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The Charlatans UK - [Tellin' Stories] (1997)

giantroot 2010. 5. 16. 16:44


매드체스터의 만가

태초에 매드체스터가 있었다. 소울과 Funk의 그루브와 영국 팝 음악의 전통을 함뿍 받은 이 음악 장르는 순식간에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로마 제국이 그렇듯 전설적인 일화들과 앨범을 남기고 쇠락해갔다. 스톤 로지즈는 레딩 페스티벌에서 쓰레기 투척을 받고 해체했고, 해피 먼데이즈는 마약에 빠져 익사했다. 하시엔다는 문을 닫았고, 대선배였던 뉴 오더는 잠정 해산했다. 인스파이럴 카펫은 로디가 10년 뒤 유행시킬 '우린 존나 예전에 끝났어' 상태였다.

하지만 샬라탄즈 UK는 살아남았다. (제임스는 좀 특이한 케이스니 제외하자.) 매드체스터의 절정기에 막 데뷔한 후발 주자인데다, 맨체스터가 아닌 곳에서 결성됬기 때문에 지역색에 대한 강박이 상대적으로 적었기도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그들은 꽤 기민하게 이 변화를 대처해냈다. 물론 온전한 생존은 아니였다. 이 곡이 수록되어 있는 앨범, [Tellin’ Stories]를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음악의 핵심을 차지하던 키보드 연주자 롭 콜린스를 교통사고로 떠나보내야 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그들은 살아남았다.

[Tellin’ Stories]는 브레히트의 시처럼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라는 말이 어느정도 어울리는 앨범이다. ‘Weirdo’나 초기 히트곡에서 엿볼 수 있었던 패셔너블한 그들의 감각은 여전히 앨범 중심에 있다. 하지만 무심하듯 시크한 ’Weirdo’와 달리 이 앨범의 감수성은 애잔하다. 검은 옷을 입고 롭 콜린스를 제외한채 찍은 앨범 표지부터 그렇다. 가사 역시 우정과 삶에 대한 성찰 쪽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편곡과 연주다. 'Weirdo'나 'The Only One I Know' 등 초기 작업들이 탄력적인 해몬드 오르간이 중심이었다면, 이 앨범의 중심은 기타다. 롭이 녹음 도중 사망했기 때문에 취할 수 밖에 없던 어쩔 수 없는 변화였다. 이런 변화를 좀 더 브릿팝적이다고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전반적으로 기타 연주는 당시 인기가 많았던 버브 2,3집-두 꼴통이 엄청난 시너지를 내던 시절-의 사이키델릭/슈게이징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샬라탄즈는 버브에게 영향을 줬다고 명시되어있으니 어느 정도 주고 받은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샬라탄즈는 샬라탄즈. 심포닉했던 버브의 작업물과 달리, 샬라탄즈의 연주는 그루브라는 요소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One To Another’의 휘몰아치는 기타가 만드는 그루브는 온전히 샬라탄즈의 것이다.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오르간/키보드 연주 역시 기타 연주와 하모니를 이루며 흥겨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연주곡 'Area 51'에서 이 둘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채 대결을 벌인다.

의외로 딜런의 영향도 강하게 느껴지는 앨범이기도 한데, 특히 'North Country Boy'의 사려깊은 감수성과 주절주절거리지만 절제된 톤으로 노래를 부르는 팀 버제스의 보컬은 초기 딜런과 많이 닮아있다. 배경에 깔리는 오르간 연주 역시 'Like a Rolling Stone’에서 들을 수 있었던 알 쿠퍼의 오르간 연주를 다분히 의식한듯 하다. 딜런의 영향은 ‘You’re Big Girl Now’의 어쿠스틱 기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딜러니즘, 브릿팝, 영국 록의 전통, 매드체스터, 댄스 플로어가 멋지게 만난 이 앨범은 샬라탄즈의 또다른 금자탑이 되었고, 영국 차트는 이 살아남은 자에게 1위를 선사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좋은 앨범을 내긴 했지만, 같은 해 나왔던 버브의 [Urban Hymns]처럼 [Tellin’ Stories] 역시 한 시대의 만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아마 그 시대는 매드체스터일것이다.

P.S. 텀블러 덕택에 음악 글 쓰기가 한결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