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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여름으로 가는 문 [The Door into Summer] (1957)


여름으로 가는 문

저자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출판사
마티 | 2009-08-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SF 최초의 그랜드마스터' 로버트 하인라인의 대표작!SF계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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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개의 문과 1개의 여름, 그리고 때때로 고양이


아이작 아시모프와 아서 C. 클라크와 함께 뉴웨이브 이전 SF 거장으로 꼽히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은 초기를 마감하고 중기 하인라인를 여는 소설로 뽑힌다. 이 소설은 다작으로 유명한 하인라인 작품들 중에서도 [스타쉽 트루퍼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낯선 땅 이방인]과 함께 자주 거론되는 소설이다. 하지만 심각한 태도로 심각한 내용을 다뤘던 저 세 작품과는 달리 무척이나 가볍고 소품스러운 소설이며 (13일만에 완성하고 오타 고치는 정도의 가벼운 퇴고를 해 발표했다고 한다.) 동시에 그 점 때문에 하인라인의 걸작이라 불릴만하다고 생각한다.


소설의 줄거리도 간단하다. 발표 당시엔 근 미래인 1970년대 미국 서부. 애인과 친구에게 배신당한 천재 공학자 댄은 얼떨결에 냉동수면을 통해 미래 세계로 가 정착한다. 그렇게 살던 중 우연히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법을 알아내 자신이 행복해질수 있는 모종의 계획을 착수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험은 표지에도 등장하는 고양이 피트와 아름다운 소녀 리키가 댄의 모험의 원동력이 된다.


하인라인의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로는 밀리터리 기술에 대한 (작가 자신이 해군사관학교 출신이다.) 마초적인 매혹, 독일의 성장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철저한 자기 수련과 히피적인 이상주의 공동체 속에서 성장해가는 청소년들, 그리고 이를 위해 동원되는 엄청난 장광설 같은 자유지상주의적인 요소가 많다. 하지만 [여름으로 가는 문]에는 그런 요소들이 쏙 빠져 있다. (아예 없는건 아니다. 누드 온천 공동체에서 만난 변호사 부부라던지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는 그답다고 할 수 있다.)


[여름으로 가는 문]은 소품답게 대단한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는건 아니지만 1950년대에서 바라본 2000년대에 대한 하인라인의 날카로운 시선은 이 소설을 하드 SF로 분류하는데 이견을 달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오토캐드, 자동 청소 기기 (심지어 하인라인은 이 자동 청소 기기들 중 하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했다.) 같은 부분들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물론 그 예측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상상하고 치밀하게 구성했다는게 놀랐다.


다만 시간여행에 대한 부분은 그 정교한 설정과 가설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낡은 티가 난다. 양자역학이 확실히 정립하기 이전에 나온 소설이여서 그런지 이 소설은 다층우주가 아닌 한가지 선으로 이뤄진 단일 우주의 세계로 보고 있는데 그 결과 복잡함은 줄어들었지만 양자역학이 어느정도 대중에게도 익숙해진 지금 보면 시대에 맞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것조차 예스러운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면 이 또한 구식 SF을 즐기는 방법이리라.


[여름으로 가는 문]을 가득 채우고 있는건 특유의 로맨티시즘이다. 특히 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웃음지을수 밖에 없는 고양이 피트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귀여운 묘사라던지 다소 어두운 뒷배경 (설정상 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에 불구하고 미래 세계에 대한 발전한 기술상에 대한 장미빛 시선,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연상시키게 하지만 부정적인 면모는 싹 빠져있는 순수한 소녀에 대한 찬양&키잡 연애담에서는 마초마초했던 [스타쉽 트루퍼즈]하고는 다른 로맨티시즘으로 가득하다. 물론 이런 작품을 감싸고 있는 로맨티시즘이 1950년대 미국에 깔린 "너무 지나쳐서 오히려 무서운, 병적인 낙관주의"에서 나온거 아닐까 ([마스터]의 프레디나 [실물보다 큰]의 에드 같은 병자는 극단적으로 배제된!) 의심해보기도 하지만.


[여름으로 가는 문]은 거창한 매력이라던지 하인라인의 철학은 같은건 찾아보기 힘들지만 솔직히 나는 그의 철학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순수히 글쓰기와 이야기의 즐거움으로 무장한 [여름으로 가는 문]이 훨씬 매력적였던 것 같다. 물론 SF 소설로도 훌륭한 걸작이라 할만하다.


P.S. 이 소설은 일본에서 번역된데다 상당한 히트를 기록해 야마시타 타츠로라는 걸출한 가수가 이 책 제목을 빌려 곡을 쓰기도 했다. 일본의 SF 문학 토양은 상당히 좋은걸로 유명해 (어지간한 작품은 다 소개가 됬다.) 열악한 풍토의 한국에 사는 나 같은 독자는 부러울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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