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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큰뿌리와폴라곰 (7)
스플린터 셀: 블랙리스트 [Tom Clancy's Splinter Cell: Blacklist] (2013)

폴라곰: 호러 영화 리뷰는 결국 안 하고 가을이 됬네요. 

큰뿌리: 뭐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폴: 어쩔 수 없다뇨. 좀만 부지런했다면 개학전에 하나 했을지도 모르는데. 뭐 님이 게으르다는 증거죠 ^^ 한두번도 아니고.

큰: 에이 너무 그러지 마세요. 오늘 리뷰 끝나면 [스플라이스] 리뷰 같이 하실래요? 아니면 [악마의 등뼈]라던가... 정 안 되면 컨저링 보고 리뷰할수도 있고요. 

폴: 뭐 좋습니다. 에 오늘 리뷰할 건 [스플린터 셀: 블랙리스트]라.... 

큰: 근 3년만에 돌아온 잠입게임계에서 유명한 스셀 시리즈죠. 폴라곰씨는 컨빅션 해보셨겠죠. 

폴: 물론이죠. 

큰: 어떠셨나요?

폴: 너무 본 시리즈에 경도된 한 편 아니였나 생각합니다. 내용도 액션도.... 한마디로 샘이 잠입을 안 하고 총질 해대고 패는것에만 집중해 있어요. 시체 숨기는 것도 사라졌고 그림자와 소리의 메리트도 확 사라져서 하는 동안 딴 겜 하는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이라크 미션은 왜 1인칭인겁니까? 이게 무슨 [고스트 리콘 백 투 더 퓨처]도 아니고.... 악역도 재미없었고.

큰: 흠 물론 컨빅션이 기존 스셀 세계에서 이질적인 게임이라는건 틀림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일반적인 액션 게임과 동일시하기엔 곤란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단 전작들처럼 샘 피셔가 총기 난사하는 "먼치킨" 플레이를 하기엔 화력적으로 열세이며 이를 돌파하는 '잠입 판타지'의 쾌감을 분명하게 짚어주고 있고 벽과 창문, 거꾸로 매달리기 같은 세트 피스들이 여전히 중요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전 지정 사격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전작들의 피셔가 교묘하게 흘러가는 뱀 같았다면 (스네이크?) 컨빅션의 피셔는 고양이과 육식 동물을 연상케하는 날렵한 사냥꾼을 연상케하는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물론 근접 공격 성공만 하면 게이지가 자동으로 채워지는등 디자인이 지나치게 단순하게 설계되는 바람에 좀 과도하게 사기적인 능력이 된건 실패였고 1인칭 시점은 확실히 쓸모가 없었죠.

다만 더블 에이전트와 밥상 뒤짚어엎기 때문에 일종의 모라토리엄 상태에 빠졌던 걸 생각하면 게임 자체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있었고, 그런 고민이 어느정도 결과물을 낳았다는건 부정할 수 없을겁니다. 물론 잠입 요소와 액션 요소가 정말 절묘하게 배합된 아캄 시티와 다르게 잠입 요소 자체는 거의 없다시피 해졌다는건 동의합니다만. 그리고 들켰을때 최후 위치를 알려주는 디자인은 써먹을만한 부분이였죠.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배트맨 아캄 시리즈]처럼 잠입 게임의 감각으로 만든 액션 게임이라 생각하고 나름 해볼만한 도전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첨언하자면 잠입 게임과 액션 게임은 같은 장르에 속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잠입 장르는 어드벤처 게임에 가깝죠. 자세한건 엑스트라 크레딧의 "닌자처럼" 영상을 참조해주세요.)

이야기도 그 정도면 괜찮지 않았나요? 악역은 시시하고 스케일은 작지만 샘의 캐릭터는 훨씬 깊이가 있어졌고 신 캐릭터 빅터나 코빈도 잘 녹아들어가서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전 서부극 결말을 변주한 결말이 참 좋았어요. 적어도 지금까지 이어져 온 샘 캐릭터를 생각하면 일관성이 있죠.

폴: 아 그 결말은 확실히 냉소적이여서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죠. 원래 냉소적인게 잘 어울리는 캐릭터이기도 했고요. [어새신 크리드] 하니 원래 컨빅션은 어크풍 샌드박스 게임으로 만들려고 했다면서요?

큰: 그건 맞습니다만 나중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죠.

폴: 이번 블랙리스트로 넘어가보죠. 전 컨빅션의 잠입이 불만이였기에 잠입 요소가 대거 복귀해서 반갑더라고요. 저번에 큰뿌리 씨가 컨빅션을 절충주의적이라 지칭했는데 이 말은 블랙리스트에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큰: 그렇긴 하죠. 사실 전작의 잠입은 어디까지나 공격을 하기 위한 부차적인 요소였다면 이번 작의 잠입은 진짜 제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블랙리스트는 세가지 타입으로 플레이 유형을 나누고 거기에 따른 점수와 미션들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고스트, 팬서, 어설트... 각각 기존 스셀, 컨빅션, 일반적인 TPS 스타일로 플레이 유형을 나누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폴: 점수 개념은 혼돈 이론 시절 점수 개념을 업그레이드한거에 가깝더라고요. 많이 단순화되긴 했지만.... 그림 미션은 옛날 향취가 나는게 좋더라고요.

큰: 단적으로 소리 개념 같은게 상당히 축소됬죠. 우르르 꽝꽝 돌아다니지 않는 이상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냄새라는 개념이 추가된것 같지만.... "킁킁 이건 낯선 냄새? 주인님께 알려야징 컹컹..." ^ ^ 

폴: 가장 좋은건 그렇게 분류를 해놓고 고스트 플레이에 많은 이점을 주면서도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조절했다는 점이였어요. 이런건 자칫 잘못하면 엄청난 노가다와 짜증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큰데 블랙리스트는 다행히 그 함정은 피해가고 있습니다.

큰: 가젯들도 007 필 나게 새로 리뉴얼 됬더라고요. 기존작에서 있었던 것을 복귀한 것도 있고, 새로 추가된 것도 있는데 수면 가스라던지 트라이로터 같은건 제법 참신한 가젯이였다고 봅니다. 가젯 말고도 에어 포일의 다기능 진화형인 석궁이라던가 전파 재밍 같은 요소도 굴곡을 더해주고 있었죠.

폴: 트라이로터는 확실히 재미있는 아이디어더라고요. 어쩌면 접착 카메라 발전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사실 초기작들도 상당히 밀리터리 007스럽지 않았나요? 특히 "위윙 칙~"하면서 플레이어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소나 고글 ^ ^ 이번작에 돌아와 반갑더라고요. 야시경은 컨빅션에도 있었지만요.

큰: 소나 고글의 복귀도 일종의 선언이죠. 나는 잠입 게임을 만들겠다는. 하지만 동시에 이런 잠입 액션에 어떻게 '스피디한 액션'하고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 그것도 상당히 고심해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강화복 병사 같은 경우엔 아주 신컨을 보이지 않는 이상 이외엔 결국엔 재빠른 액션을 동원해야 하죠. 반대로 지정 사격 목표 지정 같은건 플레이 스타일에 따른 차등적인 보너스 같은 느낌으로 변했는데 이건 좋은 선택이였다고 봅니다. 화려한 액션을 하고 싶다면, 다른 플레이도 익숙해져야 한다라는 좋은 논리가 확고하게 세워져 있어요.

다만 그림자 요소가 그렇게까지 유용하지 않다는건 좀 감점이라고 할까요... 그냥 가까이 오면 보이게 되는 위장 그런 느낌으로 디자인됬더라고요. 전작의 그림자 속에 숨어서 천천히 사냥하거나 지나치는 플레이를 선호했던 저로써는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폴: 근데 그 쪽이 말이 되지 않아요? 솔직히 전작 애들이 야맹증 걸렸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띨띨머절하게 놀았던 걸 생각해보면 이쪽이 자연스럽죠.

큰: 그렇다고 보기엔 이번작 AI들도 머절띨띨한거 같은데요. 조명 부서져도 "그게 무에 상관?"라는 반응이니. 얘들은 순금 상들리에라도 부서져야지 반응하려나?

폴: 하하^ ^

큰: 그리고 시체 숨기기도 등장했습니다만... 그렇게 쓸모가 있었던것 같진 않습니다. 반대로 비살상 제압은 확실히 돌아온게 반갑습니다. 전반적으로 전작 컨빅션의 절충주의를 확고하게 뿌리내렸고 상당한 재미를 보장합니다. 그렇게 까일만한 디자인은 아니에요.

폴: 이런 변화 말고 게임 전체적인 구조도 확 바뀌었죠? 어새신 크리드 제작진이 담당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어크 요소가 굉장히 많이 투입됬습니다. 중심이 되는 공간(여기서는 팔라딘이겠죠.)에서 팔라딘/장비 강화가 가능하다던지, 미션의 세부화, 비살상/살상 모드, 동료들의 비중이 제법 강해졌다는게 그렇습니다. 이런 변혁은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큰: 컨빅션이 어크 스타일로 만들어질 뻔했다는걸 생각해보면 재미있죠. 

폴: 정작 개별 미션 디자인 자체는 샌드박스가 아닌 전형적인 스셀 스타일입니다.

큰: 같았다면 좀 그랬을겁니다. 물론 어크 스타일로 만들어진 스셀도 재미있었겠지만 이건 망상으로 접어두죠. 여튼 팔라딘 자체는 제법 매력적인 공간이더라고요. 모 분 말씀대로 남자의 로망이 모조리 실현된 공간이라고 할까요. 미국이기에 가능한 그런 돈지랄적인 매력도 있고요. SMI 시스템을 가지고 유비쿼터스와 증강현실이 섞인듯한, 뉴미디어적인 영상 연출도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부티나는건 좋은데 특유의 고립감, 그런게 없어져서 그런게 별로였습니다. 역시 이런 잠입 장르는 동료하고 떨어져 있다는게 가장 매력적이긴 한데 너무 여유롭게 부티난다는 느낌이에요.

폴: 사실 누구나 마음 속엔 비밀기지 하나 쯤은 있는거에요.

큰: 하하^^ 근데 사실 제가 이 공간이 별로라 느낀 것은 캐릭터나 거기서 펼쳐지는 드라마가 문제가 있어서일지도 모릅니다. 한마디로 블랙리스트는 이야기는 후집니다. 이게 그 스셀 시리즈 맞나 의심할 정도로요.

폴: 아니 후지다고 할꺼까지야... 이야기 자체는 상당히 흥미진진하지 않습니까?

큰: 물론 그런 장르적인 이야기를 테크니컬하게 끌고 가는건 별 무리없습니다. 응전과 반격 같은것도 리듬감이 좋고 탐색과 추리 같은것도 잘 이뤄져 있고요. 제가 지적하고 싶은건 연출이나 캐릭터 쪽입니다. 한마디로 닌자 가이덴 3 급으로 존나 엉망이에요!

폴: 아니 닌가3는 인간이 만들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니 비교는 좀 그렇죠. 안나와 샘이 팽팽하게 아가리 파이트를 펼친다던가 어리버리 코빈과 찰리의 개그는 괜찮지 않았어요?

큰: 확실히 "일 잘하고 남자 동료들과 한댓갈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지극히 미국적인 여성상인 안나는 이런 장르에서 보기 드물게 주체적인데다 매력 있고 (게다가 모델링 상향으로 [바쇽 인피니트]의 엘리자베스를 닮은 눈부신 미모까지! 사랑합니다!) 감초같은 코빈도 있지만 그거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블랙리스트는 앙상블이나 캐릭터 설계가 엉망이에요. 이 캐릭터들이 어떤 매력과 사상적 기반이 있는지 전혀 파악하지도 못하고 막 주물럭주물럭 대충 만들어다 던져놓은 그런 캐릭터들이 즐비합니다.

특히 아이작 브리지스는 최악입니다. 이 캐릭터는 자기 주장도 없고 맹맹하기 그지 없는 동기부여용 코옵 캐릭터입니다. 나중에야 소극적으로 반항하기를 시도하지만 그 정도론 택도 없습니다. 샘에겐 이보다 더 성깔 강하고 서로 머리채 휘어잡고 쌍욕해대며 싸울 캐릭터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이 캐릭터 파트 게임 디자인도 좀 짜증 나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최소한 가젯을 어디로 던질지 설정 정도는 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찰리는 그나마 낫긴 하지만 하위호환 [스카이폴]의 Q 그런 느낌이에요. 당연히 Q에 비하면 매력이 태부족입니다.  

그리고 안나와 샘의 대결 같은것도 자세히 보면 인공적으로 밀당한다는 티가 팍팍 납니다. "아~ 얘가 양보했으니 쟤도 양보해야지." 뭐 그런 식으로 갈등을 짠 것 같은 느낌이에요.

폴: 확실히 아이작은 대체 얜 왜 여기서 이러고 있담 그런 느낌이긴 하죠. 역재4의 오도로키 같은 재고 떨이 같은 느낌이랄까요. 아이작이 오도로키처럼 자기 자리를 찾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큰: 샘이야말로 이 문제의 총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각본진은 이 캐릭터에 대한 발전이나 아무런 열의가 없어요. 에릭 존슨이 열심히 구르고 뛰지만 이번 샘은 그냥 액션 장르 히어로 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폴: 노리 심문할때 거만하게 팔 쫙 펼치고 꼬나보는 연출은 좋던데요?

큰: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니깐요. 샘 캐릭터의 매력은 하드보일드 소설의 대가인 대실 해밋의 콘티넨털 탐정에서 훔쳐왔다고 창조주가 고백할 정도로 더러운 세상사에-심지어 미국 그 자체에도-냉소적이고 오로지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그게 정치적으로 반드시 옳은가는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프로페셔널하지만 배배꼬인, 그러면서도 약간의 따스한 면을 보여주는 놈탱이라는점인데 이번 샘은 그런 나쁜 놈스러운 대사나 행동도 별로 안하고 고민도 안 합니다! 이번 편에선 오로지 미션과 섹스하려고 환장했어요! 런던 미션 보세요. 세상에! 주여!

폴: 흠 그래도 초반에 빅터가 다쳤으니 그렇게 엔지니어들을 때려잡는 미션에 환장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심지어 안나도 그 부분을 지적하잖아요.

큰: 작중에서 보면 전혀 그런 감정이 안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런 샘의 빅터에 대한 브로맨스급 집착-사라와 함께 유일하게 사적으로 의지할만한 친구-이라던지 (이 부분은 프리퀄 만화 에코스가 연출을 훨씬 더 잘했습니다. 반성 좀 해라!) 사적인 감정과 공적인 의무 간의 대결 같은 그런 내적 갈등이 필요했는데 굉장히 밍밍하게 처리됬습니다. 전작의 감동적인 엔딩 ("지금 샘은 사라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어.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더군. 남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 샘은 그걸 가족이라고 봤지. 그리고 샘은 가족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돌아왔어. 샘이 사라와 함께 떠나기 전에 나한테 한 말이 뭔지 아나? 빅터, 모든게 고맙네. 전부 자네 덕분이네. 난 자네를 친형제처럼 사랑하네 라고 했지. 친형제… 그것은 가족이지? 그렇지 않나?")을 알고 있는데도 이렇게 느낄 정도에요. 전화를 하지 말고 얼굴을 좀 보여달라고!

폴: 확실히 컨빅션 엔딩 대사는 상당히 통속적이기도 하지만 감동적이죠. 저도 블랙리스트의 빅터를 말려들게 한건 좋았으나 그 후 연출들은 밍밍했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악역은 어떤지요?

큰: 악역으로 가면 더욱 엉망이죠. 슬픈 것은 여기 등장하는 악역들은 정말 근사한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메인 악역인 마지드 사디크 같은 경우엔 [스카이폴]의 라울 실바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의 문트 같은, 주인공의 끔찍한 면모를 드러내는 굉장한 괴물 악역이 될 뻔했습니다. 실제로 처참한 지금 결과물 속에서도 별다른 과장 없이 자기 일만 해도 위험하게 느껴지는 인물입니다. 샘의 상대는 이 정도는 되야죠.

설정이나 각본도 알고 있는지 의도적으로 샘과 사디크의 유사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이를 대응하는 샘의 캐릭터가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옛 친구와 비장하게 세상의 지저분함과 그럼에도 이러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댔던 사람이 "닥쳐 넌 사람 죽였으니 나쁜 놈이야!" 이런 대사만 내뱉고 있으니 참 슬픕니다. 이란의 특수부대 장군 같은 캐릭터도 단순한 타자가 아닌 재미있는 캐릭터였는데 종국엔 1회성 악역으로 소모되고요. 

폴: 이란 장군 캐릭터 같은 경우엔 미국의 반대쪽에 선 나라의 사람이라도 나름대로 자기 철학과 인간미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서구열강의 시선이 반영될수 밖에 없으니깐요. 그게 한계였을겁니다. 게임 디자인상으로나 아니면 세일즈 문제라던가... 

그리고 밀덕우익꼴통인 톰 클랜시답게 전작들도 그런 불편함이 없었던 건 아니잖아요? 전 2편의 사도노 같은 경우엔 체 게바라 비꼬는것 같아서 상당히 불편했는데 말입니다. 니들이 게바라 아무리 비웃어도 그가 이뤄놨던 그 이상주의를 무너트릴수 없을걸?

큰: 그건 인정합니다. 솔직히 전작들도 컨빅션 제외하면 미국 중심적인 시선이 드러났죠. 하지만 전작들은 냉소주의와 그에 대응되는 강렬한 캐릭터 연출로 처리했다면 이번 작은 반대로 멍청한 연출들과 형편없는 대사들로 그 문제들을 다 까발리고 있어요. 제작진들은 늬들이 좋아하는 샘 피셔와 그 동지들은 원래 이런 자기들 밖에 생각 안 하는 쌍놈들이란다~ 식의 아이러니 성립을 하고 싶었다면 피이~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이건 메탈 기어 솔리드 피스워커가 훨씬 더 잘했죠.) 

이런 멍청함은 곧 작품의 내적 논리와 철학의 부재로 이어집니다. 하이고... 결말 정말 가관이에요. 누설이 될까봐 자세히 적진 않겠지만 "한 입에 두 말하네 니들이 독재를 겪어본적이 없어서 자기가 하는게 왜 무시무시한지 모르는거지"라는 비웃음도 절로 나오고요. 마지막 미션 직전에 나오는 연출은 "이걸 멋있다고 넣냐?!"라고 까고 싶어집니다. 스셀 블랙리스트는 자기가 엄청난 폭탄을 다루고 있는줄 모르고 제멋대로 가지고 노는 무뇌한 헐리웃 블럭버스터나 다름없어요. 지옥에서 셔틀랜드가 보면 배잡고 웃겠다.

폴: 뭐 서양 게임 하면서 무리한걸 바라는거 아닌가요.

큰: 좀 바라면 어때요. 그네들도 좀 함께 사는 법 좀 배워야 합니다. 뭐 다섯번째 자유? 그 다섯번째 자유가 퍽이나 살바도르 아옌데 같은 케이스 만들었다. 이런 생각없는 대사와 시츄에이션 쓴 사람들은 칠레 아티카마 사막 가서 반성 좀 해야 해요. 이 점에선 [어새신 크리드]가 훨씬 성숙합니다. 적어도 거기 주인공들은 자신이 정당한지 고민하고 번민하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셀 시리즈 각본은 국가보다는 개인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며 살짝 서부극 필도 났던 컨빅션이 제일인거 같습니다. 그 다음은 혼돈 이론이나 더블 에이전트 정도?

폴: [어새신 크리드]는 내적 논리가 확실하게 전개되긴 하는데 이야기 구조가 덜컥거리죠....

큰: 그래도 어크 3편은 제법 감동적이였는데 말이죠. 그래서 결론을 내리자면 게임 디자인은 전작들의 장점을 모으는데 성공한 수작이라 할만하나 이야기는 개판이다라 할 수 있습니다. 게임 자체는 무리없이 추천할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정치적 둔감함에 민감한 분이라면 좀 조심하셔야 할듯 싶습니다.

폴: 솔직히 저런 정치적 멍청함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생각을 많이 해야 할것 같습니다. 어렵네요... 우리야 외부자/타자이니 이렇게 쉽게 비판할 수 있겠지만 막상 당사자들이 되면 그 함정에서 벗어나기 힘들죠.

큰: 항상 자기 자신과 싸우고 경계해야 합니다... 그럼 다음엔 약속한대로 호러 영화 리뷰나 같이 하죠.

폴: 네. 그럼 학교 생활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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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번 켈러의 여행 [Morvern Callar] (2002)




모번 켈러의 여행

Morvern Cal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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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린 램지
출연
사만다 모튼, 캐슬린 맥더모트, 루비 밀튼, 돌리 웰스, 린다 맥과이어
정보
드라마 | 영국 | 97 분 | -


큰: 오래간만이군요. 폴라곰 씨.

폴: 예에. 휴가도 못가고 땀띠나 죽겠는데 본지 좀 된 영화 리뷰나 같이 하게 됬군요. [퍼시픽 림]은 혼자서 리뷰하고. (투덜투덜)

큰: 워워 그러지 마시고...

폴: 그럼 호러 영화 리뷰나 같이 좀 하죠. 씨원하게.


큰: 네네 알겠습니다. 나중에 이탈리아 호러 영화나 한 편 보죠. 이번에 같이 리뷰할 영화는 [모번 켈러의 여행]입니다.  

폴: 뭐 정보를 잠시 나열하자면 [케빈에 대하여]로 유명한 린 램지의 2002년 영화죠. 사만다 모튼이 [마이너리티 리포트]로 유명 배우로 자리잡고 난 뒤에 찍은 영화입니다. 원작은 스코틀랜드 작가인 알렌 워너가 썼고요.

큰: 물론 이야기의 주인공이 제목의 모번 켈러라는 건 폴라곰 씨도 보기전에 눈치 채셨겠죠. 알렌 워너와 린 램지는 시작하자마자 관객에게 이 모번 켈러가 시체를 더듬는 장면을 던져놓습니다. 관객은 당연히 당황합니다. 곧 관객들은 이 시체가 제임스 길레스피이며, 모번의 남친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폴: 보통 이런 상황이 되면 관객들은 남친이 왜 죽었는지 설명을 기대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램지와 워너는 알듯말듯한 남친의 유서만 던져놓고 곧 잊어버립니다. 'Be Brave'라니 도대체 이 제임스라는 사람 여친 조롱하는겁니까?

큰: 뭐 추리 소설로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설정의 도입입니다만 램지와 워너는 추리로 나가지 않습니다. 이 두 사람이 관심이 있는 부분은 바로 모번 켈러입니다.

폴: 이 모번이라는 여자도 좀 이상한 거 같습니다만. 시체를 무슨 이케아 가구처럼 전시해놓고 있어요.

큰: 모번도 그리 정상적인 인물은 아니죠. 영화는 모번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쫓아갑니다. 그 중 몇 개는 정말 심각한 범죄여서 서스펜스물이나 범죄물로 발전하기도 충분하죠. 하지만 영화는 그런 서스펜스에도 무관심합니다. 모번의 범죄들은 적어도 영화가 끝날때까지 들통나지 않습니다.


폴: 그렇다면 이 영화의 정체는 뭡니까.

큰: 심리 드라마라 봐야죠.

폴: 제임스처럼 모번의 행동을 추측할 수 있는 내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이 거의 나오지 않는데요?

큰: 없다곤 할 수 없습니다. 모번이 외간 남자의 호텔방에 들어가 대화를 나누다가 섹스를 하는 장면처럼 좀 노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단서들은 나오고 있죠. 무엇보다 모번에 대조되는 라나라는 캐릭터가 옆에 있습니다. 라나는 여러모로 모번과는 정반대의 캐릭터입니다. 스코틀랜드 중하류층 여성인 라나는 하루 벌이에 고민하며 놀기 좋아하고 욕망에 충실한 캐릭터죠. 여러모로 미스터리에 빠져 있는 모번과 달리 라나는 관객의 시선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알기 쉽습니다. 아니 사실상 이 영화를 해석하기 위한 모든 실마리는 라나와 모번의 관계에서 나옵니다.


폴: 모번도 욕망에 충실한 캐릭터라 할 수 있지 않나요?

큰: 그렇긴 합니다만 방향은 다릅니다. 라나는 딱히 현실을 개변할 의지도 없고 그럴만한 도구도 없는, 모험보다는 안정에 빠져 있는 캐릭터입니다. 스페인에서 라나는 클럽이나 그런데 놀러다니며 즐기지만 정작 '모험'이라 할 만한건 하지 않습니다. 모번 때문에 호텔을 뛰쳐나와 이상한 남자를 만나 히치하이킹 하고 길가에서 노숙할때 화내는 장면을 보면 라나는 모험에 익숙하지 않으며 익숙해질리도 없다는 걸 명백하게 보여줍니다.

모번은 다릅니다. 시체를 발견하고 장례식 비용을 빼서 스페인 여행을 가고 남친 소설을 자기 이름으로 팔아 넘깁니다.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낯선 남자의 차를 하이재킹하고 예정에 없는 관광지를 가고...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내심 일탈을 추구하고 있었고 남친의 자살은 그 트리거가 된 겁니다.


폴: 그렇다면 큰뿌리님은 이 영화의 주제가 '일탈'이라 생각하는 거군요.

큰: 네. [고스트 월드]가 그랬듯이 모번의 여행은 산문적인 세계에 일탈이라는 운문적인 요소를 뿌리려고 하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때문에 모번은 이니드처럼 묘하게 19세기 프랑스 대중 소설의 안티 히어로 (헤로인이라고 할까요) 느낌도 납니다. 무도덕적이고 오싹하지만 매혹적인 면도 있는 그런 캐릭터죠. 영화 마지막에 알듯말듯하게 클럽을 유유히 스쳐지나가며 조용한 음악을 듣는 장면은 그 점을 요약했다고 볼 수 있겠군요.


폴: 영화는 전반적으로 졸립더라고요. 약간 흐릿한 정신으로 봐서 그런지.

큰: 맞습니다. 이 때문에 사실은 이 모든게 모번의 망상 아닐까라는 의문마저 품게 하죠. 여기에 대한 힌트도 없다시피하니 그야말로 추측의 영역이지만요. 영화에 나오는 알듯말듯한 모번의 "주관"으로 처리된 호텔 섹스 장면도 이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을겁니다. 이 장면은 현재의 시점일수도 있고, 제임스를 만날 당시(를 회고하는 모번)일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말이 되죠. 

폴: 설명이 마치 린치 영화 같네요. 그래도 린치 영화는 호러적인 요소라도 있어서 쫄깃하게 하는 맛이 있었는데.


큰: 근데 사실 호러 테이스트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폴: 어떤 식으로 말이죠?

큰: 은근히 유령들린듯한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요. 특히 제임스가 영화 내내 스토리에도 영향력을 미친다는 걸 지적하고 싶군요.

폴: 제임스가요? 어떻게 죽은 사람이 그게 가능하죠?

큰: 음악입니다. 영화는 모번의 심리를 설명하지 않는 대신, '죽은자가 남긴 흔적, 음악'이라는 요소를 전면에 부각시킵니다. 이 영화에서는 죽은 자가 남긴 음악을 듣는 행위가 자주 등장하고 나아가 중요한 극적 모티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때론 분위기마저 바꾸기도 합니다. 보통 "남친 시체를 욕조에서 조각내는 모번의 피부에 하얀 피가 튄다"라는 장면의 들으면 왠만한 스플래터 영화 뺨치는 긴장감 넘치는 시추에이션을 상상하겠지만 정작 이 영화에서 나오는건 평온하고 애달픈 감정입니다.


폴: 으으... 그거 제대로 보여줬다면 어지간한 호러 영화 뺨칠듯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나른한 'I'm Sticking With You'이 강렬하긴 했죠. 여튼 [케빈에 대하여]에서도 느꼈지만 린 램지의 선곡 솜씨는 뛰어난것 같아요.

큰: 그렇죠. 린 램지의 영화에서는 음악은 중요한 원동력입니다. 다만 [케빈에 대하여]는 단지 상황에 맞는 음악과 불길하게 습격하는 자니 그린우드의 스코어가 흘러나오는 정도였다면 [모번 켈러]는 음악을 듣는 행위와 이야기 바깥에 존재하는 외재적 음향과 내재적 음향으로 넘어가는 연출이 상당히 자주 등장합니다. 


폴: 말 꼬지 말고 좀 쉽게 설명해줘요.

큰: 걍 모번이 제임스가 남긴 음악 테이프를 눌러서 듣는 장면이 유달리 많이 나온다고요. 그리고 주인공이 있는 '서사'와 서사 바깥에 있는 '연출 영역' 간의 경계가 허물어진다고 할까요. 이런 반복적인 행태 때문에 영화는 강신굿처럼 보입니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의 흔적에 집착하고 나아가 죽은 자가 남긴 음악을 통해 강령술을 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마치 이유도 없이 덜컥 자살을 선택한 제임스를 기리듯이 말이죠. [케빈에 대하여]에서 에바가 막판까지 그 진상을 알 수 없는 "과거의 사건"에 벗어나지 못하고 발작적인 플래시백을 일으키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폴: 근데 의미나 매력은 알겠지만 영화가 너무 불친절하지 않나요?

큰: 뭐 초기작인 [쥐잡이]나 뒤에 나온 [케빈에 대하여]와 달리 너무 그 구조에 집착한 한 편이 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무드가 강조되서 불친절해져버력 한 편이라고 할까요. 모번은 매혹적인 캐릭터지만 감정 이입하기는 어려운 캐릭터고요. 린 램지의 몇 안되는 커리어 중에서도 전형적인 "예술 영화"적 외연에 가까운 영화 아닐까 생각합니다.


폴: 까말 지루했어요. [케빈에 대하여]처럼 손톱을 잘근잘근 뜯어먹는 마력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사만다 모튼은 제대로 캐스팅된 배우였다고 생각해요.

: 보통 이런 연기들은 소위 말하는 "명연기"와 다른 체질의 연기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해요. 감정 표현 같은게 거의 차단되고 오로지 한정된 채널로 연기해야 하니깐. 잘못하면 멍청한 표정만 짓다가 끝날수도 있는 역이였는데 모튼은 그 어느쪽에도 빠지지 않고 위태위태한 감정들을 잘 끄집어냈다고 봅니다.

폴: 모튼이 일반적으로 이쁜 여배우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컨트롤]에서는 제법 매력적입니다.) 그 독특한 마스크에서 풍겨저 나오는 굳건한 방벽 같은 느낌이 있는데 감독이 이걸 제대로 써먹고 있더라고요. 배우 얼굴만으로도 영화가 되는 케이스가 있는데 이 영화도 그 중 하나 아닐까 생각합니다.

큰: 라나 역의 캐슬린 맥더모트도 모튼을 잘 받쳐줬어요. 다만 일반적인 명연을 구경하기엔 미묘한 영화라 생각합니다. 감독이 워낙 인물 자체를 오브제처럼 정교한 미장센 속에서 다뤄서.


폴: 여튼 [모번 켈러]는 개인적으로는 매력적인 구석이 있었지만 지루한 구석도 보이는 그런 한 편이라 생각합니다. 이후 나온 [케빈에 대하여]를 생각하면 아직 모색/발전 단계 아니였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

큰: 그래도 그 지루함 속에서도 번쩍하면서 황홀한 순간들이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영화 보는 느낌이였어요. 느리고 숨막히는 분위기와 템포로 일관하지만 마지막까지 다 보고 나면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게.

큰: 여튼 여기까지 리뷰하시느라 수고하셨고, 다음엔 장르 영화나 한 번 해보죠.

폴: 네. 더위 먹지 않게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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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Network] (1976)



네트워크 (0000)

Network 
8.3
감독
시드니 루멧
출연
피터 핀치, 윌리엄 홀든, 로버트 듀발, 페이 더너웨이, 진 그로스
정보
코미디 | 미국 | 120 분 | 0000-00-00


큰뿌리: 안녕하세요. 폴라곰 씨.

폴라곰: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큰: 뭐 잘 지내고 있습니다.

폴: 하긴 스플린터 셀 삼부작을 2-3주만에 다 클리어해버리는 걸 보면 잘 지내는건 확실한듯요 ㅋㅋ

큰: 누가 보면 게임만 하고 지낸줄 알겠네요.

폴: 맞는 말이잖아요. 근데 이중 간첩은 언제 합니까? 쓰고 리뷰 올려야죠.

큰: 이 무슨 넌 리뷰 쓰는 기계에 불과해...

폴: 그것도 맞는 말이잖아요. 님 존재의의는 거기 있는데.


큰: 됬고요. 그렇게 따지면 님도 리뷰 할때만 나타나는데... 여튼 이번에 할 영화는 시드니 루멧의 [네트워크]입니다. 제목의 네트워크는 주지하다시피 유선 텔레비전 채널을 뜻하는 영단어죠. 그렇듯이 영화의 배경은 방송국입니다.

폴: 뭐 사전정보가 전혀 없이 영화를 보더라도 시작하자마자 나레이션으로 친절히 정리해주는지라 해멜 걱정은 없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하워드 빌이라는 유선 뉴스 채널의 앵커와 그 직속 상사인 맥스 슈마처입니다. 한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나이를 먹고 시대의 조류를 따라가지 못하는 장년 남성들입니다.

큰: 영화 초반부엔 이들은 [타이거 앤 버니]의 코테츠처럼 이 둘은 삶에 찌들렸지만 가슴 속엔 어떤 순수한 이상을 품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술을 마시면 한탄하며 풀어놓는 일화들 (밤늦게 옷도 제대로 입고 나가지 않고 뛰쳐나가 보도를 했다는 둥)을 보세요. 말하는 투가 조금 꼰대스럽지만 풋풋하기 그지 없는 일화들입니다.

폴: 다들 나이가 들면 젊었던 시절을 뜯어먹고 살게 되는것 같아요.

큰: 이해해야 합니다. 세상 자체가 그렇게 만들어졌으니깐요. 한번 간 젊음은 돌아오지 않고 젊음을 원하는 사회는 늙은이들를 내다 버리죠. 대부분의 늙은 사람들은 마음 한 구석 구멍이 점점 넓어지는걸 채우기 위해 과거에 매달리게 됩니다. 물론 케바케여서 계속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말이죠.

폴: 어떤 마음가짐으로 늙고 늙은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도 중요한 문제인것 같습니다.


큰: 여튼 그렇게 하워드는 시청률 저하로 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심적으로 몰린 하워드는 방송에서 1주일 뒤에 자살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하게 되죠. 하지만 상황은 고별 방송에서 하워드가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으면서 반전됩니다. 이게 굉장한 지지를 얻게 된 것입니다. 때마침 자살 선언으로 폭등한 시청률에 관심을 두고 있던 다이애나가 하워드를 옹호하며 그를 주역으로 한 새 프로그램을 내놓게 됩니다.

폴: 영화의 풍자가 본격적으로 발동하는 부분도 이 부분이죠. 하워드는 자신이 세상을 향해 가지고 있던 시각을 광증으로 관객들에게 풀어내고 프로그램은 승승장구합니다. 루멧과 각본가 패디 차예프스키는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하워드를 어떤 신들림에 빠진 사람이나 종교에 등장하는 선지자처럼 묘사합니다. 

큰: 하지만 영화는 동시에 하워드 뒤에 있는 사람들과 프로그램 자체의 천박함을 끊임없이 환기시켜서 선지자가 가지고 있는 숭고함을 지워버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자기가 말하고 싶은 이상을 말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노릿개감에 불과한 피곤하고 지친 남자입니다. 

폴: 하워드 역의 피터 핀치가 굉장한 열연을 했어요. 상당한 오버 액팅인데도 그 에너지를 난잡하게 쏟아내지 않고 절도있는 카리스마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물론 루멧의 날카롭고 냉정한 연출로 그 에너지가 넘처흐르지 않게 조절했다는것도 뺄수 없겠죠.

큰: 이거 찍은 후 얼마 안 있어서 세상을 떠났다는데 과연 그럴만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백조의 노래가 될만한 연기였어요.


폴: 맥스는 하워드를 이용해먹는 사람들에게 제동을 걸다가 쫓겨나게 되고 하워드의 프로그램은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처럼 폭주하게 됩니다. 물론 그 중심엔 다이애나와 프랭크가 있고요. 물론 이야기가 이렇게만 흘러가지만은 않겠죠. 하워드가 아랍 석유 자본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사장 아서 젠슨이 그를 부르면서 이야기는 희비극의 영역에 들어서게 됩니다.

큰: 젠슨도 하워드만큼이나 굉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상주의자인 하워드와 달리 젠슨은 능구렁이 같은 현실주의자입니다. 다이애나와 프랭크의 길로 간 하워드라고 할까요. 

폴: 아서는 하워드의 순진한 이상주의를 완벽하게 부숴버리고 새로운 계몽을 안겨줍니다. 그의 논리는 무시무시하고 잔인하지만 완벽한 논리와 통찰력을 가지고 있죠.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하워드는 사람들도 그 꿈에서 깨어나길 바라며 자신이 하던 방송에서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전파하죠. 하지만 그 결과는...

큰:  그 점에서 [네트워크]는 참 매정하기 그지 없습니다. 물론 그 매정함의 극단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다이애나와 프랭크입니다. 그들은 변해버린 방송국 풍경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한마디로 무자비한 시청률 지상주의자이죠. 특히 다이애나는 완벽한 괴물입니다. 페이 더너웨이가 연기한 다이애나는 아름답고 관능적이지만 동시에 싸늘한 카리스마를 가지고있는 얼음 여왕이에요.


폴: 그런데 캐릭터들이나 그 캐릭터들이 벌이는 사건들이 과장됬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특히 좌파 아나키스트와 관련된 서브 플롯은 현실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만약 저대로 벌어졌다면 실제라면 다이애나는 쇠고랑을 찼을 겁니다.

큰: 음 제 생각에는 과장된 단순함이야말로 영화의 주제인것 같습니다. [네트워크]의 시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대의 TV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몽조리 1차원화시켜버리고 그것은 인간 가치를 파괴하는 재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선언 그대로 영화가 진행될수록 TV화라 불리는 1차원화는 영화 속 캐릭터마저 잡아먹어버립니다. 하워드는 후반부로 갈수록 그 인간성을 잃고 간질발작적인 대사만 내뱉는 인형으로 전락하고 다이애나와 프랭크는 마지막에 극단적인 선택도 태연하게 저지르는 기계가 됩니다. 좌파 아나키스트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게다가 영화를 자세히 뜯어보면 과장된 단순함만으로 밀고 나가지도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폴: 어떤 식으로 말이죠?

큰: 먼저 배경이 되는 방송국에 대한 묘사가 치밀하고 고증도가 높습니다. 방송국 내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업무 풍경, 알력 관계, 현장 분위기, 시청률에 대한 집착.... 이런 묘사들은 그 과장되고 강렬한 대비로 이뤄지는 사건에 단단한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각본가가 TV 쪽에서 일했다는 걸 보면 경험에서 우러나온 걸지도 모릅니다.


큰: 그리고 서브 플롯은 그런 강렬한 대비에 섬세하고 풍요로운 결을 만들고 있습니다. 좌파 아나키스트들의 타락이라는 첫번째 서브플롯이 TV화의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준다면 다이애나와 맥스의 불륜이라는 두번째 서브 플롯은 그 TV화 과정에 복합적인 음영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처음엔 모든 것에 지친 중년 남자와 동경하던 대상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한 이 불륜은 점점 진행되면 될수록 그 온기를 잃어가고 냉담한 역할극만 남습니다. 맥스의 마지막 대사를 보세요. 거의 메타픽션 수준입니다.

폴: 불륜 서브 플롯은 각본가가 맥스에 감정이입하고 쓴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드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확실하죠. 맥스는 유일하게 그 1차원화에 휩쓸리지 않는 인물이니. 하지만 영화는 맥스에게만 몰입하지 않고 불륜 때문에 상처받는 맥스 부인인 루이즈에게도 존중심을 잃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불륜의 댓가를 온전히 맥스가 지고가야 한다는 것도 명확하게 못 박아두고 있죠.

폴: 하긴 루이즈가 화를 내도 맥스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덤덤하고 씁쓸하게 그걸 받아들이죠. 다른 여자를 좋아하는 자신의 감정을 충실히 따르지만 그 감정이 결코 그동안 자신을 믿어왔던 상대가 용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끝까지 복합성을 잃지 않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큰: 제 생각에는 맥스가 가지고 있는 그런 태도야말로 영화 속에서 무자비하게 진행되던 TV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치 아니였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여튼 [네트워크]의 강렬한 대비의 필치는 단점이 아니고 또한 그 대비만 할 줄 밖에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그 강약을 조절할줄 아는 필치가 그려내는 사건들은 거의 오페라나 유사 종교 체험 수준까지 도달합니다. ...그리고 이 무시무시함은 나이를 먹지 않았습니다. 슬프게도요. 

폴: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그나저나 루이즈 연기가 짧지만 굉장하더라고요. 베아트리스 스트레이트는 이걸로 아카데미 조역상도 받았다면서요?

큰: 확실히 루멧 감독은 주역들의 연기 뿐만이 아니라 조역들에게도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발휘해주는 감독이라 생각합니다.


큰: 정리를 해보죠. [네트워크]는 고령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드니 루멧의 매서운 장기가 살아있는 대표작입니다. 그 메세지나 파워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현실적인 영화는 아닐지라도 치밀하고 단단하게 세워진 풍자극이라 할만합니다.

폴: 각본가 경력을 생각해보면 (패디 차예프스키는 50년대에 방송 생활을 했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로도 20년은 족히 지났죠.) 영화 초반에 나누는 대사처럼 '그땐 안 그랬는데 지금은 엿같네' 식의 꼰대들 푸념으로만 끝날 수도 있었는데 지금도 날카롭게 후비는 걸 보면 각본가의 통찰력이 예사가 아닌것 같습니다.

큰: 어쨌든 이젠 당당히 1970년대 헐리우드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영화죠.

폴: [시나리오란 무엇인가]의 로버트 맥기가 정말 좋아하던게 기억납니다.

큰: 하하. 그 빨갛고 두꺼운 책 말인가요? [차이나타운]만큼은 아니지만 굉장히 상세하게 다뤘죠. 확실히 좋아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폴: 그 책 굉장히 좋았는데 말이죠.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개학 준비 잘 하시길. 

큰: 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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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피 [Du Rififi Chez Les Hommes / Rififi] (1955)



리피피

Rififi 
9
감독
쥴스 데이신
출연
장 서바이스, 로버트 마누엘, 칼 뫼흐너, 재닌 다아시, 로버트 허슨
정보
스릴러 | 이탈리아 | 118 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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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곰: 큰뿌리 씨 힘이 없어보이네요.

큰뿌리: 뭐 선거 때문이죠. 하하....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는 세상이라니. 이 나라는 글렀어요.

폴: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자리잡은건 30년도 안 됬어요. 아직 우리는 계속 싸워야 합니다. 프랑스 보세요. 150년 전통이지만 걔네들도 사르코지 뽑고  그리고 이제 그 독재자 향수도 끝날겁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건 그 민주주의의 기억을 잊지 않는거에요.

큰: 휴유. 그랬으면 좋겠네요. 오늘 영화 리뷰는 줄스 다신의 [리피피]입니다. 사실은 귀찮아서 안 하려고 했는데 절라리 감동적으로 보신 1인이 있어서요.

폴: 어휴, 말도 마세요. 이 [리피피]는 진짜 금고털이 영화 중에서는 1급이라고 할만한 영화입니다. 오션스 시리즈 (리메이크)나 도둑들 같은 최신 금고털이물들에게도 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큰: 훌륭한 느와르 물이 아니고요?

폴: 훌륭한 느와르 물이기도 하죠.


큰: 흠 일단 스토리 요약을 해봅시다. 무대는 파리. 막 출옥한 토니라는 도둑이 주인공입니다. 그는 한때 잘 나갔으나 늙고 피로해있습니다. 하지만 돈은 필요하죠. 그때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던 부하 조가 보석상점에서 한탕만 하자고 꼬드깁니다. 처음엔 튕기던 토니는 이내 곧 설득해서 마지막이라는 조건을 달고 사람들을 끌어모읍니다. 이탈리아인 마리오, 금고털이의 고수 세자르를 모아서 털이에 성공하지만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리피피]는 모범적인 필름 느와르 캐릭터과 플롯 공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들 조금씩 타락해있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고 더 나은 삶을 꿈꾸죠. 하지만 그 희망은 영화 끝에 가면 처절하게 박살납니다.


폴: 맞습니다. 먼저 주인공 토니를 볼까요. 거칠고 옛 애인을 폭행하는 악랄한 면모도 있지만 늙고 피로한 면모로 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죠. 그는 비정하고 잔혹하지만 조금은 따듯해질수 있는 소위 말하는 차가운 도시 남자입니다. 우리는 이 남자의 악랄함에 섬찟섬찟 놀라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인물이 잘 되기를 기원합니다. 토니를 둘러싸고 있는 세 인물은 토니보다 훨씬 받아들이기 편한 인물들입니다. 아내랑 알콩달콩 살아가는 세자르와 조, 한 여자에게 일편단심을 바치는 순박한 면모까지 있는 마리오... 어찌보면 이런 인간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 때문에 영화의 결말이 더 처절해졌다고 볼 수 있어요. [리피피]의 결말이 드러내는 철학은 운명론적인 어두움과 쓸쓸함을 품고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결국엔 몰락하는 그들을 어떻게 타자화할수 있겠어요?

큰: 전 이 영화에서 범죄자들의 관계 묘사가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사무엘 풀러의 [사우스 스트리트의 소매치기]가 그랬듯이 인류학적 접근 그런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특히 마도가 조의 아들을 찾아내기 위해 자신의 인맥 네트워크를 동원하고 토니에게 말하는 대사 좀 보세요. [리피피]의 세계는 의외로 흥미진진한 윤리학으로 돌아가는 곳입니다.

폴: 그렇죠. 마도는 토니를 용서할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자기가 생각하는 악을 용인할 생각은 절대로 없습니다. 이런 접근은 단순히 토니를 버린 나쁜 년이 될뻔했던 마도에게 입체적인 성격을 불어넣는 윤활제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큰: 마리오가 좋아하던 노래 부르던 가수 비비안느은요? 노래 부르는거 제외하면 좀 팜므파탈적으로 낭비된 캐릭터 아닐까요?

폴: 외려 더 다뤘으면 균형이 깨졌을겁니다. 그리고 비비안느 캐릭터도 생각외로 팜므파탈적으로 낭비된게 아닌게 비비안느이 바보같이 떠벌떠벌거리면서 들통난거나 극 편의상 갑자기 캐릭터가 휙 변하면서 배신 때린게 아니라 '마리오의 어리석음 때문에 일어난 파국' 쪽으로 강조되어 있습니다. 실제로도 들킨 이후에 비비안느이 보여주는 반응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죠. 솔직히 비비안느이 그 반지에 대해서 뭘 알았겠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선물해준 반지로만 생각했겠지. 그러니 훔친 보석은 선물해주는게 아닙니다.


폴: 영화의 진짜 압권인 침묵의 보석상 털이 장면을 이야기해야 되겠죠. 이 장면에 들어서면 관객들은 28분 동안 침묵 속으로 빠져들어 그들이 내는 소리와 행동만을 보게 됩니다. 인간의 몸짓과 소리만이 남아있는거죠. 그 결과는 굉장합니다. 탁월한 리듬감각을 타고 흐르는 이 침묵의 사위는 거의 에로틱하다 싶을 정도로 유들유들합니다. 줄스 다신은 이 시퀀스를 통해 무성영화나 마임이 도달했던 침묵과 몸짓의 마법을 근사하게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미장센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시퀀스 말고도 리피피는 흑백 느와르가 도달할 수 있는 어떤 황량한 아름다움을 실현시키고 있습니다. 후반부 총격전이 일어나는 아지트는 정말이지 쓸쓸합니다.

큰: 줄스 다신도 훌륭하게 그걸 실현시킨 배우들도 빼놓으면 안 됩니다. 특히 토니를 연기한 장 세르바이는 최소한의 표정 변화로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세자르의 죽음에 분노한 토니의 표정이나 조의 아들을 집으로 되돌리기 보내기 위해 고통을 참는 마지막 시퀀스를 보세요. 세르바이는 컬러풀하진 않지만 미세한 연기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알고 있습니다. 주변 조역들도 좋은 앙상블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마도 역의 마리 사보렛은 토니에게 한치도 밀리지 않는 포스를 보여줍니다. 

큰: 근데 세자르 배우는 줄스 다신이라매요? 연기 잘하던데요.

폴: 으엑 진짜요? 좀 나이 들어보이던 아저씨던데. 


큰: 종합하자면 [리피피]는 프렌치 느와르의 한 장을 열어젖힌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줄스 다신은 미국인인데다가 영국과 프랑스를 거쳐 나중에 그리스 문화에 푹 빠져 살았던걸 생각하면 살짝 아이러니군요.

폴: 그런 아이러니가 [리피피]의 매력을 만들고 있는걸지도 모릅니다. [리피피]에는 당시 이방인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한 감독의 우울한 심정이 담겨 있어요. 그 점에서 그리스인 아내 멜라니 메르쿠르를 만난게 얼마나 그의 삶을 바꿔놓았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메르쿠르가 주연을 맡은 [일요일은 안 되요]나 [톱카피]는 제법 발랄한 영화들이니깐요.

큰: 줄스 다신의 다른 필름 느와르 걸작인 [밤 그리고 도시]나 [네이키드 시티], [잔혹한 힘]을 보고 비교해보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폴: 그때 저 부르면 될것 같네요^^

큰: 상황 봐서요.

폴: (삐짐)

큰: 그럼 다음엔 호러 영화라도 좀 해볼까요?

폴: 매일 보는게 호러 영화 아닙니까?^^ 뭐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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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새신 크리드 3 [Assasin's Creed III] (2012)



(누설이 한가득 있습니다.)


폴라곰: 2년동안 찾지 않다가 다시 부르는 이유가 뭐에요.

큰뿌리: 뭐긴 뭐에요... 동어 반복 하다가 지쳐서 좀 색다르게 써볼려고 하는거지.

폴: 쯧쯧. 글쟁이 자격상실이네요. 하긴 최신 댓글 보면 알 수 있죠^^ 게다가 [덤불 속의 검은 고양이]라던가 [제 3의 사나이] 같은 걸작 영화들은 제쳐두고 고작 어크3 리뷰 쓸려고 날 불렀나요? 별로 마음에 안드는 게임 가지고 떠드는거 귀찮단 말이에요. 됬고 겨울잠 좀 자게 좀 해줘요. (자리 펴고 눕는다.)

큰: 님 제발... 이 리뷰 못 쓰면 사람들이 절 뭘로 생각하겠어요. (대답 없음. 곧 비굴한 표정으로.) 미안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럴께요 ㅜㅜ


폴: (한숨을 푹 쉬고) 다음엔 나 좀 잊지 말아요. 아무리 그래도 2년은 좀 심하지 않습니까. (사이) 모름지기 끝맺음은 항상 중요하다고 선현들이 그러지 않았습니까. [어새신 크리드 3] 결말은 그 선현들이 보면 에이그 쯧쯧쯧 거릴 결말이에요. 우선 그렇게 '3부작 완결! 데스몬드 이야기의 종결!' 뻥카를 줄창 쳐넣고는 결말이 뭐에요. 결말이.... 까놓고 말하죠. 큰뿌리님은 결말이 만족스러우셨나요?

큰: 아뇨.

폴: 거봐요. 이런 결말을 그냥 통과시켜준 제작진들은 무슨 생각을 한거래요?

큰: 아 그건 불만족스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어크 시리즈에서 뭔가 짜임새 있는 결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에지오 이야기와 알테어 이야기가 끝나고 데스몬드가 다짐을 한 레벨레이션 밖에 없었죠. 그리고 막상 플레이 해보면 그렇게 말이 안 되는 결말은 아닙니다. 과거편하고 의외로 연동되어 있기도 하고 게임이 추구했던 사상적인 일관성이 있다고 할까요. 데스몬드가 서 있는 '진영'이라면 선택할수 있는 결말이죠.


폴: 그건 그렇다고 쳐요. 뭐 다들 높게 평가하는 2편도 결말은 짜임새 있는 결말은 아니였으니깐요. 하지만 데스몬드의 마지막 선택이 정말 뜬금 없어요. 뭔가 심각하게 중간 과정을 빼먹은듯한 느낌이에요.

큰: 흠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만약 어새신 크리드가 선택을 중시하는 게임이였다면 이렇게 까이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결말의 문제점은 데스몬드의 선택이 중점인데도 정작 데스몬드의 주체는 존재하지 않고 그렇다고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이렇게 진행하니깐 받아들여라 강요하는 거죠.

폴: 하긴 어새신 크리드는 단선적인 플롯을 따라 영화적인 연출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임이니깐요. [매스 이펙트]나 [헤비 레인] 같은 게임이 아니니 선택을 넣을 수 없었겠죠. 그러니 좀 데스몬드 캐릭터 개발 좀 하지 그랬어.


큰: 그래도 아주 노력하지 않았던건 아닙니다. 데스몬드는 이번 편에서 열심히 뛰어주고 나름의 드라마도 있습니다.

폴: 이번 편에서 데스몬드와 아버지 윌리엄 마일즈의 관계가 인스턴트식으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리버럴이여서 그런지 윌리엄의 주장에 데스몬드가 아버지 (=어새신) 말이 다 옳다는 헤벌레 따라가는 식으로 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지만...

큰: 그런건 없었죠.


폴: 네. 윌리엄은 분명 통솔력 있지만 자신의 단점을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간적인 결함 있는 캐릭터로 묘사된다는 점이 좋았어요. 그리고 데스몬드도 대의를 선택하긴 했지만 윌리엄에 대한 앙금이 풀리지 않았다는 묘사도 좋았고요. 다만 전 뭐랄까 윌리엄이 데스몬드의 과거를 포용하는 자세를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젊었을땐 다들 부모말이 듣기 싫어 탈선할수도 있지 뭐. 어새신의 아들이라고 반드시 일직선으로 가야 하남? 에지오는 어릴때부터 여자 후리고 다녀도 아빠가 되려 좋아하더만.

큰: 난 되려 일관성이 있다고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윌리엄은 자기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의무를 중시하는 캐릭터에요. 리더로써는 훌륭하지만 인간으로써는 여유가 없는 캐릭터죠. 게다가 에지오 때와 달리 현재 어새신 상황이 말이 아니였잖아요? 다니엘 크로스가 깽판쳐서 망하기 일보진전이였는데다 지구 멸망 직전이니껜. 윌리엄 눈엔 인간적인 욕망을 찾고 싶어하는 데스몬드의 일탈과 반항이 같잖게 보인거죠. 아무튼 이 둘은 간단하지만 역동적인 관계고 제법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제공합니다. 아무튼 데스몬드 캐릭터 개발은 생각 외로 착실한 편입니다.


폴: 좋아요. 다 좋아요. 그런데 왜 그 마지막 선택은 왜 그런건지에 대답은 없잖아요?

큰: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했던거 아니였나 생각해봅니다. 우선 선택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반전이 너무 막판에 나와요. 굉장히 의미심장한 드라마를 만들수 있는 딜레마인데 빠르게 처리되버리죠. 차라리 이걸 좀 앞당겨 동료들 간의 갈등을 만드는게 더 좋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게다가 어새신 크리드 서술 구조는 데스몬드에게 불리할수 밖에 없죠. 심지어 표지조차 조상들이 차지하고 있는 마당이니깐. 자연히 캐릭터 입지가 희미해지죠. 기억 셔틀이라고 놀림 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데스몬드만을 내세울수도 없는게 어새신 크리드의 역사적인 요소가 가져다주는 매력을 걸리죠. 각본가들이 엄청난 스턴트를 벌이고 있는 걸 감안해야 합니다. 이러면서도 망하지 않는게 신기하죠.

폴: 사정은 이해합니다만 결말은 더 나아질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짜증스러우면서도 안타깝습니다. 

큰: 그렇긴 하죠.


폴:결말은 이 정도로 하더라도 크로스나 워렌은 참 허무하게 퇴장하는것도 좀 그렇습니다. 워렌은 어쩔수 없이 퇴장한다해도 크로스는 게임 출현이 이번이 처음인데 지나가는 깡패A 이상 이하도 아니에요. 라이벌 구도를 만들며 흥미진진한 사상적 대립을 지닌 드라마를 만들수도 있었는데.

큰: 크로스는 뭐.... 나중에 살아있다고 하면서 다시 등장시킬수도 있겠죠.


폴: 과거편 이야기를 해보죠. 이것도 전 마음에 안드는게 3편은 주인공 코너가 너무 늦게 나와요! 보통 어새신 크리드 오프닝은 주인공이 차지하지 않습니까? 이번 편은 그렇지도 않아요. 챕터 하나에서만 주인공인 하이담이 차지 하고 있습니다. 난 코너를 하고 싶지 하이담을 하고 싶은게 아니라고!

큰: 하지만 그 비정상적인 구조도 나름 의미가 있지 않다고 생각하나요? 특히 그 반전...

폴: 아 그건 저도 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큰: 이 반전은 현대편의 막판 반전과 달리 효과가 있습니다. 게임 시스템을 영리하게 서술 트릭으로 써먹었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하이담이 템플러라는게 극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치니깐요. 전편의 템플러였던 로드리고나 체자레는 흥미진진한 괴물이긴 했지만 결국 타자였죠. 하지만 우리는 하이담을 절대로 타자화시킬수 없습니다. 그는 잘못된 사상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그 결과 혈육에 대한 애증과 사상적 대립으로 뒤얽히다가 파국을 맞이하는 코너와 하이담의 관계는 그리스 비극과 같은 장엄한 아름다움마저 풍기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사상을 끝내 인정하지 않지만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서글픈 작별인사를 나눕니다. 아버지 살해 모티브라는 점에서 1편의 알 무알림과 비슷하지만 결국 막판에 흉악하고 졸렬하게 몰락했던 알 무알림과 달리 그는 마지막에서도 품위 있습니다. 알 무알림 캐릭터가 형편없다는건 아닙니다만.


폴: 근데 보스와 중간보스가 좀 위치가 역전된 것 같지 않아요? 보통 플롯이라면 찰스 리가 중간보스로 퇴장을 하고 하이담의 대결이 방점에 찍힐것인데 이 게임은 반대입니다. 찰스가 최종 보스고, 하이담이 중간 보스입니다! 심지어 중간에 찰스 가 그 사건의 주모자가 아니라는게 드러났을때도 게임은 그 구조를 밀고 갑니다! 하면서 뭔가 뒤집혔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더라고요.

큰: 그 뒤집힘도 의도한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그 뒤집힘으로 인해 하이담과 찰스의 관계가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그들은 진짜 서로를 존중하고 희생할 줄 아는 사이입니다. 이 때문에 단순히 모노톤 악역으로 보였던 찰스에게 깊이를 더해줬습니다. 하이담 사망 후 찰스가 코너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은 정말 인간적인 분노로 차 있습니다.

폴: 왠지 그 부분 대사는 [아저씨]스럽던데요.


큰: 하하하^^ 그런 깊이를 제외하더라도 찰스 리는 좋은 악당이기도 해요. 위협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치고 머리도 비상하죠.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에서 "아 정말 망하는거 아니야?"라고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깐.

폴: 이번편의 템플러들은 확실히 감정 이입이 가능한 캐릭터들이더라고요. 심지어 가장 생각 없고 개찌질이처럼 보이는 토마스 힉키조차도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죠.

큰: 그런 철학이 어설픈 개똥철학으로 끝나지 않고 오히려 캐릭터의 존중심으로 나간다는 점이 3편 시나리오의 강점인듯 합니다.


폴: 근데 왜 결말은 왜 그렇게... 아니 그건 둘째치고 그렇게 보더라도 코너의 동기가 명확치 않은 것 같아요. 부족을 위해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적인 복수도 있는 것 같고 대의명분 때문인것 같기도 하고... 보면서 잘 정리가 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단적으로 복수할 이유가 없어졌는데도 코너는 악착같이 찰스에게 매달리죠. 그 집요함이 좀 무서울 정도입니다. 감정 이입 정도가 다른 편 주인공들에 비해 적다고 느껴졌습니다.

큰: 확실히 코너는 알테어나 에지오에 비해 감정 이입 정도가 늦게 걸리는 편이죠. 유머 감각도 적고 항상 진중하니깐요. 유들유들한 매력은 없는 정통적인 Bad Ass 캐릭터라고 할까요. 하지만 보기만큼 동기가 아주 흐릿한 것도 아닙니다. 동기가 여러개긴 하지만 그 동기들 대부분은 한쪽 방향으로 가르키고 있으니깐요. 전작 주인공들에 비해 좀 뭉뚱그려져 나타날 뿐이죠. 게다가 그런 뭉뚱그려짐이 캐릭터의 외로움을 배가시켰다면 어떨까요? 


폴: 그 부분에 대한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큰: 코너는 지금까지 어크 주인공 중에서 가장 외로워보이는 주인공입니다. 일단 설정상 미국 형제단이 싸그리 몰락해서 동료가 없습니다. 그래서 동료의 존재감이 없어요. 오로지 이익 관계에 따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뿐이죠. 어머니는 일찍이 죽었고 스승인 아킬레스나 아버지 하이담, 친구인 카넨토콘은 마지막에 죽고 그나마 자신의 이상과 맞닿아있던 존경했던 조지 워싱턴은 사실....

폴: 미국애들이 그거 보면서 여러모로 복잡한 감정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큰: 뭐 마스터즈 오브 호러에서 나왔던 워싱턴이 식인종이였대!! 에피소드보다는 훨씬 예의바르죠. 워싱턴은 이상을 추구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죠. 여튼 이 점에서 어크3는 우리 으메리까가 최고여!! 하고 선을 명백하게 긋고 있습니다. 게임은 코너의 아메리카 원주민으로써 정체성과 역사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고 코너(와 숀)의 시선을 통해 미국 독립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사실 그들의 독립과 자유는 철저히 백인 남성 중심이였다는-과 우상파괴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폴: 근데 코너는 당시 시대 사람치고 너무 현대적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나요? 코너의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는 현대적인 시민상"에 근거한 발언들은 리들리 스콧의 [로빈 후드]나 [글래디에이터]에서 보였던 지나치게 시대를 앞질러가는, 현대적인 역사 인식의 개입이 도드라져보입니다. 에지오나 알테어 때도 느낀거지만 말이죠.

큰: 그래도 어떻게든 역사적 고증을 유지하려고 했던 리들리 스콧의 역사 영화들과 달리 이 쪽은 좀 자연스러워보이더라고요. 처음부터 팩션을 지향하고 나와서 그런걸지도요. 게다가 그런 '현대적'인 인식은 당대에 실패했다는걸 과거편 결말과 숀을 통해 확연히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코너는 모든 것을 잃고 이뤄질 수 없는 이상을 이루기 위해 홀로 발악하는 캐릭터입니다. 아까 언급했던 동기의 뭉뚱그러짐은 그런 발악을 처절하게 만들어주고 있고요. 찰스 리하고 함께 하는 절정 부분라던가 ("하지만 그 누구도 하지 않으니깐!") 결말 부분 보세요. 'A Real Hero'라도 깔아줘야 할 판입니다.


폴: 둘이 서로 사이좋게 칼빵 놓는 부분이 참 레픈의 [드라이브] 스럽더라고요. 시기상 그럴리는 없지만 설마 각본가가 팬인가?

큰: 코너가 토마호크 대신 장도리를 들었다면 완벽했을지도요.

폴: 하하하하^^ 근데 황량한거로 따지자면 알테어 인생도 황량하지 않았나요?

큰: 에이 알테어는 그래도 잃은것도 많지만 얻은것도 많죠.


폴: 여튼 그런거 차치하더라도 3편은 이야기 스케일이 작아요... 2편의 20년동안 이어지는 장대한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외려 브라더후드 수준이에요. 그렇다고 치고빠지는 맛이 있냐 그런것도 아니고요. 명색이 정식 넘버링 타이틀인데....

큰: 에지오와 반대로 역사적 사건을 드라마의 끝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좀 끼워맞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다뤘다면 뭔가 균형이 맞지 않았을겁니다.


폴: 휴유 마침내 게임 디자인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게임 디자인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전 어새신 크리드를 도회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어크3는 도시의 매력이 별로 살아있지 않아요. 보스턴이나 뉴욕이나 별로 매력적인 도시는 아닙니다. 또 지붕 위를 파쿠르하며 달리며 느끼는 쾌감 같은게 많이 줄었어요.

큰: 역사적인 고증으로 하자면 어쩔수 없었을거에요. 당시 미국은 그야말로 척박한 곳이였으니깐요. 그래도 새로 도입된 집안 가로지르기라던가 같은 건 좋더라고요.

폴: 그 포인트 찾기 힘들어서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더라고요. 또 지도를 이용한 빠른 이동은 진짜 쾌거라 할만하지만 반대로 그 빠른 이동 포인트 발견하는걸 던전 탐색식으로 일일이 찾아다니게 한건 좀 호불호가 갈릴듯 합니다. 솔직히 전 불편했어요.


큰: 전 나름 RPG 생각나고 그래서 재미있더라고요. 뭐 도시의 매력이 줄어들었다는건 저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래도 자연 풍광은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폴: 난 그것도 좀 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국 북부 산맥을 돌아다니는게 매력적이긴 합니다만 (캐나다 여행 갔던거 생각나고 그러더라고요.) 필드나 미션 구성이 [레드 데드 리뎀션] 베끼기 냄새가 너무 심해요. 그리고 나무 같은 건 아이디어가 좋았는데 뭔가 건물처럼 뛰어다니는 장쾌한 맛이 부족합니다. 흐름이 뚝 끊긴다는 느낌이 있다고 할까요.

큰: 그 쪽의 선구주자니깐 벤치 마킹은 당연한걸지도 모릅니다. 물론 저도 레데리를 뛰어넘는 무언가는 없었다는 폴라곰 씨의 의견엔 동의합니다. 대신 해전 같은건 굉장합니다. 이번 편에서 가장 공들인 디자인이고 상당한 수확을 걷어들였다고 봅니다. 오픈 월드 최초로 구현된 해전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가치가 있어요.

폴: 근데 옆에서 보니깐 교통 사고만 일으키던데요 ^^

큰: 인류 평화를 위해 운전 같은건 배우지 않기로 했거든요?


폴: 미션 디자인이나 UI은 솔직히 옥석이 뒤섞여 있더라고요.

큰: 메인 미션은 레벨/미션 디자인에 무리수를 둔 몇 개 정도 빼곤 퀄리티가 괜찮은 편입니다. 사실 다들 찰스 리가 어렵다고 했는데 외려 찰스 리보다는 토마스 힉키나 하이담이 어렵더라고요. 특히 하이담은 제법 애먹었습니다.

폴: 확실히 하이담 전은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려한 연출을 넣기 위해 한건 알겠는데 핸디캡이 걸려서 빡치는데다 연출 포인트를 찾아 발동시키는게 너무 애매해요. 세이브 포인트는 히트맨 앱솔루션처럼 '다 했는데 들켜서 시작부터 다시 해야함' 정도로 괴랄하진 않지만 조금 불편하게 배치된 부분이 있습니다.


큰: 부가 미션 이야기를 해보자면 암살자 미션은 1편의 메인 미션 구조로 회귀-의뢰인이 원하는 의뢰를 해결한 뒤에 접근이 가능했던-했지만 미션 디자인은 훨씬 나아졌습니다. 버그 문제가 있어서인지 좀 피곤했지만... 깃털에 대응하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연감은 좀 악랄해졌지만 재도전이 가능해서 그렇게까지 짜증스럽진 않습니다. 3편의 강점은 부가 미션에 세부 이야기를 부여한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특히 마을 미션은 마지막은 제법 찡하더라고요. 

폴: 세부 이야기 자체는 제법 양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연동해서 상호 작용 대화 이벤트도 상당히 공을 들인게 좋더라고요. 정작 마을 관리 자체는 아이템 만들기 파트와 수송대 보호하는게 미묘하게 짜증스럽지만... 반대로 암살자 미션은 그런 세부 이야기의 추가가 양면의 날이였다고 봅니다. 좀 번거롭다고 할까요. 암살자 팩션 자체도 매복 같은 혁신적인 행동 추가 같은건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모집하기도 부르기도 쉽지 않게 된데다 암살자 능력 자체가 너프당한 느낌도 있어서 전투가 어려워졌습니다.


큰: 그것도 그거지만 전투 자체도 워리어 크리드라고 함부로 말 못하겠더라고요. 레벨레이션의 예니체리처럼 혈압 팍팍 올라가는 수준은 아니지만 다들 공평하게 세졌어요. 그 외 자잘한 행동들 난이도도 올라갔습니다. 엿듣기나 훔치기... 대신 벽에 기대서 은신하기 같은 '아 이건 왜 진작에 안들어갔지' 같은 행동이 추가됬더라고요.

폴: 엿듣기는 디자인은 그럴싸하지만 미묘하게 짜증납니다. 반대로 훔치기는 적절한 난이도로 조정된것 같습니다. 근데 진짜 벽에 기대 은신하기'는 왜 지금에서야 들어간거래요?


큰: UI 이야기를 하자면 전 한가지만 말하고 싶습니다. 말 부르는 휘파람이 왜 고정 버튼이 아니라 일일히 설정하게 됬는지 모르겠어요.

폴: 그러게 말입니다. 반대로 암살단 메뉴가 게임 내 스팟이 아닌 언제든지 부를수 있는 메뉴 형태로 변경된건 좋다고 봅니다. 레벨레이션에서는 좀 번거로웠죠. 폭탄 부분도 간결하게 쳐낸것도 좋아요.

큰: 폭탄은 확실히 쳐내니깐 보기 좋더라고요.


큰: 데스몬드 미션은 어떤가요?

폴: 아직까지는 현대전을 어떻게 만들건가 라는 고민이 담겨있는 시안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총을 이용한 전투는 괜찮았지만 딱 그 정도. 미션 디자인 자체가 과거 파트 판박이에요. 뭐 더 깊이 파고들었다면 게임을 하나 더 만들어야 했겠지만.

큰: 불쌍한 데스몬드.


큰: 그래서 이번 어새신 크리드 3에 대해서 정리를 하자면 기대한것치고는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많았다는거군요.

폴: 제작진이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여러 도전을 많이 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잘 안 된 것 같더라... 그런 느낌이에요. 그리고 스토리 측면에서 뻥카쳐서 자멸한 부분도 없잖아 있고.


큰: 음 제작진은 [헤일로 3] 같이 웅장한 마무리와 동시에 후속편 제작 가능한 그런 결말을 만들고 싶었나 봅니다.

폴: 그거하고 그게 같나요. 작가의 '아 ! 이런 결말 내는 난 아티스트해!' 같은 자뻑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선 [매스 이펙트 3]보단 낫긴 하지만 그래도 실망스러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2012년 멸망 떡밥을 올해 가기 전에 써먹으려고 했다가 망한듯한 느낌입니다. 캐릭터 묘사 같은건 상당히 발전했다는걸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될 정도에요. 차라리 3부작 완결! 그런 말 하지 않았다면 나았을것 같습니다.


큰: 어쨌든 마무리는 지어졌고 후속작 예고는 했으니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노는 그냥 흑막으로만 머물러줬으면 좋겠어요.

폴: 찬성입니다. 걔가 직접 나서면 어새신 오브 워로 바뀌어야 할듯요.


큰: 아무튼 게임 자체는 괜찮은 요소들은 많습니다. 웅장한 스케일로 밀어붙이는 해전 같은건 진짜 게임사의 획을 그을만한 성취라 할만하고, 여전히 기본적인 재미도 보장해주니깐요. 레벨레이션처럼 조금 안이한 재탕이거나 1편처럼 미완성 프로토타입을 내놨다 그런건 아니에요. 여전히 제작진들은 열정적이고 창의적인데 다른 방향으로 실패했다고 봐야 할듯 합니다.

폴: 그건 맞습니다. 열의는 인정합니다만 좀 다듬어서 후속작이나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젠 미국 혁명 끝났으니 프랑스 혁명이라던가 아니면 아예  미국 원주민=코너를 주인공으로 당대 백인들 대차게 까는 서부극([늑대와의 춤을]이나 로버트 알트만의 [시팅 불의 역사교습] 스타일로)라던가...


큰: 뭐가 나올지는 좀 봐야 되겠죠.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폴라곰 씨. 사죄의 의미로 다음엔 영화 리뷰나 한번 하죠. [키스 미 데들리]나 [제 3의 사나이] 라던가...

폴: 네 그러죠..


P.S. 큰: 멀티 플레이는...

폴: 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야기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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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C - [Skylarking] (1986)

계절로 가는 문


폴라곰: 폴라곰과
큰뿌리: 큰뿌리의 찬양질~시간
폴: 뭡니까 이 오덕돋는 인트로는.
큰: 상관 없잖아요? 우리 둘 다 오덕인데. 어쨌든 폴라곰 씨, 4개월 만에 휴가에서 돌아오니 어떻습니까?
폴: 플라스틱 비치요? 좋았죠. 너무 좋아서 학점 펑크 날 뻔 했지만.
큰: 하하.

폴: 그래서 오늘의 리뷰는 XTC의 [Skylarking]이라고요...
큰: 사실 리뷰를 날려먹어서 우리들의 컴백이 갑자기 이뤄졌다는건 비밀입니다.
폴: 말해버리면 비밀이 아니잖아요.
큰: 넘어가고. 마이클 잭슨이 킹 오브 팝이였던 1980년대, 언더에서는 컬리지 록이라는 움직임라는게 있었죠. XTC도 그 흐름에 속하는 밴드입니다.
폴: 그런데 컬리지 록라는 말에 따르면 너무 모호하지 않나요? 올무식에 따르면 컨트리 록과 버즈 돋는 R.E.M.와 10,000 매니악스, 노이즈 팝송을 만들던 지저스 앤 메리 체인과 픽시즈, 질질 짜기를 예술로 승화시킨 큐어, 야생적인 신비로움과 장엄함을 재현했던 에코 앤 더 버니멘, 곱디고운 수줍음으로 신랄함을 드러냈던 더 스미스 모두 컬리지 록으로 묶이잖아요.
큰: 컬리지 록은 음악적인 요소보다는 태도와 소비 계층으로 분류법입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식자층이 선호할만한 지적인 가사와 음악으로 청자를 공략하는 음악이라고 할까요. 소비도 대학가 라디오를 듣는 청자들 사이에서 주로 소비가 되었고, 초기엔 객관적인 빌보드 차트 순위는 그리 높지 않았죠. 컬리지 록은 펑크 록과 얼터너티브 록, 나아가 인디 록의 교범이 되었습니다.

폴: 아하, 그렇다면 XTC가 컬리지 록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도적인 팝스 작곡에서 살짝 비틀어진 이들의 곡들에서 영국 팝스와 포크의 영향이 느껴지지 않나요? '1000 Umbrella' 같은 곡의 현악 연주는 닉 드레이크와 페어포트 컨벤션 같은 브리티시 포크 앨범에서 자주 듣던 편곡이고요. 'Big Day'같은 곡은 60년대 사이키델릭의 영향이 많이 느껴지죠. 전반적으로 전 킹크스를 많이 떠올렸습니다.
큰: 맞습니다. 폴라곰 님이 언급한 위의 요소들에 비치 보이스의 해맑은 음향 축조 기술, 뉴웨이브의 직선적인 작곡와 전자음 프렌들리가 곁들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음악의 중심은 리더인 앤디 파트리지의 쟁글쟁글 울리는 기타입니다. 한마디로 XTC의 [Skylarking]은 '목가적인 네오 사이키델릭 브리티시 기타 팝'입니다.
폴: 조낸 쓸때없이 수식어가 길군요 --;

큰: 그냥 리뷰는 때려치우고 앞에서 음반을 재생기에 거는게 빠르겠군요.
폴: 그럼 이 리뷰가 필요없잖아요. 모처럼 쓴 글이 바이트 낭비 되기 싫으면 빨리 썰이나 풀어요.
큰: 아 그렇지. 그럼 직관적으로 접근해보죠. 폴라곰님은 이 음반을 다 들었을때 어떤 느낌였습니까?
폴: 따스하면서도 깊은 위트로 세상을 관찰하는 느낌?
큰: 그렇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수식어들을 느낌으로 풀자면 폴라곰 씨 말처럼 되는 거죠.
폴: 전 특히 'Summer's Cauldren', 'Grass', 'The Meeting Place'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저 뭔가 알 수 없는 아름다움과 그리움이 가득하다고 할까요. 맑게 울리는 기타와 현악이 더 그런 느낌을 강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큰: 사실 이 앨범 컨셉 앨범입니다. 폴라곰 님이 언급한 부분은 일종의 유년기죠. 아마 폴라곰님이 느꼈던 감정은 유년기의 추억일겁니다.
폴: 에? 그런데 가사를 읽어보면 분명한 스토리가 있던거 같지 않은데요?
큰: 그 점이 이 앨범을 독자적으로 만드는거죠.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나 허스커 듀의 [Zen Arcade]처럼 [Skylarking]도 선명한 화자와 이야기가 존재하는 종류의 컨셉 앨범은 아닙니다. 느슨한 컨셉 앨범이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Skylarking]의 컨셉은 인생의 주기와 희노애락입니다. 탄생, 성의 각성, 이별, 취직, 결혼, 권태, 죽음과 재탄생 같은 순간들이 듣는 동안 앨범을 지나갑니다. 이 순간을 묘사하고 있는 앤디 파트리지와 콜린 모울딩의 가사는 신랄함과 상심한 감정, 도취 그리고 인생의 깨달음을 은유와 위트 섞어서 멋지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곡의 가사가 탁월하지만, 'Sacrificial Bonfire'의 깨달음이나 'Dear God'의 독설 (개인적으로 종교를 테마로 삼은 예술 작품 중에서 최고봉 중 하나 아닐까 생각합니다.)은 그 중 발군이라 할 만합니다.
폴: 정말 들으면서 가사를 찾아보게 되는 앨범이였어요.
큰: 그리고 그 점이 이들이 컬리지 록에 속하게 만드는 것이죠. 위에서 언급했지만 컬리지 록의 지성은 음악 말고도 가사에서도 표출 되었으니깐요.

폴: 정작 음악 이야기는 아직 꺼내지 않았는데요... 앨범 구성이 엄청나게 탄탄해서 놀랐습니다. 'Summer's Cauldron'을 틀자하자 어느새 'Sacrificial Bonfire'를 듣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한마디로 착착 감깁니다. 누굴 칭송해야 할까요?
큰: 1976년 결성 이후 10년동안 작곡만 한 달인 앤디와 콜린을 명예의 전당에 먼저 모셔야 되겠지만, 프로듀서 토드 런그렌도 같이 모셔야 합니다.
폴: 누구죠?
큰: 1970년대부터 활약한 미국의 뮤지션입니다. [Something/Anything?], [A Wizard, A True Star] 같은 명반들을 줄줄이 쏟아냈고 나중엔 프로듀서로도 활동했는데, 이 앨범은 프로듀서로써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무슨 음악을 했는지는 제가 듣지 못해서 뭐라 설명할 수 없겠군요 --; 하지만 뉴웨이브와 소프트 록 쪽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는 정보는 있군요. 대표적인 빠로는 핫 칩의 알렉시스 테일러가 있습니다. ('Shake a Fist' 중간에 들리는 나레이션 주인공이 토드 런그렌입니다.)
폴: 아무튼 1980년대 돋는 전자음과 목가적인 포크 팝, 쟁글 팝을 굉장히 유려한 솜씨로 엮어내는게 놀라웠습니다. 성향적으로 이 둘은 극과 극인데 말이죠. 특히 'That's Really, Really Supergirl'의 오묘한 댄서블 신스 기타 팝 (별의별 조어가 다 등장하는군요.)은 정말 입이 딱 벌어집니다.
물론 저 엮는 솜씨 이외에도 현악 편곡도 기가 막히는데, '1000 Umbrella'와 'Dear God'의 현악 편곡은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절로 나올 지경입니다.
큰: 사실 제작 당시엔 밴드와 토드 런그렌은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리도 아닙니다. 육탄전까지 돌입할 정도였으니.
폴: 헉 정말인가요? 정말 앨범의 느긋함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비화네요.
큰: 하지만 밴드나 런그렌이나 모두 인정했듯이 그 갈등은 정말 아름다운 앨범으로 탄생했죠.

폴: 전 킹크스와 블러 사이에 무엇이 있었는지 궁금했는데, 스톤 로지스 1집과 더불어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앨범이였습니다.  물론 그 궁금중 이상의 경이와 감동, 통찰도 선물 받아서 정말 행복하네요.
큰: 사실 이 대담은 앨범의 매력을 별로 표현하고 있지 못습니다. 제대로 표현하려면 하루 정도는...
폴: 님 자학도 정도껏 (... 사실 음악 외적으로 약간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는데, 리마스터링입니다. 전반적으로 소리가 다소 차가워요. 새 리마스터링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큰: 물론 다시 구입해야죠! 사실 XTC도 평균점이 높은 밴드라고 하는데, 기회가 되면 대표작 하나씩 리뷰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폴: 그런데 우린 언제까지 음악 대담만 할 겁니까?
큰: 다른 것도 해볼까요? 예를 들어 어새신 크리드 브라더후드라던가...
폴: 그거라면 크리스마스 때 집에서 혼자 놀이가 될 게 분명한데... 아 저는 생각하는 걸 그만두렵니다.
큰: 자자, 너무 그러지 말고. 훈련 가기 전에 하나 하도록 하죠. 그럼 안녕히.
폴: 약속 지켜야 해요. 몸 조심 하시길.

P.S.
폴: 아 그런데 부제는 어디서 따왔나요?
큰: 로버트 A. 하인히리의 [여름으로 가는 문]에서 따왔습니다.
폴: 에~ 안 읽은 소설이잖아요.
큰: 읽을겁니다. 읽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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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illaz - [Plastic Beach] (2010)

플라스틱 "멜랑콜리" 비치에 어서오세요

큰뿌리: 어서오세요. 폴라곰님.
폴라곰: 앗 오래간만입니다. 큰뿌리 씨 ^^ 학교 생활은 잘하고 있으신가요?
큰: 네. 시간표 때문에 전쟁을 벌였지만 뭐 널널하게 짜여져서 좋습니다.
곰: 정말이에요? 부럽당... 뭐 전 이번 학기에 복학하지 않고 알바나 뛸 생각여서 상관 없지만요.
큰: 아무튼 저번 약속대로 이번엔 AMG가 아닌 작품을 리뷰하려고 합니다.
곰: 오 그거 좋군요. ...그런데 이번에도 힙합 음반이네요?
큰: 고릴라즈가 힙합이라고 해야 하나요?
곰: 뭐 짬뽕 계열이긴 하지만, 원 베이스는 힙합 아니에요? 벡이나 매시브 어택, 포티쉐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올뮤직에 적혀 있는데다 비트 메이킹이나 래핑처럼 힙합스러운 부분이 있고.
곰: 아 뭐 거기엔 저도 동의합니다. 아무튼 이번엔 되도록 짧게 가보죠. 이웃 블로거인 칼리토님이 길다고 불만을 표하셨거든요.

큰: 우선 전작들 이야기를 해봐야 될거 같군요.
곰: 아 그러고 보니 큰뿌리 씨, 사실 블러 광빠 아니였나요?
큰: 허허허. 네 사실입니다. 알반하고 콕슨 둘 다 좋아해요,
곰: 그런데 고릴라즈 앨범은 최근에서야 들었다면서요. 게다가 파크라이프ㄷ..
큰: ...폴라곰님, 폴라프리스 목도리에 목졸려 죽고 싶으신가요?
곰: (힉) 아무튼 고릴라즈 1집은 개인적으로 완성미보다는 가능성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앨범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요. 아이디어 박스 혹은 일회적 시도 같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큰: 데이먼 알반의 감각은 이때도 최고였다고 봅니다. 'Clint Eastwood'나 '19-2000' 들어보세요. 이런 살인적인 튠을 독특하게 써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아 그래도 2집에서 본격적으로 알반의 비전이 제시되었다는 의견엔 동의합니다.
곰: 알반도 제 실력 발휘했지만 역시 프로듀서인 데인저 마우스의 공이 크죠. 찌끌찌끌한 비트와 리듬, 맛난 (베이스) 리듬, 살인적인 튠이 재치있지만 안정적인 프로듀싱 안에 담겨 있었으니깐요. 그 중에서 'Feel Good Inc.'는 아주 제대로 터졌죠.
큰: 그리고 콩 스튜디오도.
곰: 그건 제이미 휴레트 씨가 열심히 머리 돌리고 있을 일이고 2집은 웰메이드라는 말이 어울리는 훌륭한 앨범이였죠. 하기엔 조그 3집 이야기로 들어가보죠. 횟수로 따지면 5년만인데요.

큰: 기본적인 골격은 2집하고 비슷합니다. 인트로로 시작했던 2집처럼 오케스트라 인트로라는 트랙이 있고, 5-6번대에 첫 싱글 커트될 곡이 있고 그렇습니다. 비트나 소리의 질감도 2집의 연장선상에 있고요. 다만 제작방식이 밴드 형식보다 힙합/일렉트로닉스러워졌습니다. 거의 그라임 곡인 'Rhinestone Eyes'나 'Sweepstakes'가 그렇죠.
곰: 실제로도 이번엔 머독/알반이 혼자서 프로듀싱 다 했다고 하더라고요. 첫 싱글 'Stylo'는 어떤가요?
큰: 적당히 나른하고 적당히 그루브하다는 점에서는 기존 싱글들하고 같습니다. 다만 감수성이 많이 변했죠. 무심하게 불러제끼는 2D와 모스 데프와 대비되는 바비 워맥의 강렬한 울부짖음이 눈부신 햇살같은 뿌연 신시사이저를 만나 이전과 다른 감수성을 만들어냅니다.
...네 그렇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Plastic Beach]의 가장 큰 변화는 다름 아니라 '감수성'입니다. [Plastic Beach]는 고릴라즈 커리어 통틀어 가장 멜랑콜리한 앨범입니다. 전작의 'El Mañana'나 'Don't Get Lost In Heaven'의 감수성이 앨범 전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곰: 이전에도 멜랑콜리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요?
큰: 물론 일정부분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리 많은 비중은 아니였죠. 지금까지 고릴라즈는 유머와 재치로 자신의 감수성을 표현해내던 밴드였습니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고릴라즈는 (유쾌한 'Superfast Jellyfish' 정도 제외하면) 유머의 비중을 줄이고,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Plastic Beach]는 한 달 전에 나왔던 핫 칩의 새 앨범 [One Life Stand]하고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곰: 전 이런 변화가 다소 놀라웠습니다. 그런데 듣다 보면서 느낀건데 전반적으로 분명한 꼭짓점이 없다는 평이 나올 법한데요?
큰: 그럴수도 있습니다. 이번 앨범엔 'Feel Good Inc.'나 'Clint Eastwood' 같은 확 땡기는 킬러급 싱글은 없어요. 하지만 알반의 송라이팅은 여전히 특상급이고 2집에서 얻은 안정감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앨범의 흐름도 물 흐르듯 유연합니다. 앨범의 심장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Stylo'에서 'Broken'까지 이어지는 곡을 들어보세요. 인상적입니다. 특히 'On Melancholy Hill'와 'Empire Ant'은 알반 경력에서 기억할만한 순간 중 하나입니다. 한마디로 영민합니다.
곰: 그 두 곡을 들으면 왠지 봄이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죠. 으으. 정작 3월엔 눈 내렸는데. 아무튼 좋은 곡들입니다.
큰: 게스트 진을 이야기해보죠.

곰: 역시 거대 프로젝트 답게 매시브 어택 신보보다 게스트 진이 화려하더라고요. 활용도 잘 했어요. 특히 'Superfast Jellyfish'의 슈퍼 퍼리 애니멀즈의 거프 라이더스가 참여했는데 곡하고 뮤지션 이미지가 딱 들어맞더라고요. 'Feel Good Inc.'에 이어서 같이 참여한 드 라 소울도 좋습니다.
큰: 더 폴의 마크 E. 스미스 (처음에 스튜어트이라 적었습니다. 지못미...)는 잘 활용했지만 노래가 아니라 스포킹 워드에 가까웠고, 모스 데프와 바비 워맥은 이미 말했죠. 클래시의 믹 존스와 폴 시모논, 다소 무명인 리틀 드래곤 분들도 괜찮았습니다. 힙노틱 브라스 앙상블Hypnotic Brass Ensemble과 레바논 국립 아랍 음악 오케스트라도 자기 할 일을 다 하더라고요.
큰: 그래도 가장 뽕을 잘 뽑은 게스트는 'Some Kind of Nature'의 루 리드 아닐까요?
곰: ㅋㅋㅋ 사실 그 곡 처음 듣고 '으헉?' 했습니다. 여담인데 호러스The Horrors도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고 하더라고요. 알반이 2집 듣고 초청했다고 합니다.
큰: 오, 제 이웃분이 좋아하실 소식이군요.
곰: 정작 앨범엔 등장하지는 않았지만요. 아마 등장했다면 굉장히 이색적인 앨범이 됬을듯 싶습니다. 다음 앨범이 무지 다크해지는 길을 선택한다면 한번 기대해볼만 하겠습니다.

큰: 아무튼 전 이번 앨범을 굉장히 좋게 들었습니다. 안정적이면서도 굉장히 마음에 와닿는 앨범이에요. 앞으로 데이먼 알반이라는 이름이라면 주저없이 구입할 것 같습니다.
곰: 음... 저도 아까 살짝 태클을 걸긴 했지만, 인정합니다. 전작이 낫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 앨범의 완성도는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알반은 정말로 자기 음악을 해도 어느 누구도 태클 걸지 않을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큰: 개인적으로는 다음 앨범에서는 핫 칩의 알렉시스 테일러를 초청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곰: 전 호러스요. 그리고 노엘 갤러거나 그레이엄 콕슨, 저스틴 프리쉬만 이 셋 중 하나라도 나오면 좀 재미있을듯.
(이 때 벨소리가 들린다. 큰뿌리가 나갔다 온다.)
곰: 뭔가요?
큰: 이건... 초청장이군요. "당신(들)을 플라스틱 비치로 초청합니다. 이걸 들고 김포 공항 출국 게이트 5번으로 오세요."
곰: JESUS! 머독이?
큰: 빨리 짐을 싸자고요!
곰: 블로그 방문객 여러분, 다음 기회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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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민
    잘 읽었습니다. 저도 멜랑컬리한 변화를 크게 느꼈어요. 뭐, 나쁘진 않았지만 전작의 툭,툭,대면서 아기자기한 재미가 줄어 좀 갸우뚱했습니다. 이 밴드의 장기가 약해져서 아쉽다는. 우드스탁에 온다면 한번 보고 싶기는 하네요. ㅋ
  • 저도 고릴라즈 정말 좋아해요~
    블로그 네임을 보면서 매시브어택도 좋아하시는구나 싶었고.

    분명 고릴라즈 2집보다 3집이 확실히 맘에 듭니다.1집만큼이나요.
    거의 대부분은 곡들이 너무 좋았어요.
    전 사실 힙합쪽은 별 관심 없는편인데도 고릴라즈는 제 favorite!
    • 잿빛영혼//전 3집=2집>1집 순으로 좋아해서... 그래도 1집도 꽤나 괜찮았습니다.

      보신대로 이 블로그는 본격 매시브 어택 빠돌 블로그입니다. 하지만 최근 나온 앨범은 정말 실망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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