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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200911 영미/유럽 만화책 두 권 감상문.

두 권 다 보고 싶은 만화책이였는데, 우연히 둘 다 학교 도서관에 있더라고요. 빌려와서 봤습니다.

푸른 알약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프레데릭 페테르스 (세미콜론,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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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만화가의 자전적인 연애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화입니다. 다만 이 연애라는게 평범하진 않은데, 바로 여자와 여자의 아이(여자가 이혼했습니다.)가 에이즈 양성이라는 거죠.

그렇게 거창한 스케일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딱 소품 수준이에요. 이야기도 짧고, 등장 인물들도 여유롭게 사는 교양 있는 지식인들이여서 큰 충돌이나 갈등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소품 수준의 스케일 내에서 파고들어가는게 꽤 좋습니다. 놀랍도록 깊이가 있고, 진실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순수하면서도 살짝 찡해진다고 할까요. 신변잡기 만화의 테두리를 넘기 위해 동원하는 환상적인 장치들도 효과적입니다. (사실 작가가 SF/판타지 만화로 더 유명하다더군요.)

다만 너무 짧다는게 아쉽습니다. 사귄지 1년차 되는 순간 끝이 나는데(출간 연도가 2001년), 8년이나 지금 이 만화를 보니 결말이 성급한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좀 들더군요. 좀 더 이야기가 나올법한데 거기서 뚝하고 멈추니 아쉽더라고요. 하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깊은 사유와 그 동안 겪였던 험난한 과정들을 생각해보면 잘 하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분들 최근 소식을 알 도리는 없으니 ㅠㅠ)

덧. 전 처음엔 여자 이름이 키티인줄 알았습니다...나중에 다시 보니 카티라는군요.
덧2. 놀랍게도 남녀의 알몸이 나오는데도 별다른 제제가 없습니다. 세상이 좋아진 걸까요? (물론 이 만화, 고연령층용입니다. 묘사도 그렇지만 주제가 꽤 심도 깊은 편이에요.)

고스트 월드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대니얼 클로즈 (세미콜론,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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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판타스틱 소녀 백서]라는 영화를 보고 그 허무주의에 빠진 분위기에 푹 빠져 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중에 그 영화가 만화 원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번역본이 나왔으면...'라는 생각을 했죠. 그러다가 2007년에 번역본이 나왔고, 너무 기쁜 나머지 블로그에 포스팅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나왔다 해도 동네 도서관에는 이 책이 없어서 보질 못했는데, 드디어 빌려서 봤습니다.

만화 자체는 영화하고 거의 같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기본적인 골격이나 감흥은 영화나 만화나 같습니다. 하긴 영화 각색을 원작자가 했으니 별 변화가 없는건 당연하겠죠. 일단 미국 교외 소도시(아마 LA 근교로 보입니다.)에 사는 이니드와 레베카라는 소녀들이 동네를 떠돌아다니면서 세상에 대해 시니컬한 코멘트를 에피소드 식으로 남긴다라는 이야기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영화의 시모어는 영화 오리지널 캐릭터더라고요. (그 비슷한 캐릭터가 만화에 있긴 합니다만.) 아마 영화 시나리오 쓰기 편하게 사건의 중심점이 되는 캐릭터를 새로 만든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영화판은 중심사건이 건조한 일상을 깨트리지 않는 내에서 꽤 드라마틱해졌습니다. 시대도 만화쪽이 좀 더 명확한데 대략 1990년대 얼터너티브 시절입니다. 이런 시대니 이니드나 레베카가 90년대 슬래커 세대처럼 행동하는건 당연하겠죠.

참 허무하고 황량한 만화/영화지만 그래서 왠지 공감이 가더라고요. 아마 그네들이 사는 미국 소도시가 제가 살고 있는 남양주시하고 비슷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둘 다 평화롭지만 따분하죠. (그래도 그곳은 파헤쳐 볼때라도 있습니다만...) 아마도 제가 이 만화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그네들이 진저리치는 변두리 소도시의 따분한 삶이 어떤 건지 대충이나마 알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나 만화나) 마지막의 결론은 그래서 참 허무하면서도 묘하게 해방적입니다. 이니드가 유령 세계에서 사라져버리는 거든요. 다만 그냥 훌쩍 사라져버리는 영화판 이니드와 달리 만화판 이니드는 막연한 목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점성술사하고 만나는 장면이나 대학 떨어지기 직전 레베카하고 나누는 대화가 그렇죠. 물론 여전히 모호하기 짝이 없지만.

여튼 엔딩도 엔딩이지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안경 쓴 레베카가 조쉬하고 데이트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렇게 어른이 되는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니드도 비슷한 대사를 남기고요.) 저도 어른이 되고 사회에 적응하겠죠. 일단 남들에게 폐 안끼치는 어른이 되자는게 지금 당장의 제 목표입니다. 

덧. ....만약 얘네들이 지금 시대에서 성장하고 있다면 인터넷 보면서 시시덕대고 있었을지도요? ("어머, 조니가 졸라 못생긴 지 얼굴을 페이스북에 올렸네?" "우리 이거 합성해서 뿌리자" "킇ㅎㅎㅎㅎㅎㅎㅎㅎ" 대한민국이라면 디씨질하고 있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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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둘다 리뷰를 읽어보니 좀 관심이 가네요. ^^ 그런데 푸른알약은 연재만화였나요?
    • muhootsaver//저도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에피스도가 날짜별로 끊어져 있는 걸 보아하니 잡지에 연재하던 거 아닐까라는 추측은 좀 드네요. (고스트 월드는 날짜 구분 없이 에피소드 별로 끊어져 있었습니다.)
  • 고스트월드에서 어떻게 판타스틱 소녀백서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는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지만 이제는 한국판 제목이 더 좋게 들리는 거시 미스터리. 좋아하긴 해도 결말이 너무 허무해서 멍때렸던 기억이 나는데 아무튼 저는 만화판이 국내에 나왔는지도 모르고 잇었네요 ㅠㅠ
    • 쌔들//아무래도 개콘 팬이셨나 봅니다. 결말이 참 허무하죠. 만화판은 더 허무합니다 ㅋㅋ

      2년전에 나왔을때 나름 화제였는데 지금은 뭐 잠잠하네요. 아트 스쿨 컨피덴셜 나오면 좀 재미있을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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