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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Dying Words] (2009)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저자
니컬러스 에번스 지음
출판사
글항아리 | 2012-06-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지난 십 년간 나온 사라진 언어에 관한 모든 책 중에서 지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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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러스 에번스의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는 한 언어학자가 희귀 언어를 발굴 복원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시작은 호주에 있는 카야르딜드어를 추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 언어가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지적하면서 촘스키가 만든 언어학의 주류적인 해석이였던 '보편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이것이 세계에 대한 새로운 사고관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고 저자는 이 언어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사실을 쓸쓸하게 적어내리면서 하나의 언어가 단순히 문화를 담아내는 것 이상의 복잡함을 지니고 있으며 이런 언어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세계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이 도입부에서 볼 수 있듯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는 주류 언어와 다른 소수 언어들의 세계와 그것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현실에 있는지 독자들을 알려주려고 한다. 다만 이 책은 단순히 언어의 소개와 단상에 머물지 않고 언어학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을 취하고 있는 책이다. 그러니깐 책 전체 기조가 근본적인 언어의 '구조'가 어떻게 인간의 정신과 문화에 어떻게 결착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다고 할까.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는 가볍게 읽기엔 다소 어려운 책이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언어학의 지식이 있어야지 이해하면서 읽을수 있다고 할까.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언어학이 문학하고는 완전히 다른 논리학과 프로그래밍의 영역에 걸치고 있다는걸 드러내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는 그런 일견 난해해보이는 언어 구조가 실은 그 자체로 무수한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보편성으로 환유될 수 없는 체득된 문화가 배어 있는지 꽤나 감동적으로 설득하고 있는 책이기도 한다. 저자는 호주의 아넘랜드 사회의 무수한 언어들과 언어를 사용하는 자들의 양태, 그리고 아넘랜드 언어의 구조와 갈라져 나간 과정을 설명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독특한 부족의 영역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왜 "이 언어들이 그렇게 좁은 영역에 많이 남아있는가"가 아니라 "왜 그렇게 많은 언어들이 사라졌는가"에 대해 질문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왜 그렇게 많은 언어들이 사라졌는가?"

저자는 그것이 어느정도 인류의 진화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 영토 팽창주의자들의 야욕이 강했던 단일 문화/세력권의 등장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보고 있다. 그런 단일 문화/세력권의 언어는 통치의 유용함을 위해 여러 정책들을 이용해 언어를 통일하거나 잠식하는 과정을 거쳐 일종의 언어 권력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것은 결국 무수하게 남아있던 언어들을 사라지게 하는데 저자는 일조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언어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비교적 늦게 시작되었다는 점, 지속적인 형태로 말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늦게 등장했다는 점도 들고 있다. 비록 구술 언어로써 흔적이 문자 언어에 남아있다고 해도 이것을 재현하고 보존하는건 힘든 일이며, 그 보존 방법에 대해서도 단순히 녹음을 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영상 촬영을 해 구술하는 그 순간도 보존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상당히 논쟁이 있다고 밝힌다. (일단 저자는 후자 쪽에 가까운 편이다.)

이런 사례 연구들과 더불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는 언어학자가 겪는 희귀 언어 연구 과정의 고충과 사연들을 담담히 털어놓는다. 간신히 살아남은 언어, 제대로 잊혀져가는 언어, 멸절한 언어.... 기적적으로 생환한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에반스의 서술은 차분하면서도 희열에 가득차 있다. 그리고 그런 언어의 보호는 무엇보다도 실제 그 언어를 쓰는 화자의 인식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사례들을 설명하면서 덧붙인다. 그렇다면 왜 이런 희귀 언어를 보호해야 하는가? 물론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는 희귀언어의 보호가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기본 명제를 깔아두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이라면 희귀 언어로 쓰여진 문학이 어떻게 운문 문학의 구조하고 연결되어있는지였다. 쿠와루어로 지어진 서사시 [톰 아야 캉게]의 시적 구조를 분석한 부분에서 저자는 "정연하게 상호 연관된 정형구들"과 "음보와 음조 변화"를 서술하면서 이 운문 문학이 언어적 구조와 어떻게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는지 서술하고 있는데, 실제 화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그 매력을 이해시키려고 하는 저자의 노력과 그 언어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구조가 매우 감명깊게 와닿았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는 일견 어렵고 난해해보이는 언어의 구조가 한 인간과 나아가 그 인간의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그 언어의 가치를 통해 희귀 언어가 왜 보호되어야 하며, 그 희귀 언어를 쓰는 자들과 연구자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찰하고 있다. 물론 편안하게 읽기 힘든 책이고 내용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나름의 가치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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