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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게임리뷰 (9)
더 라스트 가디언 [人喰いの大鷲トリコ / The Last Guardian] (2016)

(누설이 있습니다.)

우에다 후미토는 걸작 [완다와 거상]을 내놓은 뒤, 10년 이상을 침묵해왔다. 그의 신작 [더 라스트 가디언]은 원래 PS3로 나올 게임이었으나, 계속 미뤄졌다. 심지어 PS4 런칭작으로도 선정되지 않았을 정도니깐. 우에다 후미토 본인은 이미 개발을 다 해뒀다고 말했지만, 게이머들에게 [더 라스트 가디언]은 불로초나 다름 없는 존재였다. 다행히 2015년부터 발매 계획이 잡히기 시작하더니, 2016년 본격적으로 공개되었고 그해 연말 게임이 나왔다.

우선 우에다 후미토 팬들이라면 이 게임이 [이코]와 [완다와 거상] 어디에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답은 [이코]다. [완다와 거상]은 극도로 단순화된 오픈 월드에 플레이어를 던져놓고 보스를 차례대로 찾아가는 과정 자체를 퍼즐화하는 신선한 시도를 취했다면, [더 라스트 가디언]은 [이코]처럼 고립된 신비로운 무대를 배경으로 선형적으로 이어지는 스테이지와 퍼즐을 풀어가는, 전통적인 퍼즐 어드벤처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심지어 주인공을 잡아 이끄는 그림자 괴물에 이은 적 골렘 병사도 건재하다. 우에다 후미토가 장르를 창조하는 게 아닌, 장르를 재발명하는 타입의 게임 개발자이긴 해도 [더 라스트 가디언]은 명백히 [이코]의 정신적 후속작에 가깝다.

하지만 [더 라스트 가디언]은 [이코]의 자기복제하는 게임은 아니다. 두 게임은 '동반자'라는 요소를 공유하지만, 접근하는 방식은 다르다. [이코]의 요르다는 신비한 동반자라는 개념을 내세웠지만, 궁극적으로는 주인공과 같은 위치에서 행동하는 인간이었다. 요르다는 RPG 게임의 NPC 동료를 재해석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라스트 가디언]의 동반자 식인 독수리 토리코는 다르다. 그러니깐 정말로 보기 힘든 타입의 상호작용을 하는 동반자다.

우선 이 토리코는 엄청나게 '크다'. 실제로 토리코를 보게 되면 그 크기에 흠칫 놀라게 될 것이다. 프레임에 꽉 들어찬 토리코는 그 자체로도 스펙타클이다. 우에다 후미토는 전작에서 거상을 만들듯이 토리코라는 생물을 만들어간다. 플레이어는 토리코를 풀어준 이후, 토리코를 데리고 다니며 유도해야 한다. 토리코를 타고 올라 발판으로 삼거나 날아서 이동하며, 퍼즐 도구로 쓰이거나 그림자에게 공격받는 플레이어를 대신 지켜준다. 어떤 부분에서는 집에서 키우는 동물과 같이 행동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고질라나 킹콩처럼 행동하는 이 생물은 정말 특이한 감흥을 안겨준다. 개새라는 말은 적어도 제대로 짚은 셈이다. 토리코는 창작물 통틀어 독특하게 만들어진 괴수다.

우에다 후미토와 소니 재팬 스튜디오가 이 게임에 오랫동안 매달렸던 이유도, 이 토리코라는 생명체를 게임에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할지에 대한 고민 때문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더 라스트 가디언]은 직관적인 게임은 아니다. 우에다는 각 상호 작용 포인트를 소비에트 몽타주 이론가들이 숏을 이어붙이는 것처럼 '법칙은 있되 설명은 없이' 배치한다. 그리고 조작을 최대한 단순화한 뒤, 인물들의 반응에서 그 상호 작용 포인트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파악하도록 유도했다. 때문에 우에다 후미토 게임을 플레이를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스테이지에 배치된 상호 작용 지점을 학습하고 상상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우에다 후미토가 이전에서 선보였던 게임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캐릭터 그 자체로 레벨 디자인이 되는 [더 라스트 가디언]에서 플레이어가 상상해야 하는 부분은 더욱 정교해졌다. 요르다랑 달리 토리코는 그 크기 때문에 이동할 수 없는 구간이 있고, 반대로 토리코 혼자서 이동 가능한 구간이 있다. 토리코의 속성에 맞춰 고안된 퍼즐들라던가 실상 지극히 단순한 조작 체계도 한 몫한다. 플레이어는 이런 다양한 지점들을 끊임없이 생각하며 토리코를 조종해야 한다. [더 라스트 가디언]은 동료 NPC를 위해 배치된 불가능과 가능의 경계를 움직이는 레벨 디자인와 결합하는 실험을 하는 게임이다. 

와중에 [더 라스트 가디언]은 서스펜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우에다 후미토는 개별 스테이지마다 토리코와 소년을 떼어놓으려고 애를 쓴다. 좋은 호러 게임이 그렇듯이 [더 라스트 가디언]은 위협으로 스스로 들어가도록 플레이어를 유도하고, 거기서 빠져나올 방법을 생각토록 하게 한다. [이코]에서 고안했던 서스펜스 설계를 답습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몇몇 지점에서 우에다 후미토는 무성 영화만이 가능한 순수한 서스펜스에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음향과 조명, 캐릭터의 동선과 액션을 배치하는 것으로 우에다 후미토는 비디오 게임의 액션이 어떻게 이뤄져야 할지 질문한다.

변함없이 좋은 부분도 있다. 우에다 후미토는 1급 비주얼 아티스트도 꿀리지 않을 자기만의 세계관과 미적 일관성이 있으며, [더 라스트 가디언]에서도 여전하다. 그는 여백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아는 시각 예술가다. 첫 풀 HD 게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에다 후미토는 그 드넓은 공간을 자유자재로 늘렸다가 줄인다. 탑 밖을 빠져나와 거대한 절벽과 텅 빈 허공으로 둘러싼 성을 토리코와 함께 보고 있으면 그 원초적인 풍경에 눈물이 더럭 날 정도다. [더 라스트 가디언]은 장대한 프레임을 살릴줄 아는 몇 안되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서사는 어떠한가? 후미토 특유의 쓸쓸한 느낌의 전개부터 설명 없이 상상하게끔 만드는 부분은 여전하다. 사실 [이코]랑 크게 다를 게 없는 [더 라스트 가디언]의 서사를 독특하게 만드는 부분도 괴수 장르에서 비롯된다. 우에다 후미토는 로딩 화면에 단서를 던져두었다. 16세기 박물학 서적에서 가져온 이 가상의 생물 일러스트들은, 과학이 막 움트던 시절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상상과 현실이 뒤섞인 모습을 띄고 있다. [더 라스트 가디언]은 자연의 법칙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없는 세계가 어떤 공포과 미신을 만들어냈는지, 회상을 통해 보여준다. 이때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공포보다는 체념이 가깝다.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한 시스템에 대한 원망과 체념. 

사실 이 체념은 우에다 후미토 전작을 장악하고 있는 감정이기도 하다. 그는 고립된 공간에 자리잡고 있는 부조리한 세계의 법칙을 개인이 파괴하는 이야기에 계속 끌린다. 그 세계에 속한 사람들은 그 법칙 때문에 고통받으며, 소년들은 그 법칙을 파괴하는 모험을 떠난다. 제물로 바쳐진 이코는 같이 나가기 위해서 기어이 요르다의 어머니인 여왕를 죽여야 했고, 완다는 위험과 파국을 무릎쓰고 부조리하게 죽은 소녀를 살리기 위해 기어이 악마를 부활시켜야만 했다. 하지만 두 작품과 달리 [더 라스트 가디언]은 더 나아간다. 파괴 이후 마무리짓는 두 작품과 달리, [더 라스트 가디언]은 내부의 법칙을 파괴한 그 이후의 삶을 짧게지만 다루고 있다.

이미 [더 라스트 가디언]의 결말은 정해졌다. 토리코와 소년의 우정은 지속될 수 없다. 일련의 모험 끝에 악습을 파괴했더라도, 그들은 두 종족 간의 경계선상에서 헤어져야만 한다. [더 라스트 가디언]의 결말이 그토록 처연한 멜로드라마로 다가온다면, 고립된 공간에서 성립한 피해자-가해자의 우정이 세계의 인습과 화해불능이라는걸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에다 후미토는 부조리한 법칙이 만든 피해자와 가해자를 억지로 화해하게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파국의 카타르시스에 탐닉하지 않지 않는다. 그는 서로의 영역에서 삶을 이어가도록 암시하게 한다. [더 라스트 가디언]이 좀 더 성숙해진 작품이라면, 부조리한 법칙이 만들어낸 한 사회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대하는 태도에 있을 것이다.

[더 라스트 가디언]의 단점은, 우에다 후미토 뇌 속에서 이뤄진 정교하고 복잡한 사변들이 매끄럽게 구체화 되지 못하는 지점에 있다. 그는 토리코의 조작에 시뮬레이션의 흔적을 보이지 않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과감한 생략을 가했다. 그 결과는 비디오 게임스럽지 않은 불편함과 피곤함을 감수해야 한다. 토리코를 불러와 지시하는 과정은 단순하지만 직관적이지는 않다. 그 불편함을 받아들일 수 있냐, 없냐에 따라 [더 라스트 가디언]에 대한 평은 갈릴 것이다. 그리고 오랜 개발 기간 동안 누적된 소스 코드의 복잡함으로 쾌적하지 못한 플레이라는 점도 아쉽다. 도중에 버벅거리는 부분이라던가 팝인 같은 부분은 긴 개발 끝에 지쳐서 다듬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더 라스트 가디언]은 어찌보면 타이밍을 놓친 불운한 게임이다. 이 게임이 예정대로 PS3 시절에 나왔다면, 기술적인 문제는 크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이와 별개로 효율적이지 않은 명령 체계 역시 게이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하지만 우에다가 이 게임을 버리지 않고 개새를 깎은 이유도 납득이 되긴 한다. 적어도 [더 라스트 가디언]처럼 과감하게 레벨 디자인과 NPC 동반자, 인간과 비인간 캐릭터 간의 실험을 밀어붙인 게임은 보기 힘들다. [더 라스트 가디언]이 우에다 후미토 최고 걸작으로 꼽히지는 않겠지만,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공치진 않았다는 증거로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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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차티드 4: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 [Uncharted 4: A Thief's End] (2016)

전편의 성공에 빠르게 나왔던 [언차티드 3]와 달리 우리가 [언차티드 4]를 보게 된 건 5년이라는 시간이 걸러셔였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 너티독은 [언차티드] 시리즈에서 벗어나 좀비 아포칼립스 [라스트 오브 어스]라는 게임을 내놓았으며, 이 게임은 많은 상을 휩쓸며 PS3 말기를 장식하는 게임이 되었다. 그리고 시대는 PS4로 넘어왔고, 너티독은 [라스트 오브 어스: 리마스터]와 [언차티드: 네이선 드레이크 콜렉션]으로 본격적으로 PS4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지금 여러분들 손에는 [언차티드 4: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가 쥐여져 있다. 우선 간략하게 살펴보자. [언차티드 4]는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임이 되었으며, 리마스터링을 제외하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PS4 언차티드 게임이 되었다. 제작진도 대폭 변경되어 지금까지 언차티드 시리즈를 담당해왔던 에이미 헤닉이 아니라 [라스트 오브 어스]의 성공을 이끌었던 닐 드럭먼이 제작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래봤자 얼마나 차이가 있겠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언차티드 4]는 전작들과 비슷한 점을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인상이 다른 게임이다.

사실 게임 디자인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언차티드 4]는 너티독 나아가 [언차티드] 시리즈에게 기대할법한 콘솔 "시네마틱" TPS의 전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엄청난 디테일과 물량, 편집증적으로 계산된 자유도 제로의 스크립트 연출로 승부하는 3인칭 슈터 게임 말이다. 그래픽이나 사운드 같은 기술의 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뤄져 연출이 훨씬 자연스러웠졌다는걸 제외한다면 [언차티드 4]는 전작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언차티드 4]는 [언차티드 3]가 다소 급하게 내놓은 아이디어들을 깔끔하게 정리한 뒤, 갈고리 밧줄과 거기서 파생된 아크로바틱한 파쿠르 액션, 잠입 요소를 추가했다. 갈고리 밧줄 자체는 속도감이 살아있는 훌륭한 선택이였지만, 잠입은 [라스트 오브 어스]보다도 더욱 양념에 가까운지라 인상은 약한 편이다. 또한 증거물 살펴보기와 수집 요소가 대폭 비중이 늘었지만 이 역시 부차적인 수준이다.

여기서 질문. 여러분들은 [언차티드] 시리즈에게서 기대하는게 무엇인가? 아마도 땡땡의 모험에서 시작해 [리오에서 온 사나이]를 거쳐 [레이더스]로 이어지는 보물 사냥 영화들에게서 기대할법한 가볍고 날렵한 활극을 기반으로 무지막지한 디테일과 스케일로 무장한 블록버스트 TPS일 것이다. 심지어 [언차티드]는 보물 사냥하는 TPS를 시도한 최초의 게임도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언차티드] 시리즈는 [툼 레이더] 시리즈의 벤치마킹에서 시작한 게임이다

그렇다면 [언차티드]가 [툼레이더] 벤치마킹에 그치지 않고 인기 게임의 반열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언차티드 시리즈의 방향을 쥐고 있던 에이미 헤닉은 세 편의 언차티드 게임을 통해 활극의 문법을 완벽하게 꿰고 있었다. 에이미 헤닉은 [언차티드] 시리즈를 통해 뱀파이어로 대표되는 오컬트 고딕 판타지와 타락과 분노, 복수라는 어두운 감정들에 천착했던 [레거시 오브 케인]의 작가라 생각할수 없을 정도로 활극적 재미에 치중해왔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황당한 오컬트 반전 요소, 능글맞은 유머와 대담한 생략이 돋보이면서도 동시에 세심하게 조율된 캐릭터 메이킹, 선악의 구분이 명백하지만 동시에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던 착취적으로 다뤄진 살육과 타 문화 묘사... 이 모든 것들은 때마침 열린 PS3의 하드웨어 혁명과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하지만 [언차티드 4]는 그런 불경스러울 정도로 뻔뻔하고 말초적인 재미가 많이 줄어든 편이다. 4를 시작하자마자 [언차티드] 시리즈가 제공하던 모험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 난 플레이어들은 초반부에서 뭔가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언차티드 4]의 도입부는 전작들과 달리 분량이 상당한데다 은근히 꼬여있는 편이다. 그리고 컷신 연출 역시 상황 설명이 아니라, 인물 간의 미묘한 공기라던가 복선, 성격 설명 같은 부분에 치중해있다. 엘레나와 네이트가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봐라. 여기서 닐 드럭만은 '일상의 권태와 모험의 매료'라는 주제를 기조로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선을 잡아내려고 애쓴다.

단순히 연출 뿐만이 아니라 [언차티드 4]가 내세우는 서사의 모든 방향은 '일상의 권태'와 '비일상의 어두운 이면'이라는 주제 위에 세워져 있다. 이야기의 중핵을 이루는 형 새뮤얼 드레이크와 에이버리의 보물이 그렇다. 그들은 일상에 반대쪽에 서서 네이트를 유혹하고 끝내 유혹하는데 성공하지만 정작 그 유혹은 신기루 위에 세워져 있는 존재라는게 드러난다. 

문제는 이게 너무 '닐 드럭만'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드럭만은 [언차티드 4]에서 전작들이 가지고 있던 허풍스럽지만 예스러웠던 화술의 매력을 모조리 제거해버린다. 대신 드럭만은 [언차티드 4]를 인간들의 욕망을 이야기의 동력으로 최대한 "리얼리스틱"하게 전개했던 [라스트 오브 어스]처럼 만든다. 오컬트는 등장하지 않으며, 레이프와 에이버리 해적단의 파멸은 욕망과 오만의 산물로 묘사되고, 갈등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배태된다. 보물에 신경쓰지 않고 하드보일드한 태도를 견지하며 빠져나가는 나딘은 그 점에서 [언차티드 4]의 방향 전환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전작의 악당들의 최중요 목표가 보물이였던걸 생각해보라. 이건 매우 중요한 변화다. 심지어 폐허나 유적을 묘사하기 위해 동원된 장치들도 [언차티드]스럽지 않고 [라스트 오브 어스]스럽다. 이끼와 물, 식물들로 채워진 쇠락한 문명의 흔적은 오파츠적이라기 보다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가깝다.

이러다보다 캐릭터나 배경 연출들도 꽤나 이질적으로 변했다. 전작들에 비해 상당히 수다스러워졌다고 할까. [언차티드 4]의 등장인물들은 게임 내에서도 [라스트 오브 어스]식으로 쉴새없이 잡담하며 네이트는 와중에 유적을 보며 메모를 한다. 이런 부분들은 인물 간의 드라마는 이입할수 있는 정도로만 남겨두고 액션에만 치중했던 전작들과 대조되는데, 썩 좋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서사가 지나치게 비대해져 게임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할까. [언차티드 4]는 이전까지 생략되어왔던 감정 묘사를 위해 [라스트 오브 어스]식으로 많은 대사를 게임 플레이 도중에 집어넣는데 이게 꽤나 산만하다.

새로이 추가된 네이트의 과거도 꽤나 사족스럽다. 네이트가 매력적이였던 이유는, 온전히 밝혀지지 않고 조금씩 드러나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미스터리함이 캐릭터의 노련함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1편의 도입부를 보라. 시작부터 네이트는 이미 능숙한 모험가였고 그 이상의 정보는 필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엘레나를 통해 그를 소개받은 뒤, 네이트를 따라 모험을 하면서 그의 능글맞은 캐릭터에 흠뻑 젖어들었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언차티드 3]와 기타 미디어 믹스 전개를 통해 이미 알만큼 알았다. 한마디로 이번편의 네이트의 과거는 순전히 이야기 전개를 위해 급조된 느낌이다.   

드럭만이 개입해 추가한 부분들이 내적인 논리를 갖추고 있다는건 인정한다. 어차피 이야기가 완벽하게 막을 내려야 한다면 급조스러운 설정 추가는 필요했을 것이다. [언차티드 3]에서 네이트는 겨우 얻은 안정감을 잃을까 두려워하던 상처받은 소년에서 과거를 인정하고 나아가는 어른으로 정신적으로 성숙을 마친 상태였고 네이트와 엘레나의 결혼은 그런 성장의 증거로 제시되었다. 따라서 새로이 이야기를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이런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거면 굳이 [언차티드 4]를 만들지 않고 [언차티드 3]의 결말을 그대로 놔두는게 낫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결말에 이르면 더 그렇다. 네이트와 주변 사람들이 비일상을 떠나 평범한 삶을 살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은 시리즈를 따라온 팬으로써 보기 좋지만, 순전히 결말을 내기 위한 결말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납득은 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있었을까? [언차티드] 시리즈가 대단한 메세지를 전파하는게 아닌, 활극의 재미에 치중했던 시리즈라는걸 생각해보면 그렇다.

무엇보다 [라스트 오브 어스]와 [언차티드 4]에 이르러서 너티독이 내놓는 고도의 스크립트 연출에 기댄 시네마틱 TPS라는 디자인 전략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걸 지적해야 되겠다. 답보 상태에 머문 게임 디자인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해 어떤 근사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평자들과 게이머들을 여럿 홀렸다는 점에서 너티독은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드라이브]에 대한 오독된 칭찬들을 떠올리게 한다. 즉슨, 너티독은 큐브릭이나 레픈이 그랬던 것처럼 마치 자신이 수백개의 시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속이며 게임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건 창작자에겐 매우 좋지 않은 버릇이다.

[언차티드 4]는 분명 [언차티드 3]이 급하게 내놓은 비전을 좀 더 차근히 다듬고 너티독의 물오른 기술력을 한껏 맛 볼수 있는 "잘 만든" AAA 게임이긴 하다. 하지만 잘 만든 게임인것과, 그들의 비전에 동의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언차티드 4]는 전 멤버가 만든 명곡을 노련하지만 자기 멋대로 편곡해 연주하고, 이에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그건 그렇고 우리가 앞으로 새로 내놓을 앨범이 개쩌니깐 기대해도 좋아."라고 멘트하는, 매너리즘에 젖은 록 밴드 리더를 보는듯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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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린터 셀: 블랙리스트 [Tom Clancy's Splinter Cell: Blacklist] (2013)

폴라곰: 호러 영화 리뷰는 결국 안 하고 가을이 됬네요. 

큰뿌리: 뭐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폴: 어쩔 수 없다뇨. 좀만 부지런했다면 개학전에 하나 했을지도 모르는데. 뭐 님이 게으르다는 증거죠 ^^ 한두번도 아니고.

큰: 에이 너무 그러지 마세요. 오늘 리뷰 끝나면 [스플라이스] 리뷰 같이 하실래요? 아니면 [악마의 등뼈]라던가... 정 안 되면 컨저링 보고 리뷰할수도 있고요. 

폴: 뭐 좋습니다. 에 오늘 리뷰할 건 [스플린터 셀: 블랙리스트]라.... 

큰: 근 3년만에 돌아온 잠입게임계에서 유명한 스셀 시리즈죠. 폴라곰씨는 컨빅션 해보셨겠죠. 

폴: 물론이죠. 

큰: 어떠셨나요?

폴: 너무 본 시리즈에 경도된 한 편 아니였나 생각합니다. 내용도 액션도.... 한마디로 샘이 잠입을 안 하고 총질 해대고 패는것에만 집중해 있어요. 시체 숨기는 것도 사라졌고 그림자와 소리의 메리트도 확 사라져서 하는 동안 딴 겜 하는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이라크 미션은 왜 1인칭인겁니까? 이게 무슨 [고스트 리콘 백 투 더 퓨처]도 아니고.... 악역도 재미없었고.

큰: 흠 물론 컨빅션이 기존 스셀 세계에서 이질적인 게임이라는건 틀림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일반적인 액션 게임과 동일시하기엔 곤란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단 전작들처럼 샘 피셔가 총기 난사하는 "먼치킨" 플레이를 하기엔 화력적으로 열세이며 이를 돌파하는 '잠입 판타지'의 쾌감을 분명하게 짚어주고 있고 벽과 창문, 거꾸로 매달리기 같은 세트 피스들이 여전히 중요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 지정 사격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전작들의 피셔가 교묘하게 흘러가는 뱀 같았다면 (스네이크?) 컨빅션의 피셔는 고양이과 육식 동물을 연상케하는 날렵한 사냥꾼을 연상케하는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물론 근접 공격 성공만 하면 게이지가 자동으로 채워지는등 디자인이 지나치게 단순하게 설계되는 바람에 좀 과도하게 사기적인 능력이 된건 실패였고 1인칭 시점은 확실히 쓸모가 없었죠.

다만 더블 에이전트와 밥상 뒤짚어엎기 때문에 일종의 모라토리엄 상태에 빠졌던 걸 생각하면 게임 자체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있었고, 그런 고민이 어느정도 결과물을 낳았다는건 부정할 수 없을겁니다. 물론 잠입 요소와 액션 요소가 정말 절묘하게 배합된 아캄 시티와 다르게 잠입 요소 자체는 거의 없다시피 해졌다는건 동의합니다만. 그리고 들켰을때 최후 위치를 알려주는 디자인은 써먹을만한 부분이였죠.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배트맨 아캄 시리즈]처럼 잠입 게임의 감각으로 만든 액션 게임이라 생각하고 나름 해볼만한 도전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첨언하자면 잠입 게임과 액션 게임은 같은 장르에 속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잠입 장르는 어드벤처 게임에 가깝죠. 자세한건 엑스트라 크레딧의 "닌자처럼" 영상을 참조해주세요.)

이야기도 그 정도면 괜찮지 않았나요? 악역은 시시하고 스케일은 작지만 샘의 캐릭터는 훨씬 깊이가 있어졌고 신 캐릭터 빅터나 코빈도 잘 녹아들어가서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전 서부극 결말을 변주한 결말이 참 좋았어요. 적어도 지금까지 이어져 온 샘 캐릭터를 생각하면 일관성이 있죠.

폴: 아 그 결말은 확실히 냉소적이여서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죠. 원래 냉소적인게 잘 어울리는 캐릭터이기도 했고요. [어새신 크리드] 하니 원래 컨빅션은 어크풍 샌드박스 게임으로 만들려고 했다면서요?

큰: 그건 맞습니다만 나중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죠.

폴: 이번 블랙리스트로 넘어가보죠. 전 컨빅션의 잠입이 불만이였기에 잠입 요소가 대거 복귀해서 반갑더라고요. 저번에 큰뿌리 씨가 컨빅션을 절충주의적이라 지칭했는데 이 말은 블랙리스트에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큰: 그렇긴 하죠. 사실 전작의 잠입은 어디까지나 공격을 하기 위한 부차적인 요소였다면 이번 작의 잠입은 진짜 제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블랙리스트는 세가지 타입으로 플레이 유형을 나누고 거기에 따른 점수와 미션들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고스트, 팬서, 어설트... 각각 기존 스셀, 컨빅션, 일반적인 TPS 스타일로 플레이 유형을 나누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폴: 점수 개념은 혼돈 이론 시절 점수 개념을 업그레이드한거에 가깝더라고요. 많이 단순화되긴 했지만.... 그림 미션은 옛날 향취가 나는게 좋더라고요.

큰: 단적으로 소리 개념 같은게 상당히 축소됬죠. 우르르 꽝꽝 돌아다니지 않는 이상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냄새라는 개념이 추가된것 같지만.... "킁킁 이건 낯선 냄새? 주인님께 알려야징 컹컹..." ^ ^ 

폴: 가장 좋은건 그렇게 분류를 해놓고 고스트 플레이에 많은 이점을 주면서도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조절했다는 점이였어요. 이런건 자칫 잘못하면 엄청난 노가다와 짜증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큰데 블랙리스트는 다행히 그 함정은 피해가고 있습니다.

큰: 가젯들도 007 필 나게 새로 리뉴얼 됬더라고요. 기존작에서 있었던 것을 복귀한 것도 있고, 새로 추가된 것도 있는데 수면 가스라던지 트라이로터 같은건 제법 참신한 가젯이였다고 봅니다. 가젯 말고도 에어 포일의 다기능 진화형인 석궁이라던가 전파 재밍 같은 요소도 굴곡을 더해주고 있었죠.

폴: 트라이로터는 확실히 재미있는 아이디어더라고요. 어쩌면 접착 카메라 발전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사실 초기작들도 상당히 밀리터리 007스럽지 않았나요? 특히 "위윙 칙~"하면서 플레이어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소나 고글 ^ ^ 이번작에 돌아와 반갑더라고요. 야시경은 컨빅션에도 있었지만요.

큰: 소나 고글의 복귀도 일종의 선언이죠. 나는 잠입 게임을 만들겠다는. 하지만 동시에 이런 잠입 액션에 어떻게 '스피디한 액션'하고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 그것도 상당히 고심해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강화복 병사 같은 경우엔 아주 신컨을 보이지 않는 이상 이외엔 결국엔 재빠른 액션을 동원해야 하죠. 반대로 지정 사격 목표 지정 같은건 플레이 스타일에 따른 차등적인 보너스 같은 느낌으로 변했는데 이건 좋은 선택이였다고 봅니다. 화려한 액션을 하고 싶다면, 다른 플레이도 익숙해져야 한다라는 좋은 논리가 확고하게 세워져 있어요.

다만 그림자 요소가 그렇게까지 유용하지 않다는건 좀 감점이라고 할까요... 그냥 가까이 오면 보이게 되는 위장 그런 느낌으로 디자인됬더라고요. 전작의 그림자 속에 숨어서 천천히 사냥하거나 지나치는 플레이를 선호했던 저로써는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폴: 근데 그 쪽이 말이 되지 않아요? 솔직히 전작 애들이 야맹증 걸렸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띨띨머절하게 놀았던 걸 생각해보면 이쪽이 자연스럽죠.

큰: 그렇다고 보기엔 이번작 AI들도 머절띨띨한거 같은데요. 조명 부서져도 "그게 무에 상관?"라는 반응이니. 얘들은 순금 상들리에라도 부서져야지 반응하려나?

폴: 하하^ ^

큰: 그리고 시체 숨기기도 등장했습니다만... 그렇게 쓸모가 있었던것 같진 않습니다. 반대로 비살상 제압은 확실히 돌아온게 반갑습니다. 전반적으로 전작 컨빅션의 절충주의를 확고하게 뿌리내렸고 상당한 재미를 보장합니다. 그렇게 까일만한 디자인은 아니에요.

폴: 이런 변화 말고 게임 전체적인 구조도 확 바뀌었죠? 어새신 크리드 제작진이 담당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어크 요소가 굉장히 많이 투입됬습니다. 중심이 되는 공간(여기서는 팔라딘이겠죠.)에서 팔라딘/장비 강화가 가능하다던지, 미션의 세부화, 비살상/살상 모드, 동료들의 비중이 제법 강해졌다는게 그렇습니다. 이런 변혁은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큰: 컨빅션이 어크 스타일로 만들어질 뻔했다는걸 생각해보면 재미있죠. 

폴: 정작 개별 미션 디자인 자체는 샌드박스가 아닌 전형적인 스셀 스타일입니다.

큰: 같았다면 좀 그랬을겁니다. 물론 어크 스타일로 만들어진 스셀도 재미있었겠지만 이건 망상으로 접어두죠. 여튼 팔라딘 자체는 제법 매력적인 공간이더라고요. 모 분 말씀대로 남자의 로망이 모조리 실현된 공간이라고 할까요. 미국이기에 가능한 그런 돈지랄적인 매력도 있고요. SMI 시스템을 가지고 유비쿼터스와 증강현실이 섞인듯한, 뉴미디어적인 영상 연출도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부티나는건 좋은데 특유의 고립감, 그런게 없어져서 그런게 별로였습니다. 역시 이런 잠입 장르는 동료하고 떨어져 있다는게 가장 매력적이긴 한데 너무 여유롭게 부티난다는 느낌이에요.

폴: 사실 누구나 마음 속엔 비밀기지 하나 쯤은 있는거에요.

큰: 하하^^ 근데 사실 제가 이 공간이 별로라 느낀 것은 캐릭터나 거기서 펼쳐지는 드라마가 문제가 있어서일지도 모릅니다. 한마디로 블랙리스트는 이야기는 후집니다. 이게 그 스셀 시리즈 맞나 의심할 정도로요.

폴: 아니 후지다고 할꺼까지야... 이야기 자체는 상당히 흥미진진하지 않습니까?

큰: 물론 그런 장르적인 이야기를 테크니컬하게 끌고 가는건 별 무리없습니다. 응전과 반격 같은것도 리듬감이 좋고 탐색과 추리 같은것도 잘 이뤄져 있고요. 제가 지적하고 싶은건 연출이나 캐릭터 쪽입니다. 한마디로 닌자 가이덴 3 급으로 존나 엉망이에요!

폴: 아니 닌가3는 인간이 만들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니 비교는 좀 그렇죠. 안나와 샘이 팽팽하게 아가리 파이트를 펼친다던가 어리버리 코빈과 찰리의 개그는 괜찮지 않았어요?

큰: 확실히 "일 잘하고 남자 동료들과 한댓갈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지극히 미국적인 여성상인 안나는 이런 장르에서 보기 드물게 주체적인데다 매력 있고 (게다가 모델링 상향으로 [바쇽 인피니트]의 엘리자베스를 닮은 눈부신 미모까지! 사랑합니다!) 감초같은 코빈도 있지만 그거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블랙리스트는 앙상블이나 캐릭터 설계가 엉망이에요. 이 캐릭터들이 어떤 매력과 사상적 기반이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도 못하고 막 주물럭주물럭 대충 만들어다 던져놓은 그런 캐릭터들이 즐비합니다.

특히 아이작 브리지스는 최악입니다. 이 캐릭터는 자기 주장도 없고 맹맹하기 그지 없는 동기부여용 코옵 캐릭터입니다. 나중에야 소극적으로 반항하기를 시도하지만 그 정도론 택도 없습니다. 샘에겐 이보다 더 성깔 강하고 서로 머리채 휘어잡고 쌍욕해대며 싸울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이 캐릭터 파트 게임 디자인도 좀 짜증 나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최소한 가젯을 어디로 던질지 설정 정도는 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찰리는 그나마 낫긴 하지만 하위호환 [스카이폴]의 Q 그런 느낌이에요. 당연히 Q에 비하면 매력이 태부족입니다.  

그리고 안나와 샘의 대결 같은것도 자세히 보면 인공적으로 밀당한다는 티가 팍팍 납니다. "아~ 얘가 양보했으니 쟤도 양보해야지." 뭐 그런 식으로 갈등을 짠 것 같은 느낌이에요.

폴: 확실히 아이작은 대체 얜 왜 여기서 이러고 있담 그런 느낌이긴 하죠. 역재4의 오도로키 같은 재고 떨이 같은 느낌이랄까요. 아이작이 오도로키처럼 자기 자리를 찾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큰: 샘이야말로 이 문제의 총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각본진은 이 캐릭터에 대한 발전이나 아무런 열의가 없어요. 에릭 존슨이 열심히 구르고 뛰지만 이번 샘은 그냥 액션 장르 히어로 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폴: 노리 심문할때 거만하게 팔 쫙 펼치고 꼬나보는 연출은 좋던데요?

큰: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니깐요. 샘 캐릭터의 매력은 하드보일드 소설의 대가인 대실 해밋의 콘티넨털 탐정에서 훔쳐왔다고 창조주가 고백할 정도로 더러운 세상사에-심지어 미국 그 자체에도-냉소적이고 오로지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그게 정치적으로 반드시 옳은가는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프로페셔널하지만 배배꼬인, 그러면서도 약간의 따스한 면을 보여주는 놈탱이라는점인데 이번 샘은 그런 나쁜 놈스러운 대사나 행동도 별로 안하고 고민도 안 합니다! 이번 편에선 오로지 미션과 섹스하려고 환장했어요! 런던 미션 보세요. 세상에! 주여!

폴: 흠 그래도 초반에 빅터가 다쳤으니 그렇게 엔지니어들을 때려잡는 미션에 환장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심지어 안나도 그 부분을 지적하잖아요.

큰: 작중에서 보면 전혀 그런 감정이 안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런 샘의 빅터에 대한 브로맨스급 집착-사라와 함께 유일하게 사적으로 의지할만한 친구-이라던지 (이 부분은 프리퀄 만화 에코스가 연출을 훨씬 더 잘했습니다. 반성 좀 해라!) 사적인 감정과 공적인 의무 간의 대결 같은 그런 내적 갈등이 필요했는데 굉장히 밍밍하게 처리됬습니다. 전작의 감동적인 엔딩 ("지금 샘은 사라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어.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더군. 남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 샘은 그걸 가족이라고 봤지. 그리고 샘은 가족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돌아왔어. 샘이 사라와 함께 떠나기 전에 나한테 한 말이 뭔지 아나? 빅터, 모든게 고맙네. 전부 자네 덕분이네. 난 자네를 친형제처럼 사랑하네 라고 했지. 친형제… 그것은 가족이지? 그렇지 않나?")을 알고 있는데도 이렇게 느낄 정도에요. 전화를 하지 말고 얼굴을 좀 보여달라고!

폴: 확실히 컨빅션 엔딩 대사는 상당히 통속적이기도 하지만 감동적이죠. 저도 블랙리스트의 빅터를 말려들게 한건 좋았으나 그 후 연출들은 밍밍했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악역은 어떤지요?

큰: 악역으로 가면 더욱 엉망이죠. 슬픈 것은 여기 등장하는 악역들은 정말 근사한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메인 악역인 마지드 사디크 같은 경우엔 [스카이폴]의 라울 실바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의 문트 같은, 주인공의 끔찍한 면모를 드러내는 굉장한 괴물 악역이 될 뻔했습니다. 실제로 처참한 지금 결과물 속에서도 별다른 과장 없이 자기 일만 해도 위험하게 느껴지는 인물입니다. 샘의 상대는 이 정도는 되야죠.

설정이나 각본도 알고 있는지 의도적으로 샘과 사디크의 유사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이를 대응하는 샘의 캐릭터가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옛 친구와 비장하게 세상의 지저분함과 그럼에도 이러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댔던 사람이 "닥쳐 넌 사람 죽였으니 나쁜 놈이야!" 이런 대사만 내뱉고 있으니 참 슬픕니다. 이란의 특수부대 장군 같은 캐릭터도 단순한 타자가 아닌 재미있는 캐릭터였는데 종국엔 1회성 악역으로 소모되고요. 

폴: 이란 장군 캐릭터 같은 경우엔 미국의 반대쪽에 선 나라의 사람이라도 나름대로 자기 철학과 인간미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서구열강의 시선이 반영될수 밖에 없으니깐요. 그게 한계였을겁니다. 게임 디자인상으로나 아니면 세일즈 문제라던가... 

그리고 밀덕우익꼴통인 톰 클랜시답게 전작들도 그런 불편함이 없었던 건 아니잖아요? 전 2편의 사도노 같은 경우엔 체 게바라 비꼬는것 같아서 상당히 불편했는데 말입니다. 니들이 게바라 아무리 비웃어도 그가 이뤄놨던 그 이상주의를 무너트릴수 없을걸?

큰: 그건 인정합니다. 솔직히 전작들도 컨빅션 제외하면 미국 중심적인 시선이 드러났죠. 하지만 전작들은 냉소주의와 그에 대응되는 강렬한 캐릭터 연출로 처리했다면 이번 작은 반대로 멍청한 연출들과 형편없는 대사들로 그 문제들을 다 까발리고 있어요. 제작진들은 늬들이 좋아하는 샘 피셔와 그 동지들은 원래 이런 자기들 밖에 생각 안 하는 쌍놈들이란다~ 식의 아이러니 성립을 하고 싶었다면 피이~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이건 메탈 기어 솔리드 피스워커가 훨씬 더 잘했죠.) 

이런 멍청함은 곧 작품의 내적 논리와 철학의 부재로 이어집니다. 하이고... 결말 정말 가관이에요. 누설이 될까봐 자세히 적진 않겠지만 "한 입에 두 말하네 니들이 독재를 겪어본적이 없어서 자기가 하는게 왜 무시무시한지 모르는거지"라는 비웃음도 절로 나오고요. 마지막 미션 직전에 나오는 연출은 "이걸 멋있다고 넣냐?!"라고 까고 싶어집니다. 스셀 블랙리스트는 자기가 엄청난 폭탄을 다루고 있는줄 모르고 제멋대로 가지고 노는 무뇌한 헐리웃 블럭버스터나 다름없어요. 지옥에서 셔틀랜드가 보면 배잡고 웃겠다.

폴: 뭐 서양 게임 하면서 무리한걸 바라는거 아닌가요.

큰: 좀 바라면 어때요. 그네들도 좀 함께 사는 법 좀 배워야 합니다. 뭐 다섯번째 자유? 그 다섯번째 자유가 퍽이나 살바도르 아옌데 같은 케이스 만들었다. 이런 생각없는 대사와 시츄에이션 쓴 사람들은 칠레 아티카마 사막 가서 반성 좀 해야 해요. 이 점에선 [어새신 크리드]가 훨씬 성숙합니다. 적어도 거기 주인공들은 자신이 정당한지 고민하고 번민하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셀 시리즈 각본은 국가보다는 개인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며 살짝 서부극 필도 났던 컨빅션이 제일인거 같습니다. 그 다음은 혼돈 이론이나 더블 에이전트 정도?

폴: [어새신 크리드]는 내적 논리가 확실하게 전개되긴 하는데 이야기 구조가 덜컥거리죠....

큰: 그래도 어크 3편은 제법 감동적이였는데 말이죠. 그래서 결론을 내리자면 게임 디자인은 전작들의 장점을 모으는데 성공한 수작이라 할만하나 이야기는 개판이다라 할 수 있습니다. 게임 자체는 무리없이 추천할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정치적 둔감함에 민감한 분이라면 좀 조심하셔야 할듯 싶습니다.

폴: 솔직히 저런 정치적 멍청함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생각을 많이 해야 할것 같습니다. 어렵네요... 우리야 외부자/타자이니 이렇게 쉽게 비판할 수 있겠지만 막상 당사자들이 되면 그 함정에서 벗어나기 힘들죠.

큰: 항상 자기 자신과 싸우고 경계해야 합니다... 그럼 다음엔 약속한대로 호러 영화 리뷰나 같이 하죠.

폴: 네. 그럼 학교 생활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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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린터 셀: 혼돈 이론 [Tom Clancy's Splinter Cell: Chaos Theory] (2005)


스플린터 셀 시리즈 3번째 게임입니다. 북한 문제 때문에 출시가 되지 않았다는데 확실히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깝습니다. 이 3편으로 스셀은 정점에 달했거든요. 기본적으로 게임 디자인은 1,2편에 두고 있지만 그래픽 뿐만이 아니라 미션 구조 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습니다. 이걸 판도라 투모로우 1년 뒤에 냈다고...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니깐요.


우선 기본적인 게임 디자인은 전작들하고 같습니다. 여전히 샘은 전면전보다는 잠입과 농락으로 위태로운 상황을 돌파해야 하죠. 하지만 전작들과 다르게 이번엔 스텔스 점수라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사소한 변화 같지만 전등을 픽픽 깨트리거나 사람을 죽여도 그냥 넘어갔던 전작들과 달리 상당히 제한을 두고 있어서 민감한 플레이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부가 미션과 캠페인 시작전 장비셋을 선택할 수 있는 부분(근데 이건 좀 레인보우 식스스럽습니다)이 생겨서 플레이어의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습니다. 


새로 추가된 요소로는 먼저 해킹이 있습니다. 해킹 자체는 단순하지만 게임 진행 이상으로 스셀 세계관의 단편들을 엿볼수 있다는게 가장 매력적입니다. 또 칼로 찌른다던가 거꾸로 매달려 목을 비튼다던가 문을 꽝하고 열기, 이중 점프를 이용한 벽에 매달리기 등 다양한 행동들이 추가되고 에어 포일의 성능이 올라가는등 전작을 확실히 계승 발전 시킨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저 편의에서도 많이 발전해서 지도가 전작에 비해 훨씬 좋아졌고, 소리 바가 생겨서 상당히 편해졌습니다.


레벨 디자인도 파워업됬습니다. 치밀한 오브젝트/환경/잠입 포인트 배치와 그에 맞춘 AI 동선 설계, 각 스테이지마다 돌파해야 할 난제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미션이라면 서울 미션의 돌아다니는 감시 카메라, 도쿄 온천 미션에 등장했던 증기를 이용한 잠입 플레이를 꼽고 싶네요. AI들도 전작에 비해 파워업을 해서 노멀 난이도에서도 비닐을 찢는다던가 키패드를 해킹하면 알아차리는 등 제법 괜찮은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시나리오도 좋습니다. 갈등이 훨씬 복잡하게 꼬여 돌아간다고 할까요. 남북한이 전쟁 나는 부분이라던가 관련 스테이지가 꽁기하긴 하지만-만약 저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전 고기방패가 됬겠지요-그래도 동아시아의 역사/정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플롯에 영리하게 녹여내고 있습니다. ...슬프게도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한 시나리오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조금 단선적이였던 전작들과 달리 반전과 복선을 영리하게 써먹고 있어요. 현지 고증도 생각외로 훌륭합니다. (...어디까지나 생각외지만. 특히 서울 부분은 좀 오락가락;)


또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던 전작들의 악역과 달리 더글라스 셔틀랜드와 오토모 토시히로는 제법 좋은 악역입니다. (후자는 찌질하긴 하지만...) 특히 셔틀랜드는 제법 강렬해요. 피셔에게 걸맞는 무게와 일관된 사상을 지닌 숙적입니다. 스셀 시리즈 악당 중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려 너무 일찍 퇴장한거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저라면 한 두 편 더 써먹었을겁니다. 전반적으로 유머와 캐릭터의 디테일이 상당히 늘었다는 것도 플러스입니다. 피셔라는 캐릭터를 확고하게 만들고 잔재미를 더해주고 있다고 할까요.


단점이라면 초보에겐 여전히 불편하다는 것... 튜토리얼을 메뉴에 때려박고 시작하자마자 그냥 던져버려서 기존 스셀 팬들이 아닌 사람이라면 조금 난감할지도 모릅니다. 저도 사실 이걸 처음 잡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으니깐요. 여전히 초보들에게 친절한 작품은 아닙니다.


혼돈 이론은 확실히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더욱 촘촘하고 치밀하게 엮은 걸작이라고 할까요. 다소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1,2편들과 달리 3편은 낡지 않는 단단함이 느껴집니다. 이후 더블 에이전트가 시리즈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과격한 시도를 했다는걸 생각해보면 혼돈 이론은 스셀 시리즈의 정체성을 정립함과 동시에 정점에 도달했다고 볼수 있을겁니다. 동시에 이런 하드코어함 때문에 외려 컨빅션에서는 다른 방향을 취했구나 라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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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린터 셀 / 스플린터 셀: 판도라 투모로우 [Tom Clancy's Splinter Cell / Tom Clancy's Splinter Cell: Pandora Tommorow] (2002; 2004)


(사실 1,2편은 그렇게까지 많이 차이나는 게임은 아니여서 1을 위주로 서술했습니다.)


스플린터 셀이 처음 나왔을때 여러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래도 '군바리 잠입 게임'엔 메탈 기어 솔리드가 먼저 선발 주자로 있었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겠죠. 하지만 이번에 직접 플레이 해본 결과 뭐 소재의 비슷함이나 후발주자로 의식한건 있겠지만 서로 다른 게임이다...라는게 느껴지더라고요.


우선 레벨 디자인에서 스플린터 셀은 메탈 기어 솔리드하고 많이 다릅니다. 메탈 기어 솔리드의 레벨 디자인은  패미컴 게임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탑뷰 형식의 느낌이 강합니다. 조작 캐릭터보다 어느 정도 스테이지를 조감을 해서 보여주는 형식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아이템이나 조작가능한 버튼 역시 그 시절 게임들처럼 조금 눈에 튀는, 인공적인 느낌으로 배치되어 있는게 많아요. 

반대로 스플린터 셀은 주인공 샘 피셔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카메라워크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시야가 한정적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아이템이나 적 배치도 스테이지에 철저히 녹아든 형식을 취하고 있고요. 그 결과 탁 트인듯한 메기솔과 달리 스셀은 조금 폐쇄적인 느낌을 띄고 있습니다. 보통 메기솔보다 스셀이 어렵다고 하는데 그 폐쇄적인 분위기가 기여하는 바가 클듯 싶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스플린터 셀의 뿌리는 워렌 스펙터가 만든 [시프]라는 게임입니다. 주인공 캐릭터가 적에 비해 약해 정면 대결이 불가능하고 되도록 피해서 진행해야 하고 어둠과 빛, 소리의 개념이 잠입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은 [시프] 시리즈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죠. 1편은 상당히 그 공유 부분이 많은 편입니다. 물론 다른 부분도 있는데 우선 3인칭 시점에 워렌 스펙터 특유의 '읽을 거리'가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아예 없는건 아닙니다.) 상대를 죽이거나 농락할 수 있는 방법이 늘었다는 점? 시프에 비해 액션 함량이 제법 높아졌습니다.

혼돈 이론과 달리 스텔스 점수가 없는지라 게임 디자인은 지금 보면 다소 단순하다는 인상입니다. 경고 제한이 걸려있긴 하지만 그 제약의 폭이 상당히 적어서 대충 다 때려잡아 숨겨놓고 진행해도 무방합니다. 이렇게 적으면 왠지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디자인 자체가 착 달라붙는 매력이 있습니다. 정말 잠입만으로 다 해결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밀도 높은 디자인 위에서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게 매력이라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감탄했던 부분은 1편에서 CIA 미션 전체, '온도'로 키패드 암호를 알아내는 부분과 2편에서 빛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부분였습니다. 혼돈 이론에서 이런 매력이 극에 달하긴 했지만 이런 밑바탕이 있어서 다 가능했던 거겠죠.


유저 편의 부분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레벨 디자인이 잘 짜여져 있긴 하지만 목표 지점이 어디 있는지 잘 감이 안 잡히고 지도는 그렇게 도움이 안 되는데다 빛과 달리 소리 측정 바가 없어서 감으로 알아야 하고요. 이벤트 스킵이 안 되는 부분 판도라 투모로우에서는 휘파람 추가와 벽에 붙어 이동 등 사소하게 개선된 정도.


스토리는 둘 다 잘 흘러가는 편입니다. 물론 '미국의 평화를 지키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영웅'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게 (애시당초 톰 클랜시 이름 달고 있으니 뭐.... 개인적으로 컨빅션을 선호하는 이유도 그 틀에서 벗어났다는 점 때문입니다.) 꽁기하긴 하지만-사실 제일 식겁했던 부분이 1편에 남의 나라 대통령궁에서 전 대통령에게 저격 날리는 부분... 미국의 내정 간섭을 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써는 편하게 받아들일수 없더라고요.-뭐 어쩔수 없죠. 이건 북미 애들 시각에 맞춰져서 게임이 만들어졌으니. 첨언하자면 1편 시나리오가 지금 보면 좀 돋는게 실제로 조지아는 게임 발매 몇 년 후 분쟁이 일어났습니다. (...)


다만 2편의 노먼 소스 캐릭터가 낭비된데가 결말이 썰렁하다는게 아쉽더라고요. 좀 잘 쓸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건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 파트로만 보면 2편 마지막이 훨씬 박력감이 있습니다만 스토리로 보면 오늘도 평화로운 미국에게 다소 냉소적인 조크를 날리는 샘을 보여주며 보여주는 1편 결말이 훨씬 좋습니다. 주인공인 샘 피셔는 이 시절에도 확실하게 컨셉이 잡혀있더라고요. 시니컬하고 현실적인 간지 중년... 아무튼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조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확고한 노선과 재미를 가지고 있는 게임들이고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이거 안 하고 혼돈 이론 하려면 빡셉니다.


P.S. 2편 PC판은 빛과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서 게임의 재미를 온전하게 즐기기가 어렵습니다. 패치도 없고 유비 쪽에서도 별 말이 없는걸 보면 제대로 즐기려면 HD리마스터판 밖에 답이 없는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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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새신 크리드 3 [Assasin's Creed III] (2012)



(누설이 한가득 있습니다.)


폴라곰: 2년동안 찾지 않다가 다시 부르는 이유가 뭐에요.

큰뿌리: 뭐긴 뭐에요... 동어 반복 하다가 지쳐서 좀 색다르게 써볼려고 하는거지.

폴: 쯧쯧. 글쟁이 자격상실이네요. 하긴 최신 댓글 보면 알 수 있죠^^ 게다가 [덤불 속의 검은 고양이]라던가 [제 3의 사나이] 같은 걸작 영화들은 제쳐두고 고작 어크3 리뷰 쓸려고 날 불렀나요? 별로 마음에 안드는 게임 가지고 떠드는거 귀찮단 말이에요. 됬고 겨울잠 좀 자게 좀 해줘요. (자리 펴고 눕는다.)

큰: 님 제발... 이 리뷰 못 쓰면 사람들이 절 뭘로 생각하겠어요. (대답 없음. 곧 비굴한 표정으로.) 미안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럴께요 ㅜㅜ


폴: (한숨을 푹 쉬고) 다음엔 나 좀 잊지 말아요. 아무리 그래도 2년은 좀 심하지 않습니까. (사이) 모름지기 끝맺음은 항상 중요하다고 선현들이 그러지 않았습니까. [어새신 크리드 3] 결말은 그 선현들이 보면 에이그 쯧쯧쯧 거릴 결말이에요. 우선 그렇게 '3부작 완결! 데스몬드 이야기의 종결!' 뻥카를 줄창 쳐넣고는 결말이 뭐에요. 결말이.... 까놓고 말하죠. 큰뿌리님은 결말이 만족스러우셨나요?

큰: 아뇨.

폴: 거봐요. 이런 결말을 그냥 통과시켜준 제작진들은 무슨 생각을 한거래요?

큰: 아 그건 불만족스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어크 시리즈에서 뭔가 짜임새 있는 결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에지오 이야기와 알테어 이야기가 끝나고 데스몬드가 다짐을 한 레벨레이션 밖에 없었죠. 그리고 막상 플레이 해보면 그렇게 말이 안 되는 결말은 아닙니다. 과거편하고 의외로 연동되어 있기도 하고 게임이 추구했던 사상적인 일관성이 있다고 할까요. 데스몬드가 서 있는 '진영'이라면 선택할수 있는 결말이죠.


폴: 그건 그렇다고 쳐요. 뭐 다들 높게 평가하는 2편도 결말은 짜임새 있는 결말은 아니였으니깐요. 하지만 데스몬드의 마지막 선택이 정말 뜬금 없어요. 뭔가 심각하게 중간 과정을 빼먹은듯한 느낌이에요.

큰: 흠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만약 어새신 크리드가 선택을 중시하는 게임이였다면 이렇게 까이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결말의 문제점은 데스몬드의 선택이 중점인데도 정작 데스몬드의 주체는 존재하지 않고 그렇다고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이렇게 진행하니깐 받아들여라 강요하는 거죠.

폴: 하긴 어새신 크리드는 단선적인 플롯을 따라 영화적인 연출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임이니깐요. [매스 이펙트]나 [헤비 레인] 같은 게임이 아니니 선택을 넣을 수 없었겠죠. 그러니 좀 데스몬드 캐릭터 개발 좀 하지 그랬어.


큰: 그래도 아주 노력하지 않았던건 아닙니다. 데스몬드는 이번 편에서 열심히 뛰어주고 나름의 드라마도 있습니다.

폴: 이번 편에서 데스몬드와 아버지 윌리엄 마일즈의 관계가 인스턴트식으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리버럴이여서 그런지 윌리엄의 주장에 데스몬드가 아버지 (=어새신) 말이 다 옳다는 헤벌레 따라가는 식으로 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지만...

큰: 그런건 없었죠.


폴: 네. 윌리엄은 분명 통솔력 있지만 자신의 단점을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간적인 결함 있는 캐릭터로 묘사된다는 점이 좋았어요. 그리고 데스몬드도 대의를 선택하긴 했지만 윌리엄에 대한 앙금이 풀리지 않았다는 묘사도 좋았고요. 다만 전 뭐랄까 윌리엄이 데스몬드의 과거를 포용하는 자세를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젊었을땐 다들 부모말이 듣기 싫어 탈선할수도 있지 뭐. 어새신의 아들이라고 반드시 일직선으로 가야 하남? 에지오는 어릴때부터 여자 후리고 다녀도 아빠가 되려 좋아하더만.

큰: 난 되려 일관성이 있다고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윌리엄은 자기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의무를 중시하는 캐릭터에요. 리더로써는 훌륭하지만 인간으로써는 여유가 없는 캐릭터죠. 게다가 에지오 때와 달리 현재 어새신 상황이 말이 아니였잖아요? 다니엘 크로스가 깽판쳐서 망하기 일보진전이였는데다 지구 멸망 직전이니껜. 윌리엄 눈엔 인간적인 욕망을 찾고 싶어하는 데스몬드의 일탈과 반항이 같잖게 보인거죠. 아무튼 이 둘은 간단하지만 역동적인 관계고 제법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제공합니다. 아무튼 데스몬드 캐릭터 개발은 생각 외로 착실한 편입니다.


폴: 좋아요. 다 좋아요. 그런데 왜 그 마지막 선택은 왜 그런건지에 대답은 없잖아요?

큰: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했던거 아니였나 생각해봅니다. 우선 선택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반전이 너무 막판에 나와요. 굉장히 의미심장한 드라마를 만들수 있는 딜레마인데 빠르게 처리되버리죠. 차라리 이걸 좀 앞당겨 동료들 간의 갈등을 만드는게 더 좋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게다가 어새신 크리드 서술 구조는 데스몬드에게 불리할수 밖에 없죠. 심지어 표지조차 조상들이 차지하고 있는 마당이니깐. 자연히 캐릭터 입지가 희미해지죠. 기억 셔틀이라고 놀림 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데스몬드만을 내세울수도 없는게 어새신 크리드의 역사적인 요소가 가져다주는 매력을 걸리죠. 각본가들이 엄청난 스턴트를 벌이고 있는 걸 감안해야 합니다. 이러면서도 망하지 않는게 신기하죠.

폴: 사정은 이해합니다만 결말은 더 나아질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짜증스러우면서도 안타깝습니다. 

큰: 그렇긴 하죠.


폴:결말은 이 정도로 하더라도 크로스나 워렌은 참 허무하게 퇴장하는것도 좀 그렇습니다. 워렌은 어쩔수 없이 퇴장한다해도 크로스는 게임 출현이 이번이 처음인데 지나가는 깡패A 이상 이하도 아니에요. 라이벌 구도를 만들며 흥미진진한 사상적 대립을 지닌 드라마를 만들수도 있었는데.

큰: 크로스는 뭐.... 나중에 살아있다고 하면서 다시 등장시킬수도 있겠죠.


폴: 과거편 이야기를 해보죠. 이것도 전 마음에 안드는게 3편은 주인공 코너가 너무 늦게 나와요! 보통 어새신 크리드 오프닝은 주인공이 차지하지 않습니까? 이번 편은 그렇지도 않아요. 챕터 하나에서만 주인공인 하이담이 차지 하고 있습니다. 난 코너를 하고 싶지 하이담을 하고 싶은게 아니라고!

큰: 하지만 그 비정상적인 구조도 나름 의미가 있지 않다고 생각하나요? 특히 그 반전...

폴: 아 그건 저도 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큰: 이 반전은 현대편의 막판 반전과 달리 효과가 있습니다. 게임 시스템을 영리하게 서술 트릭으로 써먹었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하이담이 템플러라는게 극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치니깐요. 전편의 템플러였던 로드리고나 체자레는 흥미진진한 괴물이긴 했지만 결국 타자였죠. 하지만 우리는 하이담을 절대로 타자화시킬수 없습니다. 그는 잘못된 사상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그 결과 혈육에 대한 애증과 사상적 대립으로 뒤얽히다가 파국을 맞이하는 코너와 하이담의 관계는 그리스 비극과 같은 장엄한 아름다움마저 풍기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사상을 끝내 인정하지 않지만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서글픈 작별인사를 나눕니다. 아버지 살해 모티브라는 점에서 1편의 알 무알림과 비슷하지만 결국 막판에 흉악하고 졸렬하게 몰락했던 알 무알림과 달리 그는 마지막에서도 품위 있습니다. 알 무알림 캐릭터가 형편없다는건 아닙니다만.


폴: 근데 보스와 중간보스가 좀 위치가 역전된 것 같지 않아요? 보통 플롯이라면 찰스 리가 중간보스로 퇴장을 하고 하이담의 대결이 방점에 찍힐것인데 이 게임은 반대입니다. 찰스가 최종 보스고, 하이담이 중간 보스입니다! 심지어 중간에 찰스 가 그 사건의 주모자가 아니라는게 드러났을때도 게임은 그 구조를 밀고 갑니다! 하면서 뭔가 뒤집혔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더라고요.

큰: 그 뒤집힘도 의도한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그 뒤집힘으로 인해 하이담과 찰스의 관계가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그들은 진짜 서로를 존중하고 희생할 줄 아는 사이입니다. 이 때문에 단순히 모노톤 악역으로 보였던 찰스에게 깊이를 더해줬습니다. 하이담 사망 후 찰스가 코너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은 정말 인간적인 분노로 차 있습니다.

폴: 왠지 그 부분 대사는 [아저씨]스럽던데요.


큰: 하하하^^ 그런 깊이를 제외하더라도 찰스 리는 좋은 악당이기도 해요. 위협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치고 머리도 비상하죠.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에서 "아 정말 망하는거 아니야?"라고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깐.

폴: 이번편의 템플러들은 확실히 감정 이입이 가능한 캐릭터들이더라고요. 심지어 가장 생각 없고 개찌질이처럼 보이는 토마스 힉키조차도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죠.

큰: 그런 철학이 어설픈 개똥철학으로 끝나지 않고 오히려 캐릭터의 존중심으로 나간다는 점이 3편 시나리오의 강점인듯 합니다.


폴: 근데 왜 결말은 왜 그렇게... 아니 그건 둘째치고 그렇게 보더라도 코너의 동기가 명확치 않은 것 같아요. 부족을 위해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적인 복수도 있는 것 같고 대의명분 때문인것 같기도 하고... 보면서 잘 정리가 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단적으로 복수할 이유가 없어졌는데도 코너는 악착같이 찰스에게 매달리죠. 그 집요함이 좀 무서울 정도입니다. 감정 이입 정도가 다른 편 주인공들에 비해 적다고 느껴졌습니다.

큰: 확실히 코너는 알테어나 에지오에 비해 감정 이입 정도가 늦게 걸리는 편이죠. 유머 감각도 적고 항상 진중하니깐요. 유들유들한 매력은 없는 정통적인 Bad Ass 캐릭터라고 할까요. 하지만 보기만큼 동기가 아주 흐릿한 것도 아닙니다. 동기가 여러개긴 하지만 그 동기들 대부분은 한쪽 방향으로 가르키고 있으니깐요. 전작 주인공들에 비해 좀 뭉뚱그려져 나타날 뿐이죠. 게다가 그런 뭉뚱그려짐이 캐릭터의 외로움을 배가시켰다면 어떨까요? 


폴: 그 부분에 대한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큰: 코너는 지금까지 어크 주인공 중에서 가장 외로워보이는 주인공입니다. 일단 설정상 미국 형제단이 싸그리 몰락해서 동료가 없습니다. 그래서 동료의 존재감이 없어요. 오로지 이익 관계에 따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뿐이죠. 어머니는 일찍이 죽었고 스승인 아킬레스나 아버지 하이담, 친구인 카넨토콘은 마지막에 죽고 그나마 자신의 이상과 맞닿아있던 존경했던 조지 워싱턴은 사실....

폴: 미국애들이 그거 보면서 여러모로 복잡한 감정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큰: 뭐 마스터즈 오브 호러에서 나왔던 워싱턴이 식인종이였대!! 에피소드보다는 훨씬 예의바르죠. 워싱턴은 이상을 추구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죠. 여튼 이 점에서 어크3는 우리 으메리까가 최고여!! 하고 선을 명백하게 긋고 있습니다. 게임은 코너의 아메리카 원주민으로써 정체성과 역사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고 코너(와 숀)의 시선을 통해 미국 독립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사실 그들의 독립과 자유는 철저히 백인 남성 중심이였다는-과 우상파괴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폴: 근데 코너는 당시 시대 사람치고 너무 현대적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나요? 코너의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는 현대적인 시민상"에 근거한 발언들은 리들리 스콧의 [로빈 후드]나 [글래디에이터]에서 보였던 지나치게 시대를 앞질러가는, 현대적인 역사 인식의 개입이 도드라져보입니다. 에지오나 알테어 때도 느낀거지만 말이죠.

큰: 그래도 어떻게든 역사적 고증을 유지하려고 했던 리들리 스콧의 역사 영화들과 달리 이 쪽은 좀 자연스러워보이더라고요. 처음부터 팩션을 지향하고 나와서 그런걸지도요. 게다가 그런 '현대적'인 인식은 당대에 실패했다는걸 과거편 결말과 숀을 통해 확연히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코너는 모든 것을 잃고 이뤄질 수 없는 이상을 이루기 위해 홀로 발악하는 캐릭터입니다. 아까 언급했던 동기의 뭉뚱그러짐은 그런 발악을 처절하게 만들어주고 있고요. 찰스 리하고 함께 하는 절정 부분라던가 ("하지만 그 누구도 하지 않으니깐!") 결말 부분 보세요. 'A Real Hero'라도 깔아줘야 할 판입니다.


폴: 둘이 서로 사이좋게 칼빵 놓는 부분이 참 레픈의 [드라이브] 스럽더라고요. 시기상 그럴리는 없지만 설마 각본가가 팬인가?

큰: 코너가 토마호크 대신 장도리를 들었다면 완벽했을지도요.

폴: 하하하하^^ 근데 황량한거로 따지자면 알테어 인생도 황량하지 않았나요?

큰: 에이 알테어는 그래도 잃은것도 많지만 얻은것도 많죠.


폴: 여튼 그런거 차치하더라도 3편은 이야기 스케일이 작아요... 2편의 20년동안 이어지는 장대한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외려 브라더후드 수준이에요. 그렇다고 치고빠지는 맛이 있냐 그런것도 아니고요. 명색이 정식 넘버링 타이틀인데....

큰: 에지오와 반대로 역사적 사건을 드라마의 끝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좀 끼워맞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다뤘다면 뭔가 균형이 맞지 않았을겁니다.


폴: 휴유 마침내 게임 디자인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게임 디자인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전 어새신 크리드를 도회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어크3는 도시의 매력이 별로 살아있지 않아요. 보스턴이나 뉴욕이나 별로 매력적인 도시는 아닙니다. 또 지붕 위를 파쿠르하며 달리며 느끼는 쾌감 같은게 많이 줄었어요.

큰: 역사적인 고증으로 하자면 어쩔수 없었을거에요. 당시 미국은 그야말로 척박한 곳이였으니깐요. 그래도 새로 도입된 집안 가로지르기라던가 같은 건 좋더라고요.

폴: 그 포인트 찾기 힘들어서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더라고요. 또 지도를 이용한 빠른 이동은 진짜 쾌거라 할만하지만 반대로 그 빠른 이동 포인트 발견하는걸 던전 탐색식으로 일일이 찾아다니게 한건 좀 호불호가 갈릴듯 합니다. 솔직히 전 불편했어요.


큰: 전 나름 RPG 생각나고 그래서 재미있더라고요. 뭐 도시의 매력이 줄어들었다는건 저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래도 자연 풍광은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폴: 난 그것도 좀 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국 북부 산맥을 돌아다니는게 매력적이긴 합니다만 (캐나다 여행 갔던거 생각나고 그러더라고요.) 필드나 미션 구성이 [레드 데드 리뎀션] 베끼기 냄새가 너무 심해요. 그리고 나무 같은 건 아이디어가 좋았는데 뭔가 건물처럼 뛰어다니는 장쾌한 맛이 부족합니다. 흐름이 뚝 끊긴다는 느낌이 있다고 할까요.

큰: 그 쪽의 선구주자니깐 벤치 마킹은 당연한걸지도 모릅니다. 물론 저도 레데리를 뛰어넘는 무언가는 없었다는 폴라곰 씨의 의견엔 동의합니다. 대신 해전 같은건 굉장합니다. 이번 편에서 가장 공들인 디자인이고 상당한 수확을 걷어들였다고 봅니다. 오픈 월드 최초로 구현된 해전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가치가 있어요.

폴: 근데 옆에서 보니깐 교통 사고만 일으키던데요 ^^

큰: 인류 평화를 위해 운전 같은건 배우지 않기로 했거든요?


폴: 미션 디자인이나 UI은 솔직히 옥석이 뒤섞여 있더라고요.

큰: 메인 미션은 레벨/미션 디자인에 무리수를 둔 몇 개 정도 빼곤 퀄리티가 괜찮은 편입니다. 사실 다들 찰스 리가 어렵다고 했는데 외려 찰스 리보다는 토마스 힉키나 하이담이 어렵더라고요. 특히 하이담은 제법 애먹었습니다.

폴: 확실히 하이담 전은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려한 연출을 넣기 위해 한건 알겠는데 핸디캡이 걸려서 빡치는데다 연출 포인트를 찾아 발동시키는게 너무 애매해요. 세이브 포인트는 히트맨 앱솔루션처럼 '다 했는데 들켜서 시작부터 다시 해야함' 정도로 괴랄하진 않지만 조금 불편하게 배치된 부분이 있습니다.


큰: 부가 미션 이야기를 해보자면 암살자 미션은 1편의 메인 미션 구조로 회귀-의뢰인이 원하는 의뢰를 해결한 뒤에 접근이 가능했던-했지만 미션 디자인은 훨씬 나아졌습니다. 버그 문제가 있어서인지 좀 피곤했지만... 깃털에 대응하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연감은 좀 악랄해졌지만 재도전이 가능해서 그렇게까지 짜증스럽진 않습니다. 3편의 강점은 부가 미션에 세부 이야기를 부여한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특히 마을 미션은 마지막은 제법 찡하더라고요. 

폴: 세부 이야기 자체는 제법 양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연동해서 상호 작용 대화 이벤트도 상당히 공을 들인게 좋더라고요. 정작 마을 관리 자체는 아이템 만들기 파트와 수송대 보호하는게 미묘하게 짜증스럽지만... 반대로 암살자 미션은 그런 세부 이야기의 추가가 양면의 날이였다고 봅니다. 좀 번거롭다고 할까요. 암살자 팩션 자체도 매복 같은 혁신적인 행동 추가 같은건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모집하기도 부르기도 쉽지 않게 된데다 암살자 능력 자체가 너프당한 느낌도 있어서 전투가 어려워졌습니다.


큰: 그것도 그거지만 전투 자체도 워리어 크리드라고 함부로 말 못하겠더라고요. 레벨레이션의 예니체리처럼 혈압 팍팍 올라가는 수준은 아니지만 다들 공평하게 세졌어요. 그 외 자잘한 행동들 난이도도 올라갔습니다. 엿듣기나 훔치기... 대신 벽에 기대서 은신하기 같은 '아 이건 왜 진작에 안들어갔지' 같은 행동이 추가됬더라고요.

폴: 엿듣기는 디자인은 그럴싸하지만 미묘하게 짜증납니다. 반대로 훔치기는 적절한 난이도로 조정된것 같습니다. 근데 진짜 벽에 기대 은신하기'는 왜 지금에서야 들어간거래요?


큰: UI 이야기를 하자면 전 한가지만 말하고 싶습니다. 말 부르는 휘파람이 왜 고정 버튼이 아니라 일일히 설정하게 됬는지 모르겠어요.

폴: 그러게 말입니다. 반대로 암살단 메뉴가 게임 내 스팟이 아닌 언제든지 부를수 있는 메뉴 형태로 변경된건 좋다고 봅니다. 레벨레이션에서는 좀 번거로웠죠. 폭탄 부분도 간결하게 쳐낸것도 좋아요.

큰: 폭탄은 확실히 쳐내니깐 보기 좋더라고요.


큰: 데스몬드 미션은 어떤가요?

폴: 아직까지는 현대전을 어떻게 만들건가 라는 고민이 담겨있는 시안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총을 이용한 전투는 괜찮았지만 딱 그 정도. 미션 디자인 자체가 과거 파트 판박이에요. 뭐 더 깊이 파고들었다면 게임을 하나 더 만들어야 했겠지만.

큰: 불쌍한 데스몬드.


큰: 그래서 이번 어새신 크리드 3에 대해서 정리를 하자면 기대한것치고는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많았다는거군요.

폴: 제작진이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여러 도전을 많이 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잘 안 된 것 같더라... 그런 느낌이에요. 그리고 스토리 측면에서 뻥카쳐서 자멸한 부분도 없잖아 있고.


큰: 음 제작진은 [헤일로 3] 같이 웅장한 마무리와 동시에 후속편 제작 가능한 그런 결말을 만들고 싶었나 봅니다.

폴: 그거하고 그게 같나요. 작가의 '아 ! 이런 결말 내는 난 아티스트해!' 같은 자뻑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선 [매스 이펙트 3]보단 낫긴 하지만 그래도 실망스러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2012년 멸망 떡밥을 올해 가기 전에 써먹으려고 했다가 망한듯한 느낌입니다. 캐릭터 묘사 같은건 상당히 발전했다는걸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될 정도에요. 차라리 3부작 완결! 그런 말 하지 않았다면 나았을것 같습니다.


큰: 어쨌든 마무리는 지어졌고 후속작 예고는 했으니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노는 그냥 흑막으로만 머물러줬으면 좋겠어요.

폴: 찬성입니다. 걔가 직접 나서면 어새신 오브 워로 바뀌어야 할듯요.


큰: 아무튼 게임 자체는 괜찮은 요소들은 많습니다. 웅장한 스케일로 밀어붙이는 해전 같은건 진짜 게임사의 획을 그을만한 성취라 할만하고, 여전히 기본적인 재미도 보장해주니깐요. 레벨레이션처럼 조금 안이한 재탕이거나 1편처럼 미완성 프로토타입을 내놨다 그런건 아니에요. 여전히 제작진들은 열정적이고 창의적인데 다른 방향으로 실패했다고 봐야 할듯 합니다.

폴: 그건 맞습니다. 열의는 인정합니다만 좀 다듬어서 후속작이나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젠 미국 혁명 끝났으니 프랑스 혁명이라던가 아니면 아예  미국 원주민=코너를 주인공으로 당대 백인들 대차게 까는 서부극([늑대와의 춤을]이나 로버트 알트만의 [시팅 불의 역사교습] 스타일로)라던가...


큰: 뭐가 나올지는 좀 봐야 되겠죠.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폴라곰 씨. 사죄의 의미로 다음엔 영화 리뷰나 한번 하죠. [키스 미 데들리]나 [제 3의 사나이] 라던가...

폴: 네 그러죠..


P.S. 큰: 멀티 플레이는...

폴: 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야기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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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아너드 [Dishonored] (2012)


[디스아너드]는 여러모로 [바이오쇼크]를 신호탄으로 시작한 "워렌 스펙터([시스템 쇼크], [시프], [데이어스 엑스])의 아이들" 조류에 속해있는 1인칭 잠입 액션 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이야기할때 빼놓을수 없는 이름인 하비 스미스가 바로 워렌 스펙터 프로듀서 그룹 출신에 [시스템 쇼크]와 [데이어스 엑스]를 거쳐왔거든요. 그만큼 [디스아너드]는 워렌 스펙터제 게임들의 자장에 속해있는 게임입니다. 물론 하비 스미스와 더불어 게임을 지탱하고 있는 제작자 라프 콜란토니오와 그가 만든 [다크 메시아: 마이트 앤 매직]도 중요한 이름이긴 하지만 적어도 [디스아너드]에서는 [마이트 앤 매직]보다는 [데이어스 엑스]나 [시프]의 영향력이 확고해보입니다. 단순히 디자인 측면이 아니라 미적인 세계관으로도 말이죠.

[디스아너드]의 게임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상황을 풀어갈수 있는 가능성의 수'입니다. 비록 이야기 자체는 여전히 일자에 가깝지만-후반에 전개가 변하긴 하지만 [헤비 레인] 수준은 아닙니다.-[디스아너드]는 기존 잠입 게임들과 달리 그 일자 상황 내에서 게이머들에게 풀어갈수 있는 많은 가능성들을 던져주려고 하고 있고 상당수 성공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으헉 이런 선택도 가능하다니'라는 생각마저 드는 선택들이 있는데 한가지 예를 들자면 '대상의 사회적인 말살'을 플레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건 전 여기서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변화무쌍하진 않다, 라고 적긴 했지만 플레이어의 선택이 게임의 소소한 디테일에 변화를 주고 나중에 큰 흐름을 바꾸게 되는 것도 훌륭한 선택였다고 봅니다. 그게 좀 한쪽으로만 정해지는게 좀 아쉽긴 하지만...

물론 거기까지 '도구'도 잔뜩 주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디스아너드]가 [데이어스 엑스: 휴먼 레볼루션]보다 낫다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그 '도구'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아주 세련되고 간결하게 정리한데다 나아가 다른 요소들과 유기적인 연계에도 신경썼다는 점입니다. 휴레도 좋은 편이였지만 [디스아너드]가 보여주는 그 극한의 경제성과 각 요소의 유기적인 연계가 만드는 능구렁이 같은 리듬에 비하면 밀립니다. 쥐에게 함정을 설치해 쥐에게 빙의시켜 적에게 공격하는 플레이부터 본 참(DLC 한정이긴 하지만)과 쥐떼 공격을 이용해 무한 마나 공급 학살 플레이까지 플레이어의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도구'를 쓸 수 있는 '배경'(즉 레벨)의 디자인도 게임 내 미적 세계관에 충실하면서도 '환풍구' 같은 인위적인 요소 없이 자연스럽게 잠입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느껴져요. 좋은 잠입 게임들이 그렇듯이 [디스아너드]의 치밀한 설계가 만들어내는 요소들의 리듬과 서스펜스는 거의 능구렁이 수준입니다.

게임의 세계관 역시 매력적입니다. 기본적인 뼈대가 되는 스팀펑크는 그리 특이할것 까진 없지만, [디스아너드]는 세계 내에 배치된 다양한 저널들을 통해 치밀하고 꼼꼼하게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고래 기름을 통해 이뤄진 "산업 혁명"이 가져온 부귀영화와 거기서 잉태된 톨보이를 비롯한 신비로우면서도 "그 세계의 과학 법칙에 투철하게 설계된" 기계들, 하지만 그런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폭압과 전염병 속에서 신음받는 일반 시민들, 기계문명의 발달을 비웃듯이 사람들의 무의식과 악몽 속에 자리잡아 군림하는 메피스토텔레스 아웃사이더 등 [디스아너드]의 세계관은 영국을 한때 지배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화려함과 고딕의 음울함이 독특한 배합으로 섞여있습니다. 이런 유니크함은 하비 스미스와 리카르도 베어 이 둘의 미적 취향이 강력히 배어있다고도 할 수 있을겁니다. 물론 [하프 라이프 2]의 도시 17을 만들어낸 빅토르 안토노프의 공도 빼놓으면 안 되겠지만요.


유니크하면서도 치밀하게 짜여진 세계관에 비해 각본은 좀 약한 편입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1인칭 주인공 캐릭터"가 가지는 한계를 넘어보려고 하는 시도라던가, 저널과 기록들을 통해 경제적으로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려는 시도 (이것도 워렌 스펙터 제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시도이긴 합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를 연상시키게 하는 영리하고 흥미진진한 전개는 칭찬받을만합니다만 대부분 이런 공력들은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어요. 전반적으로 [디스아너드]는 세련되고 유려하게 흘러가는 복수극이긴 하지만 [레드 데드 리뎀션]이나 [어새신 크리드]처럼 캐릭터와 세계, 서사에 콱 몰입하게 하고 중후한 감동을 안겨주는 그런 장쾌한 "매력"은 좀 부족합니다. 반전 이후 이야기의 템포가 너무 빨랐다는 것도 지적하고 싶군요.


조금 투덜거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디스아너드]의 매력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이 게임은 여전히 자기만의 투철한 미학과 방향을 가지고 잠입 게임의 새로운 판도를 제시하려는 야심찬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야심을 대부분 성공시키고 있고요. 이야기에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렸더라면 정말 굉장한 게임이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깝긴 하지만 여전히 잠입 게임 팬들이라면 꼭 해봐야 할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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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어 헤이트 스토리 [Analogue: A Hate Story] (2012)


여인잔혹사: AI야 AI야


[아날로그: 어 헤이트 스토리] (이하 아날로그) 는 내용으로 보면 "우주에 고립된 우주선"을 배경으로 한 SF 미스테리물입니다. 25세기 지구. 통일 대한민국에서는 첫 번째 성간 콜로니를 만들기 위하여 먼 우주로 세대우주선을 출항시켰지만 이 우주선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채 연락이 끊기고 사라집니다. 수천 년 후, 마침내 이 우주선이 발견되었고 플레이어는 여기서 일어난 일들을 알아내야 합니다.


[아날로그]는 일반적인 비주얼 노벨과 달리 대화보다는 인물들이 남긴 기록이 중심이 되는 게임입니다. 따라서 게임의 중심은 이 로그들을 읽고 AI들에게 보여주면서 새로운 기록을 찾아내는 것에 맞춰져 있습니다. 얼핏보면 이질적이긴 하지만 [아날로그]는 여전히 비주얼 노벨이라 불릴수 있는 게임입니다. 왜냐하면 결국 그 기록들을 통해 '스토리텔링'이 진행되고 그 스토리텔링이 게임 디자인의 중핵을 이루고 있거든요. 다만 크리스틴 러브는 평범한 비주얼 노벨 제작자들과 달리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이런 터치는 자칫하면 단순해질수 있는 이 장르에 새로운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업링크]와 서구식 인터랙티브 픽션의 오마주 같은) 오버드라이브 터미널이 좋은 예입니다.


"우주에 고립된 우주선"이란 SF 장르로써 [아날로그]는 안전한 수준에서 무리하지 않고 성실하게 분위기를 만드는 수준입니다. 애시당초 1인 제작 비주얼 노벨이기도 하니깐요. 하지만 [아날로그]엔 언급한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조선 시대의 악습이였던 남존여비입니다. 그리고 이걸 무기로 크리스틴 러브가 써내린 이야기들은 '남존여비' 사상에 짓눌려진 두 가문의 인간들이 펼치는 근친상간, 동성애, 섹스, 폭력, 음모, 냉동인간이 뒤섞인 2대에 걸쳐 내려가는 어처구니없지만 잔인한 비극입니다. 그리고 이 비극은 단지 기록으로만 머물지 않죠.


자칫하면 편견에 찬 공격으로 떨어질수 있는 어려운 내용이지만, 이 점에서 크리스틴 러브는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한 미싱링크가 살짝 있긴 하지만-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추측으로 짐작할수 있는 수준입니다.-역사적인 사실에 충실한 풍부한 디테일과 상상력, 냉정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존중(뮤트가 대표적입니다.)이 담긴 시선으로 그려낸 무궁화호의 비극은 현지인인 한국인들조차 끄덕이게 하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아날로그]가 SF풍으로 재현해내는 조선 시대의 풍습과 여인 잔혹사는... 그렇게까지 멀리 떨어진 존재가 아니니깐요.


그리고 이 게임은 보편적인 울림을 획득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람을 억압하는 잘못된 악습이 세상을 지배하게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고 개인이 파괴되는가에 대한 경고로 말이죠. 꿈많은 소녀가 끔찍한 사상을 맹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망가지고 결국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암울한 이야기니깐요. 하지만 마냥 퍽퍽하고 어두운 내용은 아닙니다. 게임엔 '처음으로 사랑을 깨닫는 소녀의 설레임' 같은 굉장히 로맨틱한 부분들도 있습니다. [아날로그]의 연애 시뮬레이션적인 요소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할까요.


[아날로그]는 비주얼 노벨의 신기원!! 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과 묵직하고 고민해볼만한 화두를 지니고 있는 게임입니다. 비주얼 노벨이라는 장르를 조금씩 새롭게 바꿔나가는 제작자의 작지만 알찬 실험 정신과 흡인력 있는 문장력, 그리고 매력적인 두 AI 캐릭터는 플레이어들을 이 여성 잔혹사로 인도할 것입니다.


P.S.1 한국어 번역은 훌륭합니다. 그 SF적인 분위기와 사극 분위기 사이가 모호해서 난도가 높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부분들을 잘 집었더라고요.

P.S.2 전반적인 분위기는 [시스템 쇼크]나 [바이오쇼크]하고 분위기가 닮아 있습니다. 기록 중심의 스토리텔링, 우주선을 배경으로 게임 내내 음산한 기운이 지배한다는 점, 잘못된 사상이 지배한 폐쇄 사회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말이죠. 크리스틴이 [바이오쇼크] 팬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직접적인 영향도 생각해볼만합니다.

P.S.3 반대로 게임 디자인으로 보자면 이 게임은 PS 시절에 나온 게임판 [시리얼 익스퍼리먼츠 레인]하고 닮아있습니다. 단편 단편으로 된 기록들을 모아 하나의 큰 퍼즐을 맞춰간다는 점에서 말이죠. 다만 이 쪽은 의식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만들다보니 그렇게 됬더라....에 가까울듯 합니다. 그리고 [레인]은 UI 디자인이 굉장히 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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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장과 호랑이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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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꼬리 잡기의 신선한 응용


가끔 원초적인 것이 사람들의 흥미를 사로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복고풍 개러지 록 유행이라던가, 최근 다시 불기 시작한 테트리스 열풍이나 모두 단순함과 원초성을 내세워 이득을 보았습니다. 이번 대한민국 인디게임 2008년 은상을 받은 부족장과 호랑이 역시 그런 게임의 원초성을 독특하게 살려낸 게임입니다.

게임 자체는 '뱀꼬리게임' 스타일 입니다. 플레이 캐릭터를 움직여 캐릭터를 쫓아오는 호랑이들을 우리에 넣거나, 아이템을 이용해서 한꺼번에 처리해버리는 거죠. 조작키도 설명이 필요 없을정도로 단순합니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처음이야 쉽게 시작하지만, 점점 난이도 올라갈 수록 방향이나 호랑이의 수, 호랑이가 달려드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해서 은근히 잘 죽습니다. 대신 적재적소의 우리와 아이템 배치로 인해 마음만 먹으면 다양하게 호랑이를 가둘 수 있습니다. (전 빨리 죽어서 경험하질 못헀지만, 난이도가 올라가면 코뿔소나 벨로시랩터가 등장하는데, 이것들이 종종 호랑이를 제거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쓰이는 재치도 부리고 있다고 합니다.) 단순함이 종종 획일적이고 지루함과 동일시 되는 것을 보면, 이 게임의 디자인은 영리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이 다른 캐주얼 게임과 차별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멀티 플레이'라는 점입니다. 이 게임은 싱글 플레이가 없고 오로지 멀티 플레이만 되는데 은근히 협동 플레이가 재미있습니다. 또한 협동을 하는 동시에 살아남은 시간에 따라 점수차에 따라 등수가 나타나는데, 이 역시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래픽 역시 단순하지만, 간결하게 게임을 장식해주고 있어서 좋습니다.

단점이라면, 게임을 시작했을때 간단히라도 설명을 넣고 시작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점과 온라인에 무조건 연결이 그렇게 썩 좋지만은 않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아주 단순하고 미니멀한 방식으로 원초적인 즐거움을 극대화한 점에서 이 게임은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합니다.

공식 홈페이지: http://nori-ter.com/

(이 리뷰는 인디 게임 웹진인 PIG-MIN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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