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창문
ليس هناك ما هو صحيح ، كل شيء مسموح به Nothing is true, Everything is permitted.
C (1)
[C]: The Money of Soul and Possibility Control (2011)


[모노노케]로 유명한 나카무라 켄지가 감독하고 [독수리 오형제]로 유명한 타츠노코 프로덕션이 제작해 일본 후지TV 노이타미나 시간대에서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C]는 기본 설정과 도입부으로 보자면 이능력 배틀물, 특히 보이 미츠 걸의 전통을 따르고 있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던 평범한 10-20대 남자 주인공이 어느날 비일상으로 도배된 세계에 초대되어 비일상을 대표하는 히로인을 만나 배틀물를 벌인다는 도입부 말이죠.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서 정립되어 수없이 반복되어온 클리쉐입니다. 심지어 어셋이라는 소환수라는 존재와 그것을 받치고 있는 설정은 노골적으로 죠죠가 세웠던 스탠드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주인의 특성을 반영한 소환수라는 점이 그렇죠.

여기까지 하면 그냥 흔한 능배물처럼 보이겠지만, [C]는 '경제' 능배물입니다. 이런 거 상상해본 적 있으십니까. 그나마 프로덕션 IG가 만들어 같은 시간대에 방영한 [동쪽의 에덴]-이것도 사실 능배물입니다. 능배물의 요소가 거의 해체되고 히치콕 풍(특히 [북북서로로 진로를 돌려라]) '오인된 남자를 중심으로 한 서스펜스'가 덧붙여져 뼈대만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이지만...-이 비슷하다면 비슷하겠지만, 그것으로도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C]는 [동쪽의 에덴]보다 훨씬 자신의 장르인 능배물에 충실한 애니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금융가를 지탱하는 논리는 의외로 현실 경제 논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종종 노골적으로 현실 경제의 논리가 드러나 은유의 힘이 약해지는 부분도 있고, 직관적인 설득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전반전으로 실제 경제에서 일어날법한 사건들과 여파들을 제대로 포착해 장르적 도구로 잘 풀어내고 있어요. 애니는 경제와 자본주의의 본질인 '돈'을 놓고 돌아가는 경쟁을 능력자 배틀로 은유하기도 하고, 그 경쟁의 결과가 현실, 나아가 미래에 미치는 여파와 과정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며, 그것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물론 자본과 경제를 다룬 심도 있게 다룬 걸작들에 미치진 못하지만 (이 분야의 무시무시한 걸작인 [데어 윌 비 블러드]와 비교해보시면 쉽게 감이 잡히실겁니다.) 적어도 경제에 대해 겉햛기로 아는 척하고 넘기는 애니는 아닙니다. 

전 이 애니의 세계관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C]의 세계는 철저히 음모론과 느와르의 가치관으로 세워져 있습니다. 세상을 진짜로 움직이는 세력이 따로 있으며, 그 세력이 거주하는 세계, 금융가는 (필름 느와르에 자주 등장하는) 암흑가처럼 그리 깨끗하다고 할 수 없는 방법과 자기만의 논리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 세계의 상위층인 무쿠도리 길드 (미쿠니 일당들)의 묘사도 재미있어집니다. 이들은 약간의 신비주의가 첨가된 거대 갱스터라는 느낌이 강해요. 그래서인지 본격적으로 이들이 움직이는 후반부는 거의 오션스 일레븐 같은 케이퍼 물처럼 흘러갑니다.


이런 독특한 요소들 때문에 [C]는 보통 이능력 배틀물과 많이 다릅니다. [드래곤볼]이나 [원피스], [죠죠의 기묘한 모험], [어떤 마법의 금서목록]을 생각해보십시오. 분명히 제거되야 할 악이 존재하고, 거기에 맞서는 주인공들은 생기가 넘치지 않았습니까. [C]는 선악이 모호한 애니입니다. 또한 생기가 없고 우울한 애니이기도 해요. 매력적인 어셋 히로인 마슈가 그에 맞서 생기를 채워넣긴 하지만, 후반부에 가면 그것도 확 죽어버립니다.

물론 배틀물이니 분명한 라이벌-대결 구조가 있긴 합니다. 오프닝 영상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요가 키미마로의 대척점에 서 있는 미쿠니 소이치로가 그 대결 구도에 서 있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미쿠니는 다수에게 피해를 저지르는 선택을 하는 '악역' 포지션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꽤나 열심히 일하는 자본가이며, 나름 논리가 있는 속이 깊은 캐릭터입니다. 요가 키미마로 역시 전형적인 능배물의 주인공하고 거리가 멉니다. 일단 현실의 무게가 상당한 캐릭터이며, 에너지 역시 그리 넘치지 않습니다. 종종 찌질하다 싶을 정도로 우유부단하지만 혼란스러워하지만 결국 막판에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선택하는 캐릭터죠. 다행히 이 찌질함은 대책없을 정도는 아닙니다.


이런 생기없음과 우울함은 종종 호러로 방향을 틀기도 합니다. 그것도 [영혼의 카니발]이나 데이빗 린치, 쿠로사와 키요시 같은, 인간 존재의 허약함을 공격하는 쪽입니다. 물리 법칙과 시공간을 무시하는 초월적인 존재 마사카키와 기본적인 설정 하나가 그 공격을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그 공격은 위의 경제라는 소재와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거대한 힘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인간 존재에 대한 공포심이라고 할까요. 이를 위해 동원하는 나카무라 켄지 감독의 테크닉도 정확한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불쾌한 이미지와 (특히 ([시귀]의 시귀처럼) 눈자위가 모두 검은 색으로 덮혀버려 날뛰는 폭주 오로루나 순수함과 잔혹함을 모두 지닌 Q, 일부 어셋의 흉측함은 꽤나 강렬합니다.) 리듬감을 인상적으로 배합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본격적인 파국이 진행되는 후반부는 케이퍼 물과 코즈믹 호러의 기묘한 혼합처럼 보입니다.

[TIGER & BUNNY] 감독인 사토 케이이치가 제공한 붉은 톤의 금융가의 비주얼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특촬물 특유의 강렬한 보색 대비와 미국 히어로 코믹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불야성의 대도시, 그로테스크한 초현실주의의 이미지를 빌려와 표현된 금융가는 작 중 현실 세계의 무채색하고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mebae의 적당히 모에 그림을 따르는 것 같지만 은근히 광기 넘치는 캐릭터 디자인과 각인각색의 스태프 (여기엔 [라제폰] 감독이자 뉴 건담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즈부치 유타카도 있습니다.)가 참여한 소환수 어셋들의 디자인도 충분히 매력적이고요. 불협화음, 기이한 멜로디를 장중한 스케일의 오케스트라로 표현한 이와사키 타쿠의 음악도 좋습니다.

성우 연기는 기본적으로 다들 역에 맞는 기능적이고 안정된 연기를 펼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질주하는 성우가 바로 마사카키 역의 사쿠라이 타카히로입니다. 그는 유들유들하고 과장된 어릿광대같은 목소리로 여러 사람을 농락하고 여기저기 막 뛰어다녀서 헛웃음을 짓게 만들다가 슬쩍 광기를 표출해 사람을 으슬으슬하게 만듭니다. 당연히 이 애니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마사카키입니다. 그 다음은 나긋나긋하게 속삭이는 톤으로 광기를 표현한 Q 역의 고토 사오리고요.


불행히도 [C]는 훌륭한 재료와 그걸 잘 살려낸 연출에 비해 최종적인 합은 약한 편입니다. 우선 이야기 전개에 여유가 그렇게 많지 않은 편입니다. 전반적인 템포는 좋은 편이지만, 그 템포를 위해 가지고 있던 잠재력을 간신히 11화라는 사이즈에 우겨넣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파면 흥미로웠던 지점을 헐레벌떡 전개하느라 지나치기도 합니다. 정보상 타케타자키 시게오미가 가장 큰 피해자인데 굉장히 재미있는 캐릭터가 될 뻔했는데 그냥 독특한 철학을 가진 전개용 캐릭터가 되버렸습니다. 이야기의 가장 큰 축인 센노자 코우도 급하게 자신의 사상을 던져놓고 가버리는 느낌이 강합니다. 막화에 가면 중요한 부분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요. 전반적으로 미리 정해진 한계 속에서 목표에 무리하게 도달하려고 하다가 파편화되버렸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럼에도 결말은 괜찮은 편입니다. 어찌보면 '주인공이 운명론적으로 현실의 무게를 인정해버리는' 필름 느와르스러운 결말인데, 꽤 논리적이기도 하고 (다만 그 논리를 친절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고 봅니다.) 적어도 '경제 따윈 상관없어! 내가 생각하는 세계가 유토피아야!' 혹은 '이딴 더러운 세계는 없어져야 해...' 따위의 찌질하고 허접한 주장을 하는 결론은 아닙니다. 거기다가 서브 플롯으로 진행되었던 로맨스에 그럭저럭 잘 어울리는 비장하면서도 로맨틱한 결말이기도 해요.

아무리 봐도 [C]는 11화에 담아낼 내용이 아니였습니다. 차라리 [프랙탈]을 버리고 이 작품에 좀 더 투자했어야 되지 않았을까요. 물론 지금 부서진 모습도 나쁘지 않고,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P.S. [TIGER & BUNNY]와 같이 보시면 이 애니의 금융가와 타이거 앤 버니의 배경인 슈테른빌트가 꽤나 겹쳐보이실겁니다. 실제로 나카무라 켄지는 사토 케이이치 감독의 [카라스]의 1화 콘티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카라스 1화를 보면서 호러 테이스트가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실 안 뒤에 납득했습니다.
P.S.2 아무리봐도 현 노이타미나는 전통적인 드라마 계열 애니외 SF/판타지 계열 애니을 분리해서 제작하는 것 같습니다.
P.S.3 애니플러스에서 정식 감상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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