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창문
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웨스 앤더슨 (3)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2014)

The Grand Budapest Hotel 
8.1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토니 레볼로리, 시얼샤 로넌, 애드리언 브로디
정보
미스터리, 어드벤처 | 미국, 독일 | 100 분 | 2014-03-20

웨스 앤더슨이 인공적인 세계의 미학에 집착했다는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이르러서는 셀룰로이드의 세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우주에 다다른것 같다. 물론 제임스 카메론과 달리 그의 인공적인 우주는 철저히 과거지향적이다. 색감은 일부러 원색을 쓰고 있으며, 화면비는 심지어 카메라를 움직일때조차 그는 그 시대에 나왔던 영화들처럼 평면성을 깨트리는 카메라 움직임을 배격한다. 기본적으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시선은 정육면체 상자 속에 면 하나를 제거하고 인물들을 관찰하는 느낌이다.

이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인공성에 대한 집착은 구스타프라는 캐릭터를 다루는데 매우 적합한 도구가 된다. 사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미학적 강박증은 구스타프 그 자체나 다름없다. 항상 젠체하며 시를 읇고 감옥에 있을때도 호텔 직원들에게 '예절'을 지키라는 편지를 보내는 그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는데, 이는 우리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강박적인 미장센을 보며 느끼는 감정하고 연결된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 존재할것 같지 않는 완벽함이 유치한 강박증적인 고집을 통해 나오기에 우리는 완벽함에압도되지 않고 유머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를 보며 어처구니 없어하는 초반부의 제로 무스타파는 곧 관객이 영화와 구스타프를 바라보는 시선인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우스꽝스러움이 씁쓸함을 품고 있다는 것도 지적하고 싶다. 원래 웨스 앤더슨이 우스꽝스러움에 인간사의 어두컴컴한 감정과 행동들을 집어넣긴 했지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는 전작들과 달리 그 유치함이 궁극적으로 '비극'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변화의 지점이 감지된다.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에서 인물들은 학교에서 쫓겨나고 감정의 보답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지만 현재에서 행복감을 찾아냈으며, [문라이즈 킹덤]의 1960년대는 단절되지 않고 현재로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며, 아이들은 좌절과 비참한 감정을 겪지만 끝내 해피엔딩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궁극적으로 영화적 현실에서 살아남은 자는 도입부와 끝에 잠깐 등장하는 '독자' 뿐이다.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도, 작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제로도, 이야기의 주인공인 구스타프도 살아남지 못한다. 이 잔인한 액자 구조야말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세계가 결국엔 셀룰로이드의 현실에서만 가능한 곳이 되었다는걸 상기시켜준다.

애거서 크리스티와 찰스 디킨슨, 코난 도일, 앨프래드 히치콕, 루니 툰즈 등의 영향을 받은 구스타프의 잔혹엉뚱한 모험담 역시 차라리 한 시대의 찬란함이 저물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쪽에 가깝다. 구스타프는 그 모험담 속에서 자신의 위신과 체통, 예절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그것은 코미디로 흐르기도 하지만 때론 찡한 구석마저 보여준다. 사소한 예절 문제로 제로에 대한 비방을 가한 뒤 제로의 사정을 알고 사과하는 구스타프는 비록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하고는 어긋나긴 했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동시에 서글픈 감정을 가지게 한다. 우리는 얼마 안 있어 구스타프 반대쪽에 있는 드미트리와 조플링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걸 알기 때문이다.

웨스 앤더슨은 그 종말을 프레임에서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단지 그 종말의 순간 직전 흑백으로 색깔을 빼앗아버린다. 단순한 효과지만 예상외로 효과적인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세계가 원색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세계기 때문이다. 게다가 웨스 앤더슨은 구스타프 시절의 유치하고 강박적이지만 위엄을 잃지 않았던 호텔과, 낡고 쇠락해가는 1960년대 호텔을 끊임없이 보여주면서 구스타프는 더 이상 현재에 존재할 수 없다는걸 암시한다. 그렇기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미래로 향했던 다른 웨스 앤더슨의 주인공들과 달리 그 시간에 박제된 채 끝난다. 남아있는 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황혼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낡은 눈물 짓는 늙은 제로를 보며 멜로드라마적인 감정에 빠질수 밖에 없다. 구스타프는 어찌되었든 험한 세상을 예절로 살아남고자 했던 인물이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도주 과정에서도 죽은 집사를 위해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일 줄 알았던 것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한병철의 언어를 잠깐 빌리자면) '머무름'이 조금이나마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시대와 문화에 대한 애가라 할 수 있다.
0  Comments,   0  Trackbacks
문라이즈 킹덤 [Moonrise Kingdom] (2012)




문라이즈 킹덤 (2013)

Moonrise Kingdom 
8.4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브루스 윌리스, 에드워드 노튼, 빌 머레이, 프란시스 맥도먼드, 틸다 스윈튼
정보
어드벤처 | 미국 | 94 분 | 2013-01-31


웨스 앤더슨의 [문라이즈 킹덤]은 귀여운 영화다. 딱 이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귀여움은 G등급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귀여움이 아니다. 어머니는 경찰과 불륜을 하고 가위로 옆구리를 찌르고 개가 죽고 못 박힌 망치가 나오는 그런 귀여움이다. 즉 귀여운데 뭔가 무심한듯 시크하게 귀엽지 않은 걸 내보낸다. 하지만 그 귀엽지 않음조차도 결국엔 귀여움에 포함되어 묘한 맛을 만든다. 웨스 앤더슨 영화는 거기서 시작한다.


[문라이즈 킹덤]은 그러니깐 애들이 연애하는 내용이다. 부모가 없는 소년 샘은 어느날 외톨이 소녀 수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세상만사는 그 사랑을 용납하기엔 너무 피곤한데다 빡빡하고 샘과 수지는 사랑의 도피를 하기로 한다. 당연히 주변 사람들은 발칵 뒤집히고 그들을 쫓기 시작한다.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가 그랬듯이 웨스 앤더슨은 서사 구조로 보자면 보수적인 감독이다. 시간은 그리 꼬지 않으며 그렇다고 도발적인 전개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이야기에 충실하게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그가 다른 감독들과 차별되는 것은 이야기 요소의 배합이다. 


[문라이즈 킹덤]은 웨스 앤더슨 필모 중에서도 좀 인공성이 강한 축에 속한다. 1960년대라는 시공간이지만 웨스 앤더슨은 이상할정도로 이 세계의 '역사적 맥락'을 재현하는데는 무관심하다. (어거지로 60년대에 흔했던 부모 세대간과 자식 세대간의 갈등 이런걸 뽑아낼수는 있겠지만...) 그는 그 시공간의 이미지만을 빌려와 영화를 만든다. 프랑소와즈 아르디, 행크 윌리엄스,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형형색색의 원색들과 패션들, 기막히게 이쁜 미국 북동부의 자연들... 물론 영화 줄거리 자체도 전작들에 비해 문학적인 모티브가 강하다는 것도 지적해야 되겠다. 마크 트웨인과 성서,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슨 같은 고풍스러운 영미 문학들의 전통이 느껴진다고 할까.


위에 언급한 그 기묘하게 귀여운 상태도 한 몫한다.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에서 볼 수 있어도 어두침침한 상황이 이어져도 심각한 감정에 빠지는게 아니라 외려 코메디화 되버리는 상황이 이어진다. 짐 자무시의 코메디가 그렇듯이 웨스 앤더슨의 코메디는 과장된 에너지가 싹 제거되어 있다. 카메라는 냉담하게 그들의 진지하게 우스꽝스러움을 잘 짜여진 미장센에 녹여내고 (웨스 앤더슨의 코메디는 전경 뿐만이 후경도 굉장히 중요하다. 샤프 소장과 로라가 진지하고 심각하게 불륜이 들통났다고 고민하는 가운데 월트가 바이크를 만지작거리는 시퀀스가 그렇다.) 작중 인물들은 이 모든 것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위트가 넘치는 대사를 서로에게 쏘아댄다.


이는 웨스 앤더슨이 영화에서 주장하는 메세지하고도 연관이 있는데 그는 인생이 코메디도 비극도 아닌 그 중간의 무언가라고 보고 있다. 그 무언가에서 등장인물들은 불확실한 감정에 해메고 후회한다. 샘과 수지는 그 불확실한 무언가에서 탈출해 확실한 사랑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이 모험은 곧 불확실함 속에 머물고 있던 인물들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된다. 무언가 새로운 걸 보여주지 않지만, 때론 코믹하면서도 쌉싸름한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

0  Comments,   1  Trackbacks
문라이즈 코스폴리스 킹덤



요번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가게된 두 편입니다. 

웨스 앤더슨의 문라이즈 킹덤은 '뻘한 유머' 감각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 영화도 복고적인 뻘한 유머로 가득한듯 합니다. 근데 이 사람 영화가 과거 동경에 다소 조숙한 애 같이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작정하고 과거로 돌아가 애들 눈높이에서 영화를 찍는군요. 뭔가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를 찍고 변화를 시도하고 싶었던걸까 생각해봅니다. 

한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코스모폴리스는 돈 드릴로 (한국에는 화이트 노이즈와 마오2, 바디 아티스트가 소개되어 있습니다.)의 소설 원작 영화인데 크선생 영화중에서는 [크래쉬]에 가까워보이는 인상입니다. 자동차, 섹스, 여피, 총, 파충류처럼 차갑게 번들거리는 화면의 질감들... 다만 크래쉬에 비해서 시선이 좀 더 넓어지고 (크래쉬는 철저히 개인의 내면에 맞춰져있는 일작이였죠.) 묵시록적인 느낌이 강해졌습니다. 변태적이고 뻔뻔하지만 동시에 아주 폐부를 푹푹 찔러버리는 그런 일작이 나올것 같네요. 여튼 삽질을 거의 안하고 달려온 크선생 최근 커리어를 생각해보면 기대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주연이 짝퉁 뱀파이어의 그 분;;; 뭐 패틴슨 군이 의외로 기량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배우 연기를 잘 뽑아내는 크로넨버그 선생님이니 잘할거라 생각합니다.


0  Comments,   0  Trackback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