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창문
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간단리뷰 (94)
22살의 겨울. 1달간의 게임 마라톤, 그 보고서.
날 보라고! 1달사이에 내 게임덕이 이렇게 커졌어!

1달동안 8개 클리어하고 9번째 게임 잡는 중입니다. 하지만 계속 게임만 하다보니 지쳐서 좀 천천히 하고 있습니다. 그림도 그리고 싶은 것도 있고.

인생에서 게임을 이렇게 많이 클리어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클리어했거나 잡아본 게임들을 간단하게 감상이나 적어봅니다. 정식 리뷰 하고 싶은데 너무 많이 클리어해서 장난이 아니네요 (....)

별도로 적은 거 제외하곤 모두 PS3로 플레이했습니다. 8번까지는 시간순 클리어고 나머지는 그냥 플레이하고 있는 중입니다.


1. 헤비 레인
2011/11/18 - [Fight Test/리뷰] - 헤비 레인 [Heavy Rain] (2010)

아무튼 이 게임은 역사에 남을 게임입니다. PS3를 사야할 이유를 들라면 이 게임을 꼭 들겠습니다.


2. 완다와 거상
PS2 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게임 중 하나였고, PS방에서 잠시 잡아본 기억이 있지만 이번에 제대로 클리어하게 됬네요. 기본적으로는 3인칭 액션 게임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액션 게임의 관념을 뒤집는 실험들이 많은데, 보스로 가는 중간 스테이지가 없고 그냥 보스로 달려가서 보스와 전투를 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깐 오로지 보스-보스-보스.... 어찌보면 어새신 크리드 1편하고 비슷한 단선적인 디자인이라고 할만한데, 뭔가 저런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별로 할꺼 없었던 어정쩡한 느낌이였던 어크와 달리, 완다와 거상은 무척이나 심플하지만 보스까지 '찾아가는 길'을 묘하게 꼬아놓아서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한마디로 발상의 승리, 라고 할만합니다.

그리고 제가 본 게임 중에서 굉장히 시적인 정념으로 가득찬 게임이기도 합니다. 이 게임에 비견할만한 '무드'와 '공기'를 지닌 현세대 게임은 플라워나 이코 정도? 헐리우드 식 게임이 만들지 못하는 우에다 후미토의 미적 센스로 가득찬 걸작입니다. 결말도 인상이 강하고요. 조작이 쪼까 난해하고 타이밍/잡는게 꽤나 빡세서 똥줄 타는 거 빼면 말이죠.


3. 언챠티드 2
정말 딱 전형적인 TPS+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이코 영향이 많이 느껴지고요. 스토리도 무난하게 잘 짜여진 헐리우드 스타일의 모험물. 하지만 그걸 무색하게 할 정도로 영상이나 게임 연출이 잘 되어 있습니다. 스크립트 떡칠 일직선 게임인데도 그게 어색하지 않게 교활하게 짜놓아서 굉장히 몰입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무난한 스토리지만 캐릭터들도 톡톡 살아있고, 어드벤처 퍼즐들도 잘 살아 있습니다.

완전히 새롭진 않지만 그래도 이 게임 정도면 충분히 PS3를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부모님도 흥미롭게 보시더라고요. 근데 할 얘기는 별로 없습니다. [타이거 앤 버니]처럼 왕도에 충실하면서도 깨알같이 개성을 박아넣은 케이스라서요. 아마 2,3편 엮어서 리뷰할듯 합니다.

 
4. 이코
세월이 지나서인지 충격은 무뎌졌지만, 그래도 이코는 잘 만들어진 좋은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화려한 액션 발싸아아는 아니지만 액션 디자인이나 미적 세계관은 확실히 유니크합니다. 보통 액션 하면 화려하고 간지나는 걸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코의 액션은 고립된 상황에서 나홀로 누군가를 지킨다는 쓸쓸함 고독감과 시적인 무드로 가득합니다. 전반적으로 액션보다는 어드벤처에 가까운 게임에요. 이 기묘한 조합은 이코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코를 덮치는 죽은 아이들의 군무는 꽤 강렬합니다.

그리고 파트너 시스템은 참신했습니다. 물론 게임 내 요르다의 비중은 마법 아니면 납치 잘 되는 인질이지만, 충분히 감정 이입을 할만한 리액션과 사연들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마지막 결말에 가면 감동이 쏟아집니다. 요르다를 이용한 퍼즐도 잘 배치되어 있고요.

자극적인 게임에만 물들어있다면 재미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추천하고도 남는 걸작입니다.


5. 레드 데드 리뎀션
아 이것도 꽤 해보고 싶었죠. 시간이 없어 제가 스토리 중심으로 해서인지 자유도를 충분히 맛 본 것 같진 않지만, 레데리는 다소 매너리즘화된 GTA식 샌드박스 범죄물(??)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미국 서부에서 실제로 했던 대부분을 해볼 수 있습니다. 파고들 미션도 굉장히 많고요. 그 외 손맛이 살아있는 레드 아이 시스템는 이런 TPS 게임이 가지고 있는 총질 액션의 한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이걸로도 충분한데, 스토리도 감동적입니다.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나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로 등장한 훌륭한 서부 작별극이라 할만합니다. 특히 주인공 존 마스턴은 간지폭풍 중년이여서 간지 헉헉헉 하다가 마지막에 포풍 눈물을 쏟게 되더라고요. 그 후 '서브 미션'이라는 개념을 영악하게 뒤집으면서도 쓸쓸한 여운을 남기는 엔딩도 상당히 좋습니다. 어크 레벨레이션처럼 한 시대의 종언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올해 제가 본 포풍 새드 엔딩으론 어크 레벨레이션, 레데리, 펭귄드럼, 완다와 거상을 꼽고 싶네요.

전반적으로 게임은 남자의 게임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이 게임 좋아하는 여자들도 많긴 하지만, 굉장히 게임이 호방한 느낌입니다. 서부극이 싫지만 않다면 충분히 잡을만한 명작이라 할만합니다. PS3는 계단 현상이 있긴 하지만 프레임 드랍이라던가 프리징 없이 무난하게 할만한 정도.


6. 데이어스 엑스 : 휴먼 레볼루션
제가 데이어스 엑스 시리즈를 잡아 보질 못해서 이번 시리즈가 처음입니다. 게임 자체는 잠입 액션과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맞나?) 등 일련의 자유도 높은-설득도 포함되어 있는-트로이카제 게임에 영향을 받은 RPG의 잡탕입니다. 전 무엇보다패러미터를 단순하게 가지치기 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리고 설득 시스템은 확실히 재미있습니다.

잠입을 하는 쪽이 마음이 편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게임은 다양한 방법들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해킹 뚫고 구석으로 숨어 다니거나 아니면 총을 드르륵 갈겨 대거나.... 개인적으로 해킹이 좀 적응이 안 되다가 나중엔 해킹에 재미들려서 막 해킹하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목적에 도달하기 하려면 온갖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이는 사이드 퀘스트에도 적용됩니다.

게임 난이도는 조금 있는 편입니다. 막 어렵진 않은데, 여러 제약들이 좀 쪼달리게 만들게 한달까요. 총알은 좀 부족한 편인데, 인벤토리는 빡빡하고, 에너지 채우려면 부지런히 에너지 바를 먹어서 채워야 한다던가. .

스토리라인 자체는 묵직하게 주제를 잘 잡고 잘 흘러가는 편이지만, 결말은 너무 심플하고 (아무리 프리퀄이지만 편집 영상으로 끝낼 필요는 없었잖아. 마지막 반전이 커버하긴 하지만) 아담은 간지폭풍이긴 한데 마스턴이나 알테어/에지오 같은 포풍 마성은 덜한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캐릭터들이 너무 뻣뻣해요. 모션이나 표정 연기나 (주연들은 그럭저럭인데 엑스트라는 좀 깨는 연기가 있습니다. 특히 레티샤;;;;;) 캐릭터 성격 자체도. 츤데레 프리처드 쨔응이 그나마 재미있었습니다. 그래도 알렉산더 맥퀸과 공각기동대 같은 일본 SF 아니메를 섞어놓은 개성적인 패션은 좀 재미있습니다. (메간과 자오는 개성이 지나쳐 좀 FAIL이였지만.)

하지만 이 게임의 큰 문제점은 패션도 뻣뻣한 모션도 아닌 서브 미션.... 너무 적어요. 아무리 그래도 한 지역당 꼴랑 한 두개 서브 미션이라니 이건 너무합니다. 그냥 이야기 진행하다가 충분히 다 클리어 가능합니다. 뭔가 문제가 생겨서인지 몇 개는 클리어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2주차는 별로 고려 안 한 게임 설계라는게 눈에 팍팍 띄더라고요. 이 게임의 큰 한계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재미있다고 할만합니다. 프리퀄 후속편이 나올지 아니면 그냥 넘버링 후속편이 모르겠지만.

 
7. 어새신 크리드 : 레벨레이션
아시다시피 제가 어크 팬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번 편은 한정판으로 구매했습니다.

솔직히 이번 편은 확장팩이라는 성격이 무척 강해요. 심지어 브라더후드보다도요. 에지오 파트 스토리 자체는 괜찮지만 결말이 좀 황당하게 끝나고 (막보스 정말 갑툭튀더라고요. 최후도 허무하고.) 게임 디자인은 약간 방향을 잃은 듯한 느낌입니다. 갈고리 암살검이나 심화된 암살단 경영, 다양화 된 폭탄, 잡몹들의 상향화는 확실히 좋지만, 덴 디펜스나 주목/경계도 강화는 좀 그렇습니다. 특히 후자는 좀 이상한 부분에서 현실적으로 변해버려서 짜증납니다. 난이도는 올라갔는데 조금 짜증나는 형식으로 올라갔습니다. 데스몬드 파트는 개별은 괜찮겠다...한데 갑자기 포탈 크리드가 된 느낌을 지울수 없고요.

하지만 워낙 게임이 짧게 치고 빠지기도 하고 (브라더후드보다도 훨씬 짧습니다.) 세 명의 강렬한 주인공들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는데다, 결정적으로 엔딩이 모든 단점을 상쇄합니다. 알테어의 장렬한 최후를 돌이켜 보며 자기의 숙명을 완수하는 에지오와 그걸 지켜보는 데스몬드가 이어지는 엔딩인데, 레데리처럼 한 시대의 종언이란 느낌이 나는 무게감 있는 좋은 결말입니다. 무엇보다 알테어가 적은 시간에 강렬하게 뽕을 잘 뽑고 퇴장해서 다행입니다.

아무튼 걸작이였던 2편과 브라더후드보단 2% 부족하긴 하지만 워낙 퀄리티 컨트롤을 잘해서 기본 이상은 잘 챙기고 있으며 (악평 들을 정도는 아닙니다. 아 덴 디펜스는 까도 됨.) 지금까지 따라온 팬이라면 해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에지오와 알테어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3편은 유종의 미를 잘 거두길.

P.S. ...뻘이지만 게임 스토리를 왠지 펭귄드럼하고 겹쳐서 본 건 저 뿐일듯; (게임이 느낌이 딱 '우리들이 선택한 운명의 문' 이렇습니다.)
P.S.2 게임을 클리어했다면 엠버즈는 필견입니다.


8. 언챠티드 3
2편과 동일한 포맷이라 적을 말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2편보다 훨씬 대담해졌습니다. 연출은 더욱 귀신 같아졌고요. 다이나믹해진 QTE 액션과 그 사이의 매음새가 감쪽같아진 걸 보면 [헤비 레인]의 영향력도 강하게 느껴집니다.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휙 날아가 상자를 잡는 시퀀스는 2011년의 장면으로 뽑을만 합니다. 실험적인 연출도 있습니다. 사막을 해메는 네이트 시퀀스나 환각 장면들, 보스전의 간소화 같은 부분들은 블록버스터 게임의 속편 치고 꽤 파격적입니다. 레벨 디자인 실패한 부분도 좀 있지만 (그 사막 전투는 좀 어렵습니다.) 전반적으로 여전히 잘 짜여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야기는 2편보다 훨씬 좋습니다. 캐릭터의 깊이가 생겼다고 할까요. 단순한 게임 디자인과는 조금 안 맞는 느낌도 있고, 보스 카리스마도 약해졌지만 전반적으로 실보다는 득이 더 많습니다. 첨언하자면 브로맨스 끼도 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묘하게 까이고 있는 것 같은데 단언하겠습니다. 까일 게임은 아닙니다. 훌륭한 게임에 걸맞는 훌륭한 후속편입니다. 다만 볼륨이 작은건 좀 아쉽군요. 난이도를 올리면 플레이 타임이 길어진다고는 하지만 말입니다.


9. LA 느와르 
엑박삼돌이로 진행중입니다. 1940년대 전후 미국을 배경으로 한 느와르 수사 어드벤처 물입니다.

보통 느와르 하면 홍콩 느와르를 많이 떠오르는데, 그건 外道고 (여전히 좋아하긴 합니다.) 오히려 LA 느와르가 표현하는 세계가 느와르의 본 의미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게임 자체도 느와르 영화 빠가 작정하고 클리쉐하고 이미지들, 인용들을 줄줄이 읊어대는게 눈에 보여요. 타란티노처럼 이죽거리는 패러디이라긴 보다는 진지한 오마쥬라는 느낌이 강하지만요. 굉장히 '미국'적인 게임인데 정작 만든데는 호주라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영화광이라면 정말 신나게 플레이 할 수 있을겁니다.

게임 디자인은 잘 하긴 했는데 너무 잘해서 오히려 빡세진 케이스입니다. 일단 어드벤처 게임들이 꿈꿨던 수사 과정을 꽤나 구체적으로 잘 옯겨놨습니다. 증거물 조사나 핫스팟 디자인은 잘 했지만 시각적인 것이 아닌 청각적으로 디자인해서 좀 골때리고, 무엇보다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거짓말하는 증인 알아맞춰 때리기는 좀 빡셉니다. 진실/거짓 판별 유무는 쉬운 편이지만, 추궁이나 거짓 판별하는 부분이 가장 헷갈립니다. 그래서 퍼펙트 클리어 하려면리셋 노가다가 의외로 많이 들어갑니다. 물론 다 틀리고 진행할 수 있겠지만, 게임의 편한 진행을 위해선 올려놓는게 좋아서... 그래서 게임 진도가 좀 지지부진한 감이 있어요.

게다가 GTA를 생각하면 안 되는게.... 사이드 퀘스트가 있으나 마나입니다. 미션 디자인이나 총질 액션은 정말 빈약하기 그지 없고 차량 운전은 GTA식 게임인데도 안전 운행을 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아니 이게 정상이긴 하지만. 사람 치이면 보고서에 올라가고 불이익이....) 디자인 때문에 막 아드레날린 발싸아아아 하면서 플레이하면 오히려 더 스트레스 받으실 겁니다. 즉 GTA 스타일의 게임을 기대하면 FAIL. 저희 형이 그 피해자입니다.

한국 게이머들에게는 꽤나 진입 장벽이 높은 게임입니다. 그 중 언어 문제가 가장 큽니다. 아마 제 생각엔 영어 난이도는 최강 아닐까 싶습니다. 1940년대 영어부터 시작해, 구어/속어/관용구가 난무하고 당시 시대상을 모르면 이해 못할 대사들이 많습니다. 솔까말 어설프게 번역했다간 오히려 역효과가 잔뜩 날듯합니다. 적어도 1급 장르/영화 번역가가 달려들어야지 제대로 될 껄요? 그리고 레데리의 서부극은 나름 한국에도 인기가 있지만 LA 느와르의 느와르는.... 영화광만 알 수 있는 요소죠. 대놓고 상하이에서 온 여인과 차이나타운을 오마주하는데 누가 알겠습니까.

아무튼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미묘하게 애매한 점도 있네요. 그래도 영화광에 어드벤처 좋아하는 저로써는 만족스럽습니다. 두 공통분모가 있는 사람이라면 필 플레이입니다.


10. 캐서린
퍼즐 게임인줄 나올때까진 몰랐습니다. 물론 어드벤처적인 면도 있습니다만, 퍼즐의 인상이 강합니다.

캐릭터나 스토리가 재미있습니다.  페르소나는 그래도 일본 게임 특유의 쥬브나일적인 면모가 있는데 캐서린은 전반적으로 일본 게임이라긴 보다는 영미권 게임에 가까워요. 일본 성우 캐스팅도 대부분 더빙 쪽에서 활약하는 베테랑들이고, 독신 남성에게 떨어진 책임이냐 자유나 라는 딜레마를 다루고 있는 주제도 상당히 어른스럽고 깊이가 있습니다. 소에지마 시게노리의 캐릭터 디자인도 상당히 영미 카툰 풍이고요. 린치 영향도 눈에 보입니다. 서구 애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점도 여기에 있을겁니다.

그런데 게임 디자인은 좀 하드코어합니다. 퍼즐 자체는 고도의 구성미가 있는데다 재미있는데 조작이 너무 스무스하고 게임 속도가 스피디해 오히려 어렵다는 인상입니다. 더 플레이해봐야 되겠지만 만만치 않을듯. 내년에 클리어 해보려고요.


11. 엘더 스크롤 : 스카이림
엑박삼돌이로 플레이 중. 초반만 깔짝하고 '이거 잡으면 딴 거 못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았는데, 확실히 서구식 블록버스터 RPG 그런거의 정점에 있는 게임입니다. 제가 자세히는 못 적겠지만 대작의 스케일감? 포만감? 이런게 있습니다. 세계관도 상당히 복잡하고요.

정작 엘더 스크롤은 울티마보다 뒤늦게 DOS 시절 비교적 조촐하게 시작했던 게임인데 이런 대형 브랜드가 된 걸 보면 뭔가 감개무량합니다. (여담인데 전 베데스다의 존재를 현세대 게임기부터 알게 됬습니다;;;)

내년에 제대로 잡아서 클리어 해볼까 합니다.


12. 포탈 2
PC판으로 플레이 중입니다. 포탈은 개인적으로 새 시대의 이코 아닌가 싶습니다. 적과 대치하는 액션을 거의 배제하고 순수히 어드벤처와 퍼즐 장르의 발상으로 밀고가는 폐쇄적인 연극풍 SF 게임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신선했는데 (의외로 이 정도 인지도까지 올라온 것도 신기하고요.), 포탈 2도 성공적입니다.

이번엔 스케일도 넓어지고 비교적 캐릭터 간의 피드백? 이랄까 그런 것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극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건 주인공과 글라도스의 밀당입니다. 그리고 이런 게임들은 종종 창의력을 잃고 매너리즘을 만들기 쉬운데 포탈 2는 그렇지 않습니다. 퍼즐 같은 건 여전히 창의적이며 새로 도입된 요소들도 좋습니다.

이것도 클리어 후에 자세히 적겠습니다.


13. 기어스 오브 워 3
엄폐가 강조된 TPS 게임....입니다. 헤일로와 함께 엑박 진영에선 유명했는데 정작 저는 이번에 처음 접해보게 되네요.

제가 전편들을 플레이 못해서 차이점은 못 적는데 확실한 건 엄폐 이동이 무지 다이나믹하고 액션들이 무지 호쾌합니다. 특히 전기톱으로 투왁하고 써는 부분은 정말 굉장하더라고요. 레데리와 다른 의미로 호방한 게임입니다. 뭐랄까 시리즈의 토대에 너무 확고해서 저같이 이번 시리즈로 접하게 된 사람에게는 약간 불친절한 면모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호방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클리어 할 것 같습니다. 2편도 한번 해볼까 생각중이네요.

--------
앨런 웨이크도 해보고 싶었는데 으아니 왜 품절이요.
0  Comments,   0  Trackbacks
Eels - [Beautiful Freaks] (1997)


생각해보니 1990년대는 컷 앤 페이스트가 본격적으로 대중음악사에 대두됬던 시절이였던 것 같습니다. 힙합이 슬금슬금 기어올라 성공을 거두면서 힙합 장르 바깥쪽 뮤지션들이 이 방법론에 대해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죠. 벡이 그랬고, 플레이밍 립스가 그랬고, 이번의 일즈가 그랬습니다. 다양한 리듬과 루프, 효과음, 장르 혼합, 다소 금기시 되던 샘플링을 하면서 그들은 익숙한 고전의 문법을 새로운 느낌으로 재창조해서 장르를 신선하게 만들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둘 다 중견 뮤지션이 됬지만 꾸준히 양질의 결과물을 내놓고 있군요. 일즈는 조금 밀리는 것 같지만.

제 생각엔 이런 백인 락/팝 뮤지션이 컷 앤 페이스트를 접근하는 방식은 비치 보이스와 브라이언 윌슨, 반 다이크 팍스 같은 60년대 미국 사이키델릭 팝스 작법하고 연관이 있는거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러니깐 소리의 덩굴을 만들되, 기둥이 되는 로큰롤이나 팝스의 뿌리는 포기하지 않는 방식이죠. 아무튼 이들은 인디 팝과 네오 사이키델릭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각설하고 일즈의 데뷔 앨범은 흥겨우면서도 아련한 감수성을 자극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음반입니다.전반적으로 옛 미국 음악을 샘플링하고 ('Novocaine for the Soul') 절절히 끓는 보컬은 진한 블루 아이드 소울과 컨트리, 포크의 향취('My Beloved Monster')가 나는 등 미국적인 요소가 발견되지만 의외로 영국식 팝스의 영향도 강한 앨범입니다. (그 중 엘비스 코스텔로의 영향력이 생각외로 강합니다.)  벡보단 멜랑콜리와 자괴심에 가득찬 사춘기 감수성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절대로 쿨함을 잃지 않는 일즈의 태도는 90년대 미국 그런지 세대의 분노와 영국 브릿팝 세대의 쿨함 모두 맛볼수 있습니다. 

아무튼 간만에 앨범이 너무 짧게 느껴져 더! 더!를 외치게 하는 음반입니다.  개인 사정 때문인지 이 다음 앨범인 [Electro Shock Blues]는 그런 아련함이 사라지고 자학과 절망, 신경질적인 유머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물론 이 쪽도 굉장한 걸작입니다.) 이 앨범의 중용의 멜랑콜리는 더욱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사촌 형 집에서 발견했을땐 특이한 커버 때문에 손이 가지 않았는데 막상 들으니 정말 아름다운 앨범이였습니다.

P.S. 일즈는 욘 브리온하고도 연관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일즈 이전의 마크 E 에버렛의 솔로 앨범과 관계가 있는거지만....
0  Comments,   0  Trackbacks
얄개들 -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 (2011)

2011/04/06 - [Headphone Music/잡담] - 룩앤리슨 / 얄개들 싱글 간단 리뷰.


얄개들 첫 앨범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선행 싱글에서 맛보았던 다채롭지만 담백한 코드와 탄탄한 연주가 돋보이는 개러지 로크입니다. 새로 공개 된 곡 중심으로 보자면 '산책 중 우연히 만난 외할머니' 같은 곡은 연주곡이지만 변칙적이면서도 오밀조밀한 연주가 청각적 풍경을 만들어내며, '슬프다 슬퍼'는 간출하게 쌉싸름한 멜랑콜리를 만들어냅니다.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단계를 밟아가며 신명나고 아련한 감수성의 판을 벌이는 '꽃잔치'는 좋은 엔딩 트랙이고요. 

하지만 첫 싱글하고는 확연이 차이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소리의 질감입니다. 이 앨범의 질감은 한마디로 건조하고 퍽퍽합니다. 스튜디오 양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앨범입니다. 원테이크로 녹음되어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는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여기에 이질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좀 있으실수도 있을겁니다. 특히 '꿈이냐'나 '우리 같이' 도입부는 싱글의 드라마틱함 대신 담담한 울림을 선택했기 때문에 가장 달라보입니다. 전반적으로 산울림의 개러지 록 (초기 1,2,3집)나 초기 페이브먼트에 가까워졌습니다. 어떤 느낌인지 대충 짐작 가실겁니다.

솔직히 싱글의 윤택한 질감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처음엔 이 앨범의 선택에 당황하긴 했습니다만, 찬찬히 들어보니 이런 선택이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특히 '꿈이냐' 앨범 버전에서 칼칼하게 울려퍼지는 전자 기타와는 싱글 버전하고는 독자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은 청량한 물 같은 느낌의 앨범입니다. 요새 대세하고는 한발짝 떨어져서 처음에 느끼기엔 다소 심심하다 느낄수 있겠지만, 그 속에 감춰둔 날카롭지만 아련한 감수성과 일상에 대한 담담하지만 재치있는 가사는 곱씹어보기 충분합니다.
3  Comments,   0  Trackbacks
룩앤리슨 / 얄개들 싱글 간단 리뷰.

사실 싱글 이야기는 잘 꺼내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정말 오래간만에 싱글이라는 걸 사봤기 때문에 간단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룩앤리슨의 음악은 펑크입니다. 다만 이 펑크라는게 섹스 피스톨즈나 클래시처럼 단순과격한 쓰리 코드에 선동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는 펑크가 아니라, 오히려 그 뒤에서 물러나 팝이 팝다웠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신 모드 종자 (예를 들면 더 잼 이라던가, 버즈콕스라던가)에 가깝습니다. 'Superman' 곡 해설에서도 알 수 있죠. 훅이 강한 여성 펑크라는 점에서는 슬리터 키니를 언급할 수 있을 겁니다. (본인들은 소년 나이프를 언급하더라고요.) 다만 슬리터 키니의 중요 요소로 차지하고 있는 페미니즘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적어도 이 싱글 내에서는 말이죠.

사실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나쁜게 아니라 그만큼 장르를 정석적으로 따르고 있어서 말이죠. 가사는 일상적인 수준의 주제들을 이야기하고 있고, 재빠르고 간략화된 쓰리코드 연주와 달달한 훅, 그와 대조되는 전반적으로는 쿨한 톤의 보컬이 안정적인 프로듀싱 하에 결합되어 있습니다. 다만 뭐랄까 한국 록하면 다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은은한 뽕끼?라고 해야 할까 그런게 없습니다. 영어 가사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굉장히 '영미권'스럽다는 느낌입니다. 듣고 있으면 검정치마나 포니가 생각나는데, 가이디드 바이 보이시즈나 스트록스 같은 미국발 신 개러지 록 흐름을 많이 따랐던 전자들과 달리 이들은 더 잼과 버즈콕스 나아가 리버틴즈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는 점이 꽤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포지셔닝을 나름 괜찮게 잡았으니 꾸준하게 나간다면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9/06/11 - [Headphone Music/잡담] - 얄개들 - 청춘만만세

전 사실 2년전부터 얄개들을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청춘만만세에서 느껴지던 풋풋한 체념을 들으며 요 라 텡고를 처음 접했을때 느꼈던 신선한 충격에 빠진 뒤, EP나 싱글이라도 나오면 꼭 산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사이에 신곡을 공연장에서 발표했다지만 전 공연장과 거리가 먼 리스너라 --;

룩앤리슨과 달리, 얄개들은 한국 록의 뿌리에 닿아있다는 걸 확실히 확인 할 수 있는 밴드입니다.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밴드들은 산울림과 들국화, 3호선 버터플라이겠죠. 이들이 선보이는 퍼즈 톤의 기타와 아련하게 닿을 수 없는 슬픈 (약간의, 세련된 뽕끼도 담겨있는) 감수성들은 저 밴드들의 특징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물론 영미권 인디 록에서도 언급할만한 밴드들이 있는데 위에서 언급했던 요 라 텡고와 소닉 유스 (특히 '꿈이냐'의 초반과 후반을 차지하고 있는 소닉 어드벤처는 소닉 유스를 떠올리기에 충분합니다.), 페이브먼트 같은 노이즈 로큰롤로 쌉싸름한 감정을 표출하던 밴드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얄개들은 확실히 룩앤리슨보다 '연주'에 방점이 찍혀있는 밴드이기도 합니다. 인터뷰를 살펴보면 이들은 헤비메탈과 아트 록을 좋아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실제로 '우리 같이'나 '꿈이냐'의 간주 부분들은 쓰리 코드의 단순함하고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도 복잡다단한 구조와 감수성을 표현할 줄 안다고 할까요. 이런 안정적인 연주 실력은 얄개들이라는 밴드에 믿음직한 신뢰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곡은 '우리 같이'와 '꿈이냐' 이 두 곡입니다. 천천히 타오르며 마지막에 팍 터트리는 '우리 같이'나 반대로 처음부터 하이 텐션으로 올라가 적절한 완급 조절로 사람을 쥐락펴락하는 '꿈이냐' 모두 가슴 시리게 청춘의 단면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슬픔을 좋아하나요?", "비참했던 나날들 모두 사라지네 꿈결 같이
") 이런 묵직함과 믿음직함을 안겨주었던 한국 밴드는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2  Comments,   0  Trackbacks
The Youngbloods - Sunlight


영블러드 (발음이 유사한 모 힙합 그룹은 Youngbloodz입니다.)는 보스턴 출신의 1960년대 포크 록 밴드입니다. 웨스트코스트를 강타했던 'Get Together' 빼곤 변변한 차트 성적을 올리지 못한 그룹이였고, 그나마 1960년대도 넘지를 못하고 흐지부지해졌지만, 이후 등장할 웨스트코스트의 AOR에 단초를 남긴 밴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들을 이야기하려면 버즈와 밥 딜런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만큼 버즈의 쟁글쟁글 포크 록 핵우산에 들어가 있는 밴드고, 작곡 방식에서도 포크와 컨트리, 블루스의 어법들이 많이 느껴집니다. (2집의 'Statesboro Blues' 커버는 꽤 노골적이죠.) 다만 영블러드는 몽글몽글한 피아노를 무기로 재즈와 틴 팬 앨리 팝스 같은 장르를 끌어들여 팝화된 감수성과 복잡한 코드를 들려줍니다. 이 점에서 영블러드는 버즈와 다른 영역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들의 세계는 초기 세 장으로 집약될 수 있습니다. 첫 앨범 [Earth Music]은 피아노가 주를 이루는 (세 앨범 중 피아노 함량이 가장 높습니다.) 약간 풋풋한 블루지 포크 팝였고, 세임 타이틀 앨범은 저 풋풋함을 성숙함으로 바꾸려는 시도와 결과가 담겨있었으며 (묘하게 버즈의 [Younger than the Yesterday]가 생각났습니다.), [Elephant Mountain]는 그 결과의 심화입니다. 앨범을 낼수록 재즈의 요소가 강해지는 것도 재미있는 점인데, 특히 3집의 'On Sir Francis Drake'나 'Ride the Wind' 같은 곡들에선 프리 재즈의 복잡한 코드들로 이뤄져 있는 즉흥 연주를 부드러운 하모니에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엿보입니다. 재즈를 팝 음악의 영역에 끌여들여 소프트 록의 어법을 넓혔다는 점에선 좀비스하고 비견할 부분도 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이 곡은 [Elephant Mountain]에 실려있는 곡인데, 보사노바의 영향을 받은, 가볍고 산뜻한 퍼쿠션과 그와 대조되는 멜랑콜리한 어쿠스틱 기타가 가슴을 저미는 곡입니다. 물론 'Dreamer's Dream'나 'All Over the World (La-La)', 'Get Together' 같은 곡들도 좋아하고 멋진 튠이지만, 이 곡이 선사하는 멜랑콜리함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지금 같은 봄날과 정말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P.S. 야마시타 타츠로와 오누키 타에코가 음악 생활을 시작했던 슈가 베이브도 이 밴드의 1집 수록곡에서 따왔습니다.
P.S.2 앨범 구매 가이드에 대해 잠시 적자면, 영국 BEAT GOES ON에서 3장 모조리 합본된 앨범 (2CD 구성)을 추천드립니다. 패키지에만 신경쓰지 않는다면 리마스터도 신경써서 됬고 가격도 쌉니다. 참고로 선데이즈드에서 개별로 나온 적이 있으나 절판 기세여서 구하기 힘듭니다.
0  Comments,   0  Trackbacks
Scott Walker - Jackie



인디 키드에게 스콧 워커는 펄프 프로듀서 혹은 짐 오루크와 놀면서 음침한 고딕풍 실험 음악으로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을 겁니다. 하지만 스콧 워커의 본령은 프렌치에 발을 걸친 바로크 풍의 오케스트라/챔버 팝스였습니다. 4집 말아먹고 워커 브라더스 재결성하기 이전 내놓은 4장 모두 그 본령에 충실한 앨범이였습니다.

프렌치에 발을 걸친,이라는 수식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콧 워커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샹송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만큼 스콧 워커의 음악은 샹송 같은 채널 해협 넘어 유럽 문화의 향취가 많이 느껴집니다. 6-70년대 활동하는 동안 가장 알려진 곡인 이 곡은 그런 본령을 확인하기에 딱 좋습니다. 이 곡 샹송 벨기에 출신의 샹송 가수인 자크 브렐의 곡을 커버한 곡인데, 원곡의 프랑스어 특유의 술술 넘어가면서도 악센트는 빼놓지 않는 매력을 영어에 고스란히 이식해 허풍 넘치고 독특한 맛이 있는 라임을 만드는 (조금 밥 딜런스럽기도 합니다.) 스콧 워커의 보컬부터, 다소 강한 보컬을 받쳐주는 정도인 원곡의 연주와 달리 풍성하게 채색되는 오케스트라까지 원곡과 다른 아우라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술술 잘 넘어가서 계속 반복 청취하게 됩니다.

이 곡은 [Scott 2]에 수록되어 있는 곡인데, 이 앨범도 이 곡만큼이나 꽤 특이한 맛을 가지고 있는 앨범입니다. 허풍 가득한 오케스트라와 다소 느끼한 바리톤의 스콧 워커의 보컬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그게 합으로 들어보면 전혀 느끼하거나 허풍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멋들어진다고 할까요? 훌륭한 곡을 안정적인 발성과 음역으로 모조리 소화해내는 워커의 보컬도 물론 대단하지만 이 앨범은 편곡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앨범으로 손 꼽을만한 합니다. (유려하게 미끌어지는 'Plastic Palce People'의 도입부나, 거창한 스케일을 만드는 'Best of the Both Worlds' 같은 곡들.) 유럽적인 퇴폐미가 묻어나면서도 위풍당당한 (혹은 남성적인?) 앨범입니다. 프랑스와 영국이 모두 사랑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P.S. 정작 스콧 워커는 독일 부모를 둔 미국인입니다. 영국이나 프랑스 모두 직접적인 관련이 없죠.
P.S.2 자크 브렐의 원곡은 아래에 있습니다.

'Headphone Music >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Youngbloods - Sunlight  (0) 2011.03.12
Nine Inch Nails - Head Like a Hole  (2) 2011.03.04
Scott Walker - Jackie  (0) 2011.02.28
Roots Manuva - Witness (1 Hope)  (0) 2011.02.18
Sun Ra - [Space is the Place] (1973)  (0) 2011.02.15
Nick Drake - [Bryter Layter] (1970) & [Pink Moon] (1972)  (8) 2011.02.13
0  Comments,   0  Trackbacks
Sun Ra - [Space is the Place] (1973)

선 라라는 이름은 스테레오랩과 요 라 텡고의 [Summer Sun]이라는 앨범 때문에 알게 되었습니다. 흥미를 느껴서 뭘 듣을까 찾아보다가 너무 막막해서 그만두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듣자하니 음반이 5000장을 넘어간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다가 최근에야 이 앨범이 가장 구하기 쉬운 대표작으로 꼽아서 지르게 되었습니다.

같이 산 허비 행콕의 [Crossings]와 마찬가지로 이 앨범도 기어이 정형적인 틀을 벗어나려고 별의별 발악을 해대는 프리 재즈 앨범입니다. 하지만 선 라는 어느 정도 연주라는 테마를 유지하려는 흔적이 보였던 허비 행콕보다 더욱 기상천외하고 탈재즈적입니다. 21분 짜리 대곡이자 앨범의 심장을 구성하고 있는 'Space is the Place'는 그야말로 난잡한 소리의 난장입니다. 파피사 신시사이저의 뿅뿅 거리는 소리로 출발해 'Space is the Place'라는 슬로건을 의미없이 중얼거리는 디바들, 고삐가 풀려서 미쳐 날뛰는 색소폰,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리듬 등이 청자의 귀를 떠다닙니다. 다른 곡 제목처럼 이 앨범은 말 그대로 소리의 바다('Sea of Sounds')입니다. 이게 음악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 기괴한 소리들을 찬찬히 듣다보면 선 라가 인도하는 우주에 도달하는게 인상적인 곡입니다.

다른 곡들은 좀 더 편한 편입니다. 하지만 기이한 매력은 여전히 포기 하지 않고 있는데, 하드 밥 풍의 아름다운 피아노 간주에 여러 소리 층들이 쌓이는 'Images', 위로 치솟을려다가 갑자기 쭉 내려앉아버리는 랙타임 풍 관악기가 탈력적인 바이브을 만드는 'Discipline', 'Space is the Place'의 소규모 리프라이즈인 'Sea Of Sounds', 괴팍한 유머 센스로 마무리하는 'Rocket Number Nine'이 그렇습니다. 이 곡들은 타이틀 트랙의 에너지를 보조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과 여러 외적 이미지들을 통해 드러나는 선 라의 우주는 여러모로 재미있습니다. 그가 음악에서 주창하는 우주는 과학적인 의미의 우주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영적, 선적 우주에 가까운데, 특히 고대 이집트 문화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우주를 소개합니다. 그가 자신을 대중에게 노출하는 방식이 지금 자넬 모나네나 카녜 웨스트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점은 여러모로 생각해볼만 합니다. 민권 운동과 연관을 맺으며 탈인종의 길을 모색했던 그의 지향이 지금 흑인 세대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고 있다는건 확실해 보입니다.

이 앨범은 쉬운 앨범은 아닙니다. 고도로 계산된 카오스에 가까웠던 허비 행콕의 [Crossings]과 달리, 선 라의 이 앨범은 계산마저 제거해버린 말 그대로 무작위적인 카오스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 카오스엔 놀랍도록 생생한 에너지와 초현실적인 심상들로 가득합니다. 선 라라는 기인의 재능을 확인하기에 가장 좋은 앨범 아닐까 싶습니다.

P.S. 그래도 어렵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술 걸치고 들으시면 됩니다. 해봤는데 정말 완벽하게 들립니다. (...)
0  Comments,   0  Trackbacks
Nick Drake - [Bryter Layter] (1970) & [Pink Moon] (1972)
닉 드레이크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뮤지션입니다. 첫 앨범 [Five Leaves Left]는 암울했던 고3 시절을 동거동락했던 앨범들 중 하나이며, 들으면서 매번 '어떻게 기타를 이런 식으로 연주할 수 있을까!' '이런 현악 연주는 어떻게 뽑아냈을까', '가사는 또 어떤지...' 라고 매일매일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정작 나머지 앨범을 구한 건 최근입니다 (...) BACK TO CLASSIC ERA을 선언을 하고 나서 이빨 빠진 앨범들을 채워넣기 시작했는데, 싸게싸게 한국반으로 구입을 했습니다. 리마스터링에 대해 말이 좀 많은 편인데 (특히 [Bryter Layter]는 CD 리마스터링 실패 사례로 꼽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뭐 다시 리마스터링 나와도 충분히 구매할 의사가 있습니다.



[Five Leaves Left]를 듣다가 1970년에 발표한 두번째 앨범 [Bryter Layter]를 듣게 되면 좀 많이 놀라게 됩니다. 너무 밝아서 말이죠. 거의 트위 팝 수준인데, 'Hazy Jane II' 같은 곡은 요새 벨 앤 세바스찬 곡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활기찬 모습을 보입니다. 타이틀 트랙은 완벽한 목가주의 바로크 팝스고, 'At The Chime Of A City Clock'의 은은한 오케스트라와 색소폰은 비상감마저 느껴집니다. 'Poor Boy'는 재즈를 기반으로 코러스(!!!)가 동원된 팝스이고요.

아마 이 앨범은 얼마 되지 않는 닉 드레이크 커리어 중에서 가장 블록버스터 급으로 제작된 앨범일겁니다. 페어포트 컨벤션, 존 케일 ('Fly'에서 첼레스타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비치 보이즈의 마이크 코왈스키, 에드 카터, 전작에서 활약했던 로버트 커비와 프로듀서 조 보이드까지 굉장히 유명한 뮤지션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앨범은 닉 드레이크 앨범 중에 좀 더 밴드 포맷에 가까운 앨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앨범의 중심은 여전히 닉 드레이크의 기타입니다. 변칙 코드와 핑거링을 즐겨쓰면서도 어느 순간 보편적인 서정을 탁 쳐버리는 그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수많은 소리 층 속에서도 우뚝 서 있습니다. 그는 어쿠스틱 기타의 매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낮고 고요한 목소리도 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수줍지만 때론 밝은 햇살을 드러내는 팝스라는 점에서 이 앨범은 후일 1990년대에 등장한 바로크 팝/포크 세대들에게 영향을 준 게 확실합니다. 전작의 단아함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앨범입니다.

P.S. 다소 특이한 앨범 제목은 brighter later의 여왕 영어식 발음이라고 합니다. BBC 기상예보관이 이런 식으로 발음하곤 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Bryter Layter]도 꼴아박았습니다. 레이블은 지원을 끊어버리고, 조 보이드도 미국으로 돌아가버리고 닉 드레이크는 깊은 좌절감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이 앨범은 자신의 집과 사운드 테크닉 스튜디오를 오가며 닉 드레이크와 프로듀서 존 우드 단 둘이서만 작업하게 됩니다. 다 만들고는 레이블에게 마스터 테이프를 휙 던지고 가버렸고요. (그래도 마그리트 풍의 앨범 커버는 여동생이 그려줬다고 합니다.) 닉 드레이크 자신도 곡 쓰는데 열의를 잃어버렸는지, 이 앨범은 세 앨범 중 가장 러닝 타임이 짧습니다. 곡도 4분을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 점 때문에 이 앨범은 두 앨범과 다른 매력을 가지게 됬습니다. (첫 트랙 'Pink Moon'의 간소한 피아노 제외하면) 오로지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진행되는 이 앨범은 여러모로 그의 영웅이였던 버트 얀시의 동명 데뷔 앨범을 생각나게 하는데, 그 내밀함이 닉 드레이크 자신의 개성에 투영되면서 만들어내는 음예한 아우라는 쉽사리 잊혀지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첫 앨범의 균형과 두번째 앨범의 풍성함과 다른 앙상한 매력이 담겨져 있습니다.

가사라는 측면에서도 이 앨범은 그 동안의 가장 어두운 면모를 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Parasite'나 'Things Behind The Sun' 같은 곡 제목은 좌절, 나아가 죽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From The Morning'은 그래도 그래 내일의 태양은 뜰꺼야 라는 심정으로 마무리하지만 이 앨범 이후 닉 드레이크의 운명을 알면 비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앨범의 놀라운 점은 정말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작업한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천재성이라는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범인들은 도저히 접근하지 못할 고고한 경지가 느껴진달까요. 닉 드레이크의 음악 생활은 짧았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내놓은 앨범들은 모두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8  Comments,   0  Trackbacks
John Coltrane - Blue Train



1950년대 중반부터 재즈엔 하드 밥이라는 새로운 움직임이 대두됩니다. 비밥에서 출발한 하드 밥은 쿨 재즈의 시크한 태도와 상반되게 하드 밥은 블루스와 가스펠 음악에 영향을 받아 좀 더 에너제틱하고 강렬한 싱커페이션 (당김음)과 임프로바이제이션을 추구했던 흐름이였습니다. 이런 강렬함은 종종 사이키델릭한 바이브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하드 밥 뮤지션들이 약물 상용자였던걸 생각해보면 이 바이브는 약물의 효과를 긍정했던 최초의 바이브라 볼 수 있을겁니다.

존 콜트레인의 [Blue Train]은 그 점에서 하드 밥이라는 흐름을 잘 짚어내고 있는 앨범입니다. 타이틀 트랙 'Blue Train'은 10여분 동안 청명한 멜로디와 그에 대조되는 강렬한 즉흥 연주로 청자를 잡아채고 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에너지로 강한 긴장감을 부여하지만 단아함을 절대 잃지 않는 고고함이 서려 있다고 할까요. (모두에게 평등하게 포커스가 돌아가는 이 트랙의 테마 진행에서 존 콜트레인의 헐거운 리더십을 찾아 볼 수 있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이어지는 Moment's Notice, Locomotion, Lazy Bird도 그런 약빨 쩌는 에너지와 단아함의 대결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I'm Old Fashioned는 그런 팽팽한 대결 속에서 한발 쉬어가는 여유가 느껴지고요. 무시무시한 연습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도의 집중력과 화성과 곡의 구성에 대한 번뜩이는 통찰력이 매력적입니다.

이 앨범에선 이후 이어지는 프리 재즈의 단초가 느껴집니다. 기존 재즈의 정석적인 테마나 노트를 따르기 보다는 원초적인 기운과 에너지를 풀어내는 것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과도기적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앨범이 이루고 있는 자유로운 에너지와 단아한 정념의 팽팽한 대결은 과도기라 치부하기엔 아까운 구석이 있습니다.

0  Comments,   0  Trackbacks
Bob Dylan - [Blonde On Blonde] (1966)


조금씩 밥 딜런 앨범을 모아가는 중인데, 이번엔 [Blonde On Blonde]입니다. 말 안해도 다 아는 명작이죠.

아무래도 고속도로 61번 앨범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 이 앨범은 혁명 같은 고속도로 61번 앨범의 포크 록 혁명를 이어가면서도 좀 더 달뜬듯한 느낌으로 곡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딜런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고 하는데, 그 행복함이 어느 정도 앨범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솔직담백한 로큰롤 'I Want You'나 이례적으로 브라스가 쓰인 'Rainy Day Women No. 12 & 35', 'Absolutely Sweet Marie' 같은 곡이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막 행복에 달뜬 앨범은 아닙니다. 오히려 행복 뒤에 찾아오는 알 수 없는 고독감 같은 것이 이 앨범의 중심 테마에 가깝습니다. 록의 비트에 집중해 차갑고 날카로웠던 인상의 전작 ('Queen Jane Approximately' 같은 곡 제외.) 과 달리 이 앨범은 블루스와 컨트리의 화성과 멜로디를 많이 도입해, 관조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무척이나 아름답고 쓸쓸한 발라드 'Visions of Johanna', 'Just Like A Woman'가 그렇습니다.

고속도로 61번의 세련되고 차가운 느낌과 다른, 알딸딸한 기운과 멜랑콜리가 멋들어지게 청자를 자극하는 앨범입니다. [하이 피델리티]에서 이 앨범 없자고 하니깐 막 갈구는게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P.S. 가사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짬이 안 되서 조용히 여기서 정리합니다. (딜러니즘에 대한 제 생각이 무르익으면 해보겠습니다.)

'Headphone Music >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John Coltrane - Blue Train  (0) 2011.02.06
Helplessness Blues  (4) 2011.02.04
Bob Dylan - [Blonde On Blonde] (1966)  (4) 2011.01.30
조노스코프  (4) 2011.01.27
The Band - The Night They Drove Old Dixie Down  (0) 2011.01.25
The Byrds - Have You Seen Her Face  (2) 2011.01.22
4  Comments,   0  Trackback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