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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Long Season/여행 기록 (9)
201601 도쿄 여행기 5: 귀국

아침에 일어나서 호텔 조식으로 빵과 푸딩을 먹고 나왔습니다. 사실 나리타까지 돌아가는건 처음인지라 어떻게 하지 고민고민을 하다가 결국 전철을 타고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리타 익스프레스나 케이세이 스카이라이너가 비싸기도 하고 생각보다 몸도 많이 좋아져서 모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근데 비가 은근 내리는데다가 전철 갈아타는 구간이 은근… 허들이 있더라고요. 짐이 그렇게 무겁지 않아서 망정이지 무거웠다면 꽤나 고생했을거라는 생각이... 나리타 행 자체는 그렇게 어렵진 않은데 처음이여서 낯선 풍경에 좀 쫄아있습니다. 정말 맞게 가는거 맞나? 비행기 놓치는거 아니야?

막상 나리타에 도착하고 보니깐 너무 일찍 도착했더라고요. 심지어 수속도 안하고 있던 (… 짐을 들고 다른 터미널에 있는 츠타야에 갔다가 시간 낭비만 하고 왔습니다.

아 그리고 세관 단속 하나도 안했습니다 ㄱ- 괜히 돈 낭비했어! 그리고 무거워진 제 슈트케이스는 화물칸으로…

인천 갔을때 괜히 뛰어갔다가 체력 낭비한 걸 생각해서 느긋하게 갔는데 그래도 제법 일찍 도착했더라고요. 들어가기 전에 부모님 선물로 면세점에서 위스키를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자마자 비행기 탑승 완료.

창가쪽이 은근 불편해서 복도 쪽 자리를 달라고 했는데, 역시 저가항공=하늘을 나는 고속버스… 뭐 크게 탈없이 돌아왔습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해서 와이파이 에그 반납하고 리무진 버스를 타려고 기다렸는데 이놈의 리무진 버스가 돌아가는건 교통카드는 쓸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표를 사야 한답니다… 결국 길에서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여러분들 꼭꼭 확인하고 타시길.

돌아오는 길은 별일 없었습니다. 그래도 인천 공항 멀어져가는거 보니깐 참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짧지만 길었고, 길지만 짧았던 제 도쿄 여행도 이렇게 끝났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제가 처음으로 혼자 한 여행이였는데, 여행 가기 직전만 해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외지에서 혼자서 잘 할수 있을까… 뭐 그런 쓸때 없는 걱정들?

막상 가보니깐 공사 때문에 관광지 여러군데를 못 보고 발에 물집이 잡힌걸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쾌적하게 다녔던 것 같습니다. 도쿄 자체가 여행객들을 위한 시설이 잘 되어 있기도 했고, 자꾸자꾸 시도를 해보니깐 나중엔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여튼 제게는 나름 특별한 경험이였습니다. 다음에도 혼자서 여행 가볼까 생각해보고 있네요.

그나저나 여행기가 질질 늘어진건 정말 죄송합니다…ㅠ 제가 게을러서 그렇기도 하고 사진 정리하는게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빨리 정리하자고 쓰긴 썼는데 그래도 많이 축약된 부분이 많을겁니다.

그래도 어떻게 마무리 지었으니 이젠 마음놓고 글 쓸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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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 도쿄 여행기 4: 치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다시 시부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근처 드럭스토어가 열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발은 그래도 많이 낫긴 했는데 여전히 걷기 불편하더라고요. 신발이 이상하게 불편했습니다. 사이즈는 평소 신던거랑 비슷한데 뭔가 안 맞고 꽉 조이는 느낌? 그래서 드럭스토어에서 MP님이 추천한 휴족시간을 사와서 붙이고 쿠단시타 역으로 출발.

1.무도관/치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

쿠단시타역을 간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치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 때문이였습니다. 마침 주변에 무도관도 있고 제일 가고 싶었던 코이시카와 코라쿠엔하고도 가까워서였습니다. 그래서 무도관에서 잠시 기웃기웃거렸습니다.

무도관을 나와서 본 목적지인 치도리가후지 묘원으로 가던 도중 문제의 야스쿠니 신사가 건너편에 나타났습니다. 그때 든 생각이 저기 왜 이렇게 을씨년스럽지? 였습니다. 자기 딴에는 입구부터 나무를 심는 등 도심 속 녹지처럼 꾸민것 같은데 뭔가 알 수 없이 어두운 기운이 죽죽 묻어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나중에 헤메다가 다른쪽 출입구도 발견했는데, 그쪽도 뭔가 탁 트이거나 아기자기한 느낌이 없이 뭔가 답답한 느낌이였습니다. 진짜로 보여야할게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 뭐 메이지 신궁도 좀 들어가야 신궁이 나타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쪽은 뭔갈 은폐한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유달리 야스쿠니 신사는… 예. 좀 그럤습니다.

김치맨 특유의 반일 DNA의 척수반사이라고 하기엔 뭔가 본능적으로 답답하고 음습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분명 사람이 많은 대로임에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게 싶었습니다.

들어가서 그 음습함의 정체를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한국인 폭탄 테러 건도 있고 해서그냥 치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으로 향했습니다.

반대로 치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은… 참 소박하더라고요. 명색이 국립 현충원 비슷한 지위라는데 이렇게 소박해도 되는거야? 싶을 정도로. 크기 자체도 야스쿠니의 1/4 정도 되고 입구도 탁 트여 있는 느낌. 적어도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습니다. 반대로 방문객만 제외하면 정말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것 같은 그런 느낌마저도 들었고요.

이틀 전에 릿쿄 대학교 와타나베 타이헤이가 생각나서 헌화나 할까 생각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전사자 유족들이 주최하는 추도회가 있어서 그냥 돌아나왔습니다. 그때 거기 있지도 않았고 일어난 후에 태어난 가이진 (혹은 “칸코쿠진”)이 끼어봤자 좋을게 뭐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2. 코이시카와 코라쿠엔/도쿄 돔

쿠단시타에서 도자이선을 타고 이이다바시에서 내렸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코이시카와 코라쿠엔을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근데 문제는 제가 출구를 잘 못 고르는 바람에…. 이건 나중 얘기로.

코이시카와 코라쿠엔은 도쿄돔 옆에 붙어있는 전통정원입니다. 당연히 도쿄돔 근처로 가야 했는데… 걷는 길이가 은근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래서 간신히 도착했는데…

'뒷문은 안 씁니다. 정문으로 돌아오세요.'

야!()8@$#*&#*

그래서 한바퀴 삥 돌아오니 드디어 절 반겨주더라고요. 흑흑… 표 값 지불하고 들어갔습니다. 안내원 아주머니 제 일본어를 듣더니 영어로 대답해주더라고요. 그래 내 일본어 딕션 구린거 다 알아. (체념

사실 제가 코이시카와 코라쿠엔을 간 이유는 엑스맨을 덕질을 실시간으로 할때 [울버린의 죽음]에서 워낙 정원을 (와패니즘식으로) 멋들어지게 묘사해서였습니다. 정말 저렇게 멋진 정원인가? 궁금해져서 ‘도쿄 갈때 코이시카와 코라쿠엔은 꼭 가봐야지’라고 다짐했더랍니다.

솔직히 그거 다 뻥카면 어떡하지?! 하면서 들어왔는데, 정원 자체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미 하마리큐 정원을 봤는데도, 나름 매력이 있더라고요. 멀찍이 섬 만들어넣고 이런저런 돌이라던지 건축물 가져다놓은게 하마리큐랑은 다른 느낌으로 멋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모네가 그렇게 환장했던 실물 일본식 다리도 보기도 했고요.

근데 ([울버린의 죽음] 이슈 3에 나오는) 문제의 후원은 그런 와패니즘 쩌는 정원은 아닙니다 ㅎㅎ 적당히 왜색이 묻어나게끔 현대적으로 잘 꾸며진 후원이더라고요. 당근빠다로 “아니 저것은 닛폰진의 부시도가 담겨있는 핸드메이드 갑옷…!” 그런 것도 없어요. 그저 와패니즘에 쩐 코쟁이 작가님들의 망상이였던것으로. (실망)

문제는 역시 겨울이여서 나무들이 휑한게 하마리큐나 여기나 다를바가 없더라고요. 심어놓은게 제법 많았는데 왠지 봄 되면 미어터지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여튼 나중에 다시 도쿄 오면 카메라 괜찮은거 하나 데려와서 출사나 해보고 싶습니다.

…근데 나올때 알았는데 코이시카와 코라쿠엔 입구랑 가까운 지하철역이 있었습니다. ㄹㅇ 인생은 고통… 여러분들도 이이다바시로 가지 말고 오에도선 카스가역이나 마루노우치선 코라쿠엔역으로 가세요. 흑흑.


3. 아사쿠사

그렇게 도쿄 간다면 다들 한번씩 가본다는 아사쿠사로 출발. 관광객 엄청 몰린다고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리자마자 반기는건 형형색색의 관광객 무리였습니다.

때문에 카미나리몬으로 가는 길은 숨막혔습니다. 어휴 왜 이렇게 바글바글한지…. 호객 행위도 장난 아니여서 빨리 앞으로 전진하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들어간 센소지라는 절은 뭐… 사이즈 하나는 역대급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밤에 헐레벌떡 본 츠루오카 하치만궁과 달리 멋있다는 느낌은 적더라고요. 사람 바글거리는 수학여행 관광지 1 이런 느낌. 건물 자체도 콘크리트 건물인지라 역사적 가치가 강한 것도 아니고, 주변 자체가 왜색이 졸라 강하게 느껴지는거 제외하면 그냥 마 그렇습니다. 다시 갈 것 같진 않네요.

이때까지 아침도 못 먹고 점심을 못 먹었고 있던지라 쫄쫄 굶고 있어서 결국 주변 상점가에서 라멘집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꽤 찾기 힘들어서 열심히 검색을 때려서 먹었는데, 가격이 의외로 세더라고요. 800엔 정도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맛은 그럭저럭이였고 덤으로 라무네도 시켜서 마셨습니다. 그리고 아키하바라로 출발.

4. 아키하바라

아키하바라로 이동하는거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는데 돈을 최대한 아낄려고 전철을 몇 번 갈아타는건 좀 불편했습니다. 게다가 내린 곳도 아키하바라 중심이 아니라 미묘하게 외곽인지라… 그래도 그렇게 멀진 않아서 다행이였습니다.

일단은 쇼센 북타워라는 곳에 잠시 들렀다가 곧장 아키하바라로 향했습니다.

먼저 들른 곳은 게이머즈였습니다. 이케부쿠로 애니메이트도 꽤나 큰 사이즈긴 했지만, 아키하바라 게이머즈는…. 알고 보니 건물이 몇 개나 더 있다고 하더라고요. 다 둘러보고 싶었지만 제 체력이 바닥났기 때문에 결국 디멘션 W 상설 전시하는 건물쪽으로 향했습니다.

전시 자체는 미라와 엘리 위주로 이뤄져 있는 전시였는데, 문제는 구석에다 밀어놓고 보라는게 좀 많아서 ㅡㅡ 사진 찍기도 불편하고 보기도 불편하더라고요. 게이머즈 큐레이팅 능력이 좀 후진듯. 애니메이트 전시 안 갔다면 좀 후회할 뻔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오늘이 막날이여서 여행 기념품 사야지… 해서 마부치 열쇠고리랑 가챠 뱃지 뽑기로 루저를 뽑았습니다. 근데 루저 배지는 돌아오면서 파손된건 안 자랑.

근데 문제는 정작 제일 사고 싶었던 디멘션 W 팬북이 품절된 상태인지라, 결국엔 애니메이트로 다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는 점입니다. 썩을… 결국 애니메이트로 걸으면서 아키하바라를 구경했습니다.

제가 아키하바라 정중앙이 아니라 뒷쪽으로 들어와서인지 아키하바라가 얼마나 큰지 가늠이 잘 안 되었는데, 대로 쪽으로 나와보니 크긴 크더라고요. 덕후덕후한 건물도 많았지만 전기상 비스무리한 것도 꽤나 많았습니다. 저희 아버지 세대에게 아키하바라는 전기상의 거리로 다가왔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아직도 건재하다고 할까요.

뭐 그래서 애니메이트는 게이머즈보다는 건물 크기가 좁다는 느낌? 자세히 둘러보지는 않았고 디멘션 W 팬북만 사들고 나왔습니다. 핑퐁 컴플릿 아트웍은 여기에도 없더라고요. 야박한 일본 오타쿠 같으리나고…

그래서 다시 쇼세이 북타워에 가서 바닷마을 다이어리 포토북을 하나 샀습니다. TRPG 관련 서적들도 많았는데 더블 크로스 TRPG나 살걸 그랬나 싶기도 한데 그때 통장 보고 패닉에 빠져서 좀 급하게 되버렸네요. 쩝.

사실 이때 날도 어두워지고 루드라님을 시부야에서 만나기로 약속해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만다라케 들렀는데 만다라케 알고 보니 사진 촬영 금지더라고요. 그래서 사진은 올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여기에도 찾는 물건도 없어서 후딱 나왔습니다.

5. 다시 시부야

그래서 루드라님하고는 시부야 하치공 상에서 리얼충적으로 조우했습니다. 예상과 달리 제가 아는 분하고 많이 닮아서 꽤 편하게 얘기를 나누면서 다녔던 것 같습니다.

사실 시부야에서는 그냥 앉아서 저녁이나 먹으며 얘기나 나누려고 했는데 사람이 미칠도록 많더라고요. 온 음식점이 꽉꽉 차서 계속 걸어만 다녔습니다. 나중엔 좀 지치더라고요. 발이 엉망인데다 배도 꼬르륵 꼬르륵 거리고…

그래서 어떻게든 사람이 줄어들길 기대하면서 타워 레코드에 들렀습니다. 음반 시장이 불황이더라도 타워 레코드 시부야점은 그 위세가 꿋꿋하기 그지 없더라고요. 여기서는 [바닷마을 다이어리] 사운드트랙을 샀습니다.

결국 그나마 덜 한산한 규동집에서 저녁 먹는걸로 합의를 보고 저녁은 어떻게 해결했는데, 주점은 여전히 사람들로 꽉꽉… 결국 다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디스크 유니온 시부야점에 들렀습니다.

근데 디스크유니온 시부야점은 의외로 건물이 협소하더라고요. 구비해놓은것도 그렇게 많은 것 같진 않고… 루드라님은 아무것도 안 사셨고 전 피시만즈의 [宇宙 日本 世田谷]랑 사디스틱 미카 밴드의 [黑船]을 사들고 나왔습니다.

결국 시부야를 탈출해서 신주쿠 3번가에 탈출했습니다. 더러운 리얼충들! 아 다행히도 신주쿠 3쵸메는 사람이 적더라고요. 불행히도 탈출을 너무 늦게 하는 바람에+내일 출국인지라 루드라님하고는 술을 많이 마시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루드라님이 음악이나 영화에 대해 나름 식견이 있으셔서 오래간만에 관련 이야기를 오프라인으로 나누니깐 참 좋더라고요. 다음에 또 만났으면 싶었습니다. (그리고 [죽은 자의 제국] 시사회때 진짜로 다시 만났다.)

12시 다되서 헤어져 숙소로 돌아와 씻은 뒤, 알람을 켜놓고 잠에 들었습니다. 내일 비행기 놓치면 안 돼!라고 잔뜩 긴장하면서 잤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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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 도쿄 여행기 3: 후지사와/가마쿠라

1. 에노시마

 사실 이번 도쿄 여행 계획을 짜면서 제일 기대했던 곳은 가마쿠라 지역이였습니다. 도쿄 자체는 유적 같은 볼거리가 많다기 보다는 쇼핑 중심의 도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핑퐁]과 [바닷마을 다이어리] 성지 순례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들떠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를 나왔습니다.

이른 시간이였는데 의외로 하행 열차에도 사람이 많았습니다.

신주쿠역에서 에노시마-가마쿠라 프리 패스를 끊고 오다큐선을 타러 내려갔습니다.

원래는 로망스카를 타려고 했으나 열차 시간을 보니 그냥 일찍 가는게 낫겠다 싶어서 오다큐 급행을 타고 가기로 결정.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가 가지고 있는 프리 패스는 도쿄-카타세에노시마까지 모든 열차는 공짜고 어차피 로망스카나 급행이나 1시간 정도 걸리니깐 로망스카를 탈 이유가 없겠다 싶더라고요.

도쿄 빠져나오니깐 완죤 남양주st…! 가는 길은 조금 지루하기도 했고 중간에 사가미오노역에서 에노시마선으로 갈아타는것도 번거롭긴 했습니다. 사가미오노역에서 갈아타니깐 확실히 사람이 확 줄더라고요. 평일 낮이니깐 당연한거겠지만. 이때는 몰랐죠… 개고생길이 될 줄은.

여튼 그렇게 지루함을 버티니깐 후지사와역을 지나 가타세 에노시마 역에 도착.아침을 먹지 않고 도착하니깐 배가 고파서 옆 편의점에 가서 닭튀김 도시락을 사와서 근처에 앉아서 먹어치웠습니다. 그리고 에노시마를 향해 출발.

에노시마 주변은 정말 뭐랄까 한적한 해변 소도시더라고요. 사람들 사는데는 해안가에서 좀 들어가야 나오던.

에노시마 가는 길은 그럭저럭 걸을만 했는데 문제는 이때부터 슬슬 발에서 이상 징후가 느껴지더라고요. 하지만 이때까지는 참을만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엄청난게 눈 앞에 있어서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오늘 후지산 보이네. 힘내라고. 스마일.”

날이 맑으면 에노시마에서 후지산을 볼 수 있다고 [핑퐁]에서 그런게 기억나서 오늘 날씨 보면서 오늘 볼수 있으려나~ 있었습니다. 근데 정말로 에노시마 가는 도중에 선명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기뻐서 사진을 열심히 찍었습니다.

돌아와서 확인해보니 후지산 사진만 해도 20장 이상 넘어갔던 (… 나중에 일본인들도 오늘 후지산 잘 보인다고 수군수군거리는걸 보면 애니를 제하더라도 현지에서도 꽤나 유명한듯?.

여기서 뭘 먹을까 생각을 하긴 했는데 가격이 좀 창렬한 편이여서 그만두었습니다. 고양이가 많았는데 사람들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더라고요. 

에노시마 자체는 상점가를 한창 걸어들어가야 나오는 관광지…? 인데요, 뭐랄까 이게 참 애매합니다.월미도에서 놀이공원이 빠지고 좀 더 전통적인 볼거리 위주로 꾸며진 곳이라는 느낌입니다. 신사라던가 불당 같은게 많고 월미도보다는 좀 더 사람사는 느낌이 나는 곳도 강합니다. 대체 여기까지 출퇴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뭐 알아서 하겠죠.

에노시마 상점가를 한창 쭉쭉 올라가다가 에노시마 신사가 나왔는데, 여기서부터가 에노시마 관광의 시작입니다.에노시마에도 패스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제가 고른건 에노시마 에스컬레이터 입장관과 섬 내 관광시설들을 볼 수 있는 1000엔짜리 프리패스였습니다.

뽕을 뽑아야 되겠다는 심정으로 골랐다고 할까요. 진짜 기능에 충실한 에스컬레이터여서 아지캉은 정말로 이걸 소재로 노래를 뽑았냐,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유명한 에노시마 에스컬레이터를 탔는데… 솔직히 제가 이때부터 발이 맛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탔지 이것도 은근 창렬합니다. 총 세군데가 있는데 좀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없어서결국 계단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다리가 아프거나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고 싶다는 분들 제외하고는 그닥 추천은 안드립니다.

에노시마 신사 말고도 신사가 제법 많은데, 대부분 산 중턱에 하나씩 있다보니 에노시마 에스카는 그 신사들을 연결해주는 형식으로 이뤄져있습니다.저야 신토랑 전혀 상관이 없는 순수토종 김치맨이다 보니 참배는 안 하고 멀거니 보고 사진 찍고 왔습니다. 아 그래도 오모쿠지는 뽑아볼걸 그랬나?

그렇게 에노시마 신사 관광을 하고 나서 마지막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에노시마 정상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에노시마 관광지 신사 외에는 사무엘 코킹 정원과 시캔들, 연인들의 자물쇠, 이와야라는 동굴이 있는데 어차피 전 프리패스도 있고 뽕을 뽑겠다는 심정으로 연인들의 자물쇠를 제외한 모든 곳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사무엘 코킹 정원은 영국의 무역상 사무엘 코킹이 1862년부터 조성한 일본식과 서양식을 절충한 정원 터인데 총면적 1만㎡ 이상 된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정원 자체는 옛날 영국식 정원을 현대적으로 다듬은 수준이고, 겨울이여서 그런지 튤립 제외하고는 식물은 볼만한게 없던… 특이한게 후지사와 시가 자매결연을 맺은 해외 도시들의 상징물 같은게 있습니다.한국에서는 보령시하고 자매 결연을 맺었다고 하네요.

사무엘 코킹 정원 내에는 시캔들이라고 전망대가 하나 있습니다. 2003년에 세워진 등대 겸 전대인데 여긴 확실히 [핑퐁]에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애니판에서 콩웬거가 하마다 쇼고의 노래 부르는 장면에 짧막하게 등장했던 곳이더라고요. 전 프리패스가 있으니 그냥 들어갔지만 캔들 입장료가 300엔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시캔들은 확실히 전망은 좋습니다. 원래는 2층 실내 전망대에 있다가 가려고 했는데 뽕을 뽑아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3층 야외 전망대에 올라가서 보니 날도 맑아서 그런지 주변 풍경이 훤하더라고요. 사진 진짜 열심히 찍었습니다. 셀카도 좀 찍었고요.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니 주변에 리얼충 커플, 단체 관광객들 사이에서 뭔가 모양새가 이상했지만… 젠장 리얼충 일본인들 폭발하라지! 여튼 시캔들은 날 좋을땐 한번 들러볼만 합니다.

여튼 사무엘 코킹 정원에서 나와 북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전형적인 관광지 상점가라고 할까, 건물들이 유달리 다닥다닥 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가다가 중간에 에노시마 대사라는 절에 들렀습니다. 후지사와-가마쿠라 여행할땐 절을 좀 많이 들렀는데, 여기도 그 중 하나. 에노시마엔 큰 건물이 잘 없는데 에노시마 대사는 의외로 사이즈가 좀 되는 절이였습니다. 정작 분위기 자체는 대형 절이라기 보다는 동네에 있는 절 느낌? 뭔가 웅장한 느낌이 아니라 동네 주민들이 평범하게 와서 절하는 그런 느낌이였습니다.

이와야 동굴까지 가는 길에도 신사가 많더라고요. 용왕을 모시는 신단도 있고, 기본적으로 바닷마을이여서 그런지 바다나 물과 관련된 신사들이 많았습니다. 용왕 신단이 동굴 형태여서 조금 신기헀습니다. 근데 신사 지나고 나서는 길이 가팔라지더라고요. 내려갈땐 그렇게 고생하진 않았는데, 돌아올땐 발이 망가지기 시작해 좀 고생했습니다.

이와야 동굴은 한마디로 실망스러웠습니다. 뭐 관광지 동굴에 기대를 한 제 잘못이긴 하지만 뭔가 신비스러운 맛도 없고 전시물도 그냥 그랬고… 불상이나 용 조각물들도 뭔가 매력적이지 않고 걍 동굴에 있다는 느낌. 그냥 뽕을 뽑는다는 심정으로 꾸역꾸역 봤지 별로 추천드리고 싶진 않네요. 섬에서 구석진데 있기도 하고. 다만 해안 풍경은 정말 보기 좋습니다.

그리고 조명 겸용으로 안내소에서 촛불을 주는데 이게 나름 아이디어가 좋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조금 배가 고파서 점심 대용으로 크레페를 사먹었습니다. 일본에서 크레페가 꽤나 인기가 많다고 하기도 하고 궁금해서 샀는데 예상보다 꽤나 먹기 불편해서 (맛있긴 맛있더라고요.) 졸라 추한 모습을 보이며 먹고 말았습니다.

아침보다 사람들이 꽤나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분들 걷다가 깔끔 우아와 거리가 먼, 아니메 뱃지를 꿴 가방을 둘러멘 파오후 동양인 청년이 어떻게든 깔끔하게 먹으려고 생크림과 시럽하고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봤을겁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그리고 이때부터 발이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제겐 남아있는 일정이 있었기에 발을 학대하면서 겨우겨우 에노시마 신사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엔 사람이 많더라고요. 중국인 관광객도 보고 떼쓰는 애를 혼내는 일본인 가족도 보고 그랬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혹시나 해서 에노시마 신사 위쪽 계단을 올라가봤는데 딱히 볼건 없었습니다. 그 신사 주변에 있는 약수대 정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짤깍짤깍 사진을 찍고 에노시마를 떠났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에노시마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와야는 말할것도 없고 뭔가 대단한 구경거리는 없었다라고 할까요.

동굴처럼 꾸며진 용왕 신단은 꽤 흥밋거리였지만 큰 볼거리는 아니였고 그 유명한 에노시마 에스카도 정말 기능에 충실해서 밋밋한데다 가격도 창렬하고… [핑퐁] 성지 순례가 아니라면 올라가는 길에 있는 신사 + 사무엘 코킹 정원과 시캔들 + 에노시마 대사만 가셔도 충분할듯 합니다.

리얼충이라면 연인의 언덕 가셔서 폭발하시는것도. (후비적)

2. 후지사와 시

에노시마를 나와서 후지사와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페코가 낙하한 다리를 지나서 그 유명한 쇼난 해안공원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오래간만에 바닷가에 오니깐 좋더라고요.

제일 먼저 간 곳은 카타세 해변공원이였습니다만 도착해보니 반겨주는건 드릴 소리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여기도 공사중이였던 것입니다… 낙담했지만 이때부터 발이 완전히 맛이 가서 신발 벗고 주저 앉아서 발 마사지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겨울인데도 은근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서핑하러 온 사람도 있었고… 여름 되면 왠지 장난아닐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다른 쪽에 있는 카타세 해변가도 가봤습니다만… 여긴 사람이 의외로 없더라고요. 사진 열심히 찍고 천천히 앉으면서 아픈 발을 쉬게 했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서프를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도 서퍼가 등장했는데, 여기 파도가 서프타기 좋나 봅니다.

문제는 아픈 발 때문에 이 이후 부터는 계획이 다 어그러져버렸습니다. 흑흑…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약국을 찾아다니면서 결국 포기하고 에노시마역으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에노시마 역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어서 고생한건 덤. 결국 그렇게 고생해서 에노시마 전철역까지 와서 별로 감흥은 없…은 아니고 그래도 고작해야 남양주시보다 인구가 1/4인데도 전철이 다니는걸 보니 조금 부럽기도 했습니다.

사실 츠루오카 하치만궁이 있는 가마쿠라로 먼저 갈까 아니면 후지사와 쪽 핑퐁 성지순례를 할까 고민하다가 핑퐁 성지 순례를 결정했습니다.

에노시마 전철은 한마디로 동네 전철인데, 한국에서는 이런 식의 소규모 전철을 보기 힘드니깐 특이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이 전철을 가마쿠라 여행하면서 꽤나 자주 이용한 편이여서 뽕은 제대로 뽑았습니다. 근데 문제는 발이 너무 아파서 경치 구경은 잘 못하고 ‘아 빨리 파스 사야지’ 이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능.

그래서 스와 신사 가는 길에 처에 약국이 있나 찾아봤는데 다행히 약국이 하나 있더라고요. 어설픈 일본어를 동원해 파스를 사들고 발에 붙였습니다. 참고로 일본어로 파스는 싯푸シップ라고 합니다. 막상 발에 파스를 붙여도 영 시원치않고 걷는것도 꽤나 힘들어서 꽤나 죽을 맛이였습니다. 여튼 그렇게 스와 신사를 향해 출발.

참고로 스와 신사는 다름이 아니라 핑퐁의 ‘히어로 등장’의 배경이 되었던 곳입니다.

아픈 발 때문에서 썩 유쾌하지 못한 기분이였지만 여튼 후지사와 주택가를 해메고 다니는 기분은 나쁘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스와 신사에 도착했을때 꽤나 놀랐습니다. 진짜 동네 작은 신사 1…. 동시에 마츠모토 타이요나 유아사 마사아키가 얼마나 공간 활용을 잘 했는지 느껴지더라고요.

경사가 가파르긴 해도 못 오르락내리락할 수준은 아니였습니다. 그래도 운동은 잘 될 듯.

그리고 근처에 페코의 특훈이 이뤄지던 계단도 있었습니다. 원랜 시간도 시간이고 올라갈 엄두가 안 났으나, 어차피 고생할것 올라가서 고생해보자고 생각하고 올라갔습니다. 계단이 가파르긴 해도 힘들진 않더라고요. 그래도 역시 이걸 왕복하라고 하면 살은 잘 빠지겠네, 라는 생각도 좀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벌써 오후가 되가고 있어서 좀 빠르게 움직이고 싶었는데 길 헤매고 발 때문에 결국 느릿느릿하게 움직여 왔던 역으로 돌아갔습니다.


3. 가마쿠라

일단 고쿠라쿠지 역에서 내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바닷마을 다이어리] 때문이였습니다. 그리고 고쿠라쿠지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하세 절이라던가 신사 같은 구경거리가 나오기 때문에 천천히 산책하면서 갈 생각이였습니다.

고쿠라쿠지 역 주변은 그야말로 전원주택이 드문드문 있는 동네였습니다. 낯선 동네를 헤매고 다니니깐 묘하긴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고쿠라쿠지에서 슬슬 하세 절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던 도중 절을 발견해서 잠시 들어가서 구경했습니다. 구경이 가능한 절이였음에도 외진 구석에 있어서 그런지 사람이 적더라고요. 한 두명 나오는 건 보긴 했습니다만… 다리도 쉴 겸 물도 마시고 좀 둘러보다가 나왔습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카메라 전지가 다 떨어졌습니다. 전지 소모량이 꽤나 심했던… 결국 울며겨자 먹기로 아이패드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절에서 잠시 쉰 뒤 목적지인 하세 절로 갔는데… 여기도 낭패를 겪어야 했습니다. 일단 들어가자 절 반겨주는건 공사 인부들과 가림막… 예 신비함은 애저녁에 뒤진 상태였습니다. 삽소리랑 곡괭이 소리를 들으며 감상하라니 참… 게다가 시간이 워낙 촉박해서 조금 급하게 돌아봐야 했습니다.

그래도 하세 절 자체는 아예 실패는 아니였습니다. 고즈녁하게 잘 꾸며놓은 절이에요. 일본 전통 정원이라던가 연못가도 그렇지만 (사진 찍지 말래서 못 찍었지만) 안에 있는 불상도 꽤 볼만했고 규모도 그럭저럭이였습니다. 높은 곳에서 보는 가마쿠라 전경도 보너스. 아쉽긴 해도 그래도 평타는 친 정도?

진짜 낭패는 하세 대불이였습니다. 전 정말로 [바닷마을 다이어리] 원작를 재미있게 봤고 거기서 나온 하세 대불이 정말 멋져보여서 엄청 고대하면서 갔습니다. 그래 다리를 혹사하면서 볼 가치는 있을거야라고 하면서 문 앞에서

수리중

아. 여러분들이 이 글 읽고 있을 시점에서는 아마 공사 끝났을거라고 봅니다만 제가 갔을땐 비수기라고 수리를 하는 바람에… 아아… ORZ…

무료로 들어갈수 있게 되었지만 하나도 좋을게 없었고 결국 대충 둘러보고 나가려고 했다가 너무 억울해서 다시 뛰어 들어가 미쳐 못 본 뒷뜰을 구경했는데 경비 아저씨가 웃으시더라고요. 웃지말라고! 난 엄청 고생해서 왔단 말이야! 엉엉…

나오다가 기념품 상점에서 중증 일빠를 위한 사무라이! 할복! 욱일기! 티셔츠 삼종세트를 봐서 기분이 뷁해진건 덤…

너무 속상해서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 생가 + [산의 소리] 배경이 되었던 신사를 찾아가려고 했는데 버스를 잘 못 타서 또 생고생 했습니다. 생가 자체는 주택가 깊숙이 있더라고요. 뭐 여긴 원래 못 들어가는 곳이라고 해서 크게 실망은 안 했습니다.

그리고 생가 뒷쪽에 신고랑 키쿠코가 종종 가서 얘기를 나누던 신사도 체크했습니다. 올라가 사진을 찍을수도 있었지만 시간도 늦었고 여러모로 됐어… 그냥 빨리 도쿄 갈래… 모드가 되서 그냥 돌아나왔습니다.

그렇게 녹초가 되어 나오던 중 꽤 흥미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생가 근처에 지역 라디오 방송국이 있더라고요. 그때 조그마한 건물 1층에 통유리가 깔린 부스에 라디오 DJ들이 앉아서 방송 준비를 하더니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어둑어둑해지는 거리에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걸 듣고 있노라니 절로 묘하긴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을까 했지만 결례를 범하는 것 같아서 찍진 않았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다른 성지 순례나 관광은 다 날렸습니다. 유이가하마 해변도, 가마쿠라 기타 절도 다 캔슬한 상태. 뭘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에노시마 전철 타고 [핑퐁]의 카타세 고등학교 가본 뒤, 츠루오카 하치만궁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시치리가하마 고등학교 찍을땐 너무 어두워져서 그냥 플래시 빵 터트리고 찍었습니다.

이러니 가마쿠라 시 관광도 뭔가 허겁지겁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밤 가마쿠라 산책은 나쁘진 않았습니다. 가마쿠라 자체는 공주나 그런 한국 지방에 있는 유서깊은 도시들을 떠오르게 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뭔가 현대식 건물에도 유서깊은 역사 유적 특유의 고즈녁함이 묻어나오는 독특한 아우라 같은게 있다고 할까요. 근대화 과정에 생긴 도시라서 시가지 정돈도 잘 되어 있고요. 저녁도 못 먹은 채 츠루오카 하치만 궁까지는 길이 꽤나 길어서 마음 쫄이면서 가야 했던걸 제외하면…

사진 보면 알겠지만 7-8시에도 사람들이 은근 많이 오는 곳입니다.

츠루오카 하치만 궁에 들어섰을때 들었던 생각은 ‘엄청 크다!’라는 생각이였습니다. 의외로 규모가 굉장합니다. 심지어 그 다음에 봤던 카미나리몬이나 아사쿠사보다 크다고 느꼈을 정도. 츠루오카 하치만 궁이 일본 유적 치고 밤늦게까지 열어서 여길 제일 마지막으로 들렀는데, 낮에 봤다면 꽤 굉장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다고 밤에 사람이 없냐면 그것도 아니여서 꽤 많은 사람들이 본당에 참배하고 사진찍고 구경하고 그러더라고요. 마음이 급하고 사진 찍는데 애로사항이 (똑딱이의 비애…) 커서 깎아먹긴 했지만 가마쿠라 시 필수 관광 유적이라는 명성다운 모습을 보이는 곳이였습니다.

도쿄로 돌아갈때도 꽤나 삽질했습니다. 로망스카 타려고 에노덴 타고 카타세에노시마역으로 쩔뚝거리며 돌아갔는데 로망스카 막차는 이미 떠난 상태… 결국 같은 역에서 일반 열차 타고 사가미오노역에서 내린 뒤 급행으로 바꿔타고 도쿄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왔을때가 9시 정도.

중요한건, 이때까지 전 저녁을 못 먹었답니다. HAHA. 이렇게 된거 숙소 근처 라면집 가려고 했는데 한 군덴 영업종료해버렸고 다른 한군덴 자판기가 고장나서 결국 맥도날드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내일 MP님이 가르켜주신 휴족시간을 반드시 사서 붙이리라는 다짐과 함께 취침.

결론을 말하자면 가마쿠라 여행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에노시마가 차렬한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들었던게 패착이였던게 같습니다. 엄청 돌아다녔는데 건진게 없는 것 같아서 다음에 도쿄 올때 다시 와봐야 될 것 같네요. 어차피 [핑퐁] 성지 순례는 엔간한건 다했고 못 본거 대부분이 가마쿠라 유적들인지라…

실은 가마쿠라 여행이 실패로 돌아간 중대한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에노시마 전철이 중앙선만큼이나 드문드문 다니는 전철입니다.게다가 플랫폼이 하나 밖에 없는 역이 많아서 한창을 대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기시간만 30분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여러분, 저처럼 너무 우겨넣고 덤벙거리다가 생고생하지 말고 계획 잘 짜가지고 가세요. 으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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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 도쿄 여행기 2: 이케부쿠로, 하라주쿠, 시부야, 시모키타자와, 오다이바

1. 이케부쿠로

자명종 소리에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자명종이 6시에 맞춰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대충 아무도 없는 호텔 로비 겸 카페에서 조식을 먹고 일어나 이케부쿠로로 갔습니다.

사실 처음 계획을 짤땐 이케부쿠로를 갈 예정은 없었습니다만, 모종의 이유로 여행 며칠전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모종의 이유는 나중에 적도록 하고 여튼 출발한 시간이 출근 시간대랑 겹쳤는데…

헬게이트가 따로 없더라고요.

원래 타려고 했던 열차는 그냥 보내버렸고 다음 열차에 간신히 낑겨 탔습니다. 신주쿠역에서 내렸을땐 기나긴 인파에 휩쓸려 다녔습니다. 시적인 표현을 쓰자면 마치 펄떡이는 심장 속 혈관에 있는 느낌? 여튼 도쿠나이 패스를 끊은 뒤 JR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타고 (진짜노선 선정이 신의 한수…) 이케부쿠로로 향했습니다. 신주쿠에서 이케부쿠로까진 얼마 안 걸렸습니다. 12분 정도?1. 이케부쿠로

이케부쿠로는 신주쿠나 나중에 간 시부야 정도는 아니였지만 꽤나 번화한 곳이였습니다. 근데 이른 아침이여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고, 매장 개장 시간까지 할일도 없었기에 릿쿄 대학으로 향했습니다.

릿쿄 대학에 간 이유는 뭐 별건 없었습니다. 사실 이케부쿠로 관광 자체가 좀 급하게 결정된 거여서 주변에 뭐 볼만한거 없나 싶어서 찾아봤는데 릿쿄 대학이 있더라라는 느낌이여서. 그래도 윤동주, 소카베 케이이치, 쿠로사와 키요시, 아오야마 신지가 다녔던 명문 대학이고 [도쿄 구울]에 나올 정도로 캠퍼스도 예쁘다고 하니 좀 구경이나 해보자라고 들어가봤습니다.

역사관이나 관람하려고 했는데, 좀 늦게 열어서 결국 산책했습니다. 캠퍼스 자체는 확실히 고즈녁한 분위기가 있는 곳이였습니다. 연세대학교라던가 해방 이전에 세워진 기독교 계열 대학 건물들 특유의 벽돌 위주의 서구식 대학 있지 않습니까. 딱 그런 느낌이에요. 제가 2차 세계 대전 이전 구티 팍팍 나는 건물들 (동서양 모두.)을 좋아해서인지라 건물 구경은 잘 했습니다. 물론 신식 건물들도 꽤나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만.

그렇게 시간이 되서 역사관에 들어섰는데, 매우 조촐하더라고요. 전시층도 하나고 방 크기도 비디오 틀어주는 곳 제외하면 작아서 30분만 투자하면 대충 볼 건 다볼 수 있는 정도? 대신 건물 자체가 릿쿄 대학이 그렇듯이 좀 오래된 곳이라 분위기는 좋습니다. 게다가 대학 수험 때문인지 아니면 제가 일찍 들어와서 그런지 그것도 아니면 역사관 자체의 성격 때문인지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꽤나 느긋하게 감상했습니다.

참고로 전시 자료들은 플래시 안 터트리고 찍었습니다. 여기나 저기나 제1세계 선교사들이 들어와 대학을 세운다라는 흐름은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을 좀 했습니다. 알고보니 원래는 츠키지에 캠퍼스가 있다가 이케부쿠로로 옮겼다고. 관동 대지진 참사를 알리는 선교사들을 위한 잡지…인데 보고 있으니 다소 시니컬한 기분이 드는게 어쩔수 없는 김치맨인듯.

제가 흥미를 끌었던 부분은 일본 제국 시절 릿쿄 대학이 겪었던 수난 파트였습니다. 뭐 그 당시 대학 중에서 일제의 광기에 휩쓸리지 않은 대학이 어디 없겠습니다만, 릿쿄 대학 자체가 기독교 색채가 있는 대학이여서 신사 참배 문제로 꽤나 심하게 충돌한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쭉 흟어보다가 와타나베 타이헤이의 유품 전시를 보게 되었습니다.

참 뭐랄까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시물을 보면서 먼저 생각난 사람은 윤동주였습니다. 비록 교토 도시샤 대학으로 옮겨갔고 관련 시비도 그쪽에 있지만 어찌되었든 여기 와타나베 타이헤이랑 거의 비슷한 시기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인데다 학업도 제대로 못 잇고 (전시물 설명에 따르면 경제학과 진학후 2개월 만에 필리핀 세부 섬으로 징병되었다고 합니다.) 종전 직전에 죽었다는 사실에 절로 숙연해졌습니다. 분명 그도 윤동주처럼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어하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사람 — 전장에서 보낸 편지가 전시되어있는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잔뜩 담겨 있었습니다. — 이였을거라는 생각이 들자 더더욱 기분이 복잡해졌습니다.

동시에 유품인 일장기에 새겨진 저 글자들을 보면서 아 나는 이 곳에서는 ‘이방인’이며 그것도 저들과 불편한 과거에 엮여있는 ‘타자’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사람도 그런 프레임에 갇혀 있었을거고 끝내 벗어나지 못했겠죠. 아마 제가 죽을때까지 이 관계는 어정쩡하고 불편한 상태로 남겨져 있을겁니다.

해외여행을 하다가 종종 제 자신과 이 나라 간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하는 곳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릿쿄 대학 역사관이 그 곳이였던 것 같습니다.

종종 저는 제가 어쩔 수 없는 굴러가는 바퀴 속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인종, 국가, 성별, 사상, 편견… 제가 할 수 있는건 오직 그 바퀴살이 다시 부러져 튕겨나가지지 않도록 기도하면서도 불안해하며 살아가는 것 뿐인것 같아서 무력감을 느낍니다.

2. 애니메이트 이케부쿠로 etc. / 디멘션 W 전시회

다소 울적한 기분으로 전시관을 나왔습니다. 나오던 도중 이 주변에 에도가와 란포 생가 및 기념관이 있다고 해서 신나서 찾아가봤는데 CLOSED…. 그냥 사진만 찍고 왔습니다.

중간에 극장도 발견. 스위니 토드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대학 근처에 음반점이 있었는데 여기가 매우 늦게 여는 곳이여서 결국 다른 음반점과 애니메이트를 가고 다시 음반점으로 돌아오기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음반 가게도 문이 잠겨져 있어서 못 들어가고 결국 애니메이트 이케부쿠로점으로 갔습니다.

제가 길 찾는게 서툰 편이여서 애니메이트 이케부쿠로까지 가는데 좀 헤맸습니다. 막상 찾고 나서도 정말 여기 맞는건가? 라는 생각에 나가서 확인하고 다시 들어갔을 정도. 철혈이라던가 혈계전선 같이 여덕들에게 인기 좋은 애니들이 열심히 홍보하고 있더라고요.

이케부쿠로 오타쿠 샵들은 기본적으로 여성향이 강하다던데 확실히 그렇더라고요. 오소마츠 상 부스부터 시작해 향토 아니메 듀라라라!! 홍보, BL 코너까지 뭐 여성향이 강하더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오덕들이 오가는데니깐 무난하게 쇼핑할 수 있는 정도.

사실 제가 애니메이트에 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디멘션 W]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만화책 정발때부터 사온 팬인데, 마침 애니메이션도 방영중이겠다 싶어서 찾아봤더니 홍보 전시회를 하고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원래는 아키하바라 전시관만 가려고 했는데 (이건 4일차 일지 보시면 될 겁니다.), 이케부쿠로 전시관에서 마부치 위주의 전시를 한다고 해서 엉겁결에 이케부쿠로도 가게 되었습니다.

1화 원고라던가 원화 원본을 전시해놓아서 자료적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원고 같은 경우 한 페이지씩 찍긴 했는데 너무 많아서 패스. 그나저나 오노 나츠메가 축전 그려준건 다시 봐도 좀 의외. 마부치가 뭔가 납치사 고요에 나올법한 느낌?

그래서 사진 열심히 찍고 나서 가기 전에 뱃지 사려고 했는데…

뽑기였습니다.

마침 노리고 있던 한정 배지가 있었는데 뽑기라니 어흐헐흐엏 하면서 가챠를 뽑았는데…

한정 배지가 떡하고 나왔습니다.

응캬캬캬컄라캬캭캬캬캭캬캬캬컄ㄱ

당시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지 안 되는 그림 솜씨로 게시판에다 이와하라 선생님에게 ~~아리가또…!~~ 축하 메시지를 남기고 왔습니다. 나중에 다시 보니 트레이드마크인 꽁지 머리를 안 그렸어…! 하면서 몸 비튼건 안 자랑.

…나중 얘기지만 실은 저 배지 인천공항에서 잃어버렸습니다. 핀 부분 내구도가 약하더라고요. 그래서 툭 하고 떨어진듯 합니다.

가기 전에 팬북을 살까 했는데 혹시나 해서 아키하바라 가면 구할 수 있을건데 나중에 사지 뭐, 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핑퐁 설정자료집 찾아봤는데 구하지 못했습니다. 2년전 애니라고!

그렇게 애니메이트 이케부쿠로점을 떠나서 코코넛 디스크 가기 전에 적당히 먹을만한 곳을 물색해봤습니다. 결국 우동 체인점을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예전에 강남에서 들른 적 있던 셀프 서빙 스타일이더라고요. 맛은 그럭저럭. 새우튀김이 갓 튀긴거여서 맛있었습니다.

12시 쯤에 느지막하게 열더라고요.

3. 코코넛 디스크

그렇게 다시 릿쿄 대학 근처로 돌아와 코코넛 디스크를 들렀습니다. 사실 소규모 음반점 가고 싶은데가 많았는데 결론적으로 시간에 쫓기다 보니 다 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들른 곳이 여기.

오른쪽에 버팔로 스프링필드 싱글 있습니다. 물론 허락받고 찍은겁니다.

Plush의 [More You Becomes You] 보고 반가워서 한 컷. 정말 좋은 앨범이니 다들 들어보세요.

전반적인 분위기는 김밥레코드랑 비슷한데 크기는 퍼플레코드 정도 되는 조금 큰 소형 중고 음반점이였습니다. 사람들은 한 두명 정도 느긋하게 디깅하고 있는 분위기더라고요.

디스크유니온 신주쿠에 비하면 눈 돌아갈 수준은 아니지만 왠지 친숙함이 묻어나오는 가게였습니다. 대학 앞이여서 그런지 신주쿠랑 달리 좀 더 ‘힙’한 느낌도 있었달까, 소위 힙스터들에게 인기 있을법한 음반들도 꽤나 산적해 있는 느낌? 저도 느긋하게 디깅이나 하고 싶었습니다만, 하라주쿠랑 시부야를 가야 했었기 때문에 결국 두 장 챙겨들고 나왔습니다.Galileo Galilei — [パレード] (2011)

Cosmic Rough Riders — [Enjoy the Melodic Sunshine] (2000)

갈릴레오 갈릴레이 앨범은 살 생각은 없었는데 비매품을 300엔 정도에 팔아서 집어들었고 코스믹 러프 라이더도 중고를 꽤나 싸게 팔아서 집어들었습니다.

4. 하라주쿠/메이지 신궁

왠지 리얼충의 냄새가 나는 하라주쿠 입구

이케부쿠로를 떠나 야마노테선을 타고 하라주쿠 역을 내려서 메이지 신궁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여담으로 야마노테선 짱 좋았습니다. 이케부쿠로, 하라주쿠, 신주쿠, 시부야 등 중심지로 바로바로 데려다주니 편하더라고요.

하라주쿠는 제가 패션에 관심이 있는건 아니여서 눈에만 담고 도쿄 관광지로 손꼽히는 메이지 신궁으로 향했습니다. 메이지 신궁 입구 자체는 역에서 가깝더라고요. 쭉쭉 걸어올라갔습니다.

가는 길은 평탄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짧지도 길지도 않아서 산책로로 딱 좋다는 느낌. 이게 메이지 신궁 만들 당시부터 보관하던 와인 오크통. 근데 속은 비었다고 하더라고요.

신사까지는 짧긴 하도 메이지 신궁 정원 자체는 꽤 넓은 편입니다. 우선 입구부터 울창한 숲에 한번 놀랐습니다. 그나마 한국으로 비교하자면 남산 입구 같은 느낌인데 콘크리트 도시 속에 이런 숲이 딱하고 있으니깐 놀랍더라고요. 하마리큐 정원랑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뭔가 ‘던전 입구’라는 느낌이 팍팍 들 정도였습니다.

여튼 그렇게 던전 크롤링하는 동안 봤는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참 많더라고요.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 서양인 등등… 도쿄 관광 명소답게 많다고 할까요.

그렇게 걸어걸어 도착한 메이지 신궁은… 건물 자체는 특이할건 없었지만 (전형적인 신토 양식의 건축물입니다.) 분위기 하나는 좋았습니다. 마치 경복궁이나 그런 고궁에 들른 느낌? 처음으로 방문한 신사이다 보니, 에마라던가 참배하는 일본인들을 보게 되었는데 저 사람들에게는 신사나 메이지 천황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걸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뭐 한국인인 저하고는 빈 말로도 좋은 관계라고 할 수 없는 장소지만, 영광이라는 것도 어찌보면 매우 주관적인 것이지 않겠습니까. 일본의 메이지 시대에 대한 향수를 무턱대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남에게는 치욕이 될 수 있는 한국의 영광에 대해 성찰해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네.

아 그리고 신궁 내에서 일본 학생들의 서예 전시를 하더라고요. 덕분에 공짜로 서예작품 구경도 했습니다.

그렇게 메이지 신궁을 나와서 시부야를 가려고 했는데 제가 길을 잘못 들어서 요요기 공원 (주변) 산책을 실컷 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겨울이여서 앙상했지만 하늘이 쨍하고 맑은데다 공원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정줄 놓아버린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길이 아니라는걸 알아버리고 돌아나와 요요기 경기장을 관통해 시부야로 들어갔는데….

생각해보니 요요기 공원은 엘리펀트 카시마시 2집 앨범 아트 사진 찍은 곳인데 말이죠. 정작 엘리펀트 카시마시 앨범이 없어서 성지 순례는 못했지만…

그 유명한 요요기 경기장도 보고 지나갔으니 뭐 손해는 아니였던걸로…

5. 시부야

계획과 달리 시부야 남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목적지 찾느라 꽤나 고생햇습니다. 게다가 지금 말하는건데 제 전화기 배터리는 매우 저질 체력이여서 그냥 쭉쭉 뻗는데다 위치 파악도 잘 못해서 결국 아이패드를 꺼내들고 길을 찾는데 이것도 썩 위치파악이 안 되서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좌충우돌해서 찾아간 곳은 바로 레코판이라는 중고 음반점이였습니다. 

사실 레코판이 그렇게 큰 곳인줄 몰랐습니다. 디스크유니온 신주쿠점 정도로 에상했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반겨주는 할인 음반들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장관이였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레코판을 인수하고 싶었으나 남은 일정이 있는 고로 그냥 포기했습니다.

진짜 건물 한 층을 음반으로 도배를 해놨더라고요. 각잡고 디깅을 하려면 하루종일 해도 모자를-사지 않을 LP 같은거 제외하면 시간이 줄겠지만- 정도로 다양한 CD와 LP, 싱글 레코드를 구비를 해놓았습니다. 그야말로 제가 여행하는 동안 방문한 일본 레코드점에서는 제일 큰 곳 아니였나 싶을 정도. 사람들도 제법 많은 편이였습니다.

코코넛 디스크는 말할 것도 없고 디스크유니온도 층별로 나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매장 자체는 큰 편은 아닌데, 레코판은 음반 시장 불황도 우스울 정도로 큰 사이즈를 자랑하는 곳이였습니다. 너무 좋은 나머지 ‘집에 못 가는거 아니야?’ 더럭 겁이 날 정도였으니깐요.

결국 제가 집중적으로 공략한 곳은 일본 음반 코너였습니다. 해외 음반이야 나중에 살 수 있다고 해도 일본 음반은 그렇지 않으니깐 결국 꽤 오랜 시간동안 음반을 골라골라 가져갔는데…

10만원을 사면 무관세라고 점원이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10만원을 다 채워서 사려고 했는데, 제 일본어 실력이 뽀록나서 점원들 앞에서 저능아 인증을 거하게 해버렸습니다. 당시 제 모습: 에베..에베베베…에벱베베ㅔ…

Perfume — [GAME], [⊿]

Supercar — [Highvision]

くるり-[さよならストレンジャー], [図鑑]

大貫妙子-[Mignonne]

井上陽水-[断絶]

はちみつぱい — [センチメンタル通り]

Towa Tei — [Sound Museme]

サニーデイ・サービス — [若者たち]

막상 사고 보니 정말로 사고 싶었던 것들이랑 묘하게 빗겨간 구매가 되버려서 아쉬웠습니다. 문라이더즈나 70년대 일본 록 밴드들, 피치카토 파이브는 전멸 혹은 신품 밖에 없는 상태였고, 코사카 츄나 타카다 와타루는 신품으로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예산이 너무 초과되는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노나 리브스나 시럽16g, 오리지널 러브 같은건 아예 까먹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산 것도 묘하게 대타로 산 느낌이여서 이노우에 요스이는 [氷の世界]는 씨를 찾아볼수 없었고 토와 테이는 최근에 꽃힌 근작은 중고 매물이 읎더라고요. 오누키 타에코도 아프리카 동물 퍼즐 피스 이 앨범 구매하려다가 예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습니다.

게다가 당시 제 체력이 묘하게 오링나기 직전이였고 다음 목적지도 날 저물기 전에 가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결국 차분히 디깅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네요. 아쉽습니다.

나오자마자 HMV가 보이는 바람에 내 지갑을 거덜낼수는 없어!!!라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

그 유명한 공연장 로프트도 있더라고요.

마침 [환영이문록]을 하던 도중에 온지라 거기 나오는 장소들의 모델을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이 시점부터 제 발이 슬슬 맛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가방 자체는 짐 자체가 별로 없다보니 (CD도 그렇게 무겁지 않고) 여유로웠는데 신발 자체가 좀 꽉 끼는 느낌여서 걷는게 불편한 편이였는데 슬슬 발이 아프더라고요. 그래도 아직까진 버틸만해서 시부야 역 쪽으로 슬슬 걸어내려왔습니다.

일본 도쿄 오면 다들 가본다는 시부야 109 대로. 정말 일본의 심장이라는 느낌이 팍팍 들더라고요.

겸사겸사 하치공님도 영접. 근데 진짜 사진 찍는 사람이 많아서 사진 찍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제대로 나온게 이거.

정말 사람이 많더라고요. 인파가 너무 많아서 인파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에 쓸려다니는 느낌. 신주쿠역의 인파가 직장인들로 구성되어있다면 시부야는 그야말로 일본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종들이 바글바글했습니다. 다들 일본, 특히 도쿄의 ‘지금’을 느끼려고 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물론 저도 그 중 일부였지만.

솔직히 계속 있다보니깐 뭔가 리얼충 냄새가 나서 저같은 파오후 오타쿠는 도망가고 싶더라고요. 체력도 오링나고 결국 케이오선을 타고 시모키타자와로 도망쳤습니다.

7. 시모키타자와

홍대입구랑 비슷하기도 한데 약간 옛날 느낌도 난다고 할까요. 특히 상점들이 많았습니다.

시모키타자와는 일본의 홍대입구로 불리는 젊은 거리…라고 하고 1990년대 일본 로큰롤의 부흥을 알리기도 한 장소인데, 그 말처럼 무명 밴드 멤버들이 역 앞에서 공연 보러 오라고 호객 행위를 하더라고요.

다만 요샌 일본 힙스터들은 코엔지 쪽으로 (넵. 제가 첫 날 소카베 케이이치 공연 보러 간 곳.) 옮겨가는 추세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말처럼 좀 상업화되었다는 느낌도 좀 있었습니다. 당연한거겠지만.

제가 시모키타자와에 들른 건 다름이 아니고 이하토보에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실은 음반점도 겸사겸사 들를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음반점은 못 갔습니다.

진짜 크기가 작습니다. 과장 안하고 제 방보다 약간 작은 정도.

별건 아니고 카페입니다. 매우 작고 역사가 오래된 (주인장 할아버지 왈 38년된 카페라고.) 카페. 왜 여길 뜬금없이 가게 되었나면…

서니 데이 서비스의 ‘あじさい’ 뮤직 비디오에 나오는 카페라고 해서… 

진짜 파오후 맞나봅니다.

근데 카페 분위기가 매우 좋았습니다. 사람도 별로 없고 (나중에 한 명 들어오긴 했고) 주인장 할아버지도 친절하게 대해주셨고 무엇보다도 풍류를 아는 카페더라고요. 연륜이 쌓인 멋이 느껴지는 인테리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흘러나오는 음악 선곡이 진짜 GOOD JOB.

소다수 처음엔 먹을만 했는데 나중에 갈수록 맛이 사라져서 후회했던… 술을 시킬까 했지만 제가 돈 쓰는데 소심해서 결국 소다수로 했던. 다수 홀짝이면서 피로한 몸을 축이고 있다가 주인장 할아버지랑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음악 얘기 나와서 여기 음반도 파는데 살래? 했던지라 파산하기 싫었던지라 (…) 정중히 거절했고 — 나중 얘기지만 막날에 잔돈이 8만원 밖에 안 남았습니다… 집에 못 돌아가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정도. — 대신 카페 역사라던가 여행은 어떠냐, 쓸때없는 얘기나 나눴습니다. 얘기 도중에 방명록을 가져다주길래 남겨놨습니다.

얘길 들어보니 여행객 손님도 많이 찾아온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인 손님도 꽤나 왔다고 합니다. 38년이나 된 카페라고 하니 여행객도 많이 알겠죠.

사실 조금만 앉아있으려고 했는데 타이밍 좋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조앙 질베르토의 ‘Águas de Março’ (3월의 달) 나오고 분위기도 고즈녁해서 좀 오래 앉아있게 되었습니다.

아 참고로 끝내 서니 데이 서비스 뮤비 때문에 왔다는 얘기는 안 했습니다. …좀 덕밍아웃하는 느낌이여서 부끄럽다고 할까.

역으로 돌아갈때 또 헤맸습니다.

8. 오다이바

사실 이쯤 되니깐 오다이바 가는게 허탕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건담상 제대로 볼수나 있을지도 모르고 코미케 볼 것도 아닌데 빅사이트는 가서 뭐하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못먹어도 고라고, 걍 밤산책하는거 치고 가기로 결정. 발을 혹사시키더라도 뽕은 뽑아야 되겠다라는 심보에 가까웠겠지만.

그래서 시모키타자와에서 시부야로 온 뒤, 사이쿄선으로 갈아타고 직결로 린카이선으로 오다이바에 도착했습니다. 문제는 사이쿄선까지는 어찌 도쿠나이 패스가 통했지만 린카이선은 패스가 안 통해서 비싼 차비를 내고 말았습니다. 린카이선 졸라 비싸…

내리자마자 타이밍 좋게 배가 꼬르륵꼬르륵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다이바 음식점 정말 비쌀건데… 하면서 1. 일단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출금을 한 뒤, 2. 밥 먹을데를 찾아보자라고 생각하고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1. 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1일차에도 적었지만 일본은 ATM 카드 출금이 되는 곳이 세븐일레븐와 우체국밖에 없는데 너무 늦게 도착해서 근처 우체국이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이걸 찾느라 경찰서가서 물어보는 삽질 끝에 문이 닫힌걸 확인하고 터덜터덜 걸어나왔습니다. 명색이 오다이바라면서! 와중에 단체 여행온 한국 여고생들 만나니깐 뭔가 반가웠습니다. 물론 말을 건 건 아니였지만…

여튼 다리를 건넌 뒤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라면과 삼각김밥으로 저녁을 떼우고 빅사이트를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만만치 않더라고요. 시부야나 이케부쿠로는 그래도 사람이 다니는 도심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안심이 되던데 오다이바는 정말 휑~하더라고요. 밤이 되서 그런지 사람도 없고 차량도 씽씽 다니고 주변은 고층 건물… 게다가 마냥 상업지구도 아니여서 그런지 창고나 화물차량도 보이니 좀 무섭더라고요.

설상가상으로 린카이선 차비가 너무 들어 설마 숙소 못 돌아가고 노숙하는거 아닌가라는 걱정으로 가득+ATM을 끝내 못 찾아서 걱정이 더욱 가중됨+어떻게 가야하는지 파악이 안됨 등등으로… 꽤나 삽질했습니다.

역시 밤엔 사진 찍는게 매우 힘들어요. 크긴 큰데 입장할 일이 없으니 걍 눈에 담은걸로 만족.

여튼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을 막 하면서 걷던 도중에 빅사이트가 딱하고 나오니 뭔가 반갑더라고요. 살았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던. 빅사이트는 정말 큰데… 정말 큰데… ‘(코미케도 아니니) 들어갈 일도 없고 시간도 늦었네, 응 그냥 본 걸로 만족하자’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오다이바 결론을 내리자면 밤이여서 야경을 실컷 본 거 제외한거 제외하고는 뭔가 좀 아쉬웠습니다. 고생은 열심히 했는데 얻은건 별로 없다는 느낌? 결국 낮에 다시 가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애시당초 이번 여행 자체가 일정이 촉박해서 단기 속성이라는 느낌이 강했기도 했지만….

건담상 보고 싶었지만 너무 늦은 것 같고 결국 그렇게 신주쿠를 거쳐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스이카 잔액이 딱 맞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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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 도쿄 여행기 1: 출발~히가시코엔지

예전에 블로그에도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제가 일본을 간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다만 그땐 혼자가 아니였고 주로 본 것도 자연이여서 다음에 일본에 가게 된다면 가능하면 도쿄를 한 번 봐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주변에서는 도쿄 대신 오사카는 안 가냐는 얘기는 있는데 아무래도 일본의 ‘수도’라고 할만한 걸 먼저 보고 싶어서 도쿄가 가장 끌리더라고요. 무엇보다도 도쿄의 음반점이 어떤건가 확인하고 싶기도 했고.

계획은 1년전부터 잡혀 있었습니다만, 좀 시행착오를 거쳐서 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고 결국 이번 1월 말에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3박 4일 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에노시마-가마쿠라 당일치기로 다녀올 생각으로 짜니 4박 5일이 되었습니다.

0. 출발

그래서 도쿄에서 내렸을때 제일 먼저 놀랐던 점이 겨울인데,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조금 쌀쌀하긴 해도 한창 걷다가 입고 있던 패딩 점퍼를 벗고 다녔을 정도였으니깐요. 정말 ‘날씨 부르주아’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따뜻했습니다.

여튼 황궁까지는 한 10분 걸렸나, 그랬을 겁니다. 가는 길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좀 걸어야 했지만 도쿄역 자체는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더라고요. 다만 주변에 공사를 엄청 해대던데 이게 제 여행의 복선이 되었습니다… (쓸쓸)

황궁은 도시 내에 분위기 있게 있는건 좋은데, 역시 안에 들어가지 못하니 그림의 떡이였습니다.

무거운 짐 끌고 도착한 황궁은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경복궁 보는느낌? 물론 경복궁엔 해자 같은 건 없는데다 사람 사는데는 아니지만 완전히 같다고 할 수 없겠지만요. 소나무와 해자, 높은 고층 빌딩이 어우러지는게 제법 그럴싸합니다. 다음에 들른 하마리큐 정원과 더불어 일본의 건축/조경 문화에 대해 어떤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다만 들어가질 못하니 걍 주변에서 사진만 깔짝깔짝 찍는 정도로만 끝나서 왠지 손해본 느낌도 좀 있었습니다. 은근히 캐리지 끌고 가는게 힘들었거든요. 저질 체력…

황궁까지 걸으며 느낀건데 도쿄는, 서울과 달리 도시 문화에 훨씬 익숙한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층 빌딩이나 대로변 같은 것도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조밀하고 집요하게 ‘정돈’되어 있다고 할까요. 후쿠오카때도 느낀건데 도쿄 오니깐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제가 한국인인지라 서울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없어서 그런걸지도 모르죠.

야매로 황궁 감상 끝나고 난 뒤 좀 지쳐서 점심 먹을 곳을 찾았습니다. 문제는 황궁 주변은 진짜 음식점이라곤 없는 사무실 거리여서 조금 해멨습니다. 결국 근처 지하 상가에 들어갔는데 가격이 싼게 없어서 (미묘하게 비싸더라고요.) 고뇌하다가 결국 제 체력에 못이겨 카라아게랑 돈가츠 런치 세트를 시켜먹었습니다. 맛은 그럭저럭. 갓 튀겨서 맛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난지라 따뜻한 된장국이 정말 반갑더라고요. 밥 먹고 잠시 앉아있다가 계산하고 도쿄역으로 향했습니다.

1. 시오도메/하마리큐 은사정원

솔직히 도쿄역 JR 가는 개찰구에서 스이카를 댈때까지만 해도 열차 제대로 탈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시겠지만 일본은 사철/국철이 넘쳐나서 가이진에게는 실제 말법적인 철도 노선을 자랑하는데, 하물며 도쿄는 어떻겠습니까. 가기 전에 무료 패스를 어떻게 써먹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스이카+패스 조합이 경제적이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각설하고 도쿄역에서 시오도메역까지 갈려고 노선도를 봤는데 가는데만 하더라도 꽤나 많은 역이 많아서 골때리더라고요. 처음엔 뭔가 급행을 타려고 했는데 결국 마음 편하게 야마노테선 타고 갔습니다. 사실 조금 헤메긴 했는데 나중에 보니 매우 가까운 곳에 있어서 좀 맥이 빠졌던...

황궁까지 걸은 결과 캐리지는 넣고 가는게 편하겠다는 결론이 나왔고 캐리지는 코인 로커에다 넣고 가방만 메고 나왔습니다. 나오면서 처음 알았는데 시오도메도 꽤나 번화한 사무실 동네더라고요. 출구까지 나오는 지하 상가가 코엑스나 제2롯데월드급으로 잘 꾸민데다 타워레코드 미니점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게다가 공사는 이곳에서도 이어지고 있어서 이런 곳에 정원이? 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그런데 하마리큐 은사 정원 (이하 하마리큐 정원)은 생각보다 가까운데 있더라고요.

그렇게 찾아들어간 하마리큐 정원은 도쿠가와 장군 가문의 매사냥터에 4대장군 이에아미의 동생이고 코후 재상이었던 마츠다이라 아미시게가 바다를 메워서 만든 정원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별장 정원인데, 나중에 간 코이시카와 코라쿠엔과 더불어 도쿄 내 영주 정원 중에서는 유명한 편이더라고요.

이후 가본 정원들과 비교해보자면 은근 사이즈가 큽니다. 해자나 호수 같은게 세 개나 있고 조경 같은 것도 꽤나 꼼꼼히 한 편이였습니다. 맞은 편에 오다이바가 있어서 그런지 안쪽에 오다이바로 가는 수상보트가 있더라고요. 제가 왔을때는 수상보트가 운영을 하지 않아서 타질 못했습니다. 사람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간간히 산책하는 사람은 보였습니다.

뭐 각오하긴 했지만,앙상한 나무들과 피지도 않은 화단들 보니깐 마음이 절로 휑해지는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기도 보수 공사 때문에 출입 제한을 하고 있어서 결국 불완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수로 조경이 만들어내는 고즈녁한 분위기는 충분히 즐길만 했습니다. 산책길 같은 것도 저야 정원 같은거 즐기는 편이기도 했고 봄이 되면 경치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메이지 신궁처럼 여기가 숲 속인지 아니면 도시인지 헷갈릴 정도는 아니였지만 시오도메 자체가 상술했던 것처럼 삼성동 연상케 하는 번화가라 호숫가에서 고층 건물 보는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하마리큐 정원을 거닐면서 느낀건데, 일본식 정원의 강점은 기본적으로 ‘자연을 인공적으로 배치’한다는 점에서 현대식 조경 문화하고도 궁합이 잘 맞는것 같습니다. 전쟁이라던가 그런걸로 파괴되는건 어쩔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관리만 해주면 크게 훼손될 일은 없으니깐요. 반대로 한국식 전통 정원은 기본적으로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는 형식이라 근대화하고는 상성이 맞질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튼 도쿄 와서 전통 정원 하나 정도는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그 중 하나 추천드리자면 하마리큐 정원을 꼽을 수 있겠네요. 도쿠가와 가문이라는 일본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문가가 만든 정원이기도 하고.

참고로 가운데 사진은 사냥당한 오리들을 위한 위령비라고 합니다. 정원에서 나오다가 알았는데 아사히 신문 사옥이 근처에 있더라고요.

2. 숙소/신주쿠

1시간 동안 돌아보고 난 뒤, 시간도 슬슬 되었겠다 야마노테선을 타고 다시 신주쿠로 이동했습니다. 제가 숙소로 잡은 곳이 하타가야라는 신주쿠에서 4분 정도에 있는 동네인데 아… 갈아타는게 정말 지랄맞더라고요. 길도 딱 헤메기 좋게 구성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진짜… 딱히 퇴근 시간도 아니였는데도 인파가 굉장했습니다.

여튼 역에서 엄청 가깝고 편의 시설이 잘되어있다고 홍보해서 어떨려나 싶었는데 실제로 역에서 엄청 가깝고 (역에서 계단을 좀 올라야 하긴 했지만) 패밀리마트와 드러그스토어에다 우체국이 호텔 내에 입점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본 여행 다니면서 현금 뽑아 쓸 일이 많았는데 우체국 ATM와 세븐일레븐 ATM 밖에 돈 뽑아 쓰는게 안 됩니다. (!) 그래서 우체국이 매우 반갑게 느껴지더라고요.

게다가 동네도 기본적으로 유흥가와 거리가 먼 주택가여서 (아침에 일어나보니 애들이 등교하는 그런 곳이더라고요.) 치안도 괜찮은 편이였습니다. 제가 여행하는 내내 밤늦게 되서야 돌아왔는데, 별 걱정 안하고 다녔을 정도였습니다.

접대도 친절하고 건물도 깔끔하게 해놓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엘리베이터가 겁나게… 좁습니다… 진짜 세 명 타면 꽉 들어차는 정도.

방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엄청 고급은 아니였지만 관리를 하는지 꽤나 깔끔했고 공간도 저같이 짐이 많지 않은 여행객이라면 떡을 치고 남을 정도로 충분한 공간이였습니다. 캐리지 세 개는 충분히 놓을 공간이였다고 할까요. 다만 샤워실은 동양인인 제가 느끼기에도 많이 좁긴 했는데 약간 수고를 들여야 하는 정도 빼면 그럭저럭 쓸만 했습니다.

방은 외곽에 있어서 쌀랑하긴 했는데 나중에 자기 전에 히터 약간 틀어놓으니깐 버틸만 했습니다. 제가 잘때 좀 쌀랑하게 해놓고 자는 편이여서 크게 춥다고 느끼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 그때 드디어 캐리지와 패딩에서 해방이다+신주쿠랑 히가시코엔지 가야 하는데 도시요…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아서 허겁지겁 짐을 정리하고 나갔습니다.

그래서 재정비를 하고 신주쿠 던전으로 향했습니다. 원래는 키치죠지를 가고 돌아오면서 히가시코엔지를 들를까 생각했는데 시간이 빡빡해지는것 같아서 빼버렸습니다. 실제로도 시간이 좀 아슬아슬하더라고요. 다들 가는 지브리 미술관이라던가 그런거 보고 싶긴 했으나 생각보다 좀 멀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 도쿄 올때를 기약하고 과감하게 뺐습니다.

문제는 신주쿠역… 거쳐갈때도 꽤나 복잡해서 힘들었는데 본격적으로 탐험을 하려고 하니깐 더더욱 빡치더라고요. 출구가 대체 몇 개가 있는거야? 라는 말을 중얼중얼거리면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한 번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고 휴대 전화 찾아보고 그랬는데 이놈의 휴대 전화가 현재 위치를 제대로 파악 못해서 짜증도가 더더욱 업되었습니다. (뻘인데 여러분 로밍 에그 꼭 챙겨가세요. 진짜 쓸때 많습니다.)

결국 그렇게 던전 크롤링하는 용사의 심정으로 신주쿠역을 막 해메다가 간신히 디스크 유니온 신주쿠점으로 찾긴 했습니다. (아 아까워라 날린 시간들…) 디스크 유니온 신주쿠점은 뭐랄까 던전에서 몬스터랑 싸우다가 회복 포인트랑 보물 상자를 만난 느낌? 그야말로 컬처 쇼크였습니다. 그야말로 절로 비명소리 나오더라고요.

가게 자체는 그렇게 큰 편은 아니지만 디스크 유니온 자체가 일본 내 중고 음반 체인점에서는 제일로 치는 곳이라 음반 분류 같은것도 세심하게 해놓아서 그야말로 눈돌아가더라고요. 굿즈라던가 LP, 마음 같아서는 공연도 포기하고 디깅이나 하고 싶었습니다만 당시 제 마음이 너무 급하고 더 머물렀다간 여행도 못하고 파산할것 같아서 정말 구하고 싶었던 음반 몇 장만 골라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고른 음반이…

山下達郎 — [GO AHEAD!] (1978)
佐野元春 — [SOMEDAY] (1981)
大貫妙子 — [LUCY] (1997)
The Young Rascals — [Groovin’] (1967)
Perfume — [⊿] (2009)
曽我部恵一 — [瞬間と永遠] (2003)
井上陽水 — [断絶] (1972)

아쉬운게 디스크유니온 신주쿠점을 다시 들를 줄 알았는데 끝내 그러지 못했습니다. 당장 오늘만 하더라도 공연 보러 가야만 했으니깐요.

3. 히가시코엔지/마히토 더 피포+소카베 케이이치 공연

그래서 음반을 주섬주섬 들고 지하철을 타고 히가시코엔지로 향했습니다. 제가 히가시코엔지를 간 이유는 딱 하나. 소카베 케이이치 공연을 보러였습니다. 제가 소카베 케이이치랑 서니 데이 서비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블로그보시면 아실테고 여튼 6년전 영접한 이후 제 존잘님 중 하나로 모시고 있는 분입니다.

사실 저번 소카베 케이이치/서니 데이 서비스 내한은 개인 사정으로 보러 가지 못해서 안타까웠거든요. 그래서 일본 가면 꼭 보고 말테다 싶어서 찾아보니 서니 데이 서비스는 아니지만 소카베 케이이치 공연이 도쿄에 일정에 딱 하고 있어서 보러 가게 된 것입니다. 그 유명한 시모키타자와가 아니여서 아쉽긴 했지만 일본 라이브하우스 문화가 어떤건지 좀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나카노-히가시코엔지 자체는 뭐… 오피스텔이라던가 주택가가 있는 변두리 지역이라는 느낌? 중심가에서 벗어난 한적한 동네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제가 간 U.F.O.라는 라이브하우스도 사무실 지하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찾느라 조금 헤맸습니다. 찾고 난 뒤 저녁때도 되고 해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사서 먹었습니다.

원래는 시간이 남아서 조금 떨어진 음반점을 가려고 했는데 가다가 너무 빠듯한 느낌이여서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트위터 본 분은 아시겠지만, 라이브하우스 특성상 현금으로 결제를 해야 했는데 해외 카드 되는 ATM가 딱 두 개 밖에 안 된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던 겁니다. 그땐 진짜 공연 보는거 때려치고 돌아가서 잠이나 청해야 하는줄 알았습니다. 흑. 다행히 세븐일레븐 ATM가 된다걸 알아서 거기서 찾아서 썼습니다. 참고로 세븐일레븐 ATM은 한도가 최소 1만엔이니 유의하시길.

그렇게 찾아들어간 U.F.O.라는 라이브하우스는 제 인생 유일한 라이브하우스 (…)였던 공중캠프를 닮은 곳이였습니다. 한마디로 바에 작은 공연장 딸린 느낌? 공간도 꽤나 낡고 협소한 편이였고 붉은 싸이키 조명 빙빙 돌아가는게 분위기가 뭔가 “그리운 196–70년대” 이런 느낌이였는데, 알고보니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클럽이더라고요. 이번 공연도 25주년 기념 공연의 일환이였고 (보니깐 자젠 보이즈 공연도 하는데 날짜도 날짜고 매진되서 포기했습니다.) 사람도 제법 많았습니다.

하루종일 걷느라 힘든데다 일본 힙스터들의 오오라에 파오후 씹덕인 전 주눅들어서 근처 의자에 주저 앉은 채 오렌지 주스를 홀짝이며 공연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나온 뮤지션은마히토 더 피포라는 전혀 모르는 여성 가수였습니다. 전혀 모르고 봤는데 일단 목소리가 걸걸한데다 외모도 꽤나 중성적이여서 놀랐고 (나중에 소카베도 이와 관련된 농담도 좀 했습니다.), 포크 가수라는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소카베 케이이치랑 사적으로 친한지 종종 소카베랑 관련된 토크를 하더라고요. 찾아보니 오사카에서 인디 밴드하다가 상경해 솔로 데뷔했다고 합니다.

통기타 하나 들고 라이브했는데 기본적으로는 사이키델릭한 포크를 하는 분이였습니다. 몇몇 부분에서 포크 로커로써 소카베 케이이치 영향 받은게 확실히 느껴졌고 — 제가 일본 여성 포크 가수 아는게 없어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블루스 영향력도 강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내향적이면서도 절절한 송라이팅이 1집 시절 전자양이나 황보령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황보령이랑 닮았네요. 일본 내에서는 팬들이 좀 있는지 사람들도 그럭저럭 있었습니다. 특히 제 앞에서 헤드뱅잉하던 염색한 여성 팬이 인상깊었습니다. …약간 흥겨운 부분도 있지만 저런 곡으로 헤드뱅잉을?;; 이런 느낌?

아직 솔로 1집만 낸 신예여서 그런지 좀 레퍼토리가 한정되어 있고 (본인도 알고 있는지 마지막에 미공개곡도 하나 해줬는데 제목이 ‘무밍’이였습니다. 귀엽더라고요.) 만 그럭저럭 괜찮은 공연이였습니다. 무대 매너도 괜찮았고 곡도 전혀 모르는 상태로 들은것치고 인상적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적어도 손해보는 공연은 아니였습니다.

그렇게 마히토 더 피포 공연이 끝나고 잠시 후, 소카베 케이이치가 올라왔습니다. 저번 솔로 내한땐 통기타 들고 올라와서 이번에도 통기타 연주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전기 기타를 들고 올라오더라고요. 그리고 첫 곡 ‘baby blue’가 울러펴졌습니다.

세트 리스트 from 공식 홈페이지

01 baby blue
02 She’s a Rider
03 トーキョー・コーリング
04 瞬間と永遠
05 雪
06 碧落 -へきらく-
07 若者たち
08 満員電車は走る
09 bluest blues
10 シモーヌ
11 東京 2006 冬
12 春の嵐
encore. STARS

전기 기타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저번에 봤던 소카베 케이이치 내한과 서니 데이 서비스 내한 중간 정도에 있는 공연이였습니다. 어쿠스틱 공연하고는 확실히 거리가 멀었고, 꽤나 로킹한 느낌으로 진행되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 무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 조그마한 공연장임에도 사람들을 휘여잡는 포크 로커로써 관록과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공연이 너무 좋아서 그날 있었던 피로도 싹 사라졌을 정도였습니다.
아 그런데 진짜 소카베 케이이치가 일본 내 입지가 탄탄한걸 확실히 느낀게, 마히토 더 피포도 꽤나 사람들이 모여든 편이였는데 소카베 케이이치는 그보다 1.5배 더 많았습니다. 라이브하우스가 빡빡해지기 일보직전? 하긴 미스터 칠드런, 스피츠, 쿠루리랑 대보면 존재감이 희미해보여도 오리콘 차트 10위권에 든 적도 있던 밴드의 리더라는걸 고려해보면...

저번 내한 놓친걸 매우 안타깝게 여기고 있었는데 본인에게도 의미가 있는 ‘若者たち’ 도 해줘서 좋았고 편한 청바지와 셔츠 차림에 기타 하나로 무대를 휘어잡는 모습을 보니 팬심이 뻐렁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나오던 길에 앨범을 사고 말았습니다. (흑)

아무튼 음악도 음악이지만 생활인으로써 음악을 하고 자신을 드러낸다는 느낌이 있어서 좋아하는 뮤지션인데, 요새도 [콘크리트 레볼루티오 초인환상] 사운드트랙 작업도 하고 서니 데이 서비스 새 싱글도 내놓았더라고요. 앞으로도 무병장수하시면서 오래오래 음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열차 놓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끊기진 않았습니다. 사실 거리상 걸어갈라면 걸어갈 수 있었는데 피로+늦은 시간으로 엄두가 안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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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4 (후쿠오카, 終)
2010/09/26 - [Long Season/여행 기록] - 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1 (출발 ~ 야쿠시마로)
2010/09/30 - [Long Season/여행 기록] - 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2 (야쿠시마와 미야노우라다케 산행)
2010/09/30 - [Long Season/여행 기록] - 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3 (가고시마 RETURNZ)

사실 야쿠시마 다음으로 가고 싶었던 곳은 바로 후쿠오카였습니다. 일본에서 음반을 지르고 싶었는데다, 후쿠오카 음반점이 의외로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였습니다. 그래서 일정 마지막 날, 후쿠오카에 들러 관광+쇼핑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야간 고속 버스를 타고 후쿠오카 텐진 도착한 그 날 아침은 숙소 잡느라 꽤 고생했습니다. 결국 비지니스 호텔에서 자게 됬는데, 더블베드 (...)였습니다. 체크인이 2시여서 아침을 요시노야에서 규동을 먹고, 슬슬 텐진 시내를 돌아다녔습니다. 밥을 먹어도 시간이 정말 남아서 시간 죽이느라 애썼습니다.

처음 들어간 곳은 후쿠오카 쥰쿠도 서점이였는데, 한국으로 말하자면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데였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실내 장식이 은근히 고풍스러웠습니다. 아주 튀는 수준은 아니였는데 책장이나 계산대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여기선 저희 형의 선물로 眞 [에일리언 9] 컴플릿 셋으로 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키토 모히로 작품들을 사야 했던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0<-<

쥰쿠도 서점 지하엔 인터넷 카페와 CD점, 그리고 게임 판매점이 있었는데, CD점은 중고와 신품 모두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서니 데이 서비스는... 신품 밖에 없더라고요. 가고시마 HMV에선 소녀시대를 봤는데, 여기선 들어가자마자 카라가 절 반겨주더라고요. 한국 걸 그룹에 대한 관심이 괜한 허풍은 아니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 판매점은 중고 서점과 겸해있었는데, 누구나 받아들이는 꿈의 클럽 장식으로 이뤄진 엑박360이 헤일로 리치를 홍보하는 걸 봤습니다. 그때 '헤일로 리치는 누구나 받아들입니다'라는 드립을 정말로 시전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뱅퀴시 데모. 삼돌이 데모로 플레이 해봤는데, 게임이 전반적으로 미묘하게 가볍다,라는 느낌이였습니다. 조작감 타격감 모두요. 나쁜건 아닌데, UI가 번잡하다라는 느낌도 받은 것 같네요. 옆에선 게이온 그녀들이 열씨미 홍보중...

쥰쿠도 나와서 조금 걸어서 이번엔 츠타야를 갔습니다. 전 음악 CD 렌탈하는데는 여기서 처음 봤습니다. CD 렌탈은 커녕 판매조차 보기 힘든 한국에 있다가 이런 렌탈 가게를 보니 꽤 신기했습니다. 물론 DVD/만화 렌탈도 했는데 종류가 상당히 다양한데다 이럴땐 이런 영화 어떨까요? 식의 추천 코너도 있어서 찾아보기 편하더라고요. 여기서 잠시 일본판 DVD 뒷커버 성우 캐스팅을 보면서 시간을 때웠습니다. CD/DVD 판매도 했는데 똑같은 설명은 생략합니다.

길을 가다가 타워 레코드가 나왔지만 문을 열려면 또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일본식 라면을 먹으러 갔습니다. 이치메이 라면집이라는 곳인데... 여행 기간 동안 가본 음식점 중에서 가장 특이한 곳이였습니다. 입구에서 주문할 음식을 자판기에서 뽑은 뒤, 면회소 같은 창구에 앉아서 라면 스타일을 결정하고 라면을 기다리다 나오면 먹습니다. 흔히 라면과 규동을 일본식 패스트푸드,라고 그러는데 요시노야와 더불어 옛 일본인들이 어떤 식으로 일본식 패스트푸드 소비하는지 대충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인이 된 듯한 느낌은 아니고;) 라면 맛은 맛있었습니다. 짜고 느끼하긴 했지만, 한국에서도 일본 라면을 먹어본 적이 있는지라 적응은 되더라고요.

후쿠오카 타워 레코드. 3층 짜리였는데, 3층은 DVD 샵이여서 과감히 패스했고 1,2층은 정말 굉장했습니다. 1층은 일본 음악을 팔고 2층은 해외 음악을 팔던데, 양이나 정리 해놓은게 빈틈을 보이지 않더라고요. 석원 님이 몇 번 언급하신 적 있는 '어른의 록'라는 잡지 (맞나?) 특집용 6-70년 올드 로크 코너부터 시작해 새로 나온 해외 인디 신보, 자국 밴드들 싱글과 앨범, 과거 유명했던 일본 뮤지션들의 명반들까지 다양한 음반들이 수북히 쌓여져 있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이성을 잃고 지를뻔했으나, 중고 음반을 생각하고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그런데 여기도 아라이 유미 히코우키 쿠모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신품이였는데도 품절 상태였습니다.

젠...젠장.  일본놈들, 내가 오는 걸 알고 히코우키 쿠모 다 숨겨놓고 없다고 말하는거 아니야?
딱 이런 심정이였습니다.

호텔 체크인하러 돌아가 짐을 풀고, 삼촌은 남고 저 혼자 석원 님에게 (정말 석원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추석에 초면에 전화로 두 번이나 전화를 했는데도 친절하게 응대해주셨습니다.) 얻은 후쿠오카 음반점 탐방을 나섰습니다. 먼저 간 곳은 그루빈 본점인데 여기는 좀 많이 해멨습니다. 결국 안 되겠다 싶어서 커플을 잡고 물어봤더니, 그 커플이 직접 길을 안내해주더라고요. 좀 멀더라고요; 20분 걸렸나 그랬을 겁니다.

그루빈 본점. 의외로 길쭉한 가게였는데 (크기는 향보다 큰 수준?) 타워 레코드가 번쩍번쩍한 느낌이였다면, 그루빈은 소박하면서도 덕 포스가 강한 느낌이였습니다. 그러니까 타워 레코드가 힙스터이시하다면, 그루빈은 덕후스럽다고 할까요? 주인 아줌마 귀찮게 하면서 (민폐는 절대 아니고 뭐뭐 있냐고 물어보는 정도.) 위시 리스트 물품을 마구 찾았는데 결국 나온 건 유카단 (憂歌団), 소카베 케이이치 밴드, 오오타키 에이이치 정도 였습니다. 유카단은 좀 비싸게 불렀고, 오오타키 에이이치는 처음에 살려고 했다가 일정 금액 이상 아니면 카드가 안 되는 바람에 (...)  결국 소카베 케이이치 밴드만 겟하고 나왔습니다.

얻는 걸 얻지 못해서 걸어서 후쿠오카 북오프 분점에 들어갔습니다. 여기도 1순위는 없었는데, 살롱 뮤직의 매쉬 앨범이 있더라고요. 평소에 듣고 싶었던 앨범인지라 겟 했습니다. 이땐 뭐랄까 정신이 홀린듯한 느낌이였습니다. 츠타야 분점도 갔지만 성과는 동일.

보더라인 레코드. 개인적으로 그날 방문한 일본 레코드 샵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었던 곳이였습니다. 가게 자체는 그루빈하고 비슷한 중고 음반 상점이였습니다. 다만 해외 중고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였는데, 여기서는 좀비스의 [Odessey & Oracle]와 토드 런그렌의 [Something/Anything?] (24bit 리마스터 종이 자켓반)을 구했습니다. 계산하면서 주인장하고 이야기를 좀 나눴는데, 역시 음악은 만국 공통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만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 보니 서니 데이 서비스도 취급하고 있었는데 그땐 몰랐습니다 (... 이게 다 일정 때문입니다.

티르코 마켓도 갔는데 여긴 오피스텔이 있던 중고 디깅 전문 샵이더라고요. DJ들이 좋아할법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딜가나 음반 가게 주인들은 뭔가 범상치 않은 포스를 뿜고 있다는 진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PARKS였는데, 전철 타고 이동했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500엔이 있어서 하루권을 끊었습니다.) 다른데보다 동네 레코드 샵 같다는 느낌이였는데 (그래도 퍼플레코드 정도 됩니다.), 여기서도 득템 실패. 여기서 왜 득템 하는데 실패했는지 알게 됬는데, 딴건 없고 인기가 좋아서였습니다. 아라이 유미는 코발트 아워가 있었지만 히코우키쿠모가 아니여서 포기.

그리고 타워 레코드로 돌아와 열받아 노 에이지 신보 일판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신품 가격은 언제나 그랬듯이 비쌌지만그래도 서니 데이 서비스보단 싸! 젠장! 그동안 고생한 나에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먹으려음반을 지르려고 간 게 아니고, 소유한 돈도 정말 적었기 때문에 (그나마 용돈 땡겨서 써도) 막상 일본 와서도 제대로 지르질 못했습니다. 일본 여행 가면 마구 지를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못하더라고요. 돈을 벌고 있는게 아니니 당연한 현실이겠죠. 그래도 그 제한된 돈 내에서 정말 만족스러운 음반을 고르려고 노력했는데 집에 와서 들어보니 다행히 틀린 선택을 하지 않아서 안심이 됬습니다. 다만 후쿠오카가 넘버 걸 같은 밴드나 시이나 링고를 배출한, 로컬 씬으로도 나름 명망이 있는 곳인데 그런 부분을 느끼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체력적으로 후달려서 음반점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한 것도 아쉽고요.

그렇게 호텔로 백해서 저녁을 먹고 잤습니다.

다음날은 요시노야에서 밥을 먹고 페리를 타러 항구로 갔습니다. 가다가 만다라케 보고 '아 저기 가볼껄'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숙소하고 너무 멀어서... 이번엔 고속선이 아니라, 유람선를 타고 갔는데 개인적으로 고속선을 돌려줘!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배 자체는 정말 좋았는데, 거기서 또 멀미했거든요 -0-;; 그런데 사람이 정말 많더라고요. 일본에서 놀려온 한국인 대학생부터, 한국인 아줌마 관광객, 일본인 관광객, 심지어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관광하려는 서양인 관광객도 있었습니다. 멀미하긴 했지만 그래도 별탈 없이 부산에 도착했고, 그렇게 제 첫번째 일본 여행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일본에 대한 제 소감을 적어보자면...

일본은 모든게 철저히 정리정돈된 나라라는 느낌이였습니다. 아파트나, 일반 주택이나, 길이나, 가게나 모든게 찾기 쉽게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마음에 들었냐고요? 어느 정도는요. 확실히 정돈되어 있으니 관광하기엔 정말 편하더라고요. 길거리의 사람들도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서 후쿠오카에서도, 가고시마에서도, 야쿠시마에서도 원하는 장소도 잘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뭐랄까 뭔가 억눌려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깐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답답한 무언가가 느껴졌다는 느낌. 지나치게 잘 정돈되어서 작위감이라는게 느껴졌달까요. 이런 식으로 짧게 여행하는 건 괜찮지만 평생 거기로 살라면 좀 답답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물가가 조낸 비싸! 일본산 만화나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일본 문화의 정체를 좀 더 알 수 있었다고 할까요. 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느끼는가를 경험한다는 점에서 꽤나 이색적인 경험이였습니다.

그 외 해외 문물을 자기 것으로 체화한 풍경 (큐슈, 그것도 메이지 유신 때 중심이였던 사쓰마에서도 준거지를 갔으니 그 현상이 두드러진 걸지도 모르겠습니다.)을 보면서 꽤 신선한 쇼크를 받기도 했고, 야쿠시마에서는 오래간만에 고생하면서 자연의 풍광 (개인적으로 등산 좋아하지 않는데도 정말 좋았습니다.)을 느낀 것도 좋은 경험이였습니다. 정말 큐슈 구경은 제대로 하고 왔습니다.

다음에 일본에 가본다면 도쿄를 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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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3 (가고시마 RETURNZ)
2010/09/26 - [Long Season/여행 기록] - 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1 (출발 ~ 야쿠시마로)
2010/09/30 - [Long Season/여행 기록] - 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2 (야쿠시마와 미야노우라다케 산행)

가고시마여, 나는 돌아왔다! - giantroot

가고시마는 1편에서 적었듯이 야쿠시마 가기 전에 잠시 들렀는데, 후쿠오카 가기 전에 잠시 들러보자,라고 큰외삼촌이 말하셔서 리턴했습니다. 뭐 하룻밤 묵은 건 아니고, 반나절 동안 있었습니다.

짐을 락커에 넣고, 가츠돈 가게에서 가츠돈을 먹었는데, 좀 기름지고 느끼하더라고요. 양도 의외로 많았고. 일본 음식이 양 적고 담백하다는거 그거 다 구라입니다. 달달하고 짜고 그래요. 아무튼 정말 배부르고 맛있어서 저녁 안 먹어도 버틸만 하더라고요.

가고시마 역 주변 아케이드에서 쇼핑을 했는데, 술집에선 까날림하가 추천한 고구마 소주와 일본주 (...토쿠베츠 준마이가 아니라 주인장이 추천하는 술로 샀는데 알고 봤더니 가장 하찔이더라고요. 술에 무지해 일어난 참사.)를 샀습니다. 음반 가게 다시 들렀는데 역시 여기엔 내가 구하는게 없다는 결론을 다시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변 소프트뱅크에서 건프라 휴대 전화 예약 받는 것도 봤습니다.

게임 가게도 들렀지만 당연히 안 샀고, 대신 야쿠시마에서 잃어버렸던 오덕 패기를 마음껏 충전했습니다. 제가 갔을땐 오오카미 DS판이 나와서 열씨미 홍보 중이더라고요. 그리고 게이온 그녀들도 PSP로 나온 게임으로 열씨미 오덕들을 유혹 중이였습니다. PC 게임은 못 봤습니다. 아마가미 중고가 나와있는데 의외로 비싼 가격이였습니다.

그리고 가고시마 북오프. 2층으로 되어 있어서 솔직히 기대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구하는 것은 끝내 없었습니다. 대신 오쿠다 타미오의 [股旅]와 카지 히데키의 [TEA]을 발견했는데, 후쿠오카 가면 많이 구할 수 있겠지...라는 기대로 포기했습니다. 카지 히데키는 DMC에서 크라우저 님에게 겁탈 (...) 당해서인지 정말 중고 떨이가 심하게 많더라고요. 게다가 가격도 500엔. 심지어 후쿠오카에도 있었습니다. 후쿠오카에서 볼땐 너무 불쌍해서 하나 살까 (...)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 외 성우 모리카와 토시유키라던가 레진님이 격하게 쎾쓰사랑하는 아스카 안의 사람이 낸 앨범도 찾아냈는데, 표지들이 이거 뭐 수치 플레이도 아니고... 수준의 퀄리티더라고요. 물론 피시만즈도 열씨미 수치 플레이 중이였습니다. 그리고 아니메 코너에 헤타리아 관련 상품이 떡하니 있어서 기분이 살짝 나빠졌던 기억이 나네요. AV 코너도 있었습니다. ...뭔가 격리 수용소 같은 포스가 느껴지더라고요.

오락실도 갔는데 큰북 하려고 했다가 100엔 해서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파칭코 엄청 많더라고요. 파칭코국이라 이름 바꿔도 아무도 이의 걸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중간에 뭔가 거대한 고건물이 있어서 설레였지만... 별거 아니더라고요.

가고시마는 전반적으로 고풍스러운 느낌이였습니다. 그런데 교토처럼 和식으로 고풍스러운게 아니라, 서구적으로 고풍스러웠는데 그 절정은 아마 가고시마 텐몬관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텐몬관은 가고시마 중심 아케이드인데, 저번 학기에 학교에서 배웠던 벤야민의 아케이드가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느낌의 건물은 한국에서 볼 수 없어서 참 신기했다고 할까요. 게다가 기념품 상점에선 양과자를 자신들의 전통으로 내세우더라고요. 그래서 참 언밸런스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역사적으로 큐슈 지방은 메이지 유신의 중심 지역이였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가고시마 거리엔 메이지 유신의 인물들을 기념물들이 보이더라고요. 제가 갔을땐 NHK에선 사카모토 료마 마지막 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이고 다카모리 캐릭터 상품들도 있었는데 그건 솔직히 보니깐 배알 꼴리더라고요 (...) 역시 한국인의 피엔 일까의 기질이 흐르고 있어!) 자연히 별로 좋은 감정 없는 혼슈 지방의 문화-큐슈는 일본 구석에 위치한데다, 메이지 유신 이전엔 혼슈만이 일본이였다고 합니다-보다 최첨단의 서구 문물을 수용해왔고, 그걸 중앙으로 퍼트려 지금과 같은 서구 추종과 열폭의 일본을 탄생시킨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고시마의 텐몬관은 그 흔적들 중 하나고요.

DVD/동인지 가게도 들어가봤습니다. 1층은 평범한 DVD 섹션였습니다만... 문제는 2층 동인지/AV 섹션. 아무리 제가 쎾쓰!에 관심이 많은 건강한 남성이라지만, 도저히... 에... 못 올라가겠더라고요. 벽면에 민망한 동인지가 주르르륵... 왠지 올라가는 순간 인간이길 포기하겠습니다를 선언하는 것 같은 기분이여서 그대로 뒤돌아 도망쳐나왔습니다. 전 아무래도 덕후가 아닌가봐요 어헝 ㅠㅅㅠ 여기만 해도 부끄러운데 아키하바라는 어떤 느낌일까요! 수치 플레이?

이렇게 마구 돌아다니고도 (심지어 삼촌이 돈 아끼자고 해서 버스도 안 타고 걸어다녔습니다!) 시간이 한창 남아서 3시간이나 역에서 멍 때렸는데... 할게 못 되더라고요. 정말 지루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폰은 전지 아끼려고 일부러 쓰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밤 11시 40분에 후쿠오카 가는 야간 고속 버스를 탔습니다. 이 야간 고속 버스도 좀 재미있었습니다. 2층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1층엔 화장실엔 있더라고요. (이번에도 좌석이 화장실 앞이였습니다.) 좌석도 일반 버스와 달리 가로세로 3줄 자기 편한 좌석으로 되어있었습니다. 심지어 발 뻗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좀 피곤했는지, 중간에 멈출때 제외하곤 정말 잘 잤습니다.
 
사실 후쿠오카 편까지 다 쓰려고 했는데, 여기서 커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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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2 (야쿠시마와 미야노우라다케 산행)
2010/09/26 - [Long Season/일상/잡담] - 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1 (출발 ~ 야쿠시마로)
2010/09/30 - [Long Season/여행 기록] - 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3 (가고시마 RETURNZ)
2010/10/02 - [Long Season/여행 기록] - 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4 (후쿠오카, 終)



일본에 도착한 이후부터 야쿠시마에 간다고 하면 일본인들이 동경의 눈으로 보더라고요. (농담 안 하고, 입국 사무소에서 야쿠시마 간다고 했더니 '부러운 새퀴'라는 눈빛으로 보더라고요.)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일본인이 죽기전에 가봐야 할 곳이라고 하던데... 그네들에게 야쿠시마는 한국의 지리산과 같은 위치인가 봅니다.

야쿠시마 첫번째 날. 그래서 전편에 가고시마에 떠나 야쿠시마에 도착했습니다. 신기하게 뱃멀미는 안 했습니다. 우선 야쿠시마에 도착해서 놀란거라면... 여기 오는 사람이 정말 많더라고요. 제가 알기론 이때 딱히 일본에 휴가철이 아니였는데도 일본인들이 우르르 몰려들더라고요. 나중에 등산할때도 사람이 많아서 줄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간중간 멈춰서야 했습니다. 휴가 같은걸 끼얹나? 외국인도 간간히 보였습니다.

거기다 야쿠시마 자체도 의외로 오지가 아니더라고요. 섬 외곽으로 잘 닦여진 도로가 나 있었고, 도착했던 미야노우라다케는 그럭저럭 지방 소도시의 뽐새를 갖추고 있는 곳이였습니다. 섬 외곽을 도는 버스도 텀이 길긴 하지만 다니고 있었습니다. 첫날 묵었던 안보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무려 모스버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창가협회 야쿠시마 지부도

전 제 인생이 참 운으로 흘러간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습니다. 대학도 그렇고, 뭐 여러가지로 말이죠. 그런데 그 운이 야쿠시마 안보에서 다시 발동했습니다. 숙소를 잡으려고 관광 안내 센터에 맡겨서 하나 잡았는데, 그 숙소가 '미야자키 하야오가 야쿠시마에 촬영 탐방 왔을때 묵었던 숙소'였던 것이였습니다.

당연히 떡실신했습니다. 야쿠시마 여행을 하게 된 큰 동기가 미야자키 하야오 슨샘이였는데, 그 슨샘이 거쳐갔던 곳에 정말 우연하게 오게 되다니! 정말 흥분했습니다. 게다가 숙소도 가격대비 성능이 굉장히 좋은 곳이여서 전반적으로 만족했습니다. 첨언하자면 주인 아주머니의 도시락이 정말 맛있습니다. :) 혹시 야쿠시마 가게 되신다면 꼭 가보시길 바랍니다.

도착한 날은 짐 정리로 시간을 다 보냈습니다. 준비하려고 슈퍼에 갔는데, 거기서 야쿠시마 마스코트를 봤습니다. 큰북의 달인과 많이 닮았습니다. 다음 날 본격적으로 등산하러 갔습니다.

등산 첫번째 날. 이 등산이라는 것도 처음부터 1800m을 오르는게 아니라, 택시를 타고 1300m까지 올라가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출발했습니다. 중간에 나무도 찍고, 해 뜨는 것도 찍었습니다. 아 가다가 일본원숭이도 봤습니다.

등산... 등산 말이죠. 올라가는 건 의외로 그렇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저희 큰외삼촌 목적이 야쿠시마 사진 찍는 것여서 꽤나 쉬엄쉬엄 올라간데다, 올라가는 등산 길도 그렇게 험하지 않았거든요. 날도 의외로 괜찮았고요. 다만 경사가 심한데다 능선도 없이 거의 상승 곡선이여서 에너지 소비가 꽤나 막심했습니다. 게다가 침낭, 이거 계속 떨어지려고 해서 이거 신경 쓰느라고 꽤 고생했습니다.

가다가 하나노에고가 보였는데, 여기가 정말 절경이더라고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 산 속을 올라가다가 갑자기 탁 트인 늪지에 야쿠시마 사슴이 무심한듯 시크하게 풀을 뜯어먹고 있는 풍경이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중간에 컵라면을 점심으로 먹고, 계속 올라갔습니다. 미야노우라다케는... 의외로 썰렁했습니다. 정상에 일본인들이 버린 쓰레기 봉투 보고 사람 사는 곳은 의외로 다들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됬습니다. 그래도 정상다운 카리스마(?)은 있더라고요.

올라가면서 느낀건데 산에 물이 정말 풍부했습니다. 물이 여기저기서 졸졸졸 새어나와서 작은 하천을 이루고 있는게 상당히 독특하더라고요. 그럭저럭 다양한 산들을 봤지만 정말 여기 미야노우라다케처럼 물이 풍부한 산은 처음이였습니다. 현지인들은 '야쿠시마는 368일 매일 비 (웃음)'라고 그러던데 과연 물 하나는 정말 많더라고요. (야쿠시마 산들은 봉우리가 많은 편인데 (산 줄기에 봉우리가 5개나 됩니다.), 가장 높은 봉우리가 미야노우라다케여서 대략 미야노우라다케만 가도 아쿠시마 등산 관광은 끝낼수 있습니다.)

올라가는 건 무사히 끝났는데, 문제는 내려가서 산장에 가는 것. 아까 적은대로 체력 소모가 심한데다 해가 엄청 빨리 지는 바람에 길(게다가 엄청 길어!)이 안 보여서 ㅠㅠ 주변에 사람도 없고 ㅠㅠ 정말 막판엔 울 뻔했습니다. 간신히 안 울었지만, 그 당시 정말로 저나 삼촌이나 정신적으로 굉장히 몰려있었습니다. 산장에 도착하니깐 '살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사실 가려고 했던 산장은 신 다카즈카 산장이 아니라 그냥 다카즈카 산장였습니다. 하지만 날이 너무 어두워진데다 무엇보다 힘들어서 더 못 가겠더라고요. 결국 밥도 안 먹고 그냥 산장에 쓰러져서 자버렸습니다.

등산 두번째 날. 너무 오랫동안 자서 7시에 일어났는데, 처음엔 걷는 것도 힘들어 죽겠더니 나중엔 좀 나았습니다. 간신히 몸을 추스려 화장실 가려고 텐트장을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산 속에서 사슴이 내려와서 바로 제 옆에서 풀을 뜯어먹더라고요. 게다가 아주 무심한듯 시크하게 말이죠. 하나노에고 사슴도 충격적이였는데 이 신 다카즈카 사슴은 거의 제 인생을 바꿔놓을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첫 날 잠시 봤던 일본원숭이도 제대로 봤습니다. ...정말 빠르더라고요. 게다가 하필이면 원숭이들의 파벌 싸움 (...) 여서 같이 밥 먹던 일본인들도 ㅋㅋㅋ거리며 관람했습니다. 한국 산행에서는 동물 보기 정말 힘든데, 야쿠시마에서는 인간이 나하고 무에 상관? 난 내 밥을 먹을꺼야! 라는 태도로 눈 앞을 지나가는 동물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자연 관리의 현장을 바로 보고 있는 느낌이였습니다. (그래도 후미진 곳에 찌른내라던가, 정상 쓰레기 봉투 같은 허점도 있지만.)

죠몬스기로 내려가는 길은 힘들었습니다. 전 정말 산 내려가는거엔 잼병인데, 무거운 걸 들고 살짝 험한 길을 내려가려고 하니 체력이 딸리더라고요. 게다가 사람들이 우수수 몰려들어서 그거 기다리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죠몬스기... 이거 말로 설명하기엔 정말 엄두가 안 납니다. 등산길에 굉장히 많은 나무가 놓여져 있었고, 어느정도 익숙해졌는데... 그 많은 나무가 그냥 커피라면 죠몬스기는 프리미엄 TOP입니다. 농담 안하고요. 혹시 보러 가신다면 망원 렌즈 꼭 들고 가시기 바랍니다. 저도 아이폰에 담으려고 했다가 실패했습니다.

죠몬스기도 대단했지만, 윌슨 그루터기도 그 못지 않았습니다. 대략 죠몬스기 스케일의 나무의 그루터기라는 느낌인데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였지만 정말 필사적으로 그 느낌을 느껴보려고 했습니다. 정말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그루터기 안에는 물도 흘러나옵니다! 거기서 더 내려가서 모노노케 히메 배경이 된 숲도 들렀는데 여기도 좋았습니다. 모노노케 히메를 본지도 오래됬지만 보는 순간 모노노케 히메의 그 장면이 불현듯 떠오르더라고요.

야쿠시마 등산 중에서 정말 힘들었던 고비가 있었는데, 하나는 첫째날 밤이였고 또 하나는 그 모노노케 히메 배경의 숲에서 내려가서 시라타니운수계곡길이였습니다. 그 전에 지나온 철길이 거의 평탄한 직선 길이여서 갑자기 다시 등산을 하려고 하니 정말 죽을 맛이더라고요. 게다가 버스 시간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더욱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중간에 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잠시 눈을 돌렸더니... 으악! 뱀이다! 그땐 정말 다시 울 뻔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못 본 뱀을 일본 등산 와서 보다니 얼마나 정신이 나갔더니.... 다행히 그 뒤론 뱀이 나오질 않더라고요. 시라타니운수 산장 오니 그나마 할만했습니다.

어쨌든 시라타니운수 산장에서 밥을 먹고 무사히 버스 타는데 까지 내려왔습니다. 시라타니운수 폭포도 멋지더라고요. 여기서도 운빨이 발해서 도착하니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더라고요. 게다가 버스도 딱 10분 후 도착... 정말 누군가가 저에게 운 커맨드를 걸어준게 틀림없었습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의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본디 일정은 이 이후로도 잔뜩 있었으나... 큰외삼촌이나 저나 너무 힘들어서 (...) 다 취소해버리고 (미야노우라다케 예약한 숙소도 취소해버렸습니다. 그 때문에 전 관광 센터에 한소리 들었습니다.) 미야노우라다케에서 특산물 쇼핑하고 야쿠시마 박물관 관광하는 것으로 대체했습니다. 숙소로 돌아갈땐 아이리스를 사랑하는 한류 덕후 아저씨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왔습니다. 이 분과의 대화에서 저는 쿠루리와 서니 데이 서비스, YMO가 아무리 기고 날아도 서전 올 스타즈에 못 이긴다는 일본에서만 통하는 만고의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정리하고 아무튼 저녁 먹고 잤습니다.

야쿠시마 마지막 날. 착오로 인해 너무 일찍 나와서 미야노우라다케 항구에서 시간을 때웠습니다. (여관 주인의 도시락,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큰외삼촌은 미야노우라다케 주변을 마구 찍으러 돌아다니고, 저는... 저는 항구 터미널에서 잉여잉여거렸습니다. 그리고 배를 타고 가고시마로 돌아왔습니다.

본디 거북이 산란 해변가라던가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치히로 폭포라던가 온천이라던가 그런데 가보고 싶었지만, 등산이 꽤 힘든데다 시간도 빡빡해서 불발로 그친게 너무나 아쉬웠지만 야쿠시마 산행은 힘들었지만 정말 엄청난 경험이였습니다. 9년만의 해외 여행이였는데 그에 걸맞는 추억을 남긴 것 같아서 기뿝니다.

마지막 파트인 가고시마와 후쿠오카는 다음 화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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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1 (출발 ~ 야쿠시마로)
2010/09/29 - [Long Season/여행 기록] - 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2 (야쿠시마와 미야노우라다케 산행)
2010/09/30 - [Long Season/여행 기록] - 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3 (가고시마 RETURNZ)
2010/10/02 - [Long Season/여행 기록] - 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4 (후쿠오카, 終)



사실 이번 여행은 정말 갑작스럽게 정해졌습니다. 출발 며칠 전 까지도 해도 "진짜 가는거 맞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깐요. 하지만 정말 가는 거였고, 추석이 끝난 토요일 저는 부산을 가는 버스를 타고 있었습니다.

부산에 도착해 큰삼촌과 함께 짐을 정리하는 걸로 토요일이 지나갔고, 일요일 아침 일찍 후쿠오카 가는 고속선을 탔습니다. 전 대략 어선처럼 허름한 배에 타는 줄 알았는데, 왠걸 거의 고속 버스 같은 번쩍번쩍한 좌석에 앉아 가더라고요. 배를 탈 기회가 없으니 상상력도 제한되는 것 같습니다. 뱃고동이 정말 사이키델릭하더라고요. 마치 MRI 같은 느낌이였달까? 이래서 사람들이 I'm on a Boat!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멀미... 했습니다 ㅠㅠ 키미테 붙이고 갔는데 들어가기 전에 바나나 먹은게 화근이였던 것 같습니다. 후쿠오카 내리니 속이 조금 울렁거려서 점심도 별로 먹고 싶지 않더라고요.

후쿠오카 하카다 버스 터미널 가서 표를 사려고 했는데...

직원: 아 9:00 가고시마 고속 버스 표 없어염. 다음 표 12:40 ㅇㅇ
나 & 삼촌: 헐, 그러면 새벽 표 살 수 있나요?
직원: (검색하더니) 그것도 없음 ㅇㅇ
나 & 삼촌: ....

이야기가 조낸 길었지만, 대략 이런 내용을 주고 받고 시간이 걸린 뒤 결국 가고시마 AM 12:40 고속버스를 샀습니다. 그때가 11:00였던가 그랬을 겁니다. 시간이 남아서 하카다 역 북오프에라도 가보려고 했습니다.

...낯선 곳에서 길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삽질만 하고 왔습니다. 그래도 그루빈 하카다 역 분점은 찾았습니다. 하지만 여기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습니다. 서니 데이 서비스 없어, 하츠코이노 아라시? 그게 뭔가요? 아라이 유미 중고? 너님 아라이 유미 없음? 이런 말만 들었습니다. 그래도 블랭키 젯 시티의 BANG!은 있어서 사려고 했다가, 무슨 일 있을지 모르는데 돈 아껴야지라는 생각에 참았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못 사고 하카다 버스 터미널로 돌아와서 예정된 버스를 탔습니다. 고속 버스는 한국 고속 버스하고 비슷했습니다만, 화장실이 있더라고요. 제 자리가 화장실 앞이여서 냄새가 날까 걱정했는데 나지 않았습니다. 가는 동안 자거나 게임하고 뭐 그랬습니다.

가고시마는 정말 잠시 들렀습니다. 역에서 한창 삼촌이 머리를 짜내더니 이부스키 일정을 하루 앞으로 땡겨버렸습니다. 이부스키까지는 전철 타고 갔는데 중간에 피곤했는지 잠시 졸았습니다. 의외로 오래 걸리더라고요.

이부스키는 작은 해안 마을이였습니다. 근처 유스호스텔에서 짐을 풀고, 모래 찜질 하러 갔습니다. 사실 찜질이니 사우나니 그런건 안 좋아해서 안 하려고 했는데, 막상 와보니 안 하고 가면 돈이 아깝겠다라는 생각에 결국 하게 됬습니다.

모래 찜질은 굉장히 답답하고 생매장 당하는 기분이였는데, 그게 플러스로 작용하는게 묘한 기분이더라고요. 유카타 입고 하는데 그것도 독특했습니다. 모래도 일반 모래와 다른 약간 붉은 기운이 도는게 특이했습니다. 다만 워낙 뜨거운 거에 약해서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6분 정도인가 그만 두고 나와서 쉬었습니다. 모래 찜질 끝나고 나서는 동네 근처 라면집에 갔는데 소유 라면 먹다가 국물이 너무 짜서 포기해버렸습니다. 궁극의 짠 맛을 느꼈다고 할까요,

다음날 아침 일찍 이부스키 유스호스텔에 나오다가 지갑을 잃어버릴뻔 하고 (찾았습니다.), 이부스키 행 배가 또 만선이 되버려서 가고시마에 어찌저찌 다시 가게 되는 번거로운 일을 겪게 되었습니다. 가고시마 항 버스 기다리는 동안 중고 음반점 (레코드 스테이션) 갔는데, 여기서도 제가 원하는 거 없었습니다 ㅠㅠ 다만 그와 별개로 정말 가게 정리가 잘 되어 있더라고요. 가고시마 같은 도시에서도 이런 음반점을 볼 줄 몰랐습니다. 가게 밖에 포스터도 잔뜩 붙여져 있던데 그 중 하나는 제가 봐도 뭐여?하는 미국 컨트리 뮤지션들이 큐슈 지방에 와서 축제 형식의 공연을 한다고 홍보를 하더라고요. 순간 정말 부러운 감정이 샘솟았습니다.

아 역 내 HMV도 갔는데, 이 블로그 방문객의 절반이 사랑하는 High Places가 일본반으로 팔고 있더라고요.. 서니 데이 서비스 신품을 발견했지만 너무 쎄서 포기했습니다 ㅠㅠ 제가 갔을 당시 소녀시대가 일본 첫 싱글을 내서 그런지, 소녀부스 단독 부스를 만들어 팔고 있었습니다. (린킨 파크도 보이더라고요.) 그 외 (언론 설레발 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카라, 포미닛 등 다른 한국 걸그룹에 대한 관심이 일본 현지에서도 꽤 느껴져서 한국 열풍은 앞으로도 꾸준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충격적였던건 가고시마 HMV에도 LP를 가져다놓고 팝니다! LP를 소비할 수 있는 수요층이 가고시마에도 있는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간에 철완 버디 DECODE 오프닝, 엔딩 싱글이 초회한정판 (일러스트 포함 버전) 으로 떨이 판매되는 안습한 현장도 봤다는 건... 뭐 어찌되어도 좋겠죠. (그러고 보니 하츠 그로우와 아프로마니아 모두 해체했네요. 하츠 그로우는 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습니다.) 전반적으로 가게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뭐랄까 약간 날티난다는게 솔직한 심정이였습니다.

가는 도중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정말 내가 야쿠시마를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던 와중에 삼촌이 12;30 고속선 표를 사가지고 오시더라고요. 결국 탔습니다. 고속선은 후쿠오카 때랑 동일했습니다.

본편인 야쿠시마는 다음 회에 쓰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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