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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미국만화 (1)
울버린 [Wolverine] (1981)


울버린

저자
크리스 클레어몬트 지음
출판사
시공사(만화) | 2013-04-25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엑스맨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 울버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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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클레어몬트와 프랭크 밀러의 [울버린]은 소위 프랭크 밀러의 초기 시절에 나왔던 만화책이다. 울버린 1-4 이슈와 언캐니 액스맨 172-173 이슈를 묶었다고 보면 좋다. 대체적으로 울버린이라는 마블 내 최고 인기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울버린 웨폰 X]와 이 책을 드는 경우가 많고 2013년에 나온 영화 [울버린]도 이 만화책에서 많은걸 빌려왔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것은 [울버린]은 오해와 달리 프랭크 밀러가 혼자서 글 쓰고 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크리스 클레어몬트라고 엄연한 글작가가 붙어있다. 하지만 [울버린]을 소개할때 프랭크 밀러의 이름은 반드시 언급되는데, 이는 프랭크 밀러의 작가적 개성이 [울버린] 이후로 크리스 클레어몬트를 압도할 정도가 되었다는걸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울버린]은 프랭크 밀러의 대표작인 [다크 나이트 리턴즈] 이전에 나온 시리즈다.) 물론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클레어몬트가 생각했던 울버린과 밀러가 생각했던 울버린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가서 시너지 효과를 보였던 것도 있다.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무엇인가라는 점에서 [울버린]과 [울버린 웨폰 X]은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짐승 병기의 운명을 타고났지만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는 뮤턴트의 투쟁기다. 다만 개별 요소는 다르다. [울버린 웨폰 X]는 존 카펜터의 [괴물] 같은 한정된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몬스터 서스펜스/호러물, 프랑켄슈타인 풍의 실패한 창조주, 실내극의 요소를 도입해 극한 상황에 짐승이 되어가지만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는 로건이라는 캐릭터의 내적 갈등에 집중했다. [울버린]은 좀 더 울버린이 캐릭터들이나 배경하고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 집중한다. 여기엔 사이클롭스나 스톰 같은 엑스맨 멤버들도 등장하고 그 유명한 야시다 마리코도 등장한다.

크리스 클레어몬트와 프랭크 밀러가 끌어오는 배경은 다름 아닌 일본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이 일본은 현실의 일본하고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울버린]이 그려내는 일본은 기예르모 델 토로의 [퍼시픽 림]이나 소피아 코폴라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사랑에 빠진 것처럼] 같이 일본인이 그려낸 일본을 본 외국인들이 그려낸 일본에 가깝다. 그래도 교묘하게  일본 서민들의 삶을 다룬 고전 일본 영화들 속에 자신의 고상한 취향을 은밀하게 섞어놓은 [사랑에 빠진 것처럼]이나 현대 일본 팝 문화가 존재하는 일본의 현실을 그려낸 쪽에 가까운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와 달리, [울버린]은 [퍼시픽 림]처럼 일본 팝 문화가 그려내는 세계를 그대로 현실에 이식하는 쪽에 가깝다.

[울버린]의 일본 문화에 대한 애정은 당시 1980년대라는 특수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당시 일본의 경제적인 발전에 따라 미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관심과 경계심이 커졌다. 사실 예전부터 일본은 서구권에 많이 노출되온 나라기도 했지만 그 문화가 본격적으로 서브컬쳐에 스며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 쿠로사와 아키라가 서구권에서 환대를 받고 쿠로사와의 빠였던 [스타워즈]가 사무라이 이미지를 이용해 제다이라는 희대의 서브컬처 아이콘을 만들면서부터다. [울버린]에서 보여주는 사무라이에 대한 이미지는 [7인의 사무라이]나 [요짐보], [인의 없는 전쟁] 같이 꾸준히 쌓여져 왔던 일본 사무라이 영화나 (소위 인협이라 불리는) 야쿠자 영화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물론 [블레이드 러너]나 [뉴로맨서]에서 볼 수 있었던 '도래한 미래'로 볼 수 있는 일본 도시 조경에 대한 충격도 담겨있다.

그렇다면 왜 하고많은 일본 문화 중에서도 '사무라이'인것인가? 그 점을 지적하기 전에 울버린 캐릭터의 기원이 서부극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걸 알아둬야 할 것이다. DC의 슈퍼맨이나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로 대표되는 미국식 정파 히어로와 달리 울버린은 DC 배트맨과 더불어 다크 히어로로 분류되는 캐릭터다. 이런 현대적인 다크 히어로의 이미지는 보통 서부극의 무법자와 느와르의 탐정에서 비롯되었다는걸 주지해야 할 것이다. 야생엔 무법자가 있다면 도시엔 탐정이 있다고 할까. 이 중 배트맨이 탐정 이미지를 가져갔다면 울버린은 무법자를 가져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울버린의 탄생이 1880년 캐나다 서부 앨버타 주라는걸 생각해보면 그가 서부 개척사 시절에 몸을 담그고 있는 캐릭터라는건 쉽게 알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그의 기원은 안락한 집을 떠나 정처없이 세상을 방황한다는 서부극 무법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방랑 클리셰 중 하나로 시작된다. 그렇기에 그가 프로페서 X가 이끄는 엑스맨에 가입한다는 초기 설정은 그가 오랜 방랑 끝에 자신을 받아주는 공동체에 들어서는 익숙한 서부극의 서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최근 전개된 울버린의 죽음 이슈에서 그가 스스로 만든 공동체를 떠나는건 그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어찌보면 두 작가가 울버린에게 일본 사무라이 문화를 붙여준 것은 서부극 화법에서는 그다지 잘 다뤄지지 않았던 (사실 서부극 자체도 산업혁명이 진행된 뒤에 나타난 장르라 이 부분은 "인디언"이 아니면 깊게 다뤄지진 않는다. 단적으로 서부의 무법자들은 '총'을 쓴다.) 울버린의 '야수성'을 보듬어줄 단초를 발견했던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무사도나 추신구라에서 보여주는 폭력과 그것이 어떤식으로 작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유교의 인의예지에 기반한) 주장들은 분명 매혹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물론 역사책을 들여다보면 일본의 사무라이는 어떤 고상한 전사가 아닌 그냥 먹고 살기에 바빴던 평범한 공무원들이라는게 명백히 드러나지만 (이미 일본 작가와 영화감독들이 탐구한 영역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는 야마나카 사다오의 [인정 종이풍선]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하나], 야마다 요지의 [황혼의 사무라이]가 있다.) 적어도 사무라이 문화가 '이상'으로 삼고 있는 폭력과 절제의 조합은 여러모로 미국의 만화 작가들에겐 '이국적'인 매력으로 다가왔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울버린]은 타자의 문화에 대한 순진한 편견과 이해, 폭력, 시적인 고독을 품은 굉장히 이상한 매력을 지닌 만화가 된다. [울버린]은 로키 산맥에서 사람에게 다쳐 죽어가면서 발광하는 곰을 처치한 뒤 씁쓸해하는 무법자라는 서부극의 영역에서 출발해 일본에서 있었던 짧은 연에서 찾아온 비극적인 정혼 소식에서 비롯된 암투라는 사무라이/야쿠자물의 영역으로 넘어가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와중에 울버린은 폭력과 타자의 문화가 가지고 있는 외부인에 대한 배척 (의외로 이 부분은 작가들은 일본인이 외국인 보고 내뱉는 가이진外人라는 단어를 제법 예리하게 쓰이고 있다.)를 맞닥트리면서 자신의 야수성과 인간다움에 대한 고뇌를 하며 답을 얻는다. 

이 과정 속에서 두 작가들은 미국 히어로와 서부극의 무법자, 일본 사무라이과 닌자, 야쿠자를 한껏 뒤섞으면서 거기서 튀어나오는 혼종을 즐긴다. 사무라이의 명예를 중얼거리며 답답하게 고집 부리면서도 아버지를 처단하는데 동의하는 마리코와 자신의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이국적 팜 파탈 닌자 유키오로 대표되는 일본 여자 캐릭터들과 서부극 히어로 울버린이 맺는 [나비부인]적 관계가 그럴것이다. 그들은 현실적이지 않고 지극히 장르적으로 과장 왜곡되어 있지만 동시에 상당한 깊이를 지니고 있는 흥미로운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그런 과장되고 왜곡된 서사와 캐릭터들은 1980년대 미국 만화 특유의 현란한 색감과 장면을 설명하는 독백, 독특한 타이포그래피, 도쿄와 미야기를 오가며 마천루와 일본 성과 정원, 닌자와 사무라이 간의 액션을 단칼에 그려내는 프랭크 밀러 특유의 잉크선 굵은 화풍으로 구체화된다. 한마디로 1980년대 미국 아니면 낳을수 없었던 시각 예술인것이다.

[울버린]은 그 점에서 당시 동료들과 달리 후발주자로 출발했던 (울버린은 1974년에 나온 캐릭터였고 동료들과 달리 갓 10년째 되던 신생 캐릭터였다.)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의 개성을 확고하게 자리잡게 한 수작이며 이후 [다크 나이트 리턴즈]로 꽃 필 프랭크 밀러의 마초 미학의 단초를 찾아볼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프랭크 밀러의 다른 대표작인 [로닌]과 더불어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닌자 슬레이어]가 가지고 있는 '일본이 본 서구가 받아들인 일본'라는 이상한 매력이 어디서 기원했는가를 찾아볼수 있는 중요한 단서기도 하고 말이다. 다만 마블의 상술 때문에 결말이 클리프행어로 끝나 단권 완결성은 부족해 이후 이어지는 내용은 결국 마블 언리미티드를 끊어서 봐야 한다는 점이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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