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창문
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De La Soul - [3 Feet High and Rising] (1989)


당신이 음악을 사랑한다면 놓치면 안되는 힙합 앨범

장르를 정의한 걸작이라는 게 있습니다. 어제 리뷰한 이기 앤 더 스투지스의 [Raw Power]도 그렇고, 이번 리뷰 대상인 드 라 소울은 [3 Feet High and Rising]도 그렇습니다. [3 Feet High and Rising]은 황금기 힙합의 큰 나무인데, 그 나무에 열려있는 열매들이 참으로 풍성하기 그지없습니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황금기 힙합이라는 이름으로 붐을 타기 시작한 것은 이들이 등장하기 전 3~4년전 런 DMC부터였는데,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퍼블리 에너미나 N.W.A.처럼 과격한 메세지를 과격한 사운드 메이킹을 통해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있었습니다. 드 라 소울은 정글 브라더스하고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와 더불어 이런 흐름에서 떨어져 느긋한 분위기에서 힙합의 미학과 평화주의에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3 Feet High and Rising]은 정글 브라더스의 [Done by the Forces of Nature]와 더불어 그 연구의 초기 성과물이라고 할만합니다.

70년대를 수놓았던 팝스와 쏘울의 고전들 (레드 제플린과 조니 캐쉬, 스틸리 댄, 제임스 브라운까지! 음악 만드는 것도 덕질입니다. 여러분.)을 무시무시하게 집어삼키고 훔친 뒤, 이를 은은하지만 도취감 가득한 사이키델릭 소울-팝 그루비 휠로 멍석을 깐 뒤 두 MC의 래핑이 신나는 굿판을 벌이는데, 흑형 음악 사랑하지 않아도 훌륭한 사이키델릭 팝스의 견본으로 청취될만합니다. 불멸의 클래식 'The Magic Number'나 'Eye Know'가 그렇습니다. 후일 부기 다운 프로덕션이나 사이프러스 힐 같은 래퍼들의 작업에 참여한 프린스 폴 프로듀싱도 어느 정도 선까지 이뤄졌는지 짐작할 수 없으나, 이 정도 결과물이라면 좋습니다.

황금기 힙합의 주 방법론인 컷 앤 페이스트가 포스트모더니즘과 연관이 있다 하는데, 아마 드 라 소울은 그 포스트모더니즘적 접근을 통해 모더니즘 의미의 예술로 만든 선구자들 중 한 명으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포스트모더니즘을 논하기 이전에 DJ로써 능력과 예술적 혜안, 멜로디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도 언급해야 되겠죠.

불행히도 이 앨범 이후 걸린 저작권 소송 때문에 이들의 방법론은 크게 타격을 입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앨범의 가치는 더욱 높습니다. 더 이상 이룰 수 없는 한 시대의 이상과 방법이 모두 담겨있는 앨범입니다.

이런거 듣고 있으면, 정말 잘 하는 사람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P.S. 개인적으로 이들의 업적을 제이 지와 로카펠라 일당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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