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er Into Movie/리뷰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

giantroot 2009. 9. 26. 01:38

디스트릭트 9
감독 닐 브롬캠프 (2009 / 미국)
출연 샬토 코플리, 윌리엄 앨런 영, 케네스 코시, 로버트 홉스
상세보기

남아공에서 날아온 독특한 SF

(9월 25일자 시사회 다녀왔습니다. 표도 있으니 인증 가능합니다. 불법 복제에 시달리고 있어서 미리 밝혀둡니다.)

피터 잭슨 제작, 닐 브롬캠프 감독의 [디스트릭트 9]은 페이크 다큐멘터리-장르 영화의 노선에 충실한 영화입니다. 이 장르 역시 떠오르는 영화만 꼽아봐도 쟁쟁한 선배들이 많이 있는 장르이지만 [디스트릭트 9]은 그 쟁쟁한 선배들과 경쟁할만한 재능과 능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클로버필드], [플라이], [에일리언], [칠드런 오브 멘], [괴물], 아르파헤이트 고발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 [니아 언더 세븐] 같은 작품들을 잽싸게 왔다갔다하면서 그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감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외계인과 인간이 같이 사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디스트릭트 9은 외계인 보호 지대라는 미명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는 외계인 격리 수용 구역에 불과했습니다. 외계인을 관리하는 MNU 직원인 비커스는 일 때문에 디스트릭트 9에 투입됬다가 이상한 물질에 노출되고 순식간에 쫓기게 됩니다...

영화의 초중반부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를 교활하게 활용합니다. MNU의 활동을 담은 영상과 주인공 비커스에 대한 (사건 종료 후) 인물들의 논평, 전문가들의 설명, 뉴스릴, CCTV 등을 잽싸게 왔다갔다하면서 세계관과 이야기 전개의 포석을 깔아댑니다. 중반부 이후 비커스가 본격적으로 쫓기는 몸이 되면서 영화는 폴 그린그래스가 만든 본 시리즈 같은 격렬한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액션 영화으로 장르를 전환하는데, 이 또한 논리적이면서도 효율적입니다. 일관성이 있달까요. 다만 카메라를 티나게 의식하던 인물들이 갑자기 장르가 바뀌니깐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이 좀... 이 부분은 좀 매끄럽지 못하더라고요.

이 영화의 주인공인 비커스는 그야말로 속물적인 관리직 화이트칼라입니다. 하지만 자기 아내에 대한 애정이나 몇몇 행동에서 보이는 면모들을 보면 완전히 글러먹은 인간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죠.  여튼 모든 평범한 영웅들처럼 그 역시 우연한 사건으로 사건에 휘말리면서 인물이 변해갑니다. 공포, 두려움, 분노, 소심함, 그리고 각성까지 다채로운 변화가 이어지면서도 속물적인 모습과 진실된 영웅의 모습이 섞여있는 묘사도 자연스러워 좋습니다. 다만 이 드라마가 대단히 감동적이진 않습니다. 짠하긴 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할까요. 하지만 첫 작품 낸 감독에게 이런 비평은 과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그렇게 문제되는 것도 아니고요.

아 SF적인 요소에 대해 적지 않았네요. SF적 이미지를 번쩍번쩍 드러내던 보통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이 영화의 SF적 이미지는 남아공이라는 현실 아래에 숨겨져 있습니다. 마치 [괴물]처럼요. (유사한 장면도 한 두 개 있습니다.) 이 영화의 SF적 장치는 남아공의 인종차별에 대한 은유입니다. 비커스의 캐릭터 변화나 몇몇 배경이 그렇죠. 이 영화가 노리는 과녁은 겉으로 드러나는 아르파헤이트 정책이 철폐되었지만, 여전히 그 정책의 영향 아래에 있는 백인들과 정책들입니다. 이 점에서 이 영화는 1980년대 나왔던 아르파헤이트 비판 영화의 전통과 맥을 잇습니다. 비록 그 영화들과 달리 리얼리즘 대신 SF 판타지의 탈을 두르고 있지만요.

결론을 내리자면 [디스트릭트 9]은 얄미울정도로 교활하면서도 관객의 명치를 푹 찌르는 순간도 있는 괜찮은 영화입니다. 성숙함보다는 치기가 더 돋보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해낼 수 있다면 차기작도 왠지 기대가 됩니다. 킬링 타임 블록버스터 이상의 성취를 이뤄낸 대담한 영화입니다.

P.S. 비커스가 변이해가는 과정에서 크로넨버그의 터치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손톱과 이빨이 빠져나가는 장면은 [플라이]나 [비디오드롬]에서 드러났던 '별 거 아닌데도 움찔하게 만드는 폭력/고어'라는 점에서 비슷하죠. 이 장면 외의 고어 장면은 역겹지만 유머가 있는 고어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