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창문
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2 (야쿠시마와 미야노우라다케 산행)
2010/09/26 - [Long Season/일상/잡담] - 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1 (출발 ~ 야쿠시마로)
2010/09/30 - [Long Season/여행 기록] - 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3 (가고시마 RETURNZ)
2010/10/02 - [Long Season/여행 기록] - 2010년 일본 후쿠오카/가고시마/야쿠시마 여행 04 (후쿠오카, 終)



일본에 도착한 이후부터 야쿠시마에 간다고 하면 일본인들이 동경의 눈으로 보더라고요. (농담 안 하고, 입국 사무소에서 야쿠시마 간다고 했더니 '부러운 새퀴'라는 눈빛으로 보더라고요.)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일본인이 죽기전에 가봐야 할 곳이라고 하던데... 그네들에게 야쿠시마는 한국의 지리산과 같은 위치인가 봅니다.

야쿠시마 첫번째 날. 그래서 전편에 가고시마에 떠나 야쿠시마에 도착했습니다. 신기하게 뱃멀미는 안 했습니다. 우선 야쿠시마에 도착해서 놀란거라면... 여기 오는 사람이 정말 많더라고요. 제가 알기론 이때 딱히 일본에 휴가철이 아니였는데도 일본인들이 우르르 몰려들더라고요. 나중에 등산할때도 사람이 많아서 줄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간중간 멈춰서야 했습니다. 휴가 같은걸 끼얹나? 외국인도 간간히 보였습니다.

거기다 야쿠시마 자체도 의외로 오지가 아니더라고요. 섬 외곽으로 잘 닦여진 도로가 나 있었고, 도착했던 미야노우라다케는 그럭저럭 지방 소도시의 뽐새를 갖추고 있는 곳이였습니다. 섬 외곽을 도는 버스도 텀이 길긴 하지만 다니고 있었습니다. 첫날 묵었던 안보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무려 모스버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창가협회 야쿠시마 지부도

전 제 인생이 참 운으로 흘러간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습니다. 대학도 그렇고, 뭐 여러가지로 말이죠. 그런데 그 운이 야쿠시마 안보에서 다시 발동했습니다. 숙소를 잡으려고 관광 안내 센터에 맡겨서 하나 잡았는데, 그 숙소가 '미야자키 하야오가 야쿠시마에 촬영 탐방 왔을때 묵었던 숙소'였던 것이였습니다.

당연히 떡실신했습니다. 야쿠시마 여행을 하게 된 큰 동기가 미야자키 하야오 슨샘이였는데, 그 슨샘이 거쳐갔던 곳에 정말 우연하게 오게 되다니! 정말 흥분했습니다. 게다가 숙소도 가격대비 성능이 굉장히 좋은 곳이여서 전반적으로 만족했습니다. 첨언하자면 주인 아주머니의 도시락이 정말 맛있습니다. :) 혹시 야쿠시마 가게 되신다면 꼭 가보시길 바랍니다.

도착한 날은 짐 정리로 시간을 다 보냈습니다. 준비하려고 슈퍼에 갔는데, 거기서 야쿠시마 마스코트를 봤습니다. 큰북의 달인과 많이 닮았습니다. 다음 날 본격적으로 등산하러 갔습니다.

등산 첫번째 날. 이 등산이라는 것도 처음부터 1800m을 오르는게 아니라, 택시를 타고 1300m까지 올라가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출발했습니다. 중간에 나무도 찍고, 해 뜨는 것도 찍었습니다. 아 가다가 일본원숭이도 봤습니다.

등산... 등산 말이죠. 올라가는 건 의외로 그렇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저희 큰외삼촌 목적이 야쿠시마 사진 찍는 것여서 꽤나 쉬엄쉬엄 올라간데다, 올라가는 등산 길도 그렇게 험하지 않았거든요. 날도 의외로 괜찮았고요. 다만 경사가 심한데다 능선도 없이 거의 상승 곡선이여서 에너지 소비가 꽤나 막심했습니다. 게다가 침낭, 이거 계속 떨어지려고 해서 이거 신경 쓰느라고 꽤 고생했습니다.

가다가 하나노에고가 보였는데, 여기가 정말 절경이더라고요. 아무것도 안 보이는 산 속을 올라가다가 갑자기 탁 트인 늪지에 야쿠시마 사슴이 무심한듯 시크하게 풀을 뜯어먹고 있는 풍경이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중간에 컵라면을 점심으로 먹고, 계속 올라갔습니다. 미야노우라다케는... 의외로 썰렁했습니다. 정상에 일본인들이 버린 쓰레기 봉투 보고 사람 사는 곳은 의외로 다들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됬습니다. 그래도 정상다운 카리스마(?)은 있더라고요.

올라가면서 느낀건데 산에 물이 정말 풍부했습니다. 물이 여기저기서 졸졸졸 새어나와서 작은 하천을 이루고 있는게 상당히 독특하더라고요. 그럭저럭 다양한 산들을 봤지만 정말 여기 미야노우라다케처럼 물이 풍부한 산은 처음이였습니다. 현지인들은 '야쿠시마는 368일 매일 비 (웃음)'라고 그러던데 과연 물 하나는 정말 많더라고요. (야쿠시마 산들은 봉우리가 많은 편인데 (산 줄기에 봉우리가 5개나 됩니다.), 가장 높은 봉우리가 미야노우라다케여서 대략 미야노우라다케만 가도 아쿠시마 등산 관광은 끝낼수 있습니다.)

올라가는 건 무사히 끝났는데, 문제는 내려가서 산장에 가는 것. 아까 적은대로 체력 소모가 심한데다 해가 엄청 빨리 지는 바람에 길(게다가 엄청 길어!)이 안 보여서 ㅠㅠ 주변에 사람도 없고 ㅠㅠ 정말 막판엔 울 뻔했습니다. 간신히 안 울었지만, 그 당시 정말로 저나 삼촌이나 정신적으로 굉장히 몰려있었습니다. 산장에 도착하니깐 '살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사실 가려고 했던 산장은 신 다카즈카 산장이 아니라 그냥 다카즈카 산장였습니다. 하지만 날이 너무 어두워진데다 무엇보다 힘들어서 더 못 가겠더라고요. 결국 밥도 안 먹고 그냥 산장에 쓰러져서 자버렸습니다.

등산 두번째 날. 너무 오랫동안 자서 7시에 일어났는데, 처음엔 걷는 것도 힘들어 죽겠더니 나중엔 좀 나았습니다. 간신히 몸을 추스려 화장실 가려고 텐트장을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산 속에서 사슴이 내려와서 바로 제 옆에서 풀을 뜯어먹더라고요. 게다가 아주 무심한듯 시크하게 말이죠. 하나노에고 사슴도 충격적이였는데 이 신 다카즈카 사슴은 거의 제 인생을 바꿔놓을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첫 날 잠시 봤던 일본원숭이도 제대로 봤습니다. ...정말 빠르더라고요. 게다가 하필이면 원숭이들의 파벌 싸움 (...) 여서 같이 밥 먹던 일본인들도 ㅋㅋㅋ거리며 관람했습니다. 한국 산행에서는 동물 보기 정말 힘든데, 야쿠시마에서는 인간이 나하고 무에 상관? 난 내 밥을 먹을꺼야! 라는 태도로 눈 앞을 지나가는 동물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자연 관리의 현장을 바로 보고 있는 느낌이였습니다. (그래도 후미진 곳에 찌른내라던가, 정상 쓰레기 봉투 같은 허점도 있지만.)

죠몬스기로 내려가는 길은 힘들었습니다. 전 정말 산 내려가는거엔 잼병인데, 무거운 걸 들고 살짝 험한 길을 내려가려고 하니 체력이 딸리더라고요. 게다가 사람들이 우수수 몰려들어서 그거 기다리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죠몬스기... 이거 말로 설명하기엔 정말 엄두가 안 납니다. 등산길에 굉장히 많은 나무가 놓여져 있었고, 어느정도 익숙해졌는데... 그 많은 나무가 그냥 커피라면 죠몬스기는 프리미엄 TOP입니다. 농담 안하고요. 혹시 보러 가신다면 망원 렌즈 꼭 들고 가시기 바랍니다. 저도 아이폰에 담으려고 했다가 실패했습니다.

죠몬스기도 대단했지만, 윌슨 그루터기도 그 못지 않았습니다. 대략 죠몬스기 스케일의 나무의 그루터기라는 느낌인데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였지만 정말 필사적으로 그 느낌을 느껴보려고 했습니다. 정말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그루터기 안에는 물도 흘러나옵니다! 거기서 더 내려가서 모노노케 히메 배경이 된 숲도 들렀는데 여기도 좋았습니다. 모노노케 히메를 본지도 오래됬지만 보는 순간 모노노케 히메의 그 장면이 불현듯 떠오르더라고요.

야쿠시마 등산 중에서 정말 힘들었던 고비가 있었는데, 하나는 첫째날 밤이였고 또 하나는 그 모노노케 히메 배경의 숲에서 내려가서 시라타니운수계곡길이였습니다. 그 전에 지나온 철길이 거의 평탄한 직선 길이여서 갑자기 다시 등산을 하려고 하니 정말 죽을 맛이더라고요. 게다가 버스 시간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더욱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중간에 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잠시 눈을 돌렸더니... 으악! 뱀이다! 그땐 정말 다시 울 뻔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못 본 뱀을 일본 등산 와서 보다니 얼마나 정신이 나갔더니.... 다행히 그 뒤론 뱀이 나오질 않더라고요. 시라타니운수 산장 오니 그나마 할만했습니다.

어쨌든 시라타니운수 산장에서 밥을 먹고 무사히 버스 타는데 까지 내려왔습니다. 시라타니운수 폭포도 멋지더라고요. 여기서도 운빨이 발해서 도착하니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더라고요. 게다가 버스도 딱 10분 후 도착... 정말 누군가가 저에게 운 커맨드를 걸어준게 틀림없었습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의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본디 일정은 이 이후로도 잔뜩 있었으나... 큰외삼촌이나 저나 너무 힘들어서 (...) 다 취소해버리고 (미야노우라다케 예약한 숙소도 취소해버렸습니다. 그 때문에 전 관광 센터에 한소리 들었습니다.) 미야노우라다케에서 특산물 쇼핑하고 야쿠시마 박물관 관광하는 것으로 대체했습니다. 숙소로 돌아갈땐 아이리스를 사랑하는 한류 덕후 아저씨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왔습니다. 이 분과의 대화에서 저는 쿠루리와 서니 데이 서비스, YMO가 아무리 기고 날아도 서전 올 스타즈에 못 이긴다는 일본에서만 통하는 만고의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정리하고 아무튼 저녁 먹고 잤습니다.

야쿠시마 마지막 날. 착오로 인해 너무 일찍 나와서 미야노우라다케 항구에서 시간을 때웠습니다. (여관 주인의 도시락,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큰외삼촌은 미야노우라다케 주변을 마구 찍으러 돌아다니고, 저는... 저는 항구 터미널에서 잉여잉여거렸습니다. 그리고 배를 타고 가고시마로 돌아왔습니다.

본디 거북이 산란 해변가라던가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치히로 폭포라던가 온천이라던가 그런데 가보고 싶었지만, 등산이 꽤 힘든데다 시간도 빡빡해서 불발로 그친게 너무나 아쉬웠지만 야쿠시마 산행은 힘들었지만 정말 엄청난 경험이였습니다. 9년만의 해외 여행이였는데 그에 걸맞는 추억을 남긴 것 같아서 기뿝니다.

마지막 파트인 가고시마와 후쿠오카는 다음 화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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