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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음악을 사랑한다면 놓치면 안되는 힙합 앨범

장르를 정의한 걸작이라는 게 있습니다. 어제 리뷰한 이기 앤 더 스투지스의 [Raw Power]도 그렇고, 이번 리뷰 대상인 드 라 소울은 [3 Feet High and Rising]도 그렇습니다. [3 Feet High and Rising]은 황금기 힙합의 큰 나무인데, 그 나무에 열려있는 열매들이 참으로 풍성하기 그지없습니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황금기 힙합이라는 이름으로 붐을 타기 시작한 것은 이들이 등장하기 전 3~4년전 런 DMC부터였는데,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퍼블리 에너미나 N.W.A.처럼 과격한 메세지를 과격한 사운드 메이킹을 통해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있었습니다. 드 라 소울은 정글 브라더스하고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와 더불어 이런 흐름에서 떨어져 느긋한 분위기에서 힙합의 미학과 평화주의에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3 Feet High and Rising]은 정글 브라더스의 [Done by the Forces of Nature]와 더불어 그 연구의 초기 성과물이라고 할만합니다.

70년대를 수놓았던 팝스와 쏘울의 고전들 (레드 제플린과 조니 캐쉬, 스틸리 댄, 제임스 브라운까지! 음악 만드는 것도 덕질입니다. 여러분.)을 무시무시하게 집어삼키고 훔친 뒤, 이를 은은하지만 도취감 가득한 사이키델릭 소울-팝 그루비 휠로 멍석을 깐 뒤 두 MC의 래핑이 신나는 굿판을 벌이는데, 흑형 음악 사랑하지 않아도 훌륭한 사이키델릭 팝스의 견본으로 청취될만합니다. 불멸의 클래식 'The Magic Number'나 'Eye Know'가 그렇습니다. 후일 부기 다운 프로덕션이나 사이프러스 힐 같은 래퍼들의 작업에 참여한 프린스 폴 프로듀싱도 어느 정도 선까지 이뤄졌는지 짐작할 수 없으나, 이 정도 결과물이라면 좋습니다.

황금기 힙합의 주 방법론인 컷 앤 페이스트가 포스트모더니즘과 연관이 있다 하는데, 아마 드 라 소울은 그 포스트모더니즘적 접근을 통해 모더니즘 의미의 예술로 만든 선구자들 중 한 명으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포스트모더니즘을 논하기 이전에 DJ로써 능력과 예술적 혜안, 멜로디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도 언급해야 되겠죠.

불행히도 이 앨범 이후 걸린 저작권 소송 때문에 이들의 방법론은 크게 타격을 입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앨범의 가치는 더욱 높습니다. 더 이상 이룰 수 없는 한 시대의 이상과 방법이 모두 담겨있는 앨범입니다.

이런거 듣고 있으면, 정말 잘 하는 사람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P.S. 개인적으로 이들의 업적을 제이 지와 로카펠라 일당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사실 제가 가장 관심이 있는 뮤지션 패밀리는 바로 Byrds 패밀리입니다. 음악을 듣다보니 버즈 본가부터 시작해 틴에이지 팬클럽, 엘비스 코스텔로, 걸스, 디비스, 빅 스타, 핫피 엔도, 카우보이 정키스, 윌코, 신즈, XTC, 플릿 폭시즈, (조금 장르는 다르지만) 오브 몬트리올까지 Byrds거나 Byrds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밴드들을 꾸준히 찾게 되더라고요. 제가 델리스파이스와 블러로 음악 듣는 것에 입문해서인지, 기타 중심의 팝 사운드에 향수를 느끼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리뷰도 그 버즈 일가에 대한 것입니다.

The Byrds - [The Notorious Byrd Brothers] (1967, Columbia)

-이 앨범은 본가 버즈가 남긴 최고의 앨범을 꼽으라면 [Younger Than Yesterday]와 더불어 꼭 꼽히는 앨범입니다. 허나 두 앨범은 다릅니다. 버즈 특유의 쟁글쟁글거리는 포크 록을 기조로 컨트리, 사이키델릭을 섞는 것은 여전합니다만 작법상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입니다. [Younger than Yesterday]가 파퓰러한 감수성을 뽐냈다면, [The Notorious Byrd Brothers]는 그보다 사이키델릭와 컨트리에 방점을 찍은 앨범입니다.

-물론 그램 파슨스 가입 직후 나온 [로데오의 연인]처럼 '내래 본격 인민의 컨트리 락을 하깄어!'로 일관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좀 더 유연하고 진보적이라고 할까요. 마지막 'Space Odessey'에서 무그 신시사이저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전작 'C.T.A.-102'나 'Mind Garden'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앨범이라고 해야 할까요. 누군가 이 앨범을 코스모-컨트리-사이키델릭 팝라고 정의했는데, 거의 일치합니다. 좀 더 풀어 설명하자면 알딸딸한 영적 기운이 느껴지는 목가적 쟁글 팝 앨범입니다.

-첫 트랙 'Artificial Energy'는 여러모로 전작의 첫 트랙이였던 'So You Want to Be a Rock 'n' Roll Star'를 연상시키게 합니다. 둘 다 힘찬 금관악기가 분위기를 띄운뒤 넘치는 훅으로 낚아채는, 바이브 넘치는 곡입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후자는 몽키즈를 조롱하던 신랄한 에너지로 가득찬 곡이지만, 전자는 마약/속도 중독으로 휘청거리는, 도취되어 있지만 즐겁지는 않은 곡입니다.

-이는 이어지는 제리 고핀/캐롤 킹 콤비가 제공한 'Goin' Back'에서 확실해집니다. '순수의 비가'인 이 곡은 '그녀의 얼굴을 보았나요'라고 외치는 전작의 두번째 트랙하고 확실하게 다릅니다. 이후 이어지는 곡들 역시 다소 내향적인 곡들인데 'Draft Morning', [이지 라이더]에 삽입된 'Wasn't Born to Follow'나 인상적인 도입부를 지닌 'Old John Robertson', 사이킥한 'Dolphin's Smile'까지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침잠해 있습니다.

-이 차이는 곧 [Younger than Yesterday]하고 결정적인 차이이기도 하고, 베트남전이 얼마나 당시 미국 청년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또는 앨범 제작 도중 퇴출된 데이빗 크로스비와 마이클 클락 때문에 싸했던 밴드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일지도요. 끊어지지 않고, 하나의 메들리로 흘러가는 60년대 팝의 만가라는 점에서 이 앨범은 [Abbey Road]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물론 로저 맥귄의 쟁글쟁글한 기타는 여전히 인상적인 멜로디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는 'Goin' Back' 같은 다른 사람이 제공한 곡도 자기만의 것으로 소화해내고 있으며, 사이키델릭과 컨트리, 포크 록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버즈 뿐만 아니라, 전작부터 참여한 프로듀서 게리 어셔를 찬양해야 마땅할 듯 싶습니다. 그는 버즈의 조지 마틴이였는데, 딱 적당한 수준의 스튜디오 기술(테이프 루핑, 에코, 소리의 벽 등등...) 을 통해 원래 버즈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와 훅에 중용의 미학을 아는 인상적인 사이키델릭을 덧입혔습니다. 전작 [Younger than Yesterday]와 더불어 이 작품은 그가 만든 버즈의 앨범 중 최고라 할 만합니다.

-정리하자면 [Younger than Yesterday]가 버즈주의Byrdsism의 우파에 속하는 밴드들의 교과서가 됬다면, 이 앨범은 버주주의의 좌파에 속하는 밴드들의 교과서라 할 만합니다. 전통적인 기타 팝보다, 사이키델릭한 팝을 하는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준 앨범입니다.

-데니스 호퍼의 명복을 빕니다.

of Montreal - [Satanic Panic in the Attic] (2004, Polyvinly)

of Montreal - [Hissing Fauna, Are You the Destroyer?] (2007, Polyvinly)


-자 그래서 이번엔 위의 앨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밴드의 앨범 두 개에 대한 감상을 적도록 하겠습니다. 오브 몽레알입니다.

-오브 몽레알을 알게 된 것은 3년 전 L모님이였는데 그 땐 제가 관심사가 다른데에 있어서 구입을 못했습니다. 최근에 MGMT 리뷰 쓰다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오브 몽레알이 없다는 걸 알게 되고 구입을 결심하게 됬습니다.

-먼저 2004년작 [Satanic Panic in the Attic] 이야기를 해봅시다. 한마디로 이 앨범은 위의 버즈 앨범에 우울함 대신 낭만적인 멜랑콜리와 키치한 매력을 대체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XTC와 플레이밍 립스, 그리고 벡의 혁명을 거친 네오 사이키델릭과 인디 팝, 신시사이저의 언어로 번역했다고 할까요. 실제로 스튜디오 기술을 이용해 사이키델릭을 만들어내는 방법에도 연결고리가 보입니다. 직접 들어보시면 압니다.

-AMG에선 디비스DB's도 언급하고 있는데,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디비스의 수많은 곡들 중에서도 'She's Not Worried'나 'Cycles Per Second' 같은 크리스 스태미의 실험주의에 영향을 받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물론 'How Lester Lost His Wife'처럼 하드 록 같은 다른 장르를 이끌어들이는데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오브 몽레알이 이 앨범이 제공하는 사이키델릭은 굉장히 만화적이고 유희적입니다. 유머러스하다고 할까요. 'Rapture Rapes the Muse' 나 'My British Tour Diary', 'Your Magic is Working' 같은 곡들은 디오니소스적인 방탕한 쾌락과 사이키델릭으로 가득합니다. 왕가위와 그리스 신들, 루이스 브뉘엘, 아폴리네르와 바타이유를 언급하는 가사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세대가 쓸 법한 유희로 가득합니다. 그러면서도 'Disconnect the Dots'나 'Eros' Entropic Tundra', 'City Bird' 같은 단아한 멜랑콜리에도 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7년작 [Hissing Fauna, Are You the Destroyer?]의 기본적인 재료과 지향성(미쳐날뛰는 글램 인디 팝)은 사타닉 앨범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를 좀 더 종합화하고, 곡 구조의 복잡화을 한 앨범입니다. 프로그레시브하다고 말할 수 있을겁니다. 11분짜리 대곡 'The Past Is A Grotesque Animal'이 그렇습니다. 심지어 'Gronlandic Edit'에선 일렉트로닉클래시 영역으로 미끌어들어갑니다.

-비교는 애시당초 할 생각이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팝이라는 명제에 충실한 사타닉 앨범에 정감이 갑니다. 호오는 둘째치고 오브 몽레알이라는 이름은 아무래도 이 바닥에서는 전설로 남을 듯 싶습니다.

-그나저나 정말 케빈 반즈를 보면 '후로게이 쩐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는... 스웨덴인 아내에 딸까지 있는데, 정말 거침 없는 모습을 보면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그 모습과 별개로 존경합니다. 형님. (뭐)


The Morning Benders - [Big Echo]
(2010, Rough Trade)

강앤뮤직은 모닝 벤더스의 수입을 許하라!


모처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가 급버닝중인 밴드입니다. 대략 그리즐리 베어 (공동 프로듀서가 그리즐리 베어 멤버입니다.) + 필 스펙터 느낌의 음악을 하는 이들인데,그리즐리 베어가 너무 초식남 같았고 필 스펙터의 성과가 슬슬 인디 팝의 클리쉐처럼 되어가는 기미가 강했다면 (오해 살까봐 한 마디 적자면 둘 다 좋아합니다.) 모닝 벤더스는 이 곡에서 필 스펙터의 성과를 클리쉐에 빠지지 않고, 그리즐리 베어의 방법론으로 건강한 혁신을 일궈냈습니다. 무엇보다 현악 세션이 정말 물건이라능... 역시 그리즐리 베어라능... 하지만 여자한테 인기 많은건 용서할수 없다능...

표지도 참 예쁘고 그런데 수입될 가능성은 낮으니 참 통탄할 노릇입니다. 맨날 찔끔찔끔 수입하고 발매하는 것도 넙죽넙죽 받아먹는 신세지만, 정말 이거 수입하면 안 됩니까?

첨언하자면 이 앨범, 제 생일에 나왔습니다 :) 앞으로 열심히 사랑해줘야 되겠습니다.

P.S. 필 스펙터 하니 생각나서 또 추가. 요새 이런 애들이 등장했죠. 좀 더 정파에 가까운 애들입니다.


Gigi - [Maintenant]
(2010, Tomlab)
안타깝게도 중복되는 뮤지션이 많아서 라스트 에프엠에서는 전쟁이라능

한국에도 정식 상륙한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영상 올린 이 유튜브 아이디를 보고 빙긋했던... :)


매드체스터의 만가

태초에 매드체스터가 있었다. 소울과 Funk의 그루브와 영국 팝 음악의 전통을 함뿍 받은 이 음악 장르는 순식간에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로마 제국이 그렇듯 전설적인 일화들과 앨범을 남기고 쇠락해갔다. 스톤 로지즈는 레딩 페스티벌에서 쓰레기 투척을 받고 해체했고, 해피 먼데이즈는 마약에 빠져 익사했다. 하시엔다는 문을 닫았고, 대선배였던 뉴 오더는 잠정 해산했다. 인스파이럴 카펫은 로디가 10년 뒤 유행시킬 '우린 존나 예전에 끝났어' 상태였다.

하지만 샬라탄즈 UK는 살아남았다. (제임스는 좀 특이한 케이스니 제외하자.) 매드체스터의 절정기에 막 데뷔한 후발 주자인데다, 맨체스터가 아닌 곳에서 결성됬기 때문에 지역색에 대한 강박이 상대적으로 적었기도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그들은 꽤 기민하게 이 변화를 대처해냈다. 물론 온전한 생존은 아니였다. 이 곡이 수록되어 있는 앨범, [Tellin’ Stories]를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음악의 핵심을 차지하던 키보드 연주자 롭 콜린스를 교통사고로 떠나보내야 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그들은 살아남았다.

[Tellin’ Stories]는 브레히트의 시처럼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라는 말이 어느정도 어울리는 앨범이다. ‘Weirdo’나 초기 히트곡에서 엿볼 수 있었던 패셔너블한 그들의 감각은 여전히 앨범 중심에 있다. 하지만 무심하듯 시크한 ’Weirdo’와 달리 이 앨범의 감수성은 애잔하다. 검은 옷을 입고 롭 콜린스를 제외한채 찍은 앨범 표지부터 그렇다. 가사 역시 우정과 삶에 대한 성찰 쪽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편곡과 연주다. 'Weirdo'나 'The Only One I Know' 등 초기 작업들이 탄력적인 해몬드 오르간이 중심이었다면, 이 앨범의 중심은 기타다. 롭이 녹음 도중 사망했기 때문에 취할 수 밖에 없던 어쩔 수 없는 변화였다. 이런 변화를 좀 더 브릿팝적이다고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전반적으로 기타 연주는 당시 인기가 많았던 버브 2,3집-두 꼴통이 엄청난 시너지를 내던 시절-의 사이키델릭/슈게이징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샬라탄즈는 버브에게 영향을 줬다고 명시되어있으니 어느 정도 주고 받은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샬라탄즈는 샬라탄즈. 심포닉했던 버브의 작업물과 달리, 샬라탄즈의 연주는 그루브라는 요소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One To Another’의 휘몰아치는 기타가 만드는 그루브는 온전히 샬라탄즈의 것이다.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오르간/키보드 연주 역시 기타 연주와 하모니를 이루며 흥겨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연주곡 'Area 51'에서 이 둘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채 대결을 벌인다.

의외로 딜런의 영향도 강하게 느껴지는 앨범이기도 한데, 특히 'North Country Boy'의 사려깊은 감수성과 주절주절거리지만 절제된 톤으로 노래를 부르는 팀 버제스의 보컬은 초기 딜런과 많이 닮아있다. 배경에 깔리는 오르간 연주 역시 'Like a Rolling Stone’에서 들을 수 있었던 알 쿠퍼의 오르간 연주를 다분히 의식한듯 하다. 딜런의 영향은 ‘You’re Big Girl Now’의 어쿠스틱 기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딜러니즘, 브릿팝, 영국 록의 전통, 매드체스터, 댄스 플로어가 멋지게 만난 이 앨범은 샬라탄즈의 또다른 금자탑이 되었고, 영국 차트는 이 살아남은 자에게 1위를 선사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좋은 앨범을 내긴 했지만, 같은 해 나왔던 버브의 [Urban Hymns]처럼 [Tellin’ Stories] 역시 한 시대의 만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아마 그 시대는 매드체스터일것이다.

P.S. 텀블러 덕택에 음악 글 쓰기가 한결 편해졌다.


브리티시 포크는 대략 두 부류로 나눌수 있을 것 같다. 페어포트 컨벤션처럼 영국/미국 전통 음악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이들과, 닉 드레이크나 바시티 버넌처럼 좀 더 모던한 스타일로 자신의 내밀한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는 이들로. 물론 도노반같이 히피즘의 감수성과 정치성, 내밀한 감정을 섞은 특이한 케이스도 있으나 제외. 사실 이 둘은 서로 교류관계가 있었으니 (페어포트 컨벤션은 닉 드레이크를 발굴하기도 했다. 바시티 버넌 1집 프로듀서는 닉 드레이크와 페어포트 컨벤션 프로듀서였던 조 보이드였고 결정적으로 닉 드레이크의 영웅은 버트 잰시였다.) 이렇게 딱 분류하는것도 웃기는 짓이라고 생각한다만.

스코틀랜드에 온 버트 잰쉬(본인 말로는 얀시에 가깝다지만) 는 그 중간자적인 음악을 하던 사람 아니였나 생각이 든다. 1965년에 발표한 그의 첫 앨범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블루스, 포크, 재즈, 컨트리, 영국 전통 음악의 영향이 제법 느껴지는 세밀한 기타 연주는 페어포트 컨벤션을 떠올리게 하지만, 가사와 음악이 내뿜는 내밀한 정서, 밴드 포맷보다 솔로 포맷에 가까운 음악 구성은 닉 드레이크에 가깝다. 다만 닉 드레이크보다는 덜 자학적이고 관조적이며 기타 연주도 한 수 위 아닌가 싶다. 백밴드나 오케스트라 없이 즉흥 연주와 재빠른 핑거링으로 정념을 창출하는게 제법이다.

첫 곡 'Strolling Down The Highway' 에서 기타를 들고 느긋하게 연주하면서 고속도로를 향하는 것 같다. 스코틀랜드에서 히치하이킹을 해 런던으로 왔다는 재미있는 일화를 생각해보면 이 곡은 그 트라비아를 담고 있던 거 아니였을까. 물론 나름 인기 레퍼토리로 잡게된 'Needle Of Death'은 닉 드레이크 풍으로 상념에 잠긴듯한-하지만 마조히즘적 청취욕구 대신 따스한 위안을 안겨주는-모습 역시 멋들여지게 소화한다.  앨범 전체가 이런 느긋함과 여유로움, 그리고 관조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 아파트 방에서 녹음기와 기타 한 대로 녹음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왠지 수긍이 간다. 브리티시 포크를 좋아한다면 필히 들어봐야 할듯 싶다.

그가 후일 결성한 펜탕글이라는 밴드도 상당하던데 들어보고 싶다.

*
이 앨범을 들은 뒤 레드 제플린의 라이브를 다시 들었는데, 왜 지미 페이지가 존경하는 기타리스트 중 하나로 버트 잰시를 꼽은지 알게 되었다. 지미 페이지의 그 현란한 기타 솜씨는 버트 잰시의 핑거링을 많이 훔쳐온듯 했으며, 종종 들려주는 포크 성향의 음악 역시 페어포트 컨벤션과 버트 잰시를 맨 위에 올려놓고 숭배하고 있었다.

The Good, The Bad & The Queen - [The Good, The Bad & The Queen] (2007, EMI)


-간단히 말해서 고릴라즈에서 쳤던 데이먼 알반의 장난을 좀 더 진지하게, 복고적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80년대 중세풍 어쿠스틱 고릴라즈...라면 말이 되려나요. 적고보니 말이 안 되는군요. 고릴라즈 2집 프로듀서인 데인저 마우스가 여전히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한 몫합니다.

-물론 고릴라즈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급이 다릅니다. 클래쉬-폴 시모논, 아메리카'80 (펠라 쿠티의 밴드)-토니 앨런, 버브-사이먼 통, 블러-데이먼 알반... 이건 뭐 슈퍼뮤지션대전 알파 플러스죠. 한마디로 The Good, the Bad & the Queen는 슈퍼 밴드입니다. 음악도 엄격하게 통제하기 보다 느긋하게 멤버들의 실력과 재능에 맡겨둔다는 인상이 강하고요. 그 중 'Herculean'은 천의무봉에 이른 대가들이 펼쳐내는 멋진 순간이라 할 만합니다.

-데인저 마우스의 프로듀싱은 고릴라즈 2집하고 비슷합니다만, 좀 더 차분합니다. 어쿠스틱과 빈티지 일렉트로닉 사이에서 날아다니면서 화학적 결합을 유도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흥청망청 놀아대던 장난기는 없어보입니다.

-라이벌이였던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가 이 음반을 듣고 좋네...라고 말했다면 대략 이 앨범이 어떤 분위기일지 짐작 가실겁니다. 굉장히 차분하면서도 어른스럽습니다. 이 부분에서 호오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좋게 들었습니다. 아직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 나른한 분위기에 펼치는 알반의 능숙한 솜씨가 제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전 더러운 알반 빠 (←) 왠지 숙성시키면 더욱 곰삭은 듯한 느낌을 낼 법한 앨범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앨범이 추구하고자는 방향과 감수성이 이번 고릴라즈 신보에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신보 수록곡인 'On Melancholy Hill'이 원래 이 앨범에 수록되려고 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여담인데 토니 앨런은 이 앨범으로 새로운 팬을 얻은 것 같더라고요 :)

Digitalism - [Idealism] (2007, EMI)

-그러고보니 이것도 한 곡에 꽃혀서 산 앨범이군요. 독일 일렉트로닉 듀오의 데뷔작...입니다.

-가만히 보면 영미권을 제외하면 나름 대중 음악이 발달한 축에 속하는 독일의 전자 음악과 프랑스의 전자 음악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한 것 같습니다. 독일의 전자 음악이 딱딱 부러지고 직선적인 리듬과 비트에 대한 탐구 (크라프트베르크, 인더스트리얼 계열)로 나아갔다면 프랑스의 전자 음악은 패셔너블한 감수성으로 비트와 리듬을 풀어내거나 (다프트 펑크, 저스티스) 혹은 한 순간의 정념에 집중하는 양상 (에어)을 보였습니다.

-디지털리즘은 그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저 두가지 특성을 블렌딩했는데, 그 결과 무척이나 일직선적인 박력으로 몰아붙이지만, 전혀 딱딱하지 않고 패셔너블한데다 젊음의 정념을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데뷔 앨범에 엄청난 에너지와 훅을 보여주는 밴드들이 있습니다. 더 후가 그랬고, 리버틴즈, 수퍼그래스, 로스 캄페시노스!가 그렇죠. 디지털리즘도 이 대열에 낄 만합니다. Pogo는 정말로 대단한 싱글입니다.

-다만 완전 연소가 아닌 것 같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훅이 넘치면서도 술술 넘어가는 맛도 좋고, 막판을 장식하는 주피터 연작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전반적으로 2% 부족합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너무 일직선으로 밀어붙여서 노련미가 떨어진다는게 그 2%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걸 치더라도 꽤 괜찮은 데뷔 앨범입니다.

-최근 3명의 라이브 멤버가 정규 멤버로 합류했다고 합니다.

-뭐랄까...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게 정말 좋은건지 안 좋은건지 답이 딱 안 나온다고 할까요. (류사부님에게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알량한 지식이 또 한번 깨지는 순간입니다.

-확실한 건, 앨범 전체로 들었을때 인상이 강한 앨범입니다. 정말 앤드류 말처럼 "앨범 전체를 듣기를 권합니다."

-전반부의 하이라이트인 'Flash Delirium' (저번에도 감상 평을 적었지만)는 유년기의 악몽과 싸구려 묵시룩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빅뱅을 일으키는 멋진 곡입니다. 'Siberian Breaks'나 'Lady Dada's Nightmare'의 도입부 멜로디는 너무나 매혹적이여서 자연스럽게 이끌려들어갑니다.

-하지만 매혹은 여기까지. MGMT는 그 매혹을 뒤틀어버려서 청중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전작의 싸구려스러운 유희와 열광은 많이 사라지고, 소닉 어드벤처(음향 실험)를 마구 작렬시켜버립니다. 다들 지적했지만 '키즈'나 '센척할 시간' 같은 곡은 기대하면 안 됩니다.

-소닉 붐의 프로듀싱에 대해서는... 미묘합니다. 아마 제가 이 앨범의 느끼는 미묘함의 전부가 여기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서야 소닉 붐의 솔로 작업들과 스페이스멘3의 [Playing With Fire]를 들어봤는데 이 사람은 수어사이드의 영향력이 팍팍 드러나는, 미니멀한 전자음 사이키델릭입니다. 종종 그 사이키델릭은 상당한 길이로 늘어났지만, 기본적으로 그가 만들어내는 구조나 음 요소들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MGMT의 이번 신보는 그리 미니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하면 모를까. 그만큼 프로듀서의 개성이 생각보다 적습니다. MGMT의 '지난 록 음악의 역사를 자기식으로 해석'한다는 야심찬 계획이 무척 강하기 때문이거든요. 프로듀서의 개성과 뮤지션이 하고 싶은게 충돌한다고 할까요. 'I Found a Whistle'의 단출한 웅웅거리는 사이키델리아와 'Siberian Breaks'의 매혹적이지만 분열증적인 프로그레시브 록 악몽, 'Brian Eno'와 'Song for Dan Treacy'의 재기발랄한 인디 팝/록은 이 괴리를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MGMT와 소닉 붐은 어느 부분에서 타협을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MGMT와 소닉 붐의 타협은 자신들조차 예측하지 못한 괴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전반적으로 앨범은 괴상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 앨범은 소닉 붐 작업물처럼 빡센 미니멀리즘으로 밀고 나가지도 않고, MGMT 특유의 경박함으로 가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게 화학적 작용을 일으켜 제 3의 결과물로 화한 것도 아니고, 그냥 괴상하게 공존하게 하고 있습니다. 경박하지만 엄숙하고, 단출하면서도 황당하게 묵시룩적이라고 할까요. 굉장히 모순적입니다. 게다가 그게 또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한마디로, 이 앨범은 MGMT판 [박쥐]입니다. 매혹적인 순간들과 아슬아슬한 줄타기, 그리고 과도함과 실패한 부분까지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죠. 지금 널뛰고 있는 평단들의 평도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일겁니다. 여러모로 이 작품은 문제작입니다.

-제가 뭐라 평가하기엔 경력이 일천하지만 확실히 MGMT은 이 앨범으로 루비콘의 강을 건넌것 같습니다. 그들은 1집에서 얻은 대중 대신 새로운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이 앨범은 그 청사진입니다. 그 점만으로도 이 앨범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여전히 제 마음은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말이죠.

-첨언하지만 전 1집을 좋아하긴 하지만, 선배들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는게 좀 걸렸습니다. 이 앨범은 그 그림자를 완벽하진 않지만 꽤 떨쳐낸 것 같아서 그 점은 확실히 마음에 듭니다.

*이름도 없이 연재하던 신보 간단 감상기가 마침내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뭔가 좀 정리가 안된다는 느낌이였는데 이제 정리가 되네요. 참고로 코넬리우스의 곡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Charlotte Gainsbourg - [IRM]
(2010, Because Music)
8.6/10.0

적어도 패리스 힐튼이나 스칼렛 요한슨보다는 상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은가?
그리고 벡은 먼치킨이다. 스테디한 창작의 힘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줄리아 하트 (Julia Hart) - [B EP]
(2010, 비트볼 뮤직)
8.6/10.0

조금 낯간지럽긴 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럽다. 젊음이 있는 가정이라면 하나씩!
EP이지만, 음악의 포만감이 상당하다. 이 정도라면 정규 앨범이 기대된다.


MGMT - [Congratulations]
(2010, Columbia)
7.8~8.1/10.0



정말
들어도 들어도

내 청취 능력을 (좋은 의미로) 시험하는 앨범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뭐 만족했으니 좋은 점수을 주는데, 솔직한 심정은 판.단.유.보.

차후 포스팅 (...)

한국인들에게 카토 카즈히코(아 다시 한 번 명복을.)는 '임진강'하고 '사랑 기억하고 계십니까' 두 가지로만 각인되어 있는데, 그는 그 사이에 이런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 노래를 부른 밴드의 이름은 바로바로 사디스틱 미카 밴드Sadistic Mika Band/サディスティック・ミカ・バンド. 곡 제목은 타디스임머신을 부탁해요タイムマシンにおねがい
 
1970년대 초중반 카즈히코의 열렬한 팬(나쁘게 말하면 그루피)이였던 첫 부인 후쿠이 미카를 보컬로 내세운 이 밴드는 사실 저도 이름만 들었지 이번에야 처음 듣게 됬는데, 확실히 전설이라고 불릴만한 밴드더라고요. 우선 포크 밴드를 하던 카즈히코가 이런 로큰롤 휠에 능할줄은 미처 몰랐는데다 (이후 '사랑 기억하고 계십니까'를 생각하면 경악은 배로...) 미카 씨의 보컬이 너무 똑 부러져 실합니다. 후일 YMO로 유명해지는 타카하시 히로유키의 드라이빙 강한 드럼도 매력적입니다.

걔내들 표현을 빌리자면 和風이라고 할까? 그런 감수성도 느껴진다는게 재미있습니다. 누군가는 에도 시절의 흥청거림에 비유했는데, 어느 정도 일치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곡을 수록하고 있는 앨범 제목은 쿠로후네, 흑선黒船입니다. 일본에서 록을 한다는 사실에 대한 어떤 자의식이 있었던 걸까요? 일본 역사에서 흑선이 일본 개항에 결정타를 날렸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들은 서양 문물인 록 음악을 흑선처럼 컬처 쇼크로 생각했던걸까요? 포크 크루세이더와 사디스틱 미카 밴드 사이엔 어느 정도의 간격이 있는걸까요? 나중에라도 음반을 구하면 자세히 다루고 싶은 부분이지만, 북오프에서도 당 음반은 꽤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서... ORZ.

그런 시리어스한 논의는 제외하더라도 당대를 생각하면 굉장히 세련된 곡이라고 저도 말하고 싶군요. 일음의 세계는 역시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당대의 대중 문화를 그대로 섭취할 수 있었던 영미권 이외의 나라의 대중 음악 문화 양태를 잘 보여준다고 할까요. 한국은 그러지 못했죠.

...왜 포스팅하게 됬냐면 어제 MSN 챗질하다가 문득 블루노래방 이야기가 나와서 이 노래를 거기서 부르고 싶다는 생각에 포스팅하게 됬습니다. ('그 분'이 오면 탬버린 흔들면서 부릅니다.) 그나저나 현지 일본인들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그네들이 한국에 와서 신중현이나 산울림, 키 보이즈, 데블즈를 부르는 것처럼 느껴질려나요?

Alexander "Skip" Spence - [Oar] (1969, Columbia)

음반에 대한 기본 정보는 http://giantroot.pe.kr/988 여기에 적혀있으니 생략.

이 아저씨가 중요 멤버가 있던 모비 그레이프는 들은 적이 없지만 (들으려고 했는데 1집 절판이라고 합니다...) 우연히 죽기 전에 들어봐야 할... 책을 읽다가 애시드 포크라는 말에 (안되는) 해외 주문 때려서 사온 음반인데, 말 그대로 기이한 앨범입니다. 

굉장히 룻시한 음악을 바탕에 두고 있고, 스킵 아저씨가 노래 부르는 방식도 부활한 과거 블루그래스 뮤지션이 기타 하나 턱 메고 동네 떠돌며 노래 부르는 간지지만, 이 앨범을 차지하고 있는 기본적인 감수성은 마약을 상용하는 히피의 것입니다. 아무튼 전반적인 앨범 느낌이 밤 중에 고속도로로 드라이브하다가 폐쇄된 오싹한 휴게소(그러니까 대략 이런 간지)나 사일런트 힐를 발견한 듯한 기분입니다. 밤에 들으면 좀 무섭습니다. 특히 'War in Peace' 같은 곡은.

이 앨범이 보여주는 감수성을 사이키델릭이라고 부를수도 있겠습니다. 보통 사이키델릭, 하면 소리를 꽉꽉 채운-최근의 예론 애니멀 콜렉티브-삼라만상 같은 걸 생각하는데, 이 앨범은 그 점에서 간단하지만 코페르니쿠스적 개가를 이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감각적인 사이키델릭이라고 할까요. 최근의 앨범을 예로 들자면 [IRM]을 들 수 있겠군요. 그러고 보니 벡도 이 아저씨 추종자라 했죠. 음음.

공감각적인 사이키델릭이라는 신 영역을 개척한 앨범이라는 점에서 재평가 받아야 할 앨범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애시드 포크라는 점에서도 꽤 좋은 앨범입니다.

Judee Sill - [Abracadabra - The Asylum Years] (1971;1973, Asylum)

이 누님 역시 그리 오래 살지도 못하고 생전엔 별다른 지지를 받지 못한데다 재발굴된 지금도 인기는 그닥..인 뮤지션이네요. 쥬디 씰은 1970년대 초반에 1,2집([S/T], [Heart Food])만 내고 1979년 산화한 미국 여성 싱어송라이터인데, 이 앨범은 그 1,2집을 합본해 놓은 것입니다. 사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낮기로 유명하지만 우째 된 일인지 한국에 나오게 됬습니다. 사실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의 주인장인 석원님이 해설/번역을 담당했다고 해서 생계에 도움을 될까 사왔습니다.

가스펠, 블루스, 포크를 바탕으로 삼은 그녀의 (비슷한 성향이라 할 수 있는 스킵 스펜스와 달리) 첫 인상은 굉장히 청아합니다. 그런데 잘 들어보면 이 쪽 역시 굉장히 영적인 기운이 느껴집니다. 석원님 말씸처럼 전반적인 어레인지가 바흐 간지(를 위시한 바로크 간지) 필이 좍좍 나는데 이게 바시티 버넌의 동화적 초속하고도 차별되는, 신실하면서도 뭔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기운을 마구 뿜어냅니다. 맑지만 체념의 기운이 서려있는 쥬디 씰 누님의 보컬과 모호한 가사도 한 몫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종교적인 초속이라고 할까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앨범입니다.

대체적으로 1집 평이 좀 더 좋던것 같던데, 확실히 1집이 인상이 강합니다. 가장 유명한 곡인 'Crayon Angels'가 수록되어 있기도 하고 마지막 트랙 'Abracadabra'가 꽤 간지폭풍(정말 정곡을 찌르는 어레인지가 뭔지 제대로 보여줍니다.)인지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2집이 나쁜게 아니고... 2집도 좋죠. 어레인지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들어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물론 어레인지 공부 말고도 일반 리스너가 듣기에도 정말 감동적인 앨범입니다.

한국판은 가격도 싸고, 충실한 해설지가 있고, 질도 합격점인데... 종이 케이스가 지.나.치.게.빡.빡.합.니.다. 입에서 욕이 나올 정도로 용을 써야지 간신히 빼지더라고요. 다시 넣었을때 고생할까봐 두려워서 넣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giantroot:I Have the Metal Gear, You Have the Moon
I Have the Metal Gear, You Have the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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