새신) 말이 다 옳다는 헤벌레 따라가는 식으로 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지만...

큰: 그런건 없었죠.


폴: 네. 윌리엄은 분명 통솔력 있지만 자신의 단점을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간적인 결함 있는 캐릭터로 묘사된다는 점이 좋았어요. 그리고 데스몬드도 대의를 선택하긴 했지만 윌리엄에 대한 앙금이 풀리지 않았다는 묘사도 좋았고요. 다만 전 뭐랄까 윌리엄이 데스몬드의 과거를 포용하는 자세를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젊었을땐 다들 부모말이 듣기 싫어 탈선할수도 있지 뭐. 어새신의 아들이라고 반드시 일직선으로 가야 하남? 에지오는 어릴때부터 여자 후리고 다녀도 아빠가 되려 좋아하더만.

큰: 난 되려 일관성이 있다고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윌리엄은 자기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의무를 중시하는 캐릭터에요. 리더로써는 훌륭하지만 인간으로써는 여유가 없는 캐릭터죠. 게다가 에지오 때와 달리 현재 어새신 상황이 말이 아니였잖아요? 다니엘 크로스가 깽판쳐서 망하기 일보진전이였는데다 지구 멸망 직전이니껜. 윌리엄 눈엔 인간적인 욕망을 찾고 싶어하는 데스몬드의 일탈과 반항이 같잖게 보인거죠. 아무튼 이 둘은 간단하지만 역동적인 관계고 제법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제공합니다. 아무튼 데스몬드 캐릭터 개발은 생각 외로 착실한 편입니다.


폴: 좋아요. 다 좋아요. 그런데 왜 그 마지막 선택은 왜 그런건지에 대답은 없잖아요?

큰: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했던거 아니였나 생각해봅니다. 우선 선택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반전이 너무 막판에 나와요. 굉장히 의미심장한 드라마를 만들수 있는 딜레마인데 빠르게 처리되버리죠. 차라리 이걸 좀 앞당겨 동료들 간의 갈등을 만드는게 더 좋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게다가 어새신 크리드 서술 구조는 데스몬드에게 불리할수 밖에 없죠. 심지어 표지조차 조상들이 차지하고 있는 마당이니깐. 자연히 캐릭터 입지가 희미해지죠. 기억 셔틀이라고 놀림 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데스몬드만을 내세울수도 없는게 어새신 크리드의 역사적인 요소가 가져다주는 매력을 걸리죠. 각본가들이 엄청난 스턴트를 벌이고 있는 걸 감안해야 합니다. 이러면서도 망하지 않는게 신기하죠.

폴: 사정은 이해합니다만 결말은 더 나아질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짜증스러우면서도 안타깝습니다. 

큰: 그렇긴 하죠.


폴:결말은 이 정도로 하더라도 크로스나 워렌은 참 허무하게 퇴장하는것도 좀 그렇습니다. 워렌은 어쩔수 없이 퇴장한다해도 크로스는 게임 출현이 이번이 처음인데 지나가는 깡패A 이상 이하도 아니에요. 라이벌 구도를 만들며 흥미진진한 사상적 대립을 지닌 드라마를 만들수도 있었는데.

큰: 크로스는 뭐.... 나중에 살아있다고 하면서 다시 등장시킬수도 있겠죠.


폴: 과거편 이야기를 해보죠. 이것도 전 마음에 안드는게 3편은 주인공 코너가 너무 늦게 나와요! 보통 어새신 크리드 오프닝은 주인공이 차지하지 않습니까? 이번 편은 그렇지도 않아요. 챕터 하나에서만 주인공인 하이담이 차지 하고 있습니다. 난 코너를 하고 싶지 하이담을 하고 싶은게 아니라고!

큰: 하지만 그 비정상적인 구조도 나름 의미가 있지 않다고 생각하나요? 특히 그 반전...

폴: 아 그건 저도 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큰: 이 반전은 현대편의 막판 반전과 달리 효과가 있습니다. 게임 시스템을 영리하게 서술 트릭으로 써먹었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하이담이 템플러라는게 극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치니깐요. 전편의 템플러였던 로드리고나 체자레는 흥미진진한 괴물이긴 했지만 결국 타자였죠. 하지만 우리는 하이담을 절대로 타자화시킬수 없습니다. 그는 잘못된 사상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그 결과 혈육에 대한 애증과 사상적 대립으로 뒤얽히다가 파국을 맞이하는 코너와 하이담의 관계는 그리스 비극과 같은 장엄한 아름다움마저 풍기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사상을 끝내 인정하지 않지만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서글픈 작별인사를 나눕니다. 아버지 살해 모티브라는 점에서 1편의 알 무알림과 비슷하지만 결국 막판에 흉악하고 졸렬하게 몰락했던 알 무알림과 달리 그는 마지막에서도 품위 있습니다. 알 무알림 캐릭터가 형편없다는건 아닙니다만.


폴: 근데 보스와 중간보스가 좀 위치가 역전된 것 같지 않아요? 보통 플롯이라면 찰스 리가 중간보스로 퇴장을 하고 하이담의 대결이 방점에 찍힐것인데 이 게임은 반대입니다. 찰스가 최종 보스고, 하이담이 중간 보스입니다! 심지어 중간에 찰스 가 그 사건의 주모자가 아니라는게 드러났을때도 게임은 그 구조를 밀고 갑니다! 하면서 뭔가 뒤집혔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더라고요.

큰: 그 뒤집힘도 의도한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그 뒤집힘으로 인해 하이담과 찰스의 관계가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그들은 진짜 서로를 존중하고 희생할 줄 아는 사이입니다. 이 때문에 단순히 모노톤 악역으로 보였던 찰스에게 깊이를 더해줬습니다. 하이담 사망 후 찰스가 코너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은 정말 인간적인 분노로 차 있습니다.

폴: 왠지 그 부분 대사는 [아저씨]스럽던데요.


큰: 하하하^^ 그런 깊이를 제외하더라도 찰스 리는 좋은 악당이기도 해요. 위협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치고 머리도 비상하죠.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에서 "아 정말 망하는거 아니야?"라고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깐.

폴: 이번편의 템플러들은 확실히 감정 이입이 가능한 캐릭터들이더라고요. 심지어 가장 생각 없고 개찌질이처럼 보이는 토마스 힉키조차도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죠.

큰: 그런 철학이 어설픈 개똥철학으로 끝나지 않고 오히려 캐릭터의 존중심으로 나간다는 점이 3편 시나리오의 강점인듯 합니다.


폴: 근데 왜 결말은 왜 그렇게... 아니 그건 둘째치고 그렇게 보더라도 코너의 동기가 명확치 않은 것 같아요. 부족을 위해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적인 복수도 있는 것 같고 대의명분 때문인것 같기도 하고... 보면서 잘 정리가 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단적으로 복수할 이유가 없어졌는데도 코너는 악착같이 찰스에게 매달리죠. 그 집요함이 좀 무서울 정도입니다. 감정 이입 정도가 다른 편 주인공들에 비해 적다고 느껴졌습니다.

큰: 확실히 코너는 알테어나 에지오에 비해 감정 이입 정도가 늦게 걸리는 편이죠. 유머 감각도 적고 항상 진중하니깐요. 유들유들한 매력은 없는 정통적인 Bad Ass 캐릭터라고 할까요. 하지만 보기만큼 동기가 아주 흐릿한 것도 아닙니다. 동기가 여러개긴 하지만 그 동기들 대부분은 한쪽 방향으로 가르키고 있으니깐요. 전작 주인공들에 비해 좀 뭉뚱그려져 나타날 뿐이죠. 게다가 그런 뭉뚱그려짐이 캐릭터의 외로움을 배가시켰다면 어떨까요? 


폴: 그 부분에 대한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큰: 코너는 지금까지 어크 주인공 중에서 가장 외로워보이는 주인공입니다. 일단 설정상 미국 형제단이 싸그리 몰락해서 동료가 없습니다. 그래서 동료의 존재감이 없어요. 오로지 이익 관계에 따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뿐이죠. 어머니는 일찍이 죽었고 스승인 아킬레스나 아버지 하이담, 친구인 카넨토콘은 마지막에 죽고 그나마 자신의 이상과 맞닿아있던 존경했던 조지 워싱턴은 사실....

폴: 미국애들이 그거 보면서 여러모로 복잡한 감정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큰: 뭐 마스터즈 오브 호러에서 나왔던 워싱턴이 식인종이였대!! 에피소드보다는 훨씬 예의바르죠. 워싱턴은 이상을 추구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죠. 여튼 이 점에서 어크3는 우리 으메리까가 최고여!! 하고 선을 명백하게 긋고 있습니다. 게임은 코너의 아메리카 원주민으로써 정체성과 역사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고 코너(와 숀)의 시선을 통해 미국 독립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사실 그들의 독립과 자유는 철저히 백인 남성 중심이였다는-과 우상파괴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폴: 근데 코너는 당시 시대 사람치고 너무 현대적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나요? 코너의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는 현대적인 시민상"에 근거한 발언들은 리들리 스콧의 [로빈 후드]나 [글래디에이터]에서 보였던 지나치게 시대를 앞질러가는, 현대적인 역사 인식의 개입이 도드라져보입니다. 에지오나 알테어 때도 느낀거지만 말이죠.

큰: 그래도 어떻게든 역사적 고증을 유지하려고 했던 리들리 스콧의 역사 영화들과 달리 이 쪽은 좀 자연스러워보이더라고요. 처음부터 팩션을 지향하고 나와서 그런걸지도요. 게다가 그런 '현대적'인 인식은 당대에 실패했다는걸 과거편 결말과 숀을 통해 확연히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코너는 모든 것을 잃고 이뤄질 수 없는 이상을 이루기 위해 홀로 발악하는 캐릭터입니다. 아까 언급했던 동기의 뭉뚱그러짐은 그런 발악을 처절하게 만들어주고 있고요. 찰스 리하고 함께 하는 절정 부분라던가 ("하지만 그 누구도 하지 않으니깐!") 결말 부분 보세요. 'A Real Hero'라도 깔아줘야 할 판입니다.


폴: 둘이 서로 사이좋게 칼빵 놓는 부분이 참 레픈의 [드라이브] 스럽더라고요. 시기상 그럴리는 없지만 설마 각본가가 팬인가?

큰: 코너가 토마호크 대신 장도리를 들었다면 완벽했을지도요.

폴: 하하하하^^ 근데 황량한거로 따지자면 알테어 인생도 황량하지 않았나요?

큰: 에이 알테어는 그래도 잃은것도 많지만 얻은것도 많죠.


폴: 여튼 그런거 차치하더라도 3편은 이야기 스케일이 작아요... 2편의 20년동안 이어지는 장대한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외려 브라더후드 수준이에요. 그렇다고 치고빠지는 맛이 있냐 그런것도 아니고요. 명색이 정식 넘버링 타이틀인데....

큰: 에지오와 반대로 역사적 사건을 드라마의 끝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좀 끼워맞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다뤘다면 뭔가 균형이 맞지 않았을겁니다.


폴: 휴유 마침내 게임 디자인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게임 디자인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전 어새신 크리드를 도회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어크3는 도시의 매력이 별로 살아있지 않아요. 보스턴이나 뉴욕이나 별로 매력적인 도시는 아닙니다. 또 지붕 위를 파쿠르하며 달리며 느끼는 쾌감 같은게 많이 줄었어요.

큰: 역사적인 고증으로 하자면 어쩔수 없었을거에요. 당시 미국은 그야말로 척박한 곳이였으니깐요. 그래도 새로 도입된 집안 가로지르기라던가 같은 건 좋더라고요.

폴: 그 포인트 찾기 힘들어서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더라고요. 또 지도를 이용한 빠른 이동은 진짜 쾌거라 할만하지만 반대로 그 빠른 이동 포인트 발견하는걸 던전 탐색식으로 일일이 찾아다니게 한건 좀 호불호가 갈릴듯 합니다. 솔직히 전 불편했어요.


큰: 전 나름 RPG 생각나고 그래서 재미있더라고요. 뭐 도시의 매력이 줄어들었다는건 저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래도 자연 풍광은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폴: 난 그것도 좀 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국 북부 산맥을 돌아다니는게 매력적이긴 합니다만 (캐나다 여행 갔던거 생각나고 그러더라고요.) 필드나 미션 구성이 [레드 데드 리뎀션] 베끼기 냄새가 너무 심해요. 그리고 나무 같은 건 아이디어가 좋았는데 뭔가 건물처럼 뛰어다니는 장쾌한 맛이 부족합니다. 흐름이 뚝 끊긴다는 느낌이 있다고 할까요.

큰: 그 쪽의 선구주자니깐 벤치 마킹은 당연한걸지도 모릅니다. 물론 저도 레데리를 뛰어넘는 무언가는 없었다는 폴라곰 씨의 의견엔 동의합니다. 대신 해전 같은건 굉장합니다. 이번 편에서 가장 공들인 디자인이고 상당한 수확을 걷어들였다고 봅니다. 오픈 월드 최초로 구현된 해전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가치가 있어요.

폴: 근데 옆에서 보니깐 교통 사고만 일으키던데요 ^^

큰: 인류 평화를 위해 운전 같은건 배우지 않기로 했거든요?


폴: 미션 디자인이나 UI은 솔직히 옥석이 뒤섞여 있더라고요.

큰: 메인 미션은 레벨/미션 디자인에 무리수를 둔 몇 개 정도 빼곤 퀄리티가 괜찮은 편입니다. 사실 다들 찰스 리가 어렵다고 했는데 외려 찰스 리보다는 토마스 힉키나 하이담이 어렵더라고요. 특히 하이담은 제법 애먹었습니다.

폴: 확실히 하이담 전은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려한 연출을 넣기 위해 한건 알겠는데 핸디캡이 걸려서 빡치는데다 연출 포인트를 찾아 발동시키는게 너무 애매해요. 세이브 포인트는 히트맨 앱솔루션처럼 '다 했는데 들켜서 시작부터 다시 해야함' 정도로 괴랄하진 않지만 조금 불편하게 배치된 부분이 있습니다.


큰: 부가 미션 이야기를 해보자면 암살자 미션은 1편의 메인 미션 구조로 회귀-의뢰인이 원하는 의뢰를 해결한 뒤에 접근이 가능했던-했지만 미션 디자인은 훨씬 나아졌습니다. 버그 문제가 있어서인지 좀 피곤했지만... 깃털에 대응하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연감은 좀 악랄해졌지만 재도전이 가능해서 그렇게까지 짜증스럽진 않습니다. 3편의 강점은 부가 미션에 세부 이야기를 부여한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특히 마을 미션은 마지막은 제법 찡하더라고요. 

폴: 세부 이야기 자체는 제법 양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연동해서 상호 작용 대화 이벤트도 상당히 공을 들인게 좋더라고요. 정작 마을 관리 자체는 아이템 만들기 파트와 수송대 보호하는게 미묘하게 짜증스럽지만... 반대로 암살자 미션은 그런 세부 이야기의 추가가 양면의 날이였다고 봅니다. 좀 번거롭다고 할까요. 암살자 팩션 자체도 매복 같은 혁신적인 행동 추가 같은건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모집하기도 부르기도 쉽지 않게 된데다 암살자 능력 자체가 너프당한 느낌도 있어서 전투가 어려워졌습니다.


큰: 그것도 그거지만 전투 자체도 워리어 크리드라고 함부로 말 못하겠더라고요. 레벨레이션의 예니체리처럼 혈압 팍팍 올라가는 수준은 아니지만 다들 공평하게 세졌어요. 그 외 자잘한 행동들 난이도도 올라갔습니다. 엿듣기나 훔치기... 대신 벽에 기대서 은신하기 같은 '아 이건 왜 진작에 안들어갔지' 같은 행동이 추가됬더라고요.

폴: 엿듣기는 디자인은 그럴싸하지만 미묘하게 짜증납니다. 반대로 훔치기는 적절한 난이도로 조정된것 같습니다. 근데 진짜 벽에 기대 은신하기'는 왜 지금에서야 들어간거래요?


큰: UI 이야기를 하자면 전 한가지만 말하고 싶습니다. 말 부르는 휘파람이 왜 고정 버튼이 아니라 일일히 설정하게 됬는지 모르겠어요.

폴: 그러게 말입니다. 반대로 암살단 메뉴가 게임 내 스팟이 아닌 언제든지 부를수 있는 메뉴 형태로 변경된건 좋다고 봅니다. 레벨레이션에서는 좀 번거로웠죠. 폭탄 부분도 간결하게 쳐낸것도 좋아요.

큰: 폭탄은 확실히 쳐내니깐 보기 좋더라고요.


큰: 데스몬드 미션은 어떤가요?

폴: 아직까지는 현대전을 어떻게 만들건가 라는 고민이 담겨있는 시안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총을 이용한 전투는 괜찮았지만 딱 그 정도. 미션 디자인 자체가 과거 파트 판박이에요. 뭐 더 깊이 파고들었다면 게임을 하나 더 만들어야 했겠지만.

큰: 불쌍한 데스몬드.


큰: 그래서 이번 어새신 크리드 3에 대해서 정리를 하자면 기대한것치고는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많았다는거군요.

폴: 제작진이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여러 도전을 많이 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잘 안 된 것 같더라... 그런 느낌이에요. 그리고 스토리 측면에서 뻥카쳐서 자멸한 부분도 없잖아 있고.


큰: 음 제작진은 [헤일로 3] 같이 웅장한 마무리와 동시에 후속편 제작 가능한 그런 결말을 만들고 싶었나 봅니다.

폴: 그거하고 그게 같나요. 작가의 '아 ! 이런 결말 내는 난 아티스트해!' 같은 자뻑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선 [매스 이펙트 3]보단 낫긴 하지만 그래도 실망스러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2012년 멸망 떡밥을 올해 가기 전에 써먹으려고 했다가 망한듯한 느낌입니다. 캐릭터 묘사 같은건 상당히 발전했다는걸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될 정도에요. 차라리 3부작 완결! 그런 말 하지 않았다면 나았을것 같습니다.


큰: 어쨌든 마무리는 지어졌고 후속작 예고는 했으니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노는 그냥 흑막으로만 머물러줬으면 좋겠어요.

폴: 찬성입니다. 걔가 직접 나서면 어새신 오브 워로 바뀌어야 할듯요.


큰: 아무튼 게임 자체는 괜찮은 요소들은 많습니다. 웅장한 스케일로 밀어붙이는 해전 같은건 진짜 게임사의 획을 그을만한 성취라 할만하고, 여전히 기본적인 재미도 보장해주니깐요. 레벨레이션처럼 조금 안이한 재탕이거나 1편처럼 미완성 프로토타입을 내놨다 그런건 아니에요. 여전히 제작진들은 열정적이고 창의적인데 다른 방향으로 실패했다고 봐야 할듯 합니다.

폴: 그건 맞습니다. 열의는 인정합니다만 좀 다듬어서 후속작이나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젠 미국 혁명 끝났으니 프랑스 혁명이라던가 아니면 아예  미국 원주민=코너를 주인공으로 당대 백인들 대차게 까는 서부극([늑대와의 춤을]이나 로버트 알트만의 [시팅 불의 역사교습] 스타일로)라던가...


큰: 뭐가 나올지는 좀 봐야 되겠죠.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폴라곰 씨. 사죄의 의미로 다음엔 영화 리뷰나 한번 하죠. [키스 미 데들리]나 [제 3의 사나이] 라던가...

폴: 네 그러죠..


P.S. 큰: 멀티 플레이는...

폴: 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야기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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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아너드 [Dishonored] (2012)


[디스아너드]는 여러모로 [바이오쇼크]를 신호탄으로 시작한 "워렌 스펙터([시스템 쇼크], [시프], [데이어스 엑스])의 아이들" 조류에 속해있는 1인칭 잠입 액션 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이야기할때 빼놓을수 없는 이름인 하비 스미스가 바로 워렌 스펙터 프로듀서 그룹 출신에 [시스템 쇼크]와 [데이어스 엑스]를 거쳐왔거든요. 그만큼 [디스아너드]는 워렌 스펙터제 게임들의 자장에 속해있는 게임입니다. 물론 하비 스미스와 더불어 게임을 지탱하고 있는 제작자 라프 콜란토니오와 그가 만든 [다크 메시아: 마이트 앤 매직]도 중요한 이름이긴 하지만 적어도 [디스아너드]에서는 [마이트 앤 매직]보다는 [데이어스 엑스]나 [시프]의 영향력이 확고해보입니다. 단순히 디자인 측면이 아니라 미적인 세계관으로도 말이죠.

[디스아너드]의 게임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상황을 풀어갈수 있는 가능성의 수'입니다. 비록 이야기 자체는 여전히 일자에 가깝지만-후반에 전개가 변하긴 하지만 [헤비 레인] 수준은 아닙니다.-[디스아너드]는 기존 잠입 게임들과 달리 그 일자 상황 내에서 게이머들에게 풀어갈수 있는 많은 가능성들을 던져주려고 하고 있고 상당수 성공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으헉 이런 선택도 가능하다니'라는 생각마저 드는 선택들이 있는데 한가지 예를 들자면 '대상의 사회적인 말살'을 플레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건 전 여기서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변화무쌍하진 않다, 라고 적긴 했지만 플레이어의 선택이 게임의 소소한 디테일에 변화를 주고 나중에 큰 흐름을 바꾸게 되는 것도 훌륭한 선택였다고 봅니다. 그게 좀 한쪽으로만 정해지는게 좀 아쉽긴 하지만...

물론 거기까지 '도구'도 잔뜩 주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디스아너드]가 [데이어스 엑스: 휴먼 레볼루션]보다 낫다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그 '도구'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아주 세련되고 간결하게 정리한데다 나아가 다른 요소들과 유기적인 연계에도 신경썼다는 점입니다. 휴레도 좋은 편이였지만 [디스아너드]가 보여주는 그 극한의 경제성과 각 요소의 유기적인 연계가 만드는 능구렁이 같은 리듬에 비하면 밀립니다. 쥐에게 함정을 설치해 쥐에게 빙의시켜 적에게 공격하는 플레이부터 본 참(DLC 한정이긴 하지만)과 쥐떼 공격을 이용해 무한 마나 공급 학살 플레이까지 플레이어의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도구'를 쓸 수 있는 '배경'(즉 레벨)의 디자인도 게임 내 미적 세계관에 충실하면서도 '환풍구' 같은 인위적인 요소 없이 자연스럽게 잠입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느껴져요. 좋은 잠입 게임들이 그렇듯이 [디스아너드]의 치밀한 설계가 만들어내는 요소들의 리듬과 서스펜스는 거의 능구렁이 수준입니다.

게임의 세계관 역시 매력적입니다. 기본적인 뼈대가 되는 스팀펑크는 그리 특이할것 까진 없지만, [디스아너드]는 세계 내에 배치된 다양한 저널들을 통해 치밀하고 꼼꼼하게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래 기름을 통해 이뤄진 "산업 혁명"이 가져온 부귀영화와 거기서 잉태된 톨보이를 비롯한 신비로우면서도 "그 세계의 과학 법칙에 투철하게 설계된" 기계들, 하지만 그런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폭압과 전염병 속에서 신음받는 일반 시민들, 기계문명의 발달을 비웃듯이 사람들의 무의식과 악몽 속에 자리잡아 군림하는 메피스토텔레스 아웃사이더 등 [디스아너드]의 세계관은 영국을 한때 지배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화려함과 고딕의 음울함이 독특한 배합으로 섞여있습니다. 이런 유니크함은 하비 스미스와 리카르도 베어 이 둘의 미적 취향이 강력히 배어있다고도 할 수 있을겁니다. 물론 [하프 라이프 2]의 도시 17을 만들어낸 빅토르 안토노프의 공도 빼놓으면 안 되겠지만요.


유니크하면서도 치밀하게 짜여진 세계관에 비해 각본은 좀 약한 편입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1인칭 주인공 캐릭터"가 가지는 한계를 넘어보려고 하는 시도라던가, 저널과 기록들을 통해 경제적으로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려는 시도 (이것도 워렌 스펙터 제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시도이긴 합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를 연상시키게 하는 영리하고 흥미진진한 전개는 칭찬받을만합니다만 대부분 이런 공력들은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어요. 전반적으로 [디스아너드]는 세련되고 유려하게 흘러가는 복수극이긴 하지만 [레드 데드 리뎀션]이나 [어새신 크리드]처럼 캐릭터와 세계, 서사에 콱 몰입하게 하고 중후한 감동을 안겨주는 그런 장쾌한 "매력"은 좀 부족합니다. 반전 이후 이야기의 템포가 너무 빨랐다는 것도 지적하고 싶군요.


조금 투덜거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디스아너드]의 매력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이 게임은 여전히 자기만의 투철한 미학과 방향을 가지고 잠입 게임의 새로운 판도를 제시하려는 야심찬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야심을 대부분 성공시키고 있고요. 이야기에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렸더라면 정말 굉장한 게임이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깝긴 하지만 여전히 잠입 게임 팬들이라면 꼭 해봐야 할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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