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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Headphone Music/리뷰 (72)
Supercar - [Answer] (2004)
만약 당신이 전작 [Highvision]의 몽환적인 세계를 기대하고 [Answer]를 집어들었다면,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첫 트랙 'Free Hand'의 짧지 않은 앰비언트 드론 사운드 위에 먼저 등장하는 것은 철컥거리는 퍼커션 소리와 강한 베이스이기 때문이다. 뒤이어 베이스가 이끄는 두번째 트랙 'Justice Black'을 지나 'Sunshine Fairyland'에 이르면 기타는 1960년대풍 사이키델릭 록 특유의 기타 리프를 삑삑거리는 펜더 로드 사운드와 함께 얹여놓는다. 이 곡에서 그들은 마리화나를 피우며 꽃을 꽃은채 라디오로 베트남전 소식을 듣는 일본 히피 같아 보인다. 너는 슈퍼카잖아? 슈게이징 기타 팝과 YMO와 ELO의 어딘가에서 들을법한 싼티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결합된 밴드잖아?

하지만 실망한다면 조금 기다려주기 바란다. [Answer]는 어찌보면 슈퍼카 최대이자 최후의 야심작이며, 그 야심을 모두 실현시킨 희귀한 앨범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 앨범에는 전작을 사로잡았던 강한 훅의 멜로디는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 슈퍼카는 [Jump Up]부터 조심스럽게 시도한 음향 실험과 구조의 결합을 완연하게 꽃을 피운다. [Futurama]와 [Highvision]에서 음향 실험은 부유하는 기체와 단단한 기타 노이즈 간의 결합이었다. 두 앨범에서 기타 중심의 록밴드와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어느 정도 구별되어 있었다.

[Answer]에서 그들은 록 편성의 악기와 목소리마저 하나의 음향처럼 다룬다. 심지어 그들은 멜로디라던가 곡의 구조를 최소화한 뒤, 청자들이 반복되는 음향과 구조에 빠져들기를 원한다. 전반적으로 [Answer]는 치밀한 리듬 위에 단단하게 잡힐것 같은 음향들이 정교하게 쌓여서 움직이는 앨범이다. 물안개처럼 퍼지는 앰비언트 신스 사이로 채워가는 퍼커션과 불길한 베이스, 나카무라 코지 특유의 나태한 보컬이 뭉쳐 천천히 움직이는 'Dischord'는 이 앨범의 변화를 함축한 곡이다. 뉴 오더나 프라이멀 스크림처럼 베이스 리듬과 퍼커션이 강조되는 것도 특기할만하다.

그럼에도 이 앨범을 슈퍼카의 앨범이라 부를 수 있다면, 슈게이징 특유의 내성적인 멜로디와 가사, 보컬로 전해지는 특유의 쿨하면서도 허무주의적인 서정이 여전히 중심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글로 발매한 'Wonder Word', ' Recreation', 'BGM'은 과거와 현재의 슈퍼카가 만나는 귀중한 곡들이다. 'Wonder Word'와 'Recreation'와 'Harmony'가 기타팝 시절 내성적인 슈퍼카의 모습을 클린 톤 기타를 사이키델릭, 일렉트로닉을 통해 재해석하고 있는 곡들이라면, 'BGM'은 반대로 YMO 오마쥬를 담은 일렉트로닉 팝 속에 텔레비전를 연상케하는 임프로바이제이션 기타를 배치함으로써 LAMA나 iLL을 통해 이어질 나카무라 코지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 앨범은 질주하는 에너지보다 독특한 정념 만들기에 집중했던 [Jump Up]와 색채가 유사하지만, 그 앨범보다 훨씬 노련하게 모든 요소들을 통제하고 배치하고 있다. [Futurama]와 [Highvision]를 거쳤기에 가능한 앨범이라고 할까.

다만 노련해졌다는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전까지 슈퍼카의 허무주의와 한 줌의 희망이 젊음에 기반하고 있었다는걸 생각하면, 밴드로써 정체성이 달라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전작들보다 두드러지는 신시사이저와 드럼머신이 빚어내는 감정은 그 점에서 이질적이다. 이 앨범의 허무주의와 희망은 풋풋하기 보다는 모든 것을 깨달은 어른의 허무주의와 희망이다. 제목의 '대답'은 그 점에서 당시 슈퍼카가 직면했던 질문에 대한 마지막 '대답'이기도 하다. 유달리 후반부 트랙들이 슬픔으로 가득한 것도 끝을 예감했기에 만들어진 거 아닐까? 그들은 쿠루리처럼 변해버린 모습을 안고 밴드로 나아갈수도 있었다. 하지만 슈퍼카는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해산을 선택했다. 그렇게 아오모리에서 온 소년소녀들은 어른이 된 채 한 시기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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くるり - [図鑑] (2000)

 

쿠루리의 데뷔작 [さよならストレンジャー]은 약간 울적하면서도 솔직한 에너지로 가득찬 로큰롤 앨범이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앨범의 프로듀서인 사쿠마 마사히데는 요닌바야시라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출신 뮤지션이다. 프로듀서를 제외하더라도 [さよならストレンジャー]에 실린 'ブルース'나 'ハワイ・サーティーン'은 로큰롤적 상궤에서 많이 벗어난 작곡 패턴을 보면 쿠루리는 좀 더 큰 야심이 있었던게 분명하다. 2집 [図鑑]은 그런 야심이 본격화된 앨범이라 할 수 있다.

2집 [図鑑]의 도입곡인 'イントロ'는 그 점에서 의도가 명백하다. 1집에 실린 '虹'을 인용하다가 볼륨을 확 죽여버린다. 그리고 불길하고 쓸쓸한 무드를 강조하는 오케스트라와 멜로트론 간주로 이어진다.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선전포고로, 그들은 1집을 잊고 2집의 복잡하고 섬세하게 구축된 소리들을 주목해달라고 하고 있다. 

정작 이어지는 'マーチ'은 귀청을 날려버릴 강력한 로큰롤이다. 드럼 연타 뒤 기묘하게 틀어진 왜미 기타와 묵직한 베이스의 공습이 이어진 뒤 키시다의 보컬이 등장해 '이런 기분은 첫 봄바람은 타고 사라져버렸으면 좋을건데'라고 외친다. 그 와중에 연주는 멈칫거리다가도 짓밟듯이 솟아오르는 예측불허의 연주를 선보이며 청차를 폭풍 속으로 데려간다. 이런 강력한 로큰롤 기조는 다음 트랙인 '青い空'에서도 이어진다. 헤비메탈을 연상케하는 묵직한 트윈 기타의 공습과 "중화적"이라고 자평하기도 한 아웃트로는 로큰롤에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로 [図鑑]의 로큰롤이 [さよならストレンジャー]에 담긴 로큰롤과 같은 것일까? 이런 의문에 쿠루리는 'ミレニアム'과 '惑星づくり'를 내놓는다. 먼저 'ミレニアム'는 이펙터로 변형된 첼로 도입부가 끝난 뒤, 베이스가 리드하면서 마림바 소리와 어쿠스틱 기타의 쟁글거림이 혼재되어 있는 포크 록이다. 그러나 중간중간 불협화음과 같은 기타 재밍과 다양한 소리들이 배합되면서 일반적인 포크 록이라 보기 힘든 오묘한 질감을 보여준다. 이펙트와 다양한 악기들을 통해 인공적으로 재구성한 포크 록이라고 할까. '惑星づくり'와 'ABLUA' 에 이르면 재밍과 전자음으로 채워진 짧은 포스트 록 연주곡이다.

슬슬 헷갈릴수 밖에 없다. [図鑑]에 실려있는 로큰롤은 전작과 달리 단순한 로큰롤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로큰롤을 차갑고 정밀한 프로듀싱으로 조심스럽지만 난폭하게 재구성해 청자의 귀청에 내리꽃는다. 날카롭게 내질러대는 기타 연주와 리듬 세션은 뜯어보면 XTC의 그것처럼 스케일과 훅이 묘하게 비틀어져 있으며 (사실상 이 앨범의 기초가 된 1집의 'オールドタイマー'과 이 앨범 수록곡들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재밍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이펙터와 전자음들, 마림바와 첼로 같은 다양한 악기들부터 아방가르드적인 허밍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암약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창출한다. 전작과 달리 소리의 벽이 꽤나 견고하게 쌓여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독특한 프로듀싱은 후반부로 갈 수록 빛나는 흐느적흐느적거리지만 단단한 훅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걸작 '街', 슬라이드 기타와 기괴한 허밍을 동원한, [図鑑]식 로큰롤의 정점인 'ロシアのルーレット', 슈퍼카의 나카무라 코지가 리믹스를 담당하고, 주술적 코러스가 기괴하면서도 처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대작 'ガロン (ガロ〜ンmix)'가 그렇다.

이쯤되면 프로듀서를 확인해볼수 밖에 없을 것이다. 쿠루리가 [図鑑]을 위해 데려온 프로듀서는 바로 짐 오루크였다. 당시 짐 오루크의 음악적 세계는 아방가르드와 현대 음악에 기반한 로큰롤과 팝의 재해석이라 정리할 수 있었다. 주디 씰과 반 다이크 파크스, 버트 바카락, 바시티 버넌에 대한 열광, 기타 한 대로 미니멀한 포크 연주를 한없이 이어가거나, 다양한 악기들을 전자 이펙트를 이용한 겹겹이 쌓아올린 소리 층위가 이 시절 오루크의 특징이었다.하지만 팝과 포크를 연주하면서도 종종 '별거 아니다'라며 먹물적 아이러니를 보이며 자의식을 드러냈던 오루크의 솔로작들과 달리, [図鑑]은 그런 먹물적 아이러니를 찾아볼 수 없다. 아무런 악기 없이 피아노 한 대로 쓸쓸하게 읇조리는 발라드 'ピアノガール'라던가 1집 시절로 돌아간듯한 '屏風浦' 같은 곡은 아이러니는 커녕 촌스러울 정도로 순수하기 그지없어 당황스러울 정도다.

분명한 것은 [図鑑]의 정서는 의외로 [さよならストレンジャー]에서 보였던 울적鬱的인 에너지에서 멀지 않다는 점이다. 가사를 들쳐보면 이런 점은 명확해진다. 모호한 문장과 상황들이 이어지지만 [図鑑]의 정서는 "새카만, 차가운 바다"로 요약할 수 있다. 화자는 "차가운 기운은 없지만 모래 폭풍만 휘몰아치는 공원"을 휘적이며 "해가 오래 떠있음을 기뻐"하지만, "지킬 것은 하나도 없다"는 걸 알고 좌절한다. 화자가 사랑했던 사람이 사라진 거리에서 "이 거리는 나의 것"이니 "잠들지 말아줘" "뛰어나와줘 웃어줘 열쇠를 없애줘"라고 외치지만, "머물 곳 없이" "기온은 점점 오르고 죽음의 수평선은 꽃밭에" 가는 걸 보고 좌절한다. 심지어 행복감을 느낄때조차 화자는 "만족스럽지 못한 마음을 묻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냉소적으로 "사랑뿐이야, 비웃으면 죽어버릴꺼야"라고 뇌까리며 "일어서서 모든 것을 부숴버리려고" 한다. 결국 그들은 9분 31초동안 망망대해를 떠돌며 말라붙은 목소리로 "어디서 불타버렸나, 어디서 끊겼나"며 울먹인다.

무엇이 이렇게 싸늘하면서도 울적인 기운으로 채우게 했을까? 키시다 시게루는 이 앨범을 만들 당시 멤버들 간의 불화가 매우 심했다고 밝힌바 있다. 불화와 더불어 쿠루리의 지금 위상과 무색스럽게 이 앨범의 선행 싱글들은 그렇게 판매량이 좋은 편도 아니였다. 이런 팍팍한 밴드의 상황과, 낯선 도쿄에서의 삶은 여전히 힘들고 때마침 밝아오는 밀레니엄도 세기말과 그렇게 달라진 것 없다는 청춘의 냉소적인 감각이 이런 곡들을 배태한 것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무언가 막힌듯한 지금의 자신에 대해 만족할수 없었고, 그렇기에 자신들이 지금까지 하고 있던 "로큰롤"에 대해서도 다르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짐 오루크를 부른 것도 그가 '록과 팝의 아이러니'를 잘 알고 있는 뮤지션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図鑑]은 짐 오루크의 아이러니로 무장한 젠체하는 태도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감수성을 획득한 앨범이 되었다. 그들은 로큰롤 이외의 어법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도,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촌스러울 정도로 쏟아부었고 그 결과 [図鑑]은 시카고 시티 보이 오루크의 젠체하는 프로듀싱과 "교토 촌놈" 쿠루리의 촌스러운 로큰롤이 팽팽히 대결하는 흥미로운 앨범이 되었다. 물론 형식적으로 보자면 [TEAM ROCK]과 [The World is Mine]이 훨씬 정교한 편이지만, [図鑑]은 한 시기에만 뱉어낼 수 있는 날 것의 에너지를 매우 정교한 양식으로 포착했다는 점에서 매우 진귀하다. 심지어 그들조차 [アンテナ]로 다시 한번 로큰롤로 돌아갔지만 이 앨범의 유니크함을 포착하진 못했다. 하여튼 대단하다. 쿠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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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ch Boys - [Sunflower] (1970)

[Pet Sounds]와 [Smile] 이후 비치 보이스 커리어는 생각보다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편입니다. 시기적으로는 독립 레이블인 브라더 레코드를 만들고 두번째로 나온 앨범인데,  전성기 비치 보이스 최후 걸작이라 가끔 언급되는 [Surf's Up]와 달리 [Sunflower]은 이상할 정도로 한국에서는 많이 언급되지 않는 편이고요. 'Forever'라는 유명한 곡을 수록하고 있음에도 묘하게 건너뛰게 되는 인상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Sunflower]는 놀라울 정도로 풍부하고 긍정적인 하모니와 눈물을 글썽이게 만드는 멜로디를 담고 있는 걸작입니다.

사실 [Sunflower]는 [Pet Sounds]와 [Smile]처럼 음향의 벽이라고 할 부분은 그렇게 두드러지진 않습니다. 하긴 저 두 앨범을 만들면서 브라이언 윌슨은 지쳐버린 상태였고, 이 앨범은 다른 멤버들이 주축이 된 앨범 중 하나입니다. 음향보다는 좀 더 하모니와 멜로디 위주라고 할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Sunflower]이 처지거나 안일한 앨범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Smile] 시절 녹음을 살려낸 'Cool, Cool Water'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Deirdre'라던가 슈게이징을 예견한 'All I Wanna Do' 같은 곡은 지친 브라이언 윌슨의 재능이 다시 번뜩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This Whole World'에서는 이중 트랙을 이용해 하모니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걸 제외하더라도 [Sunflower]의 전체적인 편곡은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Add Some Music to Your Day'의 찰랑이는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 하모니, 록시코드의 조합은 경건한 눈물을 빼기 충분합니다. 고심 끝에 나온 트랙 배치도 유연합니다.

[Sunflower]는 성숙기 비치 보이스가 내놓을수 있는 최상의 팝송을 제공하는 앨범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보컬 하모니와 편곡 실력은 절정에 달했고, 무엇보다도 브라이언/러브 위주의 송라이팅에서 벗어나 좀 더 다른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먼저 가장 눈에 띄게 발전을 이룬 이는 데니스 존슨입니다. 이 앨범에서 네 곡이나 수록한 데니스 존슨의 곡들은 브라이언 윌슨이나 마이크 러브랑 다른 감수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Slip On Through'나 'Got to Know the Woman' 같은 곡에서 볼 수 있는 휭키한 리듬과 블루지한 보컬, 'Forever'의 무너져내릴것 같은 감수성은 이후 데니스 존슨이 내놓을 걸작 [Pacific Ocean Blue] 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브라이언과 함께 안정적으로 곡을 제공하고 있는 마이크 러브라던가 [20/20]부터 작곡에 참여한 브루스 존스턴의 'Deirdre' (브라이언 윌슨이 작사에 참여했습니다.), 스트링과 혼 섹션이 인상적인 'Tears in the Morning' 같은 곡들도 딱히 빠지는데 없이 훌륭한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Sunflower]는 [Pet Sounds] 이후 최고 앨범, 페퍼상사나 애비 로드에 비견할만한 걸작이라는 평이 있습니다. 이 앨범을 듣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게 이 앨범이 제공하는 팝의 쾌감은 단순해보여도 무시할수 없을 정도로 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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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Kwon - [Layin' in the Cut] (2009)

다니엘 권의 미니 앨범 [Layin' in the Cut]의 첫 트랙을 틀면 나오는 곡은 'A Tiger's Meal'은 데벤드라 반핫을 연상시키는 애시드 포크 트랙이다. 목소리들은 중층적으로 더해지고 버트 얀시나 시드 바렛을 연상케하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다양한 코드를 연주하면서 주술적인 분위기를 강화시킨다. 애시드 포크 앨범인가 하고 다음 트랙 'Against the Grain'은 을 들어보게 되면 피아노의 캐치한 멜로디에 다소 놀랄지도 모른다. 이 곡에서 그는 빌리 조엘이나 캐롤 킹, 랜디 뉴먼을 연상케하는 틴 팬 앨리 스타일 팝과 묘하게 꼬인 코러스와 편곡을 들려준다. 전 트랙이 'A Tiger's Meal'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런 식의 구성은 계속 이어진다. 대략 한 곡이 애시드 포크 팝이라면 다른 한 곡은 피아노 위주로 돌아가는 틴 팬 앨리의 팝송인 것이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곡은 'Inertia'인데 틴 팬 앨리 스타일의 곡에서 다니엘 권은 누구보다도 낭랑하고 맑게 멜로디와 리듬에 맞춰 산책하듯이 노래를 부른다. 앨범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트랙이라 할 수 있을것이다. 그러다가 마지막 20초를 남겨두고 이 곡은 갑자기 소리가 흐려지고 길을 잃더니 여러 소음들로 붕괴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이 소음은 곡의 분위기를 망칠 정도로 날서 있지 않다. 차라리 프랭크 자파 식의 사이키델릭한 유희에 가깝다고 할까.

그렇기에 [Layin' in the Cut]은 도통 종잡을수 없으면서도 신기하게 빠져들게 되는 앨범이 된다. 계보로 따지자면 토드 런그렌이라던가 션 레논이라던가 존 브라이온 같은 매끄러우면서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이키델릭-싱어송라이터 팝이라고 할까. 그가 마이스페이스에서 음악을 올렸다가 램프 (그렇다. 소메야 타이요가 있는 그 일본 밴드 램프다.)에게 발탁되어 음반을 냈다는 경력은 이런 종잡을수 없음에 흥미로운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가 한국계 이민자이고 청소년기의 이민 청소년들 특유의 방황 도중 음악과 기타에 빠져들었다는 약력도 말이다. 물론 '한국적', '한국인의 정서'이라는걸 이 음반에서 찾는건 무의미하다. 그의 민족적인 정체성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바로 비의적인 가사와 장르를 따르면서도 역행하고 뒤엎는 특유의 방법론 말이다.

이 앨범이 나온지도 5년이나 지났고 다니엘 권은 5년간 조용히 라이브와 녹음에만 몰두하다가 일본에서 [R군]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성 앨범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 앨범은 수록곡을 들어봤을때 이전작하고 다르게 파격적으로 전자음을 도입했고 여러모로 전작과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다. 확실히 그의 음악은 매력적이지만 주류에 진입하긴 다소 어려운 타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Layin' in the Cut]에 담긴 내밀하면서도 장난꾸러기 같은 매력은 그냥 놓치기엔 아까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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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ft Banke - [Walk Away Renée/Pretty Ballerina] (1967)


잊혀졌던 바로크 팝의 경전


미국 뉴욕 출신의 레프트 뱅크는 버즈와 러빙 스푼풀이 한창 일궈놓고 있었던 포크 록과 브리티시 인베이전에 영감을 받아 등장한 밴드다. 실질적인 리더였던 마이클 브라운과 톰 핀이 중심이 된 이 밴드는 'Walk Away Renée'라는 데뷔 싱글이 히트치면서 일약 히트를 쳤다. 러빙 스푼풀의 멜로디를 비치 보이스의 하모니와 풍성한 소리들의 담은 뒤 클래식한 하프시코드와 플룻으로 (이 플룻 솔로는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채색하면서 르네라는 여성을 향한 브라운의 절절한 짝사랑을 담고 있는 이 곡은 곧 짝사랑을 다룬 고전의 반열에 들어서게 된다. 심지어 당시 인기 그룹이였던 포 탑스도 가져가 히트를 쳤을 정도다.


그렇게 싱글의 히트에 고무되어 만든 첫 앨범인 [Walk Away Renée/Pretty Ballerina]은 여러모로 초기 바로크 팝의 역사를 탐험하기에 좋은 앨범이다. 우선 [Walk Away  Renée]는 기본적으로 뉴욕 선배였던 러빙 스푼풀의 영향력을 무시할수 없는 앨범이다. 대부분의 곡들은 러빙 스푼풀과 서쪽의 버즈가 개척해놓은 찰랑이는 멜로디에 기반을 두고 있다. (대놓고 버즈풍 로큰롤인 'What Do You Know'이 그렇다.) 그 배후에 좀비스나 비틀즈 같은 브리티시 인베이전가 있으며 이들이 이용하고 있는 소리의 향연들은 2년전에 나온 비치 보이스의 [Pet Sounds]의 후예라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이들이 선배들과 차별화 카드로 꺼낸 것은 역시 악기들이다. [Walk Away Renée]은 전반적으로 클래식, 특히 바흐와 헨델의 입김이 강한 앨범이다. 앨범 초반을 장식하는 브라운의 짝사랑 연작인 'Pretty Ballerina'와 'She May Call You Up Tonight'은 보통 기타가 주도할 부분을 피아노와 첼로와 바이올린이 중심인 실내악풍의 현악 연주로 채워놓고 있다. 전자의 경우 클라비넷 솔로가 고즈녁하게 깔리면서 묘한 애상감을 안겨주고있으며 후자 같은 경우 흥겨운 하모니에 버즈풍 일렉트릭 기타가 배경에 가세하면서 로큰롤을 시도하고 있다. 


중세풍의 고색창연함이 인상적인 도노반풍의 애시드 포크 'Barterers And Their Wives'에 들어서면 이들은 하프시코드를 꺼내온다. 이 하프시코드는 상기한 'Walk Away Renée'를 비롯해 'I've Got Something On My Mind'나 'Evening Gown', 'I Haven't Got The Nerve'에서 곡을 이끌면서 앨범 전반의 소리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Evening Gown'과 'I Haven't Got The Nerve' 같은 경우 하프시코드가 이끄는 로큰롤을 시도하는 대담함을 선보이기도 한다. 마이클이 겪었던 짝사랑 떄문인지 전반적으로 앨범 분위기는 차분하고 내향적인 편이다. 목가적인 분위기도 상당히 강한 편이기도 하고. 그 점에서 이 앨범은 바로크 팝이라 할 순 있어도 선샤인 팝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앨범이다. 성향으로 보면 게리 어셔와 테리 맬처가 이끌었던 사지타리우스에 가깝다.


이 앨범의 전반적인 색을 결정한 거라면 역시 앨범의 프로듀서인 해리 루코프스키일것일이다. 실질적인 리더를 담당하고 있는 마이클 브라운의 아버지였던 그는 토스카나니가 있던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하기도 했으며 동시에 비밥에도 관여한, 그야말로 클래식과 재즈에 정통한 사람이였다. 그는 이 앨범에서 자신의 전공인 현악을 적극적으로 살리면서 당시 융성했던 포크 록 씬에 바흐와 헨델, 바로크 음악을 데려와 창조적인 시너지를 일궈내는데 성공했다. 물론 16-18살이라는 앳된 나이에도 불구하고 비범한 팝 멜로디를 뽑아내는데 성공했던 마이클 브라운과 톰 핀을 비롯한 멤버들의 공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참신함과 싱글의 히트에도 불구하고 앨범 판매량은 실망스러웠고, 곧이어 마이클 브라운(과 매니저도 겸했던 아버지)과 나머지 멤버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기록에 따르면 충돌이 너무 심각해져 나머지 멤버들이 마이클이 녹음한 레코드를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벌어졌고 라디오 방송국에 민폐로 낙인 찍히면서 인기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결국 마이클과 해리가 밴드를 빠져나가면서 레프트 뱅크는 그 찬란한 시작과 달리 초라하게 가라앉기 시작한다. 결국 방향성이 미묘하게 틀어지고 더욱 사이키델릭해진 수작 [The Left Banke Too]를 끝으로 레프트 뱅크는 단명하게 된다.


그렇게 레프트 뱅크는 단명하고 말았지만 그들이 60년대에 남긴 두 앨범은 곧 바로크 팝/챔버 팝/네오 사이키델릭의 선구주자로 남아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기 시작했다. 우선 XTC의 걸작 [Skylarking]와 거기에 실린 '1000 Umbrellas'하고 'Dear God'은 이들이 없었다면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고, 벨 앤 세바스찬과 고키스 자이고틱 민치 역시 섬세하고 우울한 감수성을 제대로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애를 먹었어야 했을 것이다. 존 브라이언과 에이미 만이 추구했던 다양한 층위의 악기들과 구조를 동원한 팝도 그 기반을 잃고 해맸을 것이다. 그렇기에 레프트 뱅크의 첫 앨범 [Walk Away Renée/Pretty Ballerina]는 일부 곡과 소수의 매니아들을 제외하면 묻혀있지만 음악사에 남긴 공이 만만치 않은 앨범이다.


P.S. 이 앨범은 LP로 나온 이후 한동안 절판상태였다가 1992년 [There's Gonna Be a Storm: The Complete Recordings 1966–1969]라는 1,2집 합본 앨범이 나오면서 처음으로 CD화가 되었다. 사실상 레프트 뱅크 재발굴에 큰 역할을 한 앨범이긴 한데, 다시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어졌다가 2011년 선데이즈드에서 개별 앨범으로 재리마스터링되어 발매 되었다. 


아무래도 선데이즈 판본이 최근에 나온 판본이라 유튜브엔 1992년에 마스터링한 버전이 떠돌아다니는데, 한마디로 리마스터링은 2011년 선데이즈드 판본의 압승이다. 음의 선명도로 따지자면 상대적으로 1992년 판본이 선명하게 되어 있지만, 너무 디지털 마스터링 특유의 쨍한 느낌이 강해지는 바람에 목가적인 느낌을 많이 해쳐버렸다. XTC의 [Skylarking] 2001년 리마스터처럼 마냥 선예도만 좋다고 해서 좋은게 아닌걸 잘 드러내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선데이즈드 판본은 원래 의도했던 목가적이면서도 무게감 있게 각 악기들의 느낌을 살려내는데 성공했다. 전반적으로 두터운 느낌이긴 하지만 곡의 질감을 생각해보면 이 쪽이 훨씬 원래 의도를 잘 살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비싸더라도 선데이즈드 판본을 구하는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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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村一義 - [ERA] (2000)


1990년대 일본 컬리지 록, 사이키델릭 팝으로 진화하다.


나카무라 카즈요시의 [ERA]는 100s 체제로 들어가기 전에 만든 솔로 앨범이다. 데뷔때부터 일본의 토드 런그렌이라 불렸던 그는 첫 두 앨범인 [金字塔]과 [太陽]에서 앨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오만하지만 당당하게 6-70년대 영미권 선샤인 팝, 핫피 엔도와 아라이 유미, 야마시타 타츠로를 비롯한 197-80년대 뉴 뮤직, 컬리지 록, 쟁글 팝 등을 가져와 마구 가지고 놀았다. 


그 점에서 나카무라 카즈요시는 1990년대에 등장한 일본 분카이 (컬리지) 록 뮤지션들 중에서도 가장 유희적이다. 첫 앨범 [金字塔]이 집에서 혼자서 만들었다는 이야기처럼, 나카무라 카즈요시는 그동안 축적된 음악적 전통을 지독하게 파고들고 재구성해 궁극적인 팝을 노렸다는 점에서 벡과 일즈의 오타쿠 버전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ERA]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멋진 팝들이 가득한 앨범이다. 나카무라는 '1,2,3' 'ゲルニカ'  'ジュビリー', 'ピーナッツ', '君ノ声' 등에서 순도높은 팝 멜로디와 올드 팝에 대한 애정을 뽐내면서 자신이 얼마나 탁월한 팝 작곡자인지 보여준다. 이 곡들엔 전작들을 사랑한 팬들이라면 실망시키지 않을 약간 쓸쓸하지만 흥겨운 감수성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ERA]가 전작과 다른점이 있다면 이 앨범은 그야말로 스튜디오 작업의 끝을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리가 매우 풍윤해졌다. 실제로 볼륨을 높이고 곡들은 들어보면 멜로디 아래에 제법 다양한 소리들이 숨어있다는걸 알 수 있다. 플레이밍 립스의 'She's Don't Use Jelly'를 연상시키는 '1,2,3'에선 드라이빙 강한 퍼즈 톤의 기타를 분절적인 리듬으로 배치해 그루브를 만들면서 동시에 잽싸게 슈게이징 멜로디로 가득찬 훅을 날린다.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다. 쟁글쟁글거리는 어쿠스틱 기타팝처럼 시작하게 하는 'ジュビリー'는 버스 부분에서 샘플링된 드럼과 전자적으로 뒤틀어진 코러스가 기어나와 떠들석하게 만들고 발라드인 'ゲルニカ'에선 첼로와 전자 드럼의 만남을 주선하고 마지막엔 극도로 왜곡된 드럼비트가 기어나온다. 비교적 전작들의 재치있으면서도 애잔한 감수성에 가까운 '君ノ声'에서도 마림바와 코러스를 끌어온다.


그 중 압권은 '威風堂々' 연작과 'メロウ', 'ハレルヤ'일 것이다. '威風堂々'은 엘가의 '위풍당당'을 일렉트로닉 어법으로 재해석해 발라드인 2부작으로 넘기는 대담한 연작이며 'メロウ'에서는 냉소적인 보컬과 스크래칭, 시타르 음율, 힙합 리듬을 빌어 전작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국적인 하이브리드를 시도하고 있고, 후자에선 백파이프 소리로 시작해 월 오브 사운드를 연상케하는 다채로운 음향효과들을 통해 인생에 대한 거대한 찬가를 만들어낸다.


여러모로 [ERA]는 금싸라기 같은 팝튠들을 독특한 질감의 소리를 감싸안는다는 점에서 필 스펙터에서 시작한 월 오브 사운드와 1960년대 사이키델릭 팝, 1990년대에 등장한 네오 사이키델릭에 강한 영감을 받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나카무라 카즈요시는 비치 보이즈의 [Pet Sounds]라던가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플레이밍 립스의 [Transmissions from the Satellite Heart]나 [The Soft Bulletin]을 내심 벤치마킹으로 삼았을지도 모른다. 


또 앨범의 많은 트랙수와 백화점식 구성을 생각해보면 나카무라는 이 앨범을 비틀즈의 [White Album]나 토드 런그렌의 [Something/Anything?]처럼 만들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때문에 [ERA]는 여러모로 의욕과잉인 앨범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게 한다. 특히 앨범의 클라이맥스인 'ハレルヤ' 이후로 이어지는 트랙들은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사족인 감에 없잖아 있다. 'ロックンロール'는 1960년대 로큰롤을 재해석해 가치가 있었지만 간주격인 'バイ・CDJ'나 '21秒間の沈黙'은 휴지를 줘야한다는 강박 때문에 들어간 것 같다는 느낌도 있다. 그래서 앨범 전체를 듣기 보다는 곡 하나하나를 듣는 쪽을 선호하게 되는 앨범이다.


나온지 14년이나 지나서 돌아볼떄 [ERA]는 그야말로 나카무라가 솔로로써 자기 재능을 모두 쏟아부은 앨범 아니였나 생각이 든다. 이 앨범이 나온 뒤 나카무라는 [100s]를 만들면서 동명의 밴드를 만들어 전업했고 2012년에 돌아오기까지 솔로 활동은 중단했었다. 솔로에서는 더 이상 가능성을 찾아볼수 없었다고 봤을까? 그렇기에 [ERA]는 앨범 제목처럼 솔로 시절 (Era)를 총합하는 앨범이자 1990년대 일본 컬리지 록이라는 영역이 다다를수 있었던 소리의 극한을 담고 있는 앨범이다. 포크 록 기반으로 비교적 송스터에 가까웠던 서니 데이 서비스 (+소카베 케이이치), 보다 전자음악에 경도되어 있던 쿠루리하고는 다른 나카무라 카즈요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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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k Lowe - [Jesus of Cool] (1978)

영국 출신 뮤지션 닉 로우는 펍 록의 간판스타 엘비스 코스텔로의 전설적인 초기 다섯 앨범 프로듀서하고 펑크 밴드 댐드 첫 앨범 프로듀서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브린슬리 슐츠라는 걸출한 펍 록 밴드를 이끌었던 뮤지션이기도 합니다. 프로듀싱해준 엘비스 코스텔로가 여러모로 너무 뜨는 바람에 다소 묻힌 감도 없잖아 있지만 본인 솔로 커리어도 괜찮게 나간 편입니다. 아주 대박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국 내에서 중박급을 기록한 싱글과 앨범을 보유하고 있으니깐요.

첫 앨범 [Jesus of Cool]는 엘비스 코스텔로의 [This Year's Model] 나오고 난 뒤에 나온 앨범인데 브린슬리 슐츠가 1975년 해체된걸 보면 좀 뜸을 들였다가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 앨범은 미국에서는 그저 그랬지만 영국에서는 22위에 등장하는 등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았고 무엇보다 평가도 좋았죠. 현재도 닉 로우 초기 두 앨범은 펍 록 명반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펑크 록을 지성미 넘치는 접근으로 얄미울 정도로 노련미 넘치는 연주와 악기 동원, (Byrdish한) 쟁글쟁글 팝 멜로디, 노련미 넘치는 연주와 악기 동원, 때로 냉소를 드러내는 가사를 뽐낸다는 점에서 엘비스 코스텔로와 닉 로우의 목표가 같다는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Jesus of Cool]는 무턱대고 엘비스 코스텔로랑 비교하기에 애로사항이 꽃피는, 독자적인 노선과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앨범입니다.

우선 이 앨범의 특이한 점이라면 음악 산업에 대한 비꼼이 두 곡이나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Music for Money'와 'Shake and Pop'인데 제목부터 노골적이죠. 아무래도 브린슬리 슐츠가 미국 진출에 실패하고 끝내 해체해야만 했던 여파겠죠. 연애사와 지겨운 월요일, 파시스트 당에 대한 투덜거림으로 가득했던 엘비스 코스텔로의 첫 앨범하고는 조금 관심사가 다릅니다. 가창도 약간 쥐어짜듯이 맹맹거리는 코스텔로와 달리, 굵직하면서도 속삭이는 톤 등을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음악에서도 닉 로우는 코스텔로하고는 차별화된 노선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컨트리 록 (이건 코스텔로도 마찬가지만 닉 로우 쪽이 좀 더 강합니다. 'Shake and Pop'의 기본 구조는 컨트리 록에서 많이 보던 전개죠.), 휭크와 뉴웨이브의 어법이 많이 느껴지는데 'I Love the Sound of Breaking Glass'의 휭키한 기타 주법과 피아노를 이용한 소리 층위 쌓기는 초기 토킹 헤즈나 오렌지 주스를 떠올리기 충분하고 (이런 휭크에 대한 관심은 'Nutted By Reality'에서 다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이 곡도 중간에 컨트리 록 풍 박자 변화로 재치있는 전환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아련한 멜로는 멋진 펍 록 발라드 앤썸이라 할만한 'Tonight'에선 삑삑거리는 전자음을 끌여들어 뉴웨이브의 어법을 조심스레 도입하고 있습니다. 'Music for Money'는 한 소절씩 헤비한 기타 리프와 보컬을 펑크 풍으로 단순하게 턱턱 밀어붙이면서도 그것들을 세심하게 변주하면서 진행하는, 상당히 울증이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닌 구조와 박력으로 청자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Jesus of Cool]는 코스텔로와 동지 의식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파워 팝 후배를 위한 지침서를 남겨준 앨범입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엘비스 코스텔로가 너무 뜨는 바람에 살짝 잊혀진 클래식이라고 할까요. 충분히 복권받아도 괜찮을 앨범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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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Morning Jacket - [At Dawn] (2001)


마이 모닝 자켓은 확실히 등장 당시엔 유행을 그리 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1998년 [The Tennessee Fire]로 세상에 나선 후 2-3년 간격으로 꾸준히 앨범을 내온 이들은 어떤 유행의 선두에 서려고 생각한 것 같지도 않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죠.) 음악 자체도 패셔너블라고 하기엔 많이 '아메리칸'스럽죠. 하지만 이들의 커리어를 단단 [At Dawn]을 들어보면 이들에겐 어떤 비밀스러운 마법이 있노라고 주장하고 싶어집니다.


'아메리칸'스럽다는 말을 썼는데 이 '아메리칸'스럽다는게 마이 모닝 자켓의 음악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이들의 기본적인 뼈대는 1960년대 버즈와 더 밴드에서 시작한 컨트리 록이니깐요. 물론 더 깊숙히 들어가 그레이엄 내쉬, 스티븐 스틸스, 데이빗 크로스비, 닐 영을 언급할수 있겠지만 이들이 아메리칸 기층 음악과 거기서 영향을 받은 컨트리 록, 서던 록, 포크 록에 굉장히 깊숙히 발을 담그고 있다는 정도로 끝내겠습니다. 켄터키 출신답다고 할까요.


하지만 이들의 마법을 이루고 있는 '아메리칸 기층'만 있는게 아닙니다. 이들은 좀 더 모던한 현 시절 미국 인디 록의 젖줄에도 대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들이 (적어도 당시) 유행하고는 살짝 거리가 멀죠. 이들이 들고 오는 밴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윌코의 얼트 컨트리 로큰롤, 빌트 투 스필처럼 단순해보이지만 실은 세심한 연주 구성, 비치 보이즈가 세우고 플레이밍 립스와 벡이 다시 재해석한 '붕 뜬 듯한' 느낌의 공감각적인 음향들(아련한 에코, 리버브 등등... 다만 이들은 소리의 빈 공간을 강조하는 편입니다.)은 그 투박하고 정겨운 '컨트리' 속살에 묘한 외피를 씌워주고 있습니다. 'At Dawn'이나 'Xmas Curtain' 같은 곡에서 나타나는 음향 실험들 속을 무심히 떠다니는 컨트리맨의 목소리와 기타가 이들의 전통적이면서도 기묘한 매력을 설명한다고 할까요.


그렇게 만들어진 [At Dawn]은 친숙하면서도 낯선 흙냄새를 물씬 풍기게 된 컨트리 록 앨범입니다. 미국 중부라는 구체적이이고 흙냄새 물씬 나면서도 그곳에만 머물지 않고 마음껏 우주를 부유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톡 쏘지는 않지만 은은하고 시적인 감수성으로 가득차 있다고 할까요. 무엇보다도 요새 인디 포크 계의 스타로 떠오르는 플릿 폭시즈와 그리즐리 베어가 어디서 영감을 받고 시작했는지 잘 알 수 있는 증거자료로도 충분합니다. 특히 플릿 폭시즈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니깐요. 지역적이면서도 범세계적인, 기묘하고도 선연한 감수성을 지닌 얼트 컨트리 록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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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gittarius - [Present Tense] (1968)


게리 어셔는 전성기 시절 버즈Byrds의 프로듀서로 팝 음악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Younger Than Yesterday]라던가 [The Notorious Byrd Brothers]로 유명하죠. 이외 초기 비치 보이즈에도 참여한 이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다소 일찍 세상을 떠난데다 프로듀싱 작품이 생각외로 적다는 점 (14개도 안 됩니다. 버즈 이후 프로듀싱 작품들은 다소 마이너한 감이 있고요.) 때문에 일반 대중들에게 다소 인지도가 처지는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버즈 프로듀싱 작품이라던가 이번에 소개한 게리 어셔 솔로 프로젝트 사지타리우스의 첫 앨범 [Present Tense]를 들어보면 무시할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Present Tense]는 60년대 바로크 팝스의 정수를 한껏 뽑아낸 숨은 명반입니다. 여러분들은 초창기 비지스의 하모니와 웅혼한 로맨티시즘을 사랑하십니까? 그렇다면 첫 트랙인 'Another Time'를 듣자마자 사랑에 빠질것입니다. 은은한 하프와 잔잔한 스네어 킥으로 시작하는 곡은 극도로 정제된 오케스트라와 허밍, 다양한 소리들을 배합해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치고 빼는 탁월한 감각을 통해 곡을 우주적인 스케일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감각은 기묘한 하프시코드 멜로디로 시작하는 'Song To The Magic Frog (Will You Ever Know)'나 비치 보이즈를 연상시키게 하는 애조와 환희로 나아가는 'My World Fell Down' 같은 곡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버즈에서 실현했던 컨트리와 포크를 세련되게 탈바꿈하는 마술도 여전합니다. 'I'm Not Living Here' 같은 곡은 비틀레스크, 컨트리 록과 파워 팝을 잇는 가교같은 곡이며, 'Musty Dusty'는 소박한 포크가 비치 보이즈를 연상시키는 소리의 사이키델릭의 수혜를 받은 곡입니다. 물론 동양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60년대 영미 음악계 유행에 맞게 'Glass'는 타블라나 시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야리꾸리한 무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살짝 반전이 있습니다. 이 앨범은 게리 어셔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공동 프로듀서와 수록곡 대부분의 작곡자로 이름을 올린 커트 보체터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커트의 훌륭한 곡과 어셔의 멋진 프로듀싱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고 보는게 좋을 것 같군요. 테리 맬처와 브루스 존스턴 같은 바로크 팝의 장인들도 이 앨범에 참여해 빛을 내주고 있고요.


[Present Tense]는 어느 야심만만한 뮤지션 둘이 만나 시너지를 발휘해 걸작이며 바로크 팝의 좋은 표본입니다. 동시에 게리 어셔가 버즈의 어느 부분에 마술을 부렸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좋은 단초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여러장 사서 뿌리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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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恋の嵐 - [初恋に捧ぐ] (2002)


빛나는 첫사랑이 남긴 백조의 노래를 너에게 바친다


일본 시모키타자와 밴드 하츠코이노 아라시 (첫사랑의 폭풍)의 [첫사랑에게 바친다]는 아련한 제목과 달리 아련함만 있는 앨범은 아니다. 앨범을 걸자마자 나오는 곳은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첫사랑에게 바친다'다. 제법 경쾌한 베이스 라인과 로킹한 모던 록 기타, 반짝반짝거리는 실로폰이 인도하는 이 곡은 하지만 어딘가 짠한 가사를 가지고 있다. ("그대의 눈물이 잊혀지지 않아/첫사랑에게 바치는 넘버") 그 곡이 끝나자마자 나오는 곡은 바로 그 유명한 '真夏の夜の事 한여름밤의 일'이다. 피아노 한 대로 차분하지만 쓸쓸히 분위기를 만들어가다가 현악 연주와 사이키델릭한 맛이 은은하게 배어있는 퍼즈 기타가 합세해 거대한 감정적인 파고를 불러일으키는게 제법인 곡이다. 


이후에도 곡은 이어지지만 앨범은 전반적으로 짧다. 그 이유는 하나다. 이 앨범은 완성하기도 전에 리더 니시야마 테츠로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신 곡 하나하나가 버릴 수 없이 꽉꽉 차 있다. 'No Power!', 'Touch'처럼 분카이 로크의 서정미와 아찔한 훅이 같이 담겨 질주하는 곡도 있으며, '涙の旅路 (SLTS.Ver)'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발라드도 있다. 그리고 이 곡 이후로 이어지는 마지막의 'Nothin''과 'Good-Bye'의 남성적인 비가는 아름답고 처연하게 한여름밤처럼 덧없었던 감정들을 분출시킨다. 완벽한 마무리다.


이 앨범은 비록 첫 작품이지만 풋풋한 박력과 완숙미가 절묘하게 곁들어져 있다. 프로듀싱도 과잉되지 않고 적절히 기타 중심의 팝이라는 본분에 충실하다. ('한여름밤의 일'의 오케스트라를 보아라. 절대로 과잉으로 가지 않는다.) 이런 기적적인 균형미는 심지어 서니 데이 서비스조차 첫 앨범에서 이뤄내지 못한 성과였다. '도쿄'로 대표되는 초기 쿠루리가 질박하게 토해냈던 어쩔수 없는 먹먹한 감정들을 아주 예술적으로 승화해낸 앨범이였지만 동시에 그것이 끝이였다. 그렇기에 이 앨범의 정서는 완벽하게 자기완결성을 가지고 있고 끝내 청자를 눈물 짓게 만든다. 정말이지 백조의 노래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앨범이다.


P.S.1 하츠코이노 아라시는 1997년 결성되어 2002년 테츠로 사후 이 앨범을 완성시키고는 해체(말은 활동 휴지였지만)한다. 나머지 두 멤버들은 사이토 카즈요시나 서니 데이 서비스 서포트 멤버로 활동하면서 커리어를 이어갔다. 2011년에 잠시 둘이 재결성해 기념 라이브를 가지기도 했다. 

P.S.2 타이틀 트랙은 스피츠가 커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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