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The Jesus and Mary Chain - [Psychocandy] (1985)

giantroot 2010. 3. 15. 21:39

노이즈 햠량 60% 당도 함량 40%의 달콤한 사탕

품목: 사이코캔디 (Psychocandy)
식품의 유형: 사탕 (노이즈처리제품)
주원료: 노이즈 60% (벨벳산), 당 40% (브라이언 윌슨 20%, 필 스펙터 20%)
사탕 개수: 14개
포장재질: 플라스틱, 광매체 (상품 항목에 따라 비닐 혹은 디지털 비트로 바뀌어 있을 수 있음)
유통기한: 1985년 11월부터 세상 끝나는 날까지 (단 우연히 지나가던 외계인에게 이 앨범이 발견되지 않았을때)
보관상 주의: 직사광선을 피하여 온도, 습도가 낮은 곳에 보관해 주시고 밀봉 비닐 개봉 후에는 될 수 있으면 빨리 CD 혹은 턴테이블에 거십시오. 노이즈에 익숙하지 않은 청자인 경우 이어폰으로 듣고 있을시 볼륨을 되도록 낮추십시오.
소비자상담: 본 제품에 이상이 있을 시 소비자기본법에 의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의거 정당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보상해 드리지 않습니다.
소비자상담실: http://www.thejesusandmarychain.org/
부정 불량 해적 음반 신고는 국번없이 1399
반품처: 구입처
부정 불량 해적 음반을 추방하자
제조원: 지저스 앤 메리 체인 The Jesus and Mary Chain
판매원: 블랑코 이 니그로 Blanco Y Nygro
* 제품의 신선도 보존을 위해 질소충전포장을 하였습니다.
희망소비자가격: \16,400 (국내 정식 수입 CD 한정)

내가 사이코캔디라는 사탕 봉지를 산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발매 이후 25년 씩이나 장수하고 있는 이 노이즈 사탕 브랜드는 이미 얼터너티브/모던 록 과자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꼭 먹어봐야 될 사탕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허나 여태까지도 이 앨범을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다. 그럼 이제서야 제대로 맛 본 이 사탕의 맛은 어떤가?

우선 첫 맛이 굉장히 쓰다는 말을 적고 싶다. 마치 박하사탕처럼 알싸하게 퍼지는 쓰디쓴 노이즈는 때로는 광기에 절은 듯한 날카로움을 동반하고 있다. 'Taste the Floor'나 'In a Hole', 'The Living End'의 화끈한 노이즈를 들어보라.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60년대 뉴욕의 지하 공연장에 온 청중들을 떠나게 만들었던 퇴폐미와 가차없음이 담겨있다. 벨벳의 영향력은 노이즈에만 그치지 않는데 루 리드를 닮은 게으른 보컬, 짐 라이드의 목소리가 그렇다. 그는 노래 부르는게 정말 귀찮은듯이 노래를 부른다.

그렇지만 이 사탕엔 쓰디쓴 노이즈만 담겨있는 건 아니다. 그거 뿐이였다면 이 앨범이 영국에서 의외의 인기를 끌고 이후 앨범들이 차트 상위권에서 놀았을까? 그렇다. 라이드 형제는 노이즈와 침으로 청중을 조져대는 것에만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비치 보이즈와 브라이언 윌슨이라는 기존 사탕 브랜드를 좋아했다.

그렇다. 그들은 탁월한 당도 제조자(송라이터)였다. 'Just Like Honey'는 정말 꿀처럼 달콤하고, 'Never Understand'는 서프 록이라 불러도 할말이 없을 정도다. 물론 그 서프를 하는 바닷가가 햇살 대신 먹구름 잔뜩 낀 곳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이런 극과 극의 대비와 혼합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너지는 굉장히 인상적이다. 거기다가 후일 프라이멀 스크림이라는 또다른 이정표를 세우게 되는 바비 길레스피의 리버브 걸린 드럼은 이 극적인 대비에 꿈결같은 흐느적임을 얹는다. 아무튼 이 앨범은 멜로디라는 측면에서도 훌륭하다.

라이드 형제가 이 대비와 혼합을 통해 노린 것은 무엇이였을까? 갤러거 형제만큼이나 악명 높은 태도를 견지했던 라이드 형제는 이 질문에 대해 귀찮다듯이 '노이즈를 만드는 것은 정규 음악을 받지 못해서 그렇다'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지만 (물론 그 말 다음에 그들은 좋은 곡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인상적인 코멘트를 남겼다.), 이들의 선택과 결합에는 분명 단순한 발상의 전환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이들이 노이즈를 써먹는 방식은 대서양 건너 동료라 부를만한 소닉 유스하고는 같은 노선을 어느정도 공유하면서도 궤를 달리한다. 소닉 유스는 노이즈와 아방가르드, 초기 로큰롤에 대한 애정을 통해 기존까지 쌓아왔던 록의 신화와 전통적인 록을 부숴버리려고 했고 [Daydream Nation]에서 그것을 이뤄냈다. 로큰롤의 허세는 사라지고 변칙적인 화음과 리듬, 노이즈를 통해 8-90년대를 살았던 젊은 세대들의 불안하고 무덤덤한 감정이 표출되었다. 그들은 이후 혼란스럽지만 인상적인 행보를 통해 그것을 넘어서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했다. 

지저스 앤 메리 체인 역시 노이즈를 통해 불안하고 무덤덤한 감정을 표출하지만, 소닉 유스와 달리 과격한 해체하고는 상관 없었다. 그러기에 그들은 지나치게 '전통적인 의미로' 아름다웠다. 그들은 아방가르드 출신도 아니며 대도시 예술 학교 출신 역시 아니며, 오히려 전통적인 로큰롤 신화에 등장하는 '성공을 바라고 대도시로 올라온 낙후된 중소도시/시골 출신 소년'에 가까웠다.

이는 소닉 유스나 이 둘을 화학적 융합을 이뤄내 뭔지 모를 새 걸로 만든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하고도 달랐다. 자세히 들어보면 피드백이 강렬해서 그렇지, 잘 들어보면 노이즈와 멜로디 모두 분명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엮어내는 솜씨 역시 물리적이다. 종종 지저스 앤 메리 체인의 음악이 청자를 잡아먹을것처럼 과격하게 달려들다가 갑자기 발톱을 숨기고 사근사근하게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이코캔디는 묘하게 모순적이다. 그들이 이 다음 앨범에서 노이즈를 벗어던진 진짜배기 팝송을 만들고, 더 후에는 '로큰롤을 증오하고 동시에 사랑한다' 같은 곡을 부르고 다닌걸 생각해보면 본인들도 정말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순은 단점이 아니다. 오히려 이 음반의 진정한 매력 포인트다. 삶의 쓴 맛과 달콤함을 모두 알고 있는 이 앨범은 정말 끝내주는 노이즈 피드백 팝송 모음집이기도 하며,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이뤄낸 앨범이기도 했다. 그리고 25년이나 지났지만 이 사탕의 향과 위풍당당함은 여전히 사라질줄 모른다.

P.S. 물론 소닉 유스와 지저스 앤 메리 체인 해석 부분은 온전한 내 생각이 아니다. 대부분의 개념을 [얼트 문화와 록 음악]에서 빌려왔다. 그래서 아직 많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