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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322)
교향시편 유레카 7 [交響詩篇エウレカセブン/Eureka Seven] - All You Need is Love


(스포일러 경고! 꽤 많아요.)

일본 애니에는 포스트-에바라는 기묘한 이름의 분류딱지가 있다. 파괴와 멸망,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절망과 그 절망 때문에 생긴 내향성을 다루는 작품들에게 붙는 딱지다. 이 딱지에는 에반게리온의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암시와 또 같은 내용이냐는 약간의 빈정거림이 들어가 있다. 이 딱지가 붙여진 작품들을 예를 들자면 [아르젠토 소마],[라제폰]등이 있다. 모두들 소재가 참신했고 애를 썼지만 에바의 흔적이 너무나 커보였다.

그런데 2005년에 방영 시작해 2006년 3월 완결된 BONES의 교향시편 유레카 7은 이런 구조를 빌려왔지만 에반게리온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어떤 암울한 상황에도 놓지 않는 유머, 80년대 유행한 애시드 하우스 문화의 영향, 고전 작품에 대한 재치있는 인용, 덜 부담스러운 내면 드러내기... 에바와 닮아 있는 듯 안 닮은 듯 했다.

리프[각주:1]를 좋아하는 소년 랜턴은 모든 것이 평범하다. 그의 아버지 애드록 서스톤이 '썸머 오브 러브'[각주:2]으로부터 새상을 구해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랜턴은 그게 짜증난다. 그의 꿈은 존경하는 리프 라이더 홀랜드처럼 되는 것이다. 이런 그에게도 세상이 바뀔만한 일이 일어나니 바로 전설의 기체 니르바슈와 함께 나타난 미소녀 유레카(에우레카)의 만남이였다. 이후 그는 여러 사건을 경험하는데..

기본적으로 스토리는 이제는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에 클리쉐[각주:3]처럼 되버린 '소년, 소녀를 만나다','전설의 기체'를 차용하고 있다. 그리고 전체적인 구조는 위에 언급한 포스트-에바에서 빌려오고 있다. 소재 자체는 그리 신선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별거 없는 재료도 훌륭하게 다뤄내면 멋진 요리가 된다는 것을 문화사는 증명해왔다. 아니 문화사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다. 저 위에 적힌 클리쉐를 고대로 가져온 [풀 메탈 패닉!] 시리즈를 보라. 너무나 맛깔스러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자 우리의 제작사 BONES는 어떻게 할까?

이런 재료들을 가지고 어떻게 할까에 대한 단서는 우선 BONES를 알린 작품 [라제폰][각주:4]으로 돌아가봐야 한다. 에바를 넘겠다는 목표아래 제작된 [라제폰]은 모든 것이 완벽했으나 스토리가 문제가 있었고, 결정적으로 주제의 무게는 약했다. 이것은 작품이 완결 된 뒤에도 여전해서 오늘날에도 논쟁이 되고 있다.

BONES는 이후 전작의 실패점을 거울 삼아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어떻게 하면 대중을 사로잡는가, [현란무답제]에는 깔끔한 이야기전개와 재치있는 유머,[크라우 팬텀 메모리]의 심도 있는 주제를 갈고 닦아 왔다. 결과는 어떨것인가?

결론은 이렇다. [유레카 7]은 [라제폰]의 실패를 깔끔하게 만회해버리고 자신의 모태였던 에바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이야기에다 자신이 만들어 왔던 작품들의 기법과 성과를 모조리 모아버린다. 이것은 안노 이래 어느 누구도 하지 못했던 괴력이다.

[유레카 7]이 주제를 위해 호출하는 소재는 바로 '자연'이다. 여기서 자연은 스카브 코랄이라는 생명체로 표현된다. 말그대로 스카브 코랄은 이 지구 그 자체다. 대충 눈치 챈 분들도 있겠지만, 이 스카브 코랄은 가이아 이론과 히피의 중요 사상인 어머니 대지 이론[각주:5]을 따온것이다.

이 스카브 코랄을 둘러싼 사람들의 행동 또한 중요하다. 듀이는 스카브 코랄을 이 행성의 침입자라 간주하고 아주 없애버릴려고 한다. 그는 심지어 이해할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자연을 파괴하고 살아가려는 어떤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것은 파멸을 부를 뿐이다.

듀이의 이런 행동은 '나와 다른 어떤 것에 대한 태도'로도 이해할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그렇게 된다면 소통의 문제로 나아간다. 나와 다른 어떤 것을 포용할줄 모르고 오직 박해만 한다면 모든 것은 멸망한다고...

이런 일방적인 폭력과 몰이해의 대책으로 유레카 7은 사랑을 제시한다.

여기서 '사랑'에 대해 짚어보자. 전작 [라제폰]의 사랑은 뒤늦게 알은 안타까움과 엇갈림의 고통으로 뒤덮여 있다면 유레카 7의 사랑은 순수하고 풋풋함, 어색함과 떨림, 그리고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에 대한 축복으로 가득차 있다. 이들의 사랑은 포우의 [애너밸 리][각주:6]에서 말한 '똑똑한 어른들의 사람'보다 '우리들의 사랑'에 가깝다. 유레카와 랜턴, 아네모네와 도미닉, 홀랜드와 타르호의 사랑은 서투르지만 진정성이 담겨있다. 그래서 그들이 닭살스러운 표현해도 훨씬 가슴에 와닿는다.

[유레카 7]의 사랑은 또한 대상이 한정되어 있지 않은 박애주의와 연결된다. 히피가 주창한 '썸머 오브 러브'가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을 의미하지 않았듯 [유레카 7]은 남녀간의 사랑을 통해 이 세상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해 사랑과 경의를 표한다. 인간, 코랄리언, 보더락, 그리고 이 행성까지.

이런 점에서 [유레카 7]은 에반게리온의 내향성과 절망에서 벗어난다. 신지[각주:7]가 내면에 틀어박혀 독백만 하면서 자학을 하고 있다면, 유레카와 랜턴은 사랑을 통해 비극적인 일들로 가득한 이 세상을 변화시킬려고 한다. 그래서 결말도 훨씬 낙천적이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은 살아남긴 했지만, 새로운 절망에 다시 내던져진 느낌이라면 유레카 7은 모두가 기다리는 그곳으로 돌아온다.

이번엔 퀄리티에 대해 말해 보자. [유레카 7]의 퀄리티는 말그대로 '장난이 아니다.' 중간에 살짝 무너지긴 하지만 엄청난 수준의 작화와 곡예의 경지에 이른 액션씬은 BONES가 퀄리티에도 대단히 신경을 많이 썼다는 걸 알수 있다. 또 캐릭터들의 개성도 잘 살아 있고, 음악 또한 좋다.

2005년에 나온 TV 방영 애니중에 삼대 걸작 (허니와 클로버 - 교향시편 유레카 7 - 풀 메탈 패닉 TSR)에 당당히 끼는 작품이고, 하이바네 연맹 이후 풍부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지만, 단점도 있다. 막판 장면 묘사가 엔드 오브 에바와 비슷한 장면이 있다는 것, 후반부에 이야기전개가 스피드 업 되서 설명이 빠지거나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다는 점, 결론이 그닥 시원스럽지 못한 점이 문제다.

그러나 그런 점들도 그냥 봐줄 만큼 유레카 7은 대단한 작품이다. 아마 10년뒤에도, 애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2005년에 나온 삼대 걸작에 이야기하면서 리프와 월광 스테이트. 그리고 모든 것을 초월한 사랑을 한 소년 소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을 것이다.

뱀다리 (그것도 무지하게 긴.)

1.PS2 게임판 인물들이 잠깐 나오는 장면이 있다. 찾아보자.
2.4쿨 짜리 애니들은 OP/ED가 무지하게 좋다. BLOOD+도 그렇고, 이 애니도 그렇다.
3.랜턴은 프리크리의 나오타를 참고하지 않았을까 싶다.
4.이 애니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뉴타입 한국판이였다. 누군가 그 잡지를 학교에 가져 왔는데 표지이야기가 바로 [유레카 7]이였다.
5.후속편도 안바란다. TSR처럼 특별판 OVA라도 제작했으면 좋겠다. 으으..
6.원래 이 리뷰에는 엄청 긴 애시드 하우스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으나 그냥 빼버렸다. 이야기에 맞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여기에 적어놓는 건데 이 작품, 의외로 애시드 하우스 문화의 영향이 많이 보인다.(더 알고 싶으면 [입 닥치고 춤이나 춰](..대담하다.)라는 책을 추천한다. 시간이 지난 책이긴 하지만 애시드 하우스 문화에 대한 설명도 이 만한 책도 없다.)
7.하이바네 연맹만큼 글쓰기 힘들었다. 특히 주제 설명이 가장 어려웠다.
8.[황금가지] 이야기도 쓰고 싶었지만... 못 읽었다. 다음에 수정할때나 넣을까 생각중이다.
9.애니맥스 이 작품을 좀 방영해줘.. 으으..

  1. 하늘에 있는 트래퍼를 이용해 파도타기하는 스포츠 [본문으로]
  2. 트래퍼 농도과 과도해져 재난이 일어난 사건. [본문으로]
  3. 어떤 소재가 계속 그 장르내에서 쓰여져 하나의 관습처럼 되버린 것 [본문으로]
  4. BONES 제작, 2002년작. 평범한 학생인 카미나 아야토는 테라의 수도침공을 피해 도망치다가 동급생 미시마 레이카와 테라 소속 군인인 시도 하루카를 각각 만나게 된다. 이후 그는 라제폰이라는 기체를 각성시키고 그를 조종하게 된다. 이후 아야토는 상상도 못한 이 세계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 방영 당시 화려한 퀄리티로 유명했었다. 한국에서도 2005년 방영했다. [본문으로]
  5. 사상은 훗날 애시드 하우스 문화의 일부였던 앰비언트 하우스의 중요 사상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6. 시를 읽고 싶으면 이 곳을 누르시길. 원어도 함께 있다. [본문으로]
  7. 에반게리온의 주인공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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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바네 연맹 [灰羽連盟 / Haibane Renmei / Haibane Federation]
(스포일러가 꽤 많습니다.)

레인이란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오리지널 캐릭터 디자인의 아베 요시토시와 제작자 우에다 야스유키라는 이름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릴것이다. 그들 콤비가 만들어 내는 TV 애니메이션은 점점 형식화 되가는 일본 TV 애니메이션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가상세계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주제로 파격적인 실험을 한 [레인]은 [카우보이 비밥]과 합께 98년 걸작으로 불려지고 있고, 다음작 [니아 언더 세븐]은 외계인과 같이 사는 빈곤 재수생의 일상을 코믹하면서도 마냥 코믹하지 않게 그려낸(이런 점에서 같은 해에 나온 [프리크리]와 비교되곤 한다.)소품이였다.

[하이바네 연맹]은 [레인]과 [니아 언더 세븐] 사이에 있는 작품이다. 우선 설정이 [레인]처럼 판타지적이다. 갑자기 나타나 갑자기 사라지는 존재 하이바네들, 현대인듯 하지만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도시,사원,올드홈,폐공장들이 그렇다. 그렇지만 하이바네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담담하게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니아 언더 세븐]의 일상성이 들어난다.

작품자체가 일상성과 비일상성의 경계 위에 서 있듯, 하이바네라는 존재도 위치가 모호하다. 일단 그들의 외형을 보면 날개가 달려있고, 광륜이 머리위에 있다. 영락없는 천사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날개가 회색인 점, 일한다는 점에서 천사와 많이 다르다.

하이바네 연맹의 큰 줄기를 자리 잡고 있는 테마는 바로 '구원'이다. 천사도 인간도 아닌 아이들이 이 마을에서 살아가면서 가장 큰 사건은 바로 '홀로서기'다. 바로 삶을 초월하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초월의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좋은 하이바네여만 한다.

따라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나쁜 하이바네가 어떻게 좋은 하이바네가 되는가, 즉 '구원'에 대해 나아간다. 애니는 이를 위해 두명의 인물을 보여준다. 바로 주인공 락카와, 레키다.

먼저 락카를 보자면, 중반부에 쿠우가 떠나버리고 나서 그녀는 심한 충격을 받아 저주받은 하이바네인 츠메츠키가 되버린다. 그 후 방황하다가 새를 보고 무언가를 깨닫고 구원을 받는다. 이제 레키를 보면 태어날때부터 저주받은 존재였던 그녀는 자신은 남과 상종할수 없다고 스스로 자학하며 외로이 살아간다. 그리고 항상 이 상태에서 빠져나오길 원하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자신과 반대인 락카와 쿠우에 대해 열등감을 느낀다. 마지막에 모든 걸 포기하고 사라지기로 하는 순간 락카에게 구원을 받는다.

이것을 보면 사람들은 본성이나 후천적인 이유(절망 같은것)로 타락한다는 걸 알수 있다. 전자는 레키, 후자는 락카가 속한다. 그런 타락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바로 관심과 사랑 아니였을까 싶다. 새가 걱정이 되서 락카를 잡아 끌었듯이, 락카가 레키를 걱정하고 사랑을 베풂으로 레키는 구원을 받는 걸 보면 말이다.

하이바네 연맹은 인간의 삶, 일의 의미, 구원, 세상, 종교등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하지만 모든 좋은 작품이 그렇듯, 강요하지 않고 천천히 풀어나간다. 대신 우리는 그 숨겨진 의미를 끝없이 파헤쳐야 하지만 이것도 이 작품의 매력이리라.

마지막에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둘씩이나) 예고되면서 끝난다. 그들은 태어나면서 무슨 일을 겫고 상처를 주고 또, 받을까? 하지만 락카가 그랬듯 이들도 꿋꿋히 살아 갈 것이다.

평:★★★★★(무조건 강추, 이걸 보지 않고 애니를 다 봤다고 논하지 말라.)

잡설.
마지막 화를 감상한지 4~5주가 되서야 다 썼다. 햐.. 처음에는 어떤 방향으로 써야할지 막혔고, 중반에는 귀찮음 때문에 미완성인 채로 남겨놨다. 오늘 드디어 완성했다. 자축이라도 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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